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97 화.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

서 휴 2023. 10. 14. 20:40

 297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

 

위주(魏犨)가 또다시 대단한 힘을 내며 맥()의 목을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주자, ()은 캑캑거리며 마지막으로 날뛰다가 급기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힘이 빠진 듯 비틀거린다.

 

      주변에 군사들이 경탄의 환호성을 질러대니,

      위주(魏犨)는 더욱 세차게 숨통을 조여주었다.

 

      맥()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미친 듯이 흔들다가

      숨통이 막히어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주저앉는다.

 

위주(魏犨)는 맥() 그 자리에 쓰러지자마자기다렸다는 듯이

등에서 펄쩍 뛰어내려 네 다리를 쇠사슬로 꽁꽁 묶고는

()의 기다란 코를 움켜쥐고 질질 끌고 나왔다.

 

      위주(魏犨)가 초왕(楚王)께 이 맥()을 바칩니다.

      허허, 과연, 그대는 천하제일의 장수로다.

 

초성왕(楚成王)이 감격하는 눈길로 위주(魏犨)를 내려다보며 크게

칭찬하자, 이를 지켜보던 조쇠(趙衰)가 주변 가신에게 지시한다.

 

      선진(先軫)은 어서 불을 크게 지펴라

      불이 활활 타오르는구나.

      모두 저 불 위에 맥()을 던져라

 

나뭇가지를 급히 많이 모아 불을 피우자조쇠(趙衰)가 꽁꽁 묶인

()의 코를 잡고 불길에 갖다 댔으며불기운이 맥()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자마자괴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쇠보다도 단단하던 맥()의 가죽이

      눅눅해지며 부드러워졌도다

 

      선진(先軫)은 무얼 하는가

      보검(寶劍)을 꺼내 맥()의 가죽을 벗겨라

 

선진(先軫)은 보검을 꺼내 위주(魏犨)와 함께 맥()의 가죽을 열심히

벗겨내자이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보던 초성왕(楚成王)은 매우

놀라며부러운 듯이 중이(重耳공자를 칭찬하게 된다.

 

      허 어공자에게는 호걸들이 정말 많소

      가신 모두가 문무를 겸비하고 있구려.

      과인에게도 이런 인물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

 

이때 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초(나라 장수 성득신(成得臣)

불쾌한 눈빛을 드러내며초성왕(楚成王)에게 큰소리로 아뢴다.

 

      왕께서는 저들의 능력을 과찬하고 계십니다.

      신과 위주(魏犨)와 한번 겨루게 해주십시오

      신이 그의 무예를 직접 시험해보겠습니다.

 

      성득신(成得臣), 그대는 무례하게 굴지 마라!

      (공자와 그 신하들은 우리의 손님들이다.

 

      그대는 마땅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 공자 일행을 귀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

 

초성왕(楚成王)은 사냥을 마친 날 저녁부터그동안 중이(重耳공자와

함께 지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혼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이(重耳)에게 파격적인 연회를 열어

      제후지례(諸候之禮)로 환대한 것은,

 

      과인의 어짊과 아량을 충분히 보이면서

      맹주라는 품위를 천하에 과시하고자 함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나라를 비롯한 북방까지도

      맹주가 되어 과인의 휘하에 두려는

      장기적인 포석을 던진 것이 아니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두 달 동안 중이(重耳일행과 같이 지내다 보니

그들의 풍모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으므로 혹여천하의 패업을

이루려는 희망을 이들에 의해 방해되지 않겠는가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였으므로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 것이다.

 

      저 들은 예사 인물들이 아니로다

      저들을 확실하게 눌러두지 않으면

      차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구나 !

 

      좋다 이제 저들의 미래에 관해 미리

      어떤 제약을 만들어 놓아야만 하겠도다

 

      그 제약으로 어떤 걸 하여놓아야 좋겠는가

      (나라 영토를 할양해 달라면 어떻겠는가

 

      그건 만족스럽지 않다

      (나라 땅은 황하(黃河건너편이 아닌가

 

      남방에 있는 우리 초(나라가 어찌 황하(黃河)

      건너가 작은 땅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일찍이 중이(重耳)의 동생인 이오(夷吾)

      자신을 진(나라 군위에 올려주기만 한다면

 

      하남(河南)의 다섯 성을 내준다고

      (나라 진목공(秦穆公)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오(夷吾)는 진혜공(晉惠公)이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 싶게 이를 파기하였다.

 

      결국전쟁을 치르며 패하자진목공(秦穆公)에게

      하남(河南)5성을 뺏기다시피 내준 것이 아닌가

 

      중이(重耳)도 진(나라의 군위에 오르고 나면

      나의 이 은혜를 까맣게 잊을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들은 모두 거짓말쟁인가

      중이(重耳)도 이오(夷吾)처럼 거짓말쟁이겠는가

 

      아니다중이(重耳)의 인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이(重耳)에게서 무엇을 얻어내야겠는가

 

      중이(重耳)에게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구나!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있다!  있도다신의(信義라는 것이 있다!

      큰일이 닥쳤을 때 신의(信義만큼 중요한 게 어디있겠는가

 

초성왕은 중이 일행을 불러 크게 술자리를 벌여 연회를 열면서

지난번 맥()의 일을 크게 칭찬하면서, 모두 흥이 나서 연신

술잔을 돌리는 중에, 문득 중이(重耳)를 은근히 바라보며

넌지시 말을 꺼내게 된다.

 

      공자께서 진(나라의 군주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소

 

      우리 초()의 도움을 받아 군위에 오른다면,

      공자는 무엇으로 과인에게 보답하겠소

 

이에 합당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모두 죽일 수도 있다는 그런 뜻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중이(重耳)는 그러한 뜻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에 침착하고 천연덕스럽게 천천히 대답하여 주고 있다.

 

      초왕(楚王)께는 우모(羽毛), 치각(齒角), 옥백(玉帛

      같은 진귀한 보물들이 남아돌 것입니다.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우모(羽毛)는 잘생기고 화려한 새의 깃털을 말하며치각(齒角)

비싼 값이 나가는 맹수의 뿔이나 이빨이며코끼리의 상아(象牙)

치각(齒角)이 되는 것이며옥백(玉帛)은 귀한 옥과 비단을 말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무엇이든 간에

      보답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정이그러시다면 이렇게 하시면 어떠시겠습니까

      군왕의 도움으로 진()나라의 군위에 오르게 된다면

      (나라와 우의를 더욱 두터이 할 것이며

 

      후일 만부득이하게 귀국과 전쟁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제가 3(三舍)를 물러가 드리겠습니다.

 

      3(三舍) 3일간의 행군 거리를 후퇴한다는 뜻이다.

      1사(舍)는 30리에 해당하니 3사(三舍)는 90리에 해당한다.

 

이 같은 중이(重耳)의 답변은 여러 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이름난 회담 장면 중의 하나라고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재물로 보답한다는 것은 선뜻 정할 수가 없으며

      또한영토를 할양해 주는 것은 더욱 무리라는

      뜻이 들어있는 내용이다.

 

중이(重耳)는 보물을 주겠다거나영토를 할양해 주겠다는 뜻도

아니면서더구나 불길하게도 서로 전쟁이 붙게 된다면 단지,

3(三舍)를 후퇴하여 주겠다는 말로 당당히 답변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잠시 기가 질려서 그 뜻을 곱씹으며 가만히 있자,

이때 성득신(成得臣)이 몹시 화를 내며덤벼들 듯이 앞으로 나선다.

 

      그게 무슨 놈의 답변이야

      아무것도 없는 망명객인 주제에 우리에게 신세를

      질만큼 지고도 어찌 이리 건방질 수가 있단 말이냐

      왕이시여신이 이자를 죽여 없애겠습니다!

 

성득신(成得臣)이 크게 분노하여 칼을 뽑아 들고중이(重耳)

죽이러 나오려고 하자그때 초성왕(楚成王)손을 흔들었다.

 

      성득신(成得臣)은 참도록 하라

      (공자 중이(重耳)는 능력 있는 어진 인물이나

      때를 못 만나 곤궁한 처지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가신들도 당대의 영걸들이다.

      이 모두 하늘이 돌봐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만일 그대가 진(공자의 처지였다면

      그대는 어떤 답변을 하였겠는가

 

      왕이시여왕께서 중이(重耳)를 죽이지 않으려면

      호언(狐偃)과 조쇠(趙衰)를 감금시키십시오

 

      왕이시여그렇습니다

      저들을 저대로 놔두면 아니 됩니다.

      범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됩니다

 

      그도 옳은 말이기는 하나

      가신들을 잡아두는 것은 어렵지 않도다.

 

      그러나그렇게 잡아 놓는다 하더라도,

      (공자를 부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연히 원망만 살 뿐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진(공자에게 덕을 베풀고 어짊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계책일 수도 있는 것이다

 

초성왕은 중이의 기가 차지도 않는 당돌한 답변에 놀랐으나, 오히려

당당히 말하는 진솔함과 용기에 탄복하게 되었다.

 

이에 성득신(成得臣)은 더 말을 하지 못하면서 연회장에서 나오자

혼자서 중얼거리며 자기의 생각을 정리한다.

 

      장차 저들이 우리의 적이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해야 하겠는가

 

      저들은 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싹을 틔우려 도사리고 있을 때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좋은 방안일 것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그 가신들만이라도

      인질로 잡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왕께서는 이처럼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구나!

      왕께서는 실수하시는 것이 분명하도다.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성득신(成得臣)은 자기 뜻을 초성왕(楚成王) 알아주지 않게 되자,

마음속으로 탄식하며 몹시 아쉬워하였다.

 

      중이(重耳일행은 초(나라에 머물면서 쉴 새 없이

      본국인 진(나라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애쓰게 된다.

 

 298 정도를 벗어나면 어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