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96 화.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

서 휴 2023. 10. 14. 20:05

 296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

 

      서방의 현자인 중이(重耳)가 온다고 하였는가

      ()와 송(),  나라에서 국군(國君)의 예로써 

      대접받은 중이(重耳공자가 나를 찾아온다는 것은

      나를 패공(霸公)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리라

      우리도 제후지례(諸候之禮)로써 예우하라.

 

중이(重耳일행이 영성(郢城)으로 들어가자, 초성왕(楚成王)은 몹시

반가워하였으며 또한신하들에게 명하는 소리를 똑똑히 듣게 된다.

 

       왕에게는 구헌(九獻)의 술잔을 헌작(獻爵)하는데

       제후에게는 네 번의 술잔을 올리는 사헌(四獻)

       행하는 것을 제후지례(諸候之禮)라 한다.

 

()와 송()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으나, 실상은 공자의 급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았기에 중이(重耳)는 당황하게 되었다.

 

      중이(重耳) 공자와 그 일행이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 같이 환영의 박수를 보냅시다.

 

      중이(重耳공자, 어서 오시 오

      우리 초(나라는 공자를 열렬히 환영하오.

 

      공자는 이쪽 여기에 앉으시지요.

      중이(重耳공자께선 사헌(四獻)의 예()를 받으시오

 

(나라 대부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고제후에게 바치는 예법에

따라 사헌(四獻)을 올리려고 하자, 중이(重耳)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얼른 두 손을 내저으며 사양하려 하였다.

 

      아니 오 저는 제후가 아니오

      그저 떠도는 유랑 객일 뿐이오

 

중이(重耳)가 불쑥 말하자, 무릎을 꿇고 술잔을 올리려던 초(나라

대부는 당황하게 되었으므로이에 연회장은 잠시 침묵이 흐른다.

 

      공자조쇠(趙衰입니다.

      공자께서 타국에 망명하며 돌아다닌 지

      어언 2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국들이야공자를 업신여기고 무시했지만,

      대국들은 한결같이 공자를 예법으로 환대했습니다.

 

      공자(나라는 대국입니다

      저들인들 어찌 예의를 모르겠습니까

 

      초왕(楚王)이 제후지례(諸候之禮)로 대접하는 것도

      하늘이 내린 천명(天命)으로 보셔야 합니다.

 

      공자께서는 절대 사양치 마시고

      저들이 권하는 술잔을 속히 받으시오

 

이 순간 중이(重耳)는 조쇠(趙衰)의 말에 얼른 상황판단 하게 되며,

(나라 신하가 내미는 술잔을 모두 받기로 하였다.

 

      중이(重耳)는 제후에 대한 예우에 세 번 사양하다가

      사헌(四獻)을 받아들이고는, 초성왕에게 감사를 드렸다.

 

초성왕(楚成王)은 흡족하게 미소지으며중이(重耳)의 인품을 매우

좋아하게 되면서, 나란히 앉아 연신 술잔을 주고받으면서천하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다. 극진한 대접은 한 달 동안이나 이어져

가면서, 두 사람은 더욱 친분을 쌓게 되었다.

 

      고난의 시간은 이제 끝이 나는가

      중이(重耳일행은 () () 나라에서

      당한 모멸감은 완전히 씻어낼 수 있었다.

 

중이(重耳일행은 초성왕(楚成王)의 극진한 대접에 감격스러워하며,

하루하루 편안히 지내게 되었으나 다만고국인 진(나라의

소식을 몰라 더욱 궁금하여지며 답답해하였다

 

      중이(重耳공자는 무얼 하시오

      내일은 교외에 나가 사냥이나 해봅시다

 

      갑갑하던 차에 좋은 말씀입니다.

      왕께서는 어디로 가려 하시는지요

      운몽(雲夢땅이 깊고 좋소!  그리 가봅시다

 

중이(重耳)는 연일 이어지는 연회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터였으므로

때맞춘 초성왕(楚成王)의 제안에 크게 기뻐하면서 가기로 하였다.

 

운몽(雲夢)은 지금의 호북성 강한평원(江漢平原)으로 운몽(雲夢),

신주(神州), 감리(監利), 형문(荊門), 종상(鐘祥, 동서 8백 리나

되며, 남북으로는 5백 리에 걸쳐 광활한 지역이면서, 울창한 산림과

더불어 늪지와 연못이 많은 땅으로 큰 짐승들이 많은 곳이었다.

 

      와 하왕이시여솜씨가 대단하십니다

      하하공자, 내가 사슴과 토끼를 잡았으나

      이제 커다란 맹수를 꼭 잡아 보이리다.

 

초성왕(楚成王)은 많은 나이에도 청장년 같은 체력과 탁월한 사냥

솜씨를 보여주며활을 쏠 때마다 정확히 맞추고 있었다.

 

      어어중이(重耳공자

      저 곰이 나에게 달려들려고 하고 있소.

 

      중이(重耳공자어서 저 곰을 쏘시오

      왕이시여잠시만 조심하십시오.

 

어느 한순간에 곰 한 마리가 나타나 초성왕(楚成王에게 달려드는

위급한 상황이었으나중이(重耳)는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왕이시여 이 몸이 앞으로 진(나라로 돌아가

      군위에 오를 수 있도록 왕께서 도와주시는데

 

      왕께 달려드는 저 곰의 앞발 오른쪽 발바닥을

      이 화살이 꼭 맞혀! 보답히게 해주십사하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였었지요

 

      와 하그렇소이까화살은 정확히

      곰의 앞발 오른쪽 발바닥을 정확히 뚫었소

      과인은 공자의 활 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하오.

 

      순간적으로 화살 두 대를 날리다니

      중이(重耳공자는 참으로 신궁(神弓이오

 

초성왕(楚成王)이 호탕하게 칭찬하자중이는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향해 소탈하게 웃으면서그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나라 신하들도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 했으며, 중이(重耳)

가신들도 오랜만에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리며 활을 쏘았다.

 

      아니저게 무슨 소린가

      왕이시여괴상한 짐승이 나타났습니다.

 

      아니무슨 짐승이란 말이냐 

      곰 같으나 곰은 아니옵고

      코가 길쭉하나 코끼리도 아니옵고

 

      머리는 수사자 같고, 발은 범 같으며,

      갈기는 멧돼지 같고꼬리는 쇠꼬리 같으며,

      몸집은 말보다 큽니다

 

      수레에 붙어있는 쇠붙이와 칼이나 창등, 모든 쇠는

      마치 지푸라기처럼 씹어 삼키고 있습니다.

 

      온몸에는 두꺼운 비늘이 덮고 있는바

      ()도 창()도 화살도 박히지 않아

      아무도 덤벼들지 못하고 에워싸고만 있습니다.

 

      허 어그쪽으로 가보자

      허허, 과연 이상한 짐승이로구나

 

      중이(重耳공자저게 무슨 짐승이겠소

      왕이시여신 조쇠(趙衰)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조쇠(趙衰)는 무장(武將)이라기보다는 학식과 인품이 높은 학자로

인정할 수 있으며,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왕이시여저것은 맥()이라는 짐승으로

      태어날 때부터 금기(金氣)를 받아,

      구리()나 쇠()나 모두 잘 먹습니다.

 

      ()이 똥을 누면 오금(五金)

      (), (), (), (), 주석(朱錫)이 나옵니다.

 

      가죽과 살이 쇠()로 굳어져 칼과 창에도 안 찔리며

      다만 콧구멍에 긴 쇠꼬챙이로 쑤시면 되나,

      가장 쉬운 방법은 불로 구우면 됩니다

 

      ()의 가죽으로 요람(搖籃)를 만들어

      그네로 타게 된다면 질병이 범접하지 못합니다.

    

(이라는 짐승에 대해 조쇠(趙衰)가 초성왕(楚成王)에게 자세히

설명하자옆에서 듣고 있던 위주(魏犨)가 호기롭게 외치며 나온다

 

      중이(重耳공자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겠소 

      공자님이 위주(魏犨)가 잡아 올리겠습니다.

 

      왕이시여이 위주(魏犨)가 비록 미약하오나.

      저 맥()을 잡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천하장사인 위주(魏犨)는 급한 성격에 우악스러운 면이 있으나,

용맹으로 따지면, 누구도 못 따라갈 만큼의 맹장(猛將)으로 봐야 한다

 

      위주(魏犨)를 지켜보던 초성왕(楚成王)은 이번 일로

      공자 중이(重耳)를 따르는 가신들의 실력을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많은 사람이 맥()을 둘러싸며 구경하고 있을 때위주(魏犨)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의 등에 펄쩍 뛰어오르며,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단도(短刀)를 꺼내 맥() 머리의 정수리를 힘껏 내려쳤다.

 

      우 워 어 어!  ()은 소 같은 울음소리를 크게 낼뿐으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며혓바닥을 한 번 날름거리더니

 

      위주(魏犨)의 날카로운 단도(短刀)와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쇠붙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삼켜버렸다

 

      빈손이 된 위주(魏犨)는 맥()의 목을 휘감아

      조르면서 혼자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빙둘러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면서 위주(魏犨)가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저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걱정하며 바라본다.

 

      이놈이 어찌 이리도 무례하냐

      네 이놈아 죽어봐야 알겠느냐

 

위주(魏犨)는 얼굴이 벌게지면서 크게 화를 내며몸을 공중으로

5척가량 치솟아 오르더니불끈 쥔 주먹으로 또다시 정수리를

내려치고는 온 힘을 다해 맥()의 목을 다시 조르기 시작한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맥()이 비틀거리자,

      위주(魏犨)는 맥()의 목을 더욱 조른다.

 

위주(魏犨)가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며 더욱 목을 조르자()

숨을 쉬려고 더욱 미친 듯이 몸을 흔들다가 펄쩍펄쩍 날뛰면서,

위주(魏犨)를 떨쳐 버리려고 몹시도 흔들어 댔다.

 

 297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