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62 화. 신하가 군주와 옥사를 벌이는가.​​

서 휴 2023. 11. 22. 17:37

 362 신하가 군주와 옥사를 벌이는가.

​​

진문(晉文公)은 조현(朝見의식이 끝나자계획대로 위(나라

태숙 숙무(叔武)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주양왕(周襄王)에게 고하였다.

 

       이 때는 회맹 석상에서 벌어지는 재판이므로

       주양왕이 직접 판결할 일이었으나그러나 그는

       왕자 호()에게 위임하며 재판에서 빠져나갔다.

 

주양왕의 허락이 떨어지자진문공은 왕자 호()를 자기가 묶고

있는 공관에 모시고 오게 하였으며제후들도 참관인 자격으로 

좌정을 마치자이에 자리가 모두 정돈된 것을 보고는 천자의

명으로 위성공(衛成公)을 불러오게 하였다.

 

       위성공(衛成公)이 죄수가 되어 끌려오자,

       ()의 대부 원훤(元暄)도 역시 당도했다.

       위성공 뒤에는 대부 영유(寧兪), 침장자(鍼庄子), 

       사영(士榮)이 나란히 서게 되었다.

 

춘추시대(春秋時代)가 시작된 이래로 그때까지한 나라의 제후와

신하 간에 소송을 벌이는 일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역사상 서로 간의 불화(不和)가 수없이 생겼지만,

       대부분 자기들의 힘의 논리에 따라 해결되었었다.

 

       신하가 힘이 세면 제후가 피살되거나 쫓겨나고,

       제후가 힘이 세면 신하가 주살 당하거나

       신하가 타국으로 망명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며

       물론 둘 사이에 타협을 보기도 하였었다.

 

왕자 호()는 양쪽의 관계되는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걸 확인하자,

준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군주와 신하가 맞대면 하면서까지

       시시비비를 따진 일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인바

       군주는 다른 사람을 대신하게 해도 괜찮소

왕자 호()가 허용하자, 위성공(衛成公)은 공관의 한 방에서

기다리게 되었으므로, 이에 대부 영유(寧兪)는 위성공의 곁에서

단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려 했다.

 

       먼저 위()의 대부 원훤(元暄)부터 말하라

       신 대부 원훤(元暄)은 빠짐없이 말씀 올리겠습니다.

 

       처음 위후(衛侯)가 초구성에서 탈출하여 양우(襄牛)

       피신할 때 숙무(叔武)에게 나라를 지키라고 하였나이다.

 

       원래 위후(衛侯)는 의심이 많았으므로, 안심시키기 위해,

       신은 자진하여 아들을 위후(衛侯)께 인질로 보냈습니다.

 

       숙무(叔武)와 신이 천토(踐土회맹에 간 사이에

       위후(衛侯)는 우리가 군위를 넘본다고 의심하여

       신의 아들 원각(元角)을 살해하였나이다.

 

원훤은 위후가 숙무를 의심하여 믿지 못한 나머지, 천견(歂犬)

선발대로 보내숙무를 살해하게 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다.

 

       위후를 대신할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

       신 대부 침장자(鍼庄子이옵니다.

 

       그 일은 천견(歂犬)의 계속된 참소에 따라

       위후께서 잘못 받아들여 생긴 일이므로 모두

       위후의 잘못으로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침장자(鍼庄子)는 이미 죽은 천견(歂犬)에게

       책임을 모두 미뤄서는 안 됩니다.

 

       천견(歂犬)이 처음에, 이 원훤(元暄)을 찾아와서

       숙무(叔武임을 옹립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때 신이 그의 말을 쫓았다면 어찌

       위후께서 환국하여 복위할 수 있었겠습니까

 

       숙무께서는 형제간에 우애하는 진실한 마음을

       지니고 계셨으므로, 이 원훤(元暄)은 천견(歂犬)

       유혹하는 말을 거절했습니다

 

       위후가 만약 숙무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천견(歂犬)이 아무리

       참소했다해도 어찌 그 말을 들었겠습니까

 

       이 원훤(元暄)이 아들 원각(元角)을 보내면서

       위후를 잘 모시라고 말한 일은,

       나의 마음에 아무런 사심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자 한 일이었습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위후는 무고한 아들을 의심하여 살해하였습니다.

 

       신의 아들을 살해한 위후는 똑같은 마음으로

       또한태숙 숙무를 살해했다고 할 수 있나이다.

       사영(士榮)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대 원훤(元暄)은 아들 원각(元角)이 살해된 원한을

       풀기 위함이지 태숙을 위해서가 아닌 것 같소

       내 아들 원각(元角)이 죽자사마(司馬()

       몸을 빼내어 도망가라 하였나이다.

 

       신은 자식이 죽은 일은 사사로운 원한이지만

       나라를 지키는 일은 큰일이라고 말했소

 

       이 원훤이 비록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감히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큰일을 그르칠

       수가 있느냐고 말했소

 

       그때 신 원훤은, 내 아들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로 태숙 숙무에게  편지를 써서 진후에게 빨리

       올리게 하여위후의 복위를 간청하도록 했었소.

       그때의 그 편지는 이 원훤의 손으로  직접 써서

       태숙 숙무(叔武임에게 드린 것이오

 

       이 원훤이 자식의 죽음에 원한을 품었다면

       어찌 이러한 일을 기꺼이 할 수 있었겠소

 

       신 원훤은 위후가 일시적으로 잘못 저지른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좀 지나면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위후를 믿고 있었소.

 

       그런데 뜻밖에 다시 태숙까지 함부로 살해하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를 줄은 정말 몰랐소.

       침장자(鍼庄子)가 한마디 하겠소이다.

       태숙이 위후의 자리에 뜻이 없었다는 사실은

       위후도 역시 이미 알고 계시는 일입니다.

 

       단지 천견(歂犬)의 손아귀에 놀아난 것뿐이지

       위후의 본마음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소

       허 어그건 말이 안 되오

       태숙이 군위를 탐내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면

       어찌하여 천견(歂犬)에게 벌을 주지 않고

       오히려 천견(歂犬)의 참소를 계속 들었겠소

 

       또한무엇 때문에 천견(歂犬)의 말을 쫓아

       천견(歂犬)을 선발대로 앞서가게 하였겠소

 

       이는 천견(歂犬)의 손을 빌려 숙무를 살해하려고

       계획했음이 분명한데 어찌 이를 몰랐다고 하시오

원훤(元暄)의 답변에 침장자(鍼庄子)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대꾸를

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자사영(士榮)이 다시 일어나 변명한다.

 

       태숙이 비록 무고하게 살해당하기는 했지만

       태숙도 또한 위후의 신하가 아니겠소

 

       예부터 신하가 군주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할 수 있소.

 

       하물며 위후는 이미 천견(歂犬)을 잡아 죽였고

       또한태숙의 장례를 후하게 치러 주었소.

 

       이렇게 상벌을 분명하게 행했는데 어찌하여

       아직도 위후에게 죄가 있다고 주장하시오

 

       사영(士榮), 그건 옳은 답변이라 할 수 없소.

       이 원훤(元暄)이 말하겠소.

 

       옛날 하(나라의 걸왕(桀王)이 관룡봉(關龍逢)

       무고하게 살해하자()의 탕왕(湯王)

       토벌하여 나라 밖으로 추방했소.

 

       다시 은()의 주왕(紂王)이 충신 비간(比干)

       무고하게 살해하자, 주무왕(周武王)이 토벌했소.

 

       탕왕(湯王)과 주무왕(周武王)은 모두

       걸왕(桀王)과 주왕(紂王)의 신하였소.

 

       충성스럽고 훌륭한 신하들이 죄도 없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  탕왕(湯王)과 주무왕(周武王),

       즉시 의로운 군사를 일으켜, 그 군주 되는 자를

       죽여 백성들을 위로했던 것이오.

 

       하물며 태숙은 위후와 피를 나눈 친 형제간이며

       또한나라를 지켜 낸 공이 있는 사람이라

       관룡봉(關龍逢)이나 비간(比干)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었소

 

       우리 위(衛)는 비록 후작으로 봉해진 나라이기는 하나,

       위로는 천자를 모시고 밑으로는 방백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 제후국 중의 한 나라요.

 

       위후는 걸왕이나 주왕처럼 천자의 고귀한 지위도

       없으며 사해(四海)에 걸친 부()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는데 어찌하여 죄를 받지 말라 하는 것이오

 

       허허이 사영(士榮)이 말하겠소이다.

       그대의 말대로 위후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한들

       그대는 위후의 신하가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요

 

       신하 된 자가 자기의 주군을 위하여

       모든 정황을 충심으로 받들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그 군주가 입국하는 마당에 그대는

       오히려 나라 밖으로 도망쳐버렸으며

 

       어찌 신하 된 자로 군위에 복귀하는 주군에게

       경하의 인사도 드리지 않고 달아났소

       도망친 것이 무슨 좋은 도리라도 되는 것이오!

       이 원헌에게 태숙과 함께 나라를 지키라고

       명한 사람은 사실 바로 위후이었소

 

       위후가 자기의 동생인 태숙도 용납하지 못하고

       죽이는데 어찌 이 사람인들 용납했겠소

 

       이 원훤이 나라 밖으로 도망친 이유는

       죽음을 두려워하여 목숨을 탐해서가 아니라

       태숙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였소.

 

 363 군주가 유죄판결을 받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