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83 화. 과욕이 웃음거리가 되는가.

서 휴 2023. 10. 6. 03:25

 283 과욕이 웃음거리가 되는가.

 

초성왕(楚成王)이 송양공(宋襄公)을 주재자(主宰者)로 추대해 주지

않으면서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있자, 각국 제후들도 난처한 듯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으로 먼저 입을 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성질 급한 송양공(宋襄公)이 참다못해 먼저 말을 하였다.

 

      오늘 이처럼 회맹을 갖게 된 것은 과인이

      방백(方伯인 제환공(齊桓公)의 업적을 계승하여

      ()나라 왕실의 권위를 높여주며,

      천하를 두루 태평하게 하기 위함이오.

 

      이에 여러 제후의 의견을 듣고 싶소

      송후(宋侯)께서 좋은 말씀을 하셨소이다.

      초성왕(楚成王)이 물어보겠소

 

      먼저 회맹을 주재할 맹주를 누구로 정하는 것이 좋겠소

      좋습니다본 송양공(宋襄公)이 먼저 말하겠소이다.

 

      관례상 공이 있으면 공이 큰 사람이 맹주가 되는

      것이겠지만, 공로가 없으면 관작으로서

      그 순서를 정하는 것이 정례라 하겠소이다.

 

      그 점엔 나초성왕(楚成王)도 찬성하오.

      (군주께서 이해해주시어 대단히 고맙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공작(公爵)이며나머지 제후들은 후작(侯爵)이거나

자작(子爵)이므로공작인 자기가 맹주 자리에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맹주가 되겠다는 의도로 말했다.

 

그런데 초성왕(楚成王)이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말을 꺼내며

송양공(宋襄公)의 의도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과인은 왕()으로 칭한 지 오래되었소

      송공(宋公)께선 관작이 공작(公爵)이 아니겠소

      어찌 감히 왕에 앞서려 하는 것이오

 

      지금부터는 과인이 맹주의 자격으로

      이번 우(땅의 회맹을 주재하겠소이다

 

초성왕(楚成王)은 말을 마치자마자유유히 중앙의 맹주 자리에

가더니 힘차게 털썩 주저앉는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은 당연히 자신이 맹주가 된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가가장 중요한 순간에 초성왕(楚成王)

      돌발적인 행동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믿었던 자에 뒤통수를 맞은 듯이 모든 게 뒤틀려 버리자,

      치솟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어 안색이 돌변했다.

 

돌변사태를 판단한 상경 목이(目夷)가 곁에 있는 송양공(宋襄公)에게

재빨리 옷 소맷자락을 잡아당겼으나그러나 기어이 참지 못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주(周) 왕실의 관작(官爵)

      고작 자작(子爵이라는 걸 알고 있소이까

 

      (군주는 제멋대로 왕호를 칭하고 있는 것이오

      어찌 가짜 왕이 진짜 공작(公爵보다 상석이란 말이오

 

      허허그대 말처럼 과인이 가짜 왕이라면

      그대는 무엇 때문에 과인을 이곳까지 청하였는가

      이 모두 과인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이 아니던가

 

      그대가 청하여 녹상(鹿常회담에 온 것은

      그대를 존중해서 여기 온 것이오!  

 

송양공(宋襄公)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급기야 목청을

높여 외쳐대자그때 초성왕(楚成王곁에 있던 성득신(成得臣)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긴말할 것 없다는 듯이 소리치는 것이다.

 

      이 일은 여기 제후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소

      제후들께서는 우리 초왕(楚王) 위해 오셨소

      아니면 송후(宋侯)를 위해 오셨소

 

여러 제후가 서로 눈치를 보며 뭐라고 막 대답을 하려는데별안간

성득신(成得臣)과 투발(鬪勃장수가 예복을 벗어 던졌다.

 

      순간 제후들이 깜짝 놀라 쳐다보니, 두 장수의

      예복 안에는 단단한 갑옷이 숨겨져 있었다.

 

      또한성득신(成得臣)이 붉은 기를 꺼내 흔들자마자

      수행원들이 모두 갑옷 차림이 되었다.

 

      또한, 이때 숨어있던 500여 군사들이 뛰어나오자마자,

      맹단(盟壇주변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모여 있던 군주들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혼비백산(魂飛魄散하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겁에 질려 대답하는 것이다.

 

      우리는 초(나라를 위해서 왔소이다.

      하하송양공(宋襄公)은 이 말을 들었소

      송양공(宋襄公) 할 말이 있거든 어서 말해보오

 

()와 진()의 군주가 초(나라 편을 들자현장 분위기는

모두 송양공(宋襄公)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으며더 나아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약속대로 병거(兵車)를 이끌고 오지 않았소

       오늘 회맹은 여기서 일단 끝냅시다

 

송양공(宋襄公)은 재빨리 몸을 돌려 맹단 아래로 내려가려 했으나,

하지만 이미 철저한 준비를 하고 온 성득신(成得臣)이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송양공(宋襄公)의 팔을 움켜잡았다.

 

       송후(宋侯)는 어딜 가려 하시오

       송후(宋侯)를 잘 모시어라

 

송양공(宋襄公)은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다가얼른 곁에 있던

목이(目夷)를 돌아보며길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그대의 말을 듣지 않다가 이 꼴을 당하는구려.

      내 생각일랑 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 나라를 지켜주오.

 

상경 목이(目夷)는 그 자리에 있어 봐야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는 재빨리 빠져나와 상구성(商丘城)을 향해 수레를 몰았다.

 

      송양공(宋襄公). 네 이놈아

      너는 제나라가 상중임에도 쳐들어가 멀쩡한 군주인

      무휴(無虧)를 몰아내고 새로 군주를 세웠으며

      회맹에 늦게 왔다고 등(나라 군주를 감금시켰다.

 

      또한(나라 증공(鄫公)을 산 채로 가마솥에 삶아

      못된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웃 나라의 제후를 자기 마음대로 죽이다니

      저 나쁜 놈을 붙잡아 감금시켜 버려라

 

모였던 제후들이 모두 깜짝 놀랐으나초성왕(楚成王)은 태연히

송양공(宋襄公)이 잘 준비해놓은 창고에서 마음껏 술과 고기를

꺼내 제후들과 함께 10일간 풍성한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우(땅에는 갑작스럽게 500()이나 되는 초()

병거(兵車들이 속속 몰려들었으며일제히 전열을 갖추었다.

 

      지금 송(나라는 군주도 없어 텅텅 비어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점령해버려라

      모두 상구성(商丘城)을 향해 진격하라.

 

초성왕(楚成王)의 명이 떨어지자송양공(宋襄公)은 결박 지어져

수레에 실려 갔으며성득신(成得臣)은 초군(楚軍)을 진두지휘하며,

(나라 도성(都城)인 상구성(商丘城)을 향해 물밀듯 쳐들어갔다.

 

      (), (), (), (), (), 다섯 군주는

      이 우(땅에서 잠시 기다려주시오

 

다섯 나라 제후들은 감히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명령대로 모두

(땅에 머물러 초성왕(楚成王)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는 송양공(宋襄公)이 상대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 

       헛된 야망이 불러일으킨 화란(禍亂)이라 할 수 있다.

 

겨우 도망쳐온 상경 목이(目夷)는 무사히 상구성(商丘城)에 당도하자,

제일 먼저 병권을 쥐고 있는 사마(司馬공손 고()를 불러들이고

(나라 우(땅의 회맹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초군(楚軍)은 반드시 쳐들어올 것이오

      사마(司馬)는 속히 방비를 세워야 하오

 

      공자엉뚱한 말인지 모르나이 공손 고()

      상경 목이(目夷)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뭔 말이오 어서 이야기해보시오

      나라에 하루라도 임금이 없어서는 아니 됩니다.

 

      공자께서 잠시 군위를 맡아 주십시오,

      그래야, 군사들이 안심하고 싸울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목이(目夷)는 정색하며 화를 내려다가 한 계책이

생각났는지공손 고()의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인가를 속삭였다.

 

      그렇습니다상경의 말씀대로 한다면

      초성왕(楚成王)은 반드시 우리 주공을

      살려 돌려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좋습니다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 길로 공손 고()는 대부를 모두 조당(朝堂)으로 불러 모으자

신료들이 무슨 일인가하고모두 모여들어 웅성거리게 되었다.

그때 공손 고()가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주공은 초(나라의 포로가 되었소.

      짐작건대주공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소.

 

      이제부터 우리는 목이(目夷공자를 군위에 올려

      이 어려운 시국을 넘어가야 할 것이오.

 

대부들은 진작부터 목이(目夷)가 어질고 현명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별다른 이견 없이 목이(目夷)를 송후(宋侯)로 추대하였다.

 

       목이(目夷)와 공손 고()가 상구성(商丘城)

       방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나자초군(楚軍)

       남쪽 교외에 이르러 진채(陣寨)를 세웠다.

 

 284 꾀가 없으면 고지식하다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