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95 화. 마지막을 기다릴 줄 아는가.

서 휴 2023. 10. 13. 16:14

 295 마지막을 기다릴 줄 아는가.

 

      굳이 예()로써 대접할 가치가 없소이다

      두 번째는 무엇을 말하고 싶소

 

      중이(重耳)가 고국인 진(나라를 떠나온 뒤로

      (나라는 늘 변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진(나라를 다스릴 인물을

      시간을 들여 키우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상경은 그 인물이 바로 중이(重耳)라는 것이오

      그렇습니다하늘은 중이(重耳)에게 시련을 주면서

      단련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중이(重耳)를 따르는 가신들의 풍모가 예사롭지

      안 사 오며, 특히 호언(狐偃)과 조쇠(趙衰등은

      당대의 영걸(英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그들이 중이(重耳) 공자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하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이(重耳)는 반드시 군위에 오를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여 공자를 박대하면 안 됩니다.

 

      아니요 !  그렇지 않소

      그자는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자요

 

      자기 아비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달아났기에

      천하 제후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상경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주공주공은 잘못 알고 계십니다.

      그것은 모두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부군인 진헌공(晉獻公)이 의심하여

      내시나 자객을 동원하여 죽이려 했으며

 

      또한동생 되는 진혜공(晉惠公)

      군위를 잃을까 봐 죽이려 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고생을 면치 못하며

      아주 불운하게 떠돌아다니게 된 것입니다.

 

      중이(重耳공자는 후덕(厚德)한 사람으로

      따르는 가신들도 모두 영걸(英傑) 입니다

 

숙첨(叔詹)은 체족(祭足)에 이어 정(나라 조정의 실권을 잡고

있는 공족(公族)이었으므로안목이 넓고 현명하다면서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도 인정하여주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숙첨(叔詹)은 경솔한 정문공(鄭文公)으로 인해, 큰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나올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재상이었다.

 

      중이(重耳공자를 함부로 대해선 안 됩니다

      중이(重耳)는 패공(霸公)이 될 자질이 있습니다.

 

      (나라에 돌아가면 군주가 될 것으로

      섭섭하게 보내면 보복이 따를 것입니다

 

      주공잘 대접을 하시던가

      아니면 차라리 죽여 버리십시오

      앞날의 후환이라도 없애야 합니다

 

      중이(重耳)는 그렇게 큰 인물이 아니오

      그저 한낱 떠돌아다니는 유랑자(流浪者)에 불과하오.

 

      그자에게 예로써 대접할 만큼 신세 진일도 없고,

      죽일 만큼 원한을 가진 일도 없소

 

      중이(重耳)의 나이가 이미 60이 넘었다 들었소.

      동생인 진혜공(晉惠公)이 버티고 있는데

      군위에 오르기에는 너무 늙어 버린 것이 아니겠소

 

      이제 다들 쓸모없는 늙은이들이 된 것이오.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두시오

 

숙첨(叔詹)은 정문공(鄭文公)을 끝까지 설득하지 못하자몹시

아쉬워하며, 길게 탄식하였다

 

이를 모르는 중이(重耳일행은 성문에서 대기하며 정문공(鄭文公)이

영접한다는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끼니도 거르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소이다.

      아무리 목이 빠지게 기다려도 안 될 것 같소

 

      여러분수문장(守門將입니다.

      그냥 돌아가시라는 전갈(傳喝입니다.

 

중이(重耳일행은 급기야 성문이 닫히고 말자모두 들 경악하고

분노하면서 몸을 떨었으나오히려 중이(重耳만은 침착하였다.

 

      아니!  안된다면 진작이나 말해줄 것이지

      온종일 굶겨가며 세워놓다니

      어찌 이리도 박절할 수가 있는 것이오?

 

      모든 나라가 송()나라와 같겠는가

      , 그만 들 참고 떠나도록 합시다

 

가신들은 미련 없이 수레를 돌리는 중이(重耳)의 뒷모습을 보며,

(나라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포기하고 천천히 따라간다.

  

정문공과 숙첨이 나눈 이야기를 수문장에게서 어렴풋이 전해 들은

중이(重耳일행은 떠도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의 괴로움 속에

살아오며이제 또 참담함과 증오심을 간직한 채 떠나가고 있다.

 

      옛날 그때는 배가 너무 고파, 참으로 어려웠었소.

      굶주림 속에 위성공(衛成公)의 괄시를 받았을 때는

      참으로 암담했었지요

 

      조공공(曹共公)의 놀림에 마음의 눈물도 흘렸으나

      이제는 정문공(鄭文公)의 괄시도 견딜 수 있소

 

      이 모두 송양공(宋襄公)의 덕분으로 넉넉하게

      지나가니 이런 화()도 참을 수가 있는 것이오

 

      공자님그렇습니다

      송양공(宋襄公)께 감사를 드려야지요

 

      공자이제 초(나라로 찾아가 봅시다.

      (나라는 어떻게 가야 하오

 

      (나라 도성인 신정(新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초(나라가 나옵니다.

 

      (나라 국경을 넘으면 완성(宛城)이 나오며

      완성(宛城)을 지나 한수(漢水)를 따라가면

      (나라 도성인 영성(郢城)에 닿게 되지요

 

      신정(新鄭)에서 영성(郢城까지는 1천여 리가 넘으며

      수십 개의 산과 강을 건너야 하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영성(郢城)은 지금의 호북성(湖北省강릉시(江陵市일대이다.

중이(重耳일행은 여러 대의 수레와 많은 말과 양식을 베풀어준

송양공(宋襄公)의 은덕에 더욱 감사드리면서 여유롭게 지나간다.

 

      초성왕(楚成王)은 우리를 정중하게 받아 줄 것인가

      아니면 정문공(鄭文公)처럼 푸대접한다면 어찌 할까

 

중이(重耳일행은 남쪽으로 쉬지 않고 가고 있으면서모두에게

이런 불안한 마음이 일었으나,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공자한 달간의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제 초(나라 완성(宛城)이 나올 것입니다.

 

      완성(宛城) 옛날 신(나라 땅이었지요.

      (나라 군주 신후(申侯)

      주유왕(周幽王)의 장인인 국구(國舅)였습니다.

 

      주유왕(周幽王)의 폭정으로 나라가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서융(西戎)을 불러들였다가

      왕실이 있는 호경(鎬京)은 불에 타버리고

      주유왕(周幽王)도 죽게 되었습니다.

 

      주유왕(周幽王)의 아들인 주평왕(周平王)

      왕실이 있는 호경(鎬京)이 몹시 피폐해졌으므로,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주(西周)의 호경(鎬京)에서 낙양(洛陽)의 동주(東周)

      천도(遷都)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나라는 초무왕(楚武王때부터 작은 나라들을 합병시키면서

막강해지자, 그 뒤를 이어받은 초성왕(楚成王) 이런 기회에

중원(中原)으로 진출하려는 큰 꿈을 실현하려 했다.

 

      초성왕(楚成王)은 신(나라를 멸망시키고,

      (나라의 신성(申城)을 새롭게 축성하여

      완성(宛城)으로 만들었으며중원(中原)에 나가는

      중요한 교두보(橋頭堡)로 삼은 것이다.

 

초성왕(楚成王)은 믿을 수 있는 영윤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아들인

투반(鬪班)에게 완성(宛城)을 맡기면서 성주(城主)로 삼았다.

 

      우리는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일행이오.

      완성(宛城) 성주를 만나고 싶소.

 

      들어오시어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곧바로 성주님께 연락하겠습니다.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나는 완성(宛城)의 성주 투반(鬪班이오.

 

      이제부터는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곧바로 도성인 영성(郢城)에 연락하겠습니다.

 

투반(鬪班)은 사자(使者)를 보내급히 초성왕(楚成王)에게 보고

하였으며파발이 되돌아오자 영성(郢城)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삼십여 명의 초군(楚軍)을 앞세워 안내하는 배려까지 하여 주었다.

 

      중이(重耳일행은 염려하던 것과는 반대로

      투반(鬪班)의 적극적인 환대를 받았으며

 

      또한영성(郢城)으로 가는 길 곳곳마다

      반갑게 맞이하여 주면서 영접도 하여 주었다.

 

중이(重耳일행은 초(나라가 야만스러운 형만(荊蠻)이라 불리는 

오랑캐 나라인 줄로만 알았다가예상했던 거와는 너무나 다르게

친절하게 영접해 주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

 

      안녕하십니까잘 오셨습니다.

      저는 초(나라 위여신(蔿呂臣이라 합니다.

 

      먼 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우리 왕께서 많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중이(重耳일행은 영접하러 나온 위여신(蔿呂臣)을 따라가며,

한수(漢水)를 남쪽으로 내려갈수록남방 특유의 풍광이 펼쳐지며

북방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으므로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296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