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7 화. 송양지인은 누구를 말하는가.
주공, 너무 위험합니다.
주공,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큰일이다.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
주공, 신 공자 탕(蕩)이 앞장서겠습니다.
아악, 허벅지에 화살이 박혔도다!
아이구야 ! 어서 뽑아라.
주공, 피가 너무 많이 솟습니다.
아니, 여기서 네가 죽는단 말이냐?
아, 초군의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가 없겠구나.
송양공(宋襄公)이 절망감에 사로잡혀 탄식하고 있는데, 저편에서
이를 본 공손 고(固)가 급하게 초군(楚軍)의 투발(鬪勃)을 따돌리고,
송양공(宋襄公)의 뒤를 쫓아 일부 군마(軍馬)를 거느리고 달려온다.
주공, 어찌 된 것이옵니까?
주공의 허벅지에서 화살을 빼냈으나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고 있습니다.
어서 헝겊으로 꽁꽁 싸매고 주공을 말에 태워라.
주공, 저를 따르십시오.
신, 사마(司馬) 공손 고(固)가 앞장서겠습니다.
공손 고固가 송양공(宋襄公)을 호위하면서 외쳐대자, 공자 탕(蕩)도
쫓아와 합세하며, 주변으로 몰려드는 초군(楚軍)을 해쳐 나가자,
그때 마침 약복이(藥僕伊)와 화수로(華秀老) 등이 급히 달려와
칼을 휘두르면서 초군 (楚軍) 의 포위망을 뚫기 시작했다.
겨우 포위망은 빠져나온 것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얼마를 그렇게 싸웠을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문관(門官)
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공자 탕(蕩)도 죽고 없었다.
약복이(藥僕伊)와 화수로(華秀老)는 주공을 모셔라.
주공, 조금 더 가야, 우리 지역입니다.
신, 사마(司馬) 공손 고(固)가 호위하겠습니다.
송양공(宋襄公) 일행은 포위망을 빠져나와 전속력으로 달아났으며
승기를 잡은 성득신(成得臣)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송군을 추격했다.
송군(宋軍)은 철저하게 대패했으며, 수많은 병장기와 병거(兵車) 등을
초군(楚軍)에게 빼앗기면서 홍수전투(泓水戰鬪)는 끝이 나게 되었다.
초군은 이미 인의(仁義)의 큰 깃발은 탈취해
크게 흔들면서 전리품으로 가져갔다.
성득신(成得臣)은 홍수전투(泓水戰鬪)로 초(楚) 나라의 명장으로
크게 소문나게 되었으며, 또한 초성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송양공(宋襄公)은 무모한 작전으로 크게 폐하게 되었으며, 또한
공교롭게도 초성왕(楚成王)이 쏜 화살이 송양공(宋襄公)의
허벅지에 박히자, 공손 고(固)가 겨우 구출하여 돌아가게 된다.
공자 목이(目夷)의 말을 듣지 않아 패했다!
어째서 목이(目夷)의 말을 듣지 않았는가?
송군(宋軍)이 초군(楚軍)에게 허망하게 무참히 패하자, 백성들이
가족을 잃은 처참한 통곡 소리가 높아지면서, 병상에 누워있는
송양공(宋襄公)의 귀를 때렸다. 그런데도 또 송양공(宋襄公)은
인의론(仁義論)을 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자는 두 번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이모(二毛)는 포로로 잡지 않는 법이다.
옛 성인들의 싸움하는 방식을 보게 되면,
적이 험지에 들었을 때는 괴롭히지 않았다.
내가 비록 망국의 상(商)나라 후손이라고는 하나,
어찌 전열을 갖추지 않은 적에게
진격의 북을 울릴 수 있게 한단 말이냐?
두 번 다치지 않게 한다 함은 부상자(負傷者)에게 다시 상처(傷處)를
입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친 사람에게 공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모(二毛) 란, 흰털과 검은 털을 가리키는 말로,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반백의 사람을 뜻하며. 즉
노병은 포로로 잡지 않는 것이 군자의 도리란 말이다.
송양공(宋襄公)은 조정의 대부들과 백성들이 계속 원망을 터트리자
또 변명하듯이 인의(仁義)에 대하여 길게 강조하고 있다.
옛 성인들은 인의(仁義)의 도리를 지켜왔소.
어떻게 하든 인의(仁義)를 지켜야 만이
천하의 패자가 될 수 있는 것이오!
적이 좁은 골짜기나 막다른 곳에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을 때는 더는 몰아붙이지 않는 법이오.
내가 비록 망한 은(殷) 나라의 후예이긴 하지만
미쳐 전열을 갖추지도 못하고 있는 적을
어찌 예의도 없이 공격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결코 군자의 인의(仁義)가 아니다.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인격은 있는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이 헛된 인의(仁義)를 펼치려다 싸움에 패하게 되면서
많은 군사를 죽게 만들었다는 뜻의 송양지인(宋襄之仁) 이라는,
말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어이없어하며 탄식했다.
그만의 궤변(詭辯) 인가, 아니면
군자의 의무(義務)이며 덕목(德目)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송양공(宋襄公)이
평소에 자주 쓰는 특유의 말솜씨란 말인가.
송양지인(宋襄之仁) 이라는, 말의 전고(典故)는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싸움에서 생겨난 것이다.
전고(典故) 라는 말은 전례(典禮)와 고사(故事)를 아울러
모두를 이르는 말이며, 지켜야 할 규범의 근거가
될 만한 옛일을 일컬어 가리키는 말이다.
송양공(宋襄公)에게 수차례 간언한 바 있던 공자 목이(目夷)는
인의론(仁義論)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하였다.
군대가 싸우는 목적은 이기기 위해서이며,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어차피 나라를 위해 군사를 쓸 바에는
적이 좋지 못할 때 쳐서 이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구좌명(左丘明)도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이러한 홍수전투의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송양공(宋襄公)의 인의론(仁義論)을 비판했다.
후세 사람들도 홍수(泓水) 전투는 송양공(宋襄公)이
괴상한 인의론(仁義論)을 지키려다, 전쟁에 크게
패하면서 끝내는 목숨까지 잃었으며,
송(宋) 나라 또한 매우 곤경에 처하게 했다면서
송양공의 어짊(仁)이 무엇이냐며 비웃었다.
이러한 홍수전투(泓水戰鬪)의 결과는 중원(中原)의 세력 판도에도
커가란 영향을 미쳤으며, 크게 셋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제환공(齊桓公)이 이룩해놓은 업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동방의 대국 제(齊) 나라와
둘째는 중원(中原) 한복판에 자리하면서
은(殷) 나라의 후예라고 자부하는 송(宋) 나라와
셋째는 남쪽으로부터 세력을 뻗치고 올라오고 있는
초(楚) 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서방(西方)에 진(秦)과 진(晉)이 있다고는 하지만
중원(中原으로 진출하려는 힘은 아직 부족한 상태였다.
초성왕과 송양공 사이에 벌어진 홍수전투(泓水戰鬪)가 벌어진 때는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중기(中期)로 접어드는 무렵이었기에
중원(中原)의 판도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다.
동방의 대국 제(齊) 나라는 후계 다툼의
어지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중원(中原)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송(宋) 나라는
비참한 패전국으로 몰락하고 있었다.
이로써 송양공(宋襄公)은 천하 패권의 다툼에서
완전히 탈락하고 말았으며, 이제 남은 것은
초성왕(楚成王)이 이끄는 초(楚) 나라뿐이었다.
초군(楚軍)의 총대장 성득신(成得臣)은 홍수전투에서 크게 승리하여,
군사들과 함께 개선가를 힘차게 부르며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 왕께서는 어디 계신가?
장수님, 왕께서는 후군을 이끌고
가택(柯澤) 이라는 곳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가택(柯澤)은 신정(新鄭) 성과 가까운 곳이 아닌가?
좋다. 방향을 돌려라. 가택(柯澤)으로 가자!
가택(柯澤)은 지금의 하남성 신정현 동남쪽 일대이다. 이 소식을
들은 성득신(成得臣)은 가택(柯澤)으로 찾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승리를 큰 소리로 정식으로 보고 하였다.
왕이시여, 송(宋) 나라를 괴멸시켰나이다.
홍수(泓水) 강까지 건너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괴멸시키다니, 정말로 용감했도다.
허허, 정말 잘 되었도다.
이제 중원(中原)까지 괴멸시켜야 한다.
우리 초楚 나라를 누가 당할 수 있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송(宋) 나라를 파하고 돌아온 초군(楚軍)과
총대장 성득신(成得臣)을 맞이하여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으며,
마치 황하 유역의 중심인 중원(中原)을 모두 점령하기라도
하였다는 듯이 기뻐하며, 기고만장(氣高萬丈) 해지고 있었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이란?
기운 기(氣), 높을 고(高), 일만 만(萬), 지팡이 장(丈).
우쭐하며 뽐내는 기세(氣勢)가 대단하다거나,
펄펄 뛸 만큼 대단히 화가 났다는 뜻도 된다.
장丈은 길이 단위로 한 장(一丈)은 약 3m에 해당한다. 이 말은
너무나 높아 만장(萬丈)의 길이만큼 기세가 올라있다는 뜻이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은 자신의 능력이나, 자기가 쌓은 성과에 비해
너무 우쭐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은 자기가 바라던 대로 일이 이루어져,
자신의 능력이나, 자기가 쌓은 성과에 비해 너무나
우쭐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스스로 자랑스러워
뽐내기 위해 힘이 잔뜩 들어가 오만하고, 방자하게 비치는 태도를
표현하는데 많이 쓰이는 말이다.
제 288 화.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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