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88 화.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다니.

서 휴 2023. 10. 11. 07:51

 288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다니.

 

       왕이시여(나라 사자가 왔습니다.

       그래 들라 하라

       왕이시여정문공(鄭文公) 서신을 보냈습니다.

 

       (왕께서 우리 정(나라를 구해주시어

       너무나 감사함을 비할 데가 없나이다.

 

       왕의 승전을 축하드리고자 가택(柯澤)으로

       찾아가 음식을 대접하고자 하오니

       부족하더라도 잘 봐 주시옵소서.

 

초성왕(楚成王)은 정문공(鄭文公)의 서신을 받자이에 모든 장수를

불러 모으며초군(楚軍)의 용맹함을 보이도록 준비하라고 명했다.

 

      정문공(鄭文公)이 이곳에 방문하여

      우리 군사들의 노고를 위문할 예정이다.

      우리 초군(楚軍)의 강맹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로다.

 

      이번 홍수전투(泓水戰鬪)에서 획득한 송군(宋軍)

      부괵(俘馘) 항아리와 전리품들을 잘 진열하여.

      우리의 용맹함과 위력을 크게 과시하도록 하라

 

부괵(俘馘이란 포로와 죽인 적병에게서 베어온 사람의 귀()

말하며, 당시에는 승리하였다는 증거로 귀()를 잘라 가져 갔다.

 

며칠이 지나자정문공(鄭文公)은 그의 두 부인인 미(부인과

제강(齊姜부인을 대동하고 가택(柯澤땅으로 대접하러 왔다.

 

      (부인은 초성왕(楚成王)의 누이동생으로

      일찍이 정(나라로 시집간 공녀()였으므로,

      일반적으로 문미(文哶)라 부르고 있었다.

 

      제강(齊姜부인은 물론 제(나라에서 시집온

      제환공(齊桓公)의 딸이다.

 

정문공(鄭文公)은 신정(新鄭) 성에서 싣고 온 황금과 비단을 크게

내어 초()나라 군사들을 위문해 주도록 바쳤다.

 

초성왕(楚成王)은 정문공(鄭文公일행을 맞이하여부괵(俘馘)

비롯한 수많은 전리품을 늘어놓고 보여주면서 자랑하였다.

 

      어떻소이 부괵(俘馘)과 전리품들을 보시 오

      우리 초군(楚軍)이 이만큼 용맹하오.

 

      과연 초군(楚軍)은 천하무적(天下無敵이옵니다.

      과연 우리 정(나라가 영원토록 섬길만합니다.

 

      우리 신정(新鄭성에서 연회를 올리고저 하오니 

      부디 오시 자리를 더욱 빛내어 주시옵소서.

 

정문공은 초성왕이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전리품을 과시하며

자랑하는 의도를 알아차리고얼른 좋은 말로 아첨하였다.

 

      정중하게 초청받은 초성왕(楚成王)은 다음날

      (나라 도성인 신정(新鄭성으로 들어갔다.

 

정문공은 신정(新鄭성안의 태묘(太廟)에 큰 잔칫상을 벌여놓고

초성왕(楚成王)이 찾아오자정중하게 맞이하였다.

 

       이때 정문공(鄭文公)이 초성왕(楚成王)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여 극진하게 대접하였나를 보는 것은,

       연회장에서 올린 모든 절차와 예법에서 알 수 있다.

 

       연회장에서 초왕에게 구헌례(九獻禮)를 올려

       마치 천자를 대하듯이 했다고 한다.

 

구헌례(九獻禮)는 천자(天子)가 외국이나 제후의 나라에서 보내온

사자를 맞이할 때 구빈(九賓)에 해당하는 높은 관원과 토속

유지까지 참석하게 되는 가장 성대한 의례(儀禮)식을 말한다.

 

       구빈(九賓이란(), (), (), (), 

       남(), (), 대부(大夫), ()를 말한다.    

       구헌례(九獻禮)는 구빈지례(九賓之禮라고도 하며

       고대에 있어 외교상 행해지는 가장 성대한 의식이다.

 

또한, 구빈(九賓)의 영접관이 구주(九州)의 이름순으로 도열

하였다가 호명하면 차례대로 나와 상대의 군주나 사자에게

인사하고 나서 전당으로 인도하는 의례를 말한다.  

       이때의 연회에 수백 가지 음식에 변두(籩豆

       육기(六器)까지 갖추어 벌이는 잔치로

       너무 사치하여중원의 어떤 나라도

       이렇게 큰 잔치를 벌여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변두(籩豆)는 변()과 두()를 말한다()은 굽이 높고 뚜껑이

있는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제사용 기구인데주로 과일과

마른고기를 올려놓는 데 사용한다.

 

       두()는 역시 굽이 높고 뚜껑이 있는데

       나무를 깎아서 만든 제사용 그릇으로, 주로

       식혜나 국물이 있는 음식을 담는 데 사용한다

  

육기(六器)는 작은 종지에 받침이 따르는 금동제로 만든 여섯 가지

종류의 그릇들이다.

 

      먼저 구헌(九獻이라는 예식은 주빈에게

      아홉 번의 술을 따라 올리는 예법으로,

 

      (왕실에서 왕에게만 올리는 예의에 대한

      의식이었는데정문공(鄭文公)은 이런 엄중한 의식을

      일개 자작(子爵)인 초성왕(楚成王)에게 행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잔칫상에 올려놓은 음식과 그릇 등의

      배치도 모두 왕실의 왕에게 올리는 예()에 따랐다.

 

      이러한 일들은 일찍이 어느 제후국에서도 한 번도

      행한 적이 없었던 아주 거창한 연회 의식이었다.

 

초성왕 또한자신이 주(왕실의 왕이라도 된 듯이 일체의 사양도 

하지 않았으면서올리는 예법을 그대로 흔쾌히 받아들였으므로,

초성왕(楚成王)으로써는 너무나 즐겁고 흥겨운 연회가 되었다.

 

      정문공(鄭文公)의 부인 문미(文羋)에게 두 딸이 있었다.

      큰딸은 백미(伯羋)였고작은딸은 숙미(叔羋)였다.

 

      두 딸은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처녀지만

      그 미색이 너무 뛰어나 누가 봐도 감탄하였다.

 

문미(文羋)는 친정 오라비인 초성왕(楚成王)에게 자기의 두 딸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불러내 인사를 올리게 하였다.

 

      외숙 임, 정말 반갑사옵니다.

      오호조카들이 정말 아름답구나.

      좋도다조카들은 이리 가까이 오너라.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두 딸에게 술잔을 올리게 하자한껏

기분이 좋아진 초성왕(楚成王)은 주는 대로 술을 다 받아마셨으며,

밤이 깊어져 잔치가 파하게 되자초성왕(楚成王)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누이동생인 문미(文羋)에게 넌지시 말하였다.

 

      과인이 많이도 취했도다.

      정문공(鄭文公)은 현매(賢妹) 문미(文羋)

      두 생질녀에게 과인을 전송해줄 수 있도록 하겠는가

 

      예에오라버니 알겠어요.

      애들아천천히 걸으시도록 부축해 드려라.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두 딸인 백미(伯羋와 숙미(叔羋)

데리고 초성왕(楚成王)을 모시며초군(楚軍)의 군영까지 가게 되었다.

 

      허 어이제야 다 왔구나.

      과인은 두 생질녀(甥姪女)에게 잠자리 시중을 받겠노라.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그리 알고 돌아가라

      아니 오라버니백미(伯羋)와 숙미(叔羋)는요

 

      아니둘 다 조카딸이어요

      허 어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였잖느냐

 

정문공과 문미는 초성왕에게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일을 당하게

되었으나그의 위세에 눌려 감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해괴망측(駭怪罔測)이란놀랄 해(), 기이할 괴(), 없을 망(), 

헤아릴 측()으로 헤아릴 수 없을 놀랄 만큼 기이하다.

 

      백미(伯羋)와 숙미(叔羋.

      너희들은 과인을 잘 모셔야 한다.

 

      알았느냐어서 이리 가까이 오너라.

      좋다이리 더 가까이 오너라.

      좋도다자 한 이불 속에 같이 들어가자.

 

초성왕은 조카인 두 자매를 침실로 불러들여 밤새 품고서는,

이튿날이 되자수레에 싣고 초(나라에 데려가 후궁으로 삼았다.

 

이 일이 벌어지자(나라 재상인 숙첨(叔詹)은 초성왕을 몹시

원망하였으며그의 인품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초성왕은 왜 저리 난잡하게 사는가?

      어찌 두 조카딸과 잠자리를 같이 한단 말인가

 

      우리 정(나라가 그를 천하의 패왕(覇王)으로

      받들며 극진히 대접하였건만 정말 슬프구나

      짐승 같은 짓을 우리에게 하다니.

 

      뿌린 씨앗은 시간이 지나면 거두어지게 되려니

      (왕은 그 일생을 깨끗하게 마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능히 패왕(覇王)이 될 능력을 갖추고 있건만

      자기의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는구나

 

      아쉽구나후안무치(厚顔無恥) 행동으로

      자기의 덕을 쌓지 못하니

      어찌 일생을 곱게 마칠 수 있으리오?

 

      또한그렇기도 하도다.

      초성왕(楚成王)이 비록 오라비라 하더라도 

      술 취한 남자에게 탐욕과 음욕이 생긴다는 걸

      문미(文羋)는 그때까지 모르고 살았더란 말인가

 

      화려한 연회장에 두 딸을 데리고 가선

      연거푸 술잔을 올리게 하였다니,

      이미 예견된 결과가 오지 않았겠는가

 

      이는 모두 약삭빠른 정문공(鄭文公)

      과잉충성(過剩忠誠하려다 벌어진 일이려니

      원망을 해본 들 누구에게 하겠는가

 

숙첨(叔詹)의 이런 말은 결국 덕을 쌓지 못하니, 초성왕은 끝내

천하의 패공(霸公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두꺼울 후(), 

       얼굴 안(), 없을 무(), 부끄러워할 치()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289 꿈이 이뤄질 곳으로 찾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