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90 화. 중이, 긴 여정이 시작되는가.

서 휴 2023. 10. 11. 09:27

 290 중이긴 여정이 시작되는가.

 

이때 제강(齊姜)의 한 시녀가 뽕잎을 따러 갔다가우연히 가신들의

이야기를 엿듣고는 제강(齊姜)에게 쫓아가 모든 이야기를 고하였다.

 

      공주마마큰일 났사옵니다.

      가신들이 공자님을 납치해 떠나려 합니다.

 

      너는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었느냐

      상음(桑陰)에서 뽕잎 따다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나 조용히 해야 한다.

      저 아이를 뒷골방에 가둬놓아라.

 

제강(齊姜)은 말이 새 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려 생각하다가 할 수

없이 그 시녀를 죽이고 이틀이 지나자호언(狐偃)과 가신 일행이

또 찾아와 제강(齊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며 말하였다.

 

      공자께서는 일어나시었는지요

      어찌 이른 새벽에 이리 많이들 오셨습니까

 

      공자를 모시고 사냥이나 갈까 합니다.

      사냥하러 가신다고 하셨습니까

 

      (나라에서 하던 사냥을 이제 송(나라나,

      (나라로 아주 먼 사냥길을 잡으려 하는군요

 

      아니그걸 어떻게 아시었습니까

      한 시녀가 알려주었지요.

 

      비밀이 새 나가면 큰일이 나겠기에

      어젯밤에 그 아이를 할 수 없이 죽이었소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나를 따르던 착한 아인데

      참으로 모진 맘을 먹은 것이지요.

 

      이제 모두 맘 놓으세요.

      제강(齊姜정말 죄송합니다.

      몰래 떠나려 어쩔 수 없이 숨겼습니다.

 

      저도공자께 떠나도록 말씀드렸으나

      공자께선 이미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다며

 

      그냥 여기서 안락하게 지내겠다면서

      도무지 떠나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이 제강(齊姜)도 몹시 난감합니다만

      그러나 더는 미룰 수가 없다고 봅니다.

 

      내일 이른 새벽에 떠날 채비를 하고 오시면

      모시고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어언 7년이나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왔던 중이(重耳) 공자를

떠나보내려고 함에도, 여자답지 않게 이별에 대한 슬픔을 속으로

삼키면서, 담대하게 행동하는 제강(齊姜)에게 감복한 호언(狐偃)

눈물이 떨어질 듯이 비치고 있었다.

 

       부인께선 공자께서 큰 뜻을 세울 수 있도록

       규방의 정마저 끊으시니 너무나 감격합니다.

       이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호언(狐偃)은 제강(齊姜)과 주고받았던 일들을 가신들에게 모두

이야기하자. 모두 감격하며 비밀리에 떠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公子貪歡樂 (공자탐환락)

       공자는 안락한 생활을 탐하며 지내는데

 

       佳人慕遠行 (가인모원행)

       아름다운 여인은 울며 먼 길을 보내려 하는구나.

 

       要成鴻鵠志(요성홍곡지)

       사랑하는 임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生割鳳鸞情(생할봉란정)

       끊기 어려운 사랑을 떠나보내려 하네.

 

중이(重耳)는 벌써 60이 가까워지도록 늙었으나제강(齊姜)을 너무

사랑하여도무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으니참다못한 제강(齊姜)

거나한 술상을 차려놓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떠나려는 것은 공자의 포부(抱負

      떠나지 않으려는 것은 공자의 정(이로다.

 

      대장부의 큰 뜻을 어찌 정()이 이기리오.

      그러나 그 정()이 놓지를 않고 있으니

      큰 포부(抱負인들 어찌 키울 수 있으리오.

 

      이 술은 떠나려는 이별주가 아니오라.

      공자께서 끔찍이도 이 소녀를 사랑하사

 

      저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리오며

      떠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사옵니다.

 

      조촐한 술이오나(만은 좋사오니

      맘껏 즐기시며 향에 흠뻑 져져 보소서.

 

      좋도다 너무나 어여쁜 사랑을 두고

      어이 혼자서 떠나갈 수 있더란 말이냐

 

      그래 마셔보자,

      우리 같이 흠뻑 마셔 취해보자 꾸나.

 

      어화둥둥 좋도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어보자.

 

      부질없는 세월은 자꾸만 흘러가니

      대장부의 큰 뜻이 무에 소용 있겠느냐.

 

      어화둥둥 내 사랑, 좋구나좋도다.

      서방님, 어서 한 잔 더 받으시옵소서.

 

      서방님어이 이리 취하시나이까.

      밤이 짧사온데 어찌 잠만 자려 하나이까.

 

      서방님아침이 밝아오고 있사옵니다.

      서방님어서 일어나시옵소서.

 

제강(齊姜)은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공자 중이(重耳)에게 큰절을 올리며 이별을 고하였다.

 

      소녀잠드신 서방님에게 눈물 흘리며

      애달픈 이별의 절을 올리오니

      안녕히 가시어 부디 큰 포부를 이루시옵소서.

 

제강(齊姜)은 가신 일행이 문밖에 조용히 도착하자곯아떨어진

중이(重耳)를 이불과 함께 수레에 실어주었으며(나라를

도망쳐 멀리 떠나가게 하여 주었다.

 

      부인의 깊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부인 임오늘 일을 맹세코 잊지 않겠습니다.

      알겠어요어서들 빨리 가세요.

 

호언(狐偃)은 눈에서 굵은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바라보았으며,

제강(齊姜)은 기약 없는 생이별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떠나는

중이(重耳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냥 서 있었다.

 

      이제 어둠 속의 아름다운 별도 여명(黎明)에 사라지리라.

      어찌 한곳에 머물러 고인 물이 될 것인가.

 

      천하를 품기 위해 떠나는 것이로다.

      그날이 올 때까지 가고 또 가리라.

 

수레가 한참 달려가자 흔들리는 속에 술이 깬 중이(重耳)는 수레에

혼자 실려 가는 걸 깨달으며사랑하는 제강(齊姜)과 너무 아쉽게

이별하게 된 큰 아쉬움이 치밀어 올라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아니 어찌 된 일이냐

      제강(齊姜)은 어디 있느냐

      공자부인께서는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네놈들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나는 임치(臨淄)로 되돌아가겠다.

      어서 수레를 돌려라

 

      공자떠나온 지 벌써 세 식경(食頃)이나 지났습니다.

      지금쯤 제효공(齊孝公)이 달아난 것을 알고

      군사를 풀어 우리를 잡으러 뒤쫓아 올 것입니다.

 

      속히 달아나지 않으면 잡힐 수도 있습니다.

      공자님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사태를 완전히 파악한 중이(重耳)는 눈에 잔뜩 분노가 치솟더니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수레에서 뛰쳐나가며 고함을 질러대었다.

 

      네놈들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나를 천하의 떠돌이로 만들려고 하느냐

 

      나는 임치(臨淄)로 되돌아가겠다.

      다시 말하지만어서 수레를 돌려라

    

      공자우리가 무엇 때문에 공자께

      (나라와 천하를 바치려 하겠습니까

 

      너희는 진(나라와 천하를 좋아하는구나

      그러나 제(나라마저 놓치고 있지 않았냐

 

호언(狐偃)은 침착하게 설득하려 했으나중이(重耳)는 어느 사이에

위주(魏犨)의 창을 빼앗아 호언(狐偃)을 사정없이 찌르는 것이다.

 

찌르는 창이 아슬아슬하게 호언(狐偃)의 옆구리를 스치자, 위험한

사태를 직감한 호언(狐偃)은 재빨리 피하며 달아나기 시작한다.

 

       호언(狐偃), 네 놈은 외숙(外叔)도 아니다.

       네놈은 나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다

 

       공자빼앗아 가다니요

       더 큰 이상과 포부를 드리지 않습니까

 

       이놈 내 기어코 네놈의 살코기를 씹어 먹으리라.

       하하하공자께선 결코 제 살코기를 먹지 못합니다.

 

       만일 공자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저는 들판에 버려지는 시체가 되어

       들개의 먹이가 될 뿐입니다.

 

       어느 겨를에 공자에게 먹히겠습니까

       공자께서 성공하신다면

       매일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올라올 터인데,

 

       이 비린내 나고 질긴 살코기를

       어찌 먹을 마음이 생겨나겠습니까

 

중이(重耳)의 성난 모습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나

그런데 이제는 창까지 빼앗아 들고 죽을 듯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공자님, 공자께서 뛰듯이 화를 내시니

       이제 옛 모습이 돌아오신 겁니다.

 

       공자의 기가 옛날처럼 살아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이 호언(狐偃)은 이제 비로써 통쾌함을 느낍니다.

 

 291 . 중동과 변협이 무언지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