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9 화. 중이, 드디어 때가 찾아오는가.
뭐라고! 세자 어(御)가 도망쳤다고 하였느냐?
저런 괘씸한 놈이 어디 있느냐?
아비인 진혜공(晉惠公)에게 배신당하고
아들인 세자 어(御)에게 또, 배신당하게 되다니!
어찌 회영(懷贏)이까지, 버리고 도망쳐 버렸는가?
세자 어(御)는 배은망덕(背恩忘德) 한 자로다.
이는 우리 진(秦) 나라를 배신하는 짓이다.
이런 자를 하늘인들 용서하겠는가?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세자 어(御)가 본국으로 달아났다는 것은, 그가 곧
진(晉)의 군주에 오를 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진(晉) 나라의 군위에 오르면 어찌 되겠소?
어(御)는 어리석은 자로 군주가 될 재목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진(晉) 나라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겠는가?
진(晉)과 우리는 대대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진(晉) 나라가 가로막고 있는 한, 우리는
마음 놓고 중원(中原)에 진출할 수 없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은 크게 분노하여, 당장 쳐들어가 요절(撓折)을 내고
싶어, 진군(秦軍)을 출동시키려 한다.
지금 당장 진(晉) 나라를 쳐들어가면 어떻겠소?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입니다.
진혜공(晉惠公)이 병에 걸려 위독하다는데
우리가 쳐들어가면 민심을 잃을까 걱정되옵니다.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우리가 쳐들어가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은,
우리 진(秦)에게도 여론이 좋지 않게 됩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물색해두었다가,
그 사람을 진(晉) 나라의 새로운 군주로
세우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되옵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있겠는가?
주공, 진(晉) 공자 중이(重耳)라면 어떻겠습니까?
중이(重耳) 공자는 괜찮은 인물이다.
으흠, 중이(重耳) 공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주공, 지금 초(楚) 나라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아니, 중이(重耳)가 언제 초(楚) 나라로 갔단 말인가?
주공, 초(楚) 나라에 간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더구나 초왕(楚王)이 제후지례(諸候之禮)로 대접하며
제후의 예법에 따라 환대하였답니다.
초(楚) 나라가 왜 중이(重耳)를 그토록 환대하는가?
아마도 중이(重耳)의 인품을 높이 산 것 같습니다.
주공, 아마도 초성왕(楚成王)의 생각은
중이(重耳) 공자가 비록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후일의 진(晉) 나라 군주로 보는 것이며,
그렇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주공, 중이(重耳)가 진(晉) 나라를 평정하고 나면,
그때 초성왕(楚成王)은 중원(中原)은 물론이며!
진(晉) 나라를 통해 북방마저 제패하면서
천하 패공(覇公)의 야심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초성왕(楚成王)이 중이(重耳)의 힘을 키워주고 있다니
중이(重耳)가 어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이(重耳)가 그 정도로 커졌단 말인가?
주공, 그렇습니다.
더 늦기 전에 중이(重耳)를 우리 진(秦) 나라로 데려와
우리가 은혜를 베풀며 도와주는 것이
중이(重耳)의 마음을 묶어 놓는 것이며
초성왕(楚成王)의 야심을 막을 수 있는 길입니다!
주공, 이제 진(晉) 나라 군주를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중이(重耳)를 진(晉)의 군주로 세우십시오.
주공, 만약에 그때까지도 여의찮으면,
그때는 진(晉) 나라를 쳐들어가야 하겠습니다.
공손지(公孫枝)는 천하의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므로,
중이(重耳)를 초(楚) 나라에서 데려와 은혜를 베풀면서,
미리 진(晉) 나라와 친분을 쌓아 놓자는 뜻이 된다.
공손지(公孫枝)의 생각이 훌륭하도다!
누구를 초(楚) 나라에 보내야겠는가?
주공, 초(楚) 나라에는 공손지(公孫枝)가 적합하나이다.
좋소. 공손 지(枝)는 초(楚) 나라에 가도록 하시오!
공손 지(枝)는 초성왕(楚成王)에게 잘 이야기하여
중이(重耳)를 꼭 데리고 돌아오시오!
공손지(公孫枝)는 먼저 난진(欒軫)을 초(楚) 나라로 떠나게 하였으며,
요세(繇勢)와 함께 영성(郢城)에 도착하면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공손지(公孫枝) 장수임, 어서 오십시오.
난진(欒軫)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중이(重耳) 공자 일행이 과연 떠나겠느냐?
예, 염려치 마십시오!
항상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이(重耳) 공자의 가신들을 먼저 만나 보십시오!
미리 와있던 난진(欒軫)은 공손 지(枝)와 요세(繇勢)를 안내하여, 먼저
중이(重耳) 보다, 가신들을 만나, 중이(重耳)를 모셔갈 뜻을 밝힌다.
모두 들 타국에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리를 배려해 먼 곳에서 오시다니 고맙습니다.
진혜공(晉惠公)은 지난가을에 병을 얻더니
해가 바뀌면서 더욱 심상치 않게 되었소이다.
이오(夷吾)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뜻이오!
이제 귀국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초(楚)는 진(晉)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진(晉)으로 가려면 여러 나라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진(晉)과 진(秦)은 국경이 서로 접하고 있는바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저희 진후(秦侯)께서 이번에 중이(重耳) 공자를
부른 일은 영명(英明)하신 일이기도 하지만
실로 하늘이 주신 좋은 기회가 됩니다.
고맙소! 진(晉)의 사정이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중이(重耳) 공자도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신들은 중이(重耳) 공자를 모시고
진(秦)에 가기로 이미 뜻을 모아 놓고 있습니다.
공손지(公孫枝)는 중이(重耳) 일행의 다짐을 받고 난 후에, 초(楚)의
궁으로 찾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알현을 청하여 만나게 되었다.
왕께서는 안녕하셨는지요?
고맙소, 또 무슨 일러 먼 길을 왔소?
저희 진후(秦侯)의 뜻을 전하고자 하옵니다.
허 어, 어서 말해보시오.
진(晉) 나라 진혜공(晉惠公)이 병으로 위급합니다.
그 아들인 세자 어(御)가 군위에 오르게 되면
진(晉) 나라는 더욱 혼란에 빠져들 것입니다.
진(晉) 나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이(重耳) 공자의 귀국을 서둘러야 하는데,
초(楚)는 진(晉) 나라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웃인 저희 진(秦)에 머물게 되면, 기회가 났을 때
진(晉) 나라로 밀고 들어가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저희 진후(秦侯)께서는 중원(中原)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이(重耳) 공자를 우리 진(秦) 나라에 모시고자 합니다.
초성왕(楚成王)은 공손지(公孫枝)의 겸손한 태도와 솔직하고 힘친
말이 마음에 들어,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답하여 준다.
중원(中原)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
좋소. 진(晉) 공자를 진백(秦伯)에게 맡기겠소!
진백(秦伯)은 어진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고
공자 또한 어지니 천하가 조용해지겠소이다.
천하가 태평해지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소!
앞으로 우리 초(楚)와 진(秦)과 그리고 진(晉)과
서로 좋은 관계를 이루며 잘 지내봅시다!
초성왕(楚成王)이 진(秦) 나라로 가도 좋다는 통보를 하여 주자,
중이(重耳) 일행은 진(秦)과 진(晉)은 서로 이웃하고 있으므로,
너무나 좋다면서, 모두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반가워하였다.
중이(重耳) 공자!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소!
이제 진백(秦伯)이 도와준다고 하니,
공자는 반드시 소원 성취하기 바라오!
왕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나이다.
공자, 좋은 일로 다시 만나길 바라오.
중이(重耳)와 공손지(公孫枝)가 큰절을 올리자, 초성왕(楚成王)은
중이(重耳)가 떠나는 걸 쾌히 승낙하며, 많은 선물을 주었다.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고국 가까이 간다는 희망에 부풀었으며
오랫동안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으므로 옛날처럼
그렇게 고달픈 유랑길이 아니었다.
초(楚) 나라 영성(郢城)을 떠나
진(秦) 나라 옹성(雍城)으로 가는 길은,
한수(漢水)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옛날 신(申) 나라 땅이었던 완성(宛城)을 지나며
또 서북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위수(渭水)에 이른다.
위수(渭水)를 따라 올라가면, 지금의 서안(西安)이며,
서주(西周) 때의 도성이었던 호경(鎬京) 인 것이다.
호경(鎬京)에서 다시 위수(渭水)를 건너
서쪽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진(秦) 나라의
도성인 옹성(雍城)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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