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92 화. 신중하지 못하면 대가를 치른다.

서 휴 2023. 10. 12. 08:13

 292 신중하지 못하면 대가를 치른다

 

조공공(曹共公)은 아첨꾼 대부 신혜우(申惠雨)의 말에 호기심이

잔뜩 생기게 되자중이(重耳일행을 공관으로 안내하게 하였다.

 

       모든 짐승의 갈비뼈를 늑골(肋骨)이라 한다.

       갈비뼈는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으며,

       사람에게는 좌우로 12개씩 늑골(肋骨)이 있다.

 

       늑골(肋骨)은 몸속의 장기(臟器)를 감싸 보호하고

       몸의 근육조직(筋肉組織)을 지지하여 준다.

 

중이(重耳일행이 공관에 안내되었으나환영 연회도 베풀어주지

않았으며조공공(曹共公)과 고위직들도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또한공관(公館)에서 대접하는 음식도 형편없었으므로중이(重耳)

일행은 푸대접받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잠시 좀 쉬었다가

그냥 떠나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공관(公館)의 욕당(浴堂)은 괜찮구나

       허, 먼 길 오다 보니 목욕하고 싶구나.

       어서 물을 데워줄 수 있겠느냐

 

중이(重耳)은 몹시 섭섭하였으나워낙 땀과 먼지로 몸이 더러워져

있었기에목욕부터 하고자 옷을 벗고 욕당(浴堂)에 들어갔다.

 

       살짝 욕당(浴堂) 문을 열어봐라

       중이(重耳)의 몸이 정말 신기하구나

       히히, 다 봤으면 나가도록 하자

 

중이(重耳)가 발가벗고 한창 목욕하고 있을 때조공공(曹共公) 

대부 신혜우(申惠雨)를 비롯한 측근들이 평복으로 변장하고, 예의도 

없이 욕당(浴堂)의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오더니발가벗은 

중이(重耳)의 알몸을 빤히 들여다보고는 낄낄거리다가 나가버렸다.

 

      여봐라저자들은 누구냐

      무엇 때문에 이곳에 들어와

      시시덕거리다가 나가버리는 것이냐

 

      공자께 정말 죄송하옵니다.

      우리나라 주공과 그 대부들입니다.

 

공관 관리가 몸 둘 바를 몰라 당황해하며 대답하자중이(重耳)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당하여, 분노와 불쾌감을 참지 못하면서

옷을 입고 나와호언(狐偃등 가신들을 불러 선언하듯 말하였다.

 

      한 나라의 군주라는 자가 어찌 저리도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더란 말인가?

 

      이곳은 더 머물 곳이 못 되도다.

      이곳을 곧바로 떠나야 하겠다!

 

호언(狐偃)은 처음에 당황했으나 욕당(浴堂)에서의 일을 다 듣고

나서는 오히려 더 길길이 뛰면서 여러 가신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버르장머리 없는 조공공(曹共公이오

      후일 공자께서 조(나라를 용서하려 해도

      저희 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을 사기(史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국어(國語모든

사서(史書들에 한결같이 실린 것으로 보아실제로 중이(重耳)

(나라에서 이러한 모욕을 당한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재상 희부기(僖負羈)는 조공공(曹共公)이 중이(重耳일행을 공관에

들게 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였으나욕당(浴堂)에서 목욕하는

중이(重耳)의 발가벗은 몸을 보았다는 말에 크게 실망하였다.

 

      아무리 어리석어도 어찌 저런 짓까지 하였는가

      우리 조(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무얼 그리 한숨을 내리 쉬세요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희부기(僖負羈)의 아내 여씨(呂氏)는 남편의 얼굴에 쑤심이 가득한

걸 보고 물었으나희부기(僖負羈)는 말하기가 거북하여 망설이다가

너무 답답해지자할 수 없이 조공공(曹共公)과 중이(重耳사이에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말해 주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었소?

      너무 창피해 말을 못 하겠소

 

      제가 오늘 낮에 잠시 성 밖에 나갔다가

      마침 진(공자 일행을 보았지요.

 

      (공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으나,

      그 가신들은 한결같이 영걸(英傑이었어요.

 

      제가 듣건대주인이 훌륭하면,

      그 신하가 훌륭한 법이고,

      그 신하가 훌륭하면 그 주인도

      훌륭하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좌받는 공자라면

      반드시 진(나라를 손에 넣을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그리되어 진(공자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른 나라를 침공하게 된다면 어찌 되겠어요

 

      이번에 조공공(曹共公)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지요

      우리 조(나라는 그 화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부인은 참으로 영명(英明하구려

      나도 그 점을 염려하던 참이었소

 

      잘못하다간 우리 가문마저 결딴이 날 일이

      벌어질까?  정말 많은 걱정이 되는 바이오.

 

      주공께서 진(공자를 가벼이 대하고 있으니

      그 화는 반드시 닥쳐올 것입니다.

 

      충성으로써 간했는데도 듣지 않는 바에야

      나중을 위해서 당신 혼자만이라도

      (공자와 우호를 맺어놔야 하겠어요.

 

      나 혼자만이라도 우호를 맺는다니

      부인그게 무슨 뜻이오

 

      (공자를 도와주는 것이지요.

      (공자 일행이 진(나라로 돌아갈 때까지는

      많은 경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곧 음식을 장만해드릴 터이니

      당신은 그릇에 귀한 옥구슬 백벽(白璧)을 감춰서

      (공자에게 백벽(白璧)을 몰래 선물하세요.

 

      그 백벽(白璧)은 선대부터 전해 오는 가보(家寶

      가보(家寶)가 어찌 가문만큼 귀하겠습니까

      아녀자의 말을 따를 때도 있어야지요.

 

      만약 진(공자가 선물을 받는다면

      그들은 당신에게서 은혜를 입는 것이며

      그들은 고맙게 생각하여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아내 여씨(呂氏)의 지혜로운 말을 들은 희부기(僖負羈)는 그제야

비로소 얼굴이 밝아지며, 저녁 음식이 되기를 기다렸다.

 

      공자저녁 식사를 하셔야지요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소

 

      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오.

      공자께서는 참으셔야 합니다.

 

      재물(財物)을 가진 게 없거나,

      권력(權力)을 손에 쥐지 못하면

      괄시(恝視)를 받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중이(重耳)는 조공공(曹共公)에게 받은 모욕이 너무나 괘씸하여,

참아내지 못하면서 저녁까지 굶어가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공자(나라 재상 희부기(僖負羈)

      찾아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어서 들라고 하여라.

 

      신 희부기(僖負羈), 주공을 대신하여

      깊이깊이 사죄드리옵니다.

 

      조공공(曹共公)이 그렇게 하라 합디까

      아닙니다혼자 생각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희부기(僖負羈)는 중이(重耳)에게 두 번 절을 하며조공공(曹共公)

무례함을 깊이 사죄하면서가져온 음식들을 펼쳐놓았다.

 

       제 부족한 성의를 다한 것입니다.

       부족하나마 드시길 바랍니다.

 

그러잖아도 저녁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던 중이(重耳)는 갑자기

찾아온 희부기(僖負羈)의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나라에도 어진 신하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소

      그대의 고마운 뜻은 잊지 않겠소.

 

      아니이게 무엇이오?

      그릇 안에 웬 백벽(白璧)이 있는 것이오

 

      이 귀한 걸 나에게 주려 하는 것이오

      다니시는 여정의 경비로 쓰시옵소서.

 

      백벽(白璧)의 빛이 정말 찬란하구려

      이걸 가지면, 일평생 편히 살고도 남을 보물이오.

 

      분명 그대 가문의 보물이 아니겠소

      공자그러하옵니다.

 

()은 둥근 옥()을 말하며그중에서 백벽(白璧)은 더욱 진귀한 

보물(寶物)에 속하였으므로그런 만큼 그 값어치도 대단하였다.

 

      白璧微瑕 (백벽미하)

      하얀 구슬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흠이 있다.

 

      白璧无瑕 (백벽무구)

      하얀 구슬에 한 점 흠도 없어 완전무결하다.

 

사기의 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과 골계열전(滑稽列傳)

나올 정도로 아주 유명한 보물이 백벽(白璧)이라고 한다.

 

      음식만으로도 과분한데 귀한 가보(家寶)까지 주다니

      고맙소그러나 고마운 마음만 받겠소이다.

 

      가지고 온 음식은 맛있게 먹겠소만,

      이 보물은 도로 가져가시오

 

      오늘의 고마운 마음은 절대 잊지 않으리다.

      재상 희부기(僖負羈)에게 두고두고 감사할 것이오.

 

      이것은 제 정성일 뿐이며다른 뜻은 없습니다.

      제발 거두어 망명 생활에 쓰시기 바랍니다

 

      알겠소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그대의 따스한 마음이지! 결코 재물이 아니오

 

 293 . 사무친 원한을 어떻게 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