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93 화. 사무친 원한을 어떻게 풀까.

서 휴 2023. 10. 13. 15:02

 293 사무친 원한을 어떻게 풀까.

 

      이제 마음을 알았는데, 더 무엇이 필요하여

      그대의 가보(家寶)까지 받아야겠소

 

중이(重耳)는 그릇에서 백벽(白璧)을 건져내 희부기(僖負羈)에게

내밀며 서슴없이 돌려주자희부기(僖負羈)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할 수 없이 받아 돌아가면서도 연신 찬탄을 금치 못했다.

 

      (공자는 저렇듯 곤궁하게 떠돌며

      앞으로도 많은 고생을 할 터인데

 

      이 값진 백벽(白璧)을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되련만

      부당한 재물은 아예 탐을 내지도 않는구나

 

      크게 될 사람은 크나큰 보물도 부당(不當)하다면 

      사소(些少)한 욕심으로 생각하여 받지 않는구나.

      크게 될 인물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욕심이 앞서는 소인배의 생각으로는

      그 깊은 뜻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구나

 

다음날 새벽에 중이(重耳일행은 그렇게 푸대접에 조롱까지 하던

조공공(曹共公)에게 떠난다는 인사도 올리지 않으면서마침 찾아온

희부기(僖負羈) 10리까지 인사를 나누며 조(나라를 떠났다.

 

      우리가 옛날 책(나라를 떠날 때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떠났더라면

      (나라의 푸대접에 얼마나 서러웠겠소.

 

      공자, 조공공(曹共公)의 모욕은 씻을 수가 없습니다.

      이 모욕은 조공공(曹共公)이 되받아야 합니다.

 

      그렇소인과응보(因果應報)가 있다면

      반드시 그리되지 않겠소

 

      (나라는 잠시 스쳐 가는 곳이기에

      그저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소.

 

      역시 제환공(齊桓公)은 그릇이 컸었소

      이제 송(나라 도성 상구(商丘)로 가봅시다

 

      공자, (나라는 원래 부유하였으나

      불과 몇 개월 전에 홍수전투(泓水戰鬪)에서

      (나라에 대패하여 패전국이 되었습니다.

 

      특히 송양공(宋襄公)은 큰 상처를 입어

      아마도 병상에 누워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으므로,

()나라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계속 길을 가게 된다.

 

      전쟁에서 인의(仁義)로만 싸울 수 있겠소

      전쟁에서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것이지요

 

      , 놈의 인의(仁義)란 말이

      , 위주(魏犨)와 선진(先進)은 무조건 이기고 볼 것이오.

 

      송양공(宋襄公)이 홍수전투(泓水戰鬪)에서 이겼더라면

      좋았겠으나, 이제 맹주가 되기는 틀렸소.

     

      좋은 어짊을 잘 못써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르고 상처까지 입어

     병상에 누워있게 된 것이 그저 안타깝소.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송(나라의 국경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패전의 후유증으로 생기 없이 걸어가는 많은 백성을 보게 된다.

 

      공자님이제 송(나라에 당도하였나이다.

      조금 더 가면 상구(商丘성이 나옵니다.

 

      우리가 입국하였다는 걸 알리면

      (나라에 부담을 주는 건 아니겠소

 

      (나라 형편이 어려울 것이나

      그래도 일단 알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공자이 호언(狐偃)이 성안에 먼저 들어가

      친분이 있는 공손 고()를 만나 보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이 죽자마자, 공자들이 후계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을

때였다송양공(宋襄公)과 사마(司馬) 공손 고(), () 나라 

세자 () 호위하여임치(臨淄성안으로 들어왔었다.

 

그때 호언(狐偃)은 송(나라의 사마(司馬공손 고()를 만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두터운 교분을 쌓은 적이 있었다.

 

      사마(司馬)께서는 안녕하시오.

      호언(狐偃)이 아니시오

      허허이거 얼마 만에 만나는 것이오.

 

      연전(年前)의 불행한 사태에 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이 모두가 우리 주공의

      과욕에서 비롯된 결과이지요.

 

      중이(重耳공자께서는 어디에 계시오

      지금 성문 앞에 계십니다.

      아니어서 모시고 들어오지 않고요

 

      고맙습니다만송공(宋公)께서 병상에

      누워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려운데 들어가 부담이 되지 않겠는지요

 

      우리 주공이 부상으로 누워 계신 건 사실이오

      하지만 우리 주공께서는 늘 중이(重耳공자의

      어진 이름을 흠모(欽慕)해왔소이다.

 

      틀림없이 공자를 환영하여 후대할 것이오

      호언(狐偃)께서는 어서 공자를 모셔오십시오.

      나는 우리 주공께 공자의 입성을 알리겠소이다.

 

모두가 여러 가지로 염려하였으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송()의

사마(司馬공손 고()는 크게 환영해 주었다.

 

        7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규구(葵丘회맹 때

       제환공(齊桓公)이 관중(管仲)과 함께

       (나라 세자 소()의 앞날을

       송양공(宋襄公)에게 부탁한 바가 있었다.

 

그 일로 송()나라와 제()나라는 많은 교류를 갖게 되었으며

중이(重耳일행이 제()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으므로

제환공(齊桓公)은 중이(重耳)를 여러 번 칭찬하고 있었다.

 

이때 송양공(宋襄公)은 병석에 누워서도원한에 사무쳐 이를 갈고

있으면서어떻게 하던 훌륭한 인재를 구해반드시 원수 갚을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송양공(宋襄公)은 반드시 일어나리라

      (나라에 대한 원한은 기필코 갚고 말리라

 

      주공공손 고()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의 공자 중이(重耳일행이 제(나라를 떠나

      우리 상구(商丘성에 입성하였나이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정말로

      우리 송(나라에 찾아왔단 말인가

 

송양공(宋襄公)은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상구(商丘)에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너무나 반가워하며갑자기 벌떡 일어나려 하였다.

 

      주공정말 그러하옵니다.

      호오너무나 반가운 일이로다

 

      (공자 중이(重耳)는 영웅이라 할 수 있소.

      중이(重耳)가 나라를 얻으면 패자(覇者)가 될 것이오

 

      반드시 국군(國君)의 예로써 대접해야 하오.

      어서 빨리(공자 일행을 공관에 모시고

      국군(國君)의 예로써 칠뢰(七牢)를 준비하라

 

칠뢰(七牢) 돼지 각 한 마리를 1(라 하는데, 7()

하면, 각기 7마리씩 잡아 음식을 후하게 많이 차린다는 뜻이 된다.

  

공손 고()는 이러한 송양공(宋襄公)의 명을 즉시 호언(狐偃)에게

알리면서국군(國君)의 예()로써 대접한다는 말도 전하였다.

 

      송양공(宋襄公)이 우리를 귀하게 대접하다니

      너무나 고마운 일이로다.

 

      비록 제환공(齊桓公)이 돌아가셨지만그분이

      우리에게 대접한 걸 송양공(宋襄公)이 안 모양이오.

 

송양공(宋襄公)의 환영 연회가 끝나자다음 날 정오에 공손 고() 

공관으로 찾아와 호언(狐偃)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청하였다.

 

      지난날 제환공(齊桓公)은 어떤 대접을 하였습니까

      수레 20대에 말 80마리와 양식을 내려주셨습니다.

 

      또한공자에게 저택을 제공하시고,

      공녀를 내주어 가정을 꾸리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가신들에게도 살 집을 마련해 주셨지요.

 

      사마(司馬)께선 왜 물어보는 것이오

      아니 오별 뜻은 없소이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중이(重耳)가 머무는 공관 앞에 수레 20승이

늘어서 있으며 또한, 80마리의 말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아니이게 다 뭡니까

      우리 주공께서 내리신 선물입니다.

      지금 공자께서 머무실 저택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중이(重耳공자 일행이

      힘겹게 열국을 다니시지 마시고,

 

      우리 송(나라에 계속 머무시면

      어떠하겠냐면서 권하고 있습니다.

 

      송양공(宋襄公)의 환대에 감격합니다만

      이렇게 많은 선물은 우리에게 부담이 됩니다.

 

대접도 지나치면 부담이 된다고, 호언(狐偃)은 공손 고()에게

말하고는, 밤새 여러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공자를 이곳에 붙잡아두려는 뜻이 아닌가

      대접받다 보면 송(나라에 눌러앉게 되지 않겠는가

 

      ()의 임치(臨淄)에서 탈출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오르지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지난번 제(나라를 떠날 때 얼마나 어려웠는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로다

 

  294 나를 알아주는 자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