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0 화.소신없는 군주는 어떻게 되나.
이제 천하의 제후(諸侯) 들도 예전의 제환공
시대처럼 제(齊) 나라를 존중하지 않았으므로,
제환공의 화려했던 영광은 사라지게 된다.
송양공(宋襄公)은 제(齊) 나라 내분을 수습하여주면서, 세자 소(昭)를
군위에 올려세워 준 일에 관하여, 엄청나게 큰 공을 세우기나
한 것처럼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하면서 거만을 떨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나 말고 누가 패공(霸公)이 되겠는가?
제환공(齊桓公)이 주최하는 회맹(會盟)에
부친의 상(喪) 중에도 참석하였으며
그 후에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가하였노라.
이제는 본인이 회맹을 직접 소집하여
제효공(齊孝公)을 군주로 세워 줌으로써
제환공(齊桓公)의 자리를 승계받은 것이리라!
나는 어질고 옳은 인의(仁義)를 실행하는
패공(覇公)이 되어 천하를 다스릴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은 제환공(齊桓公)의 뒤를 이어, 자신이 중원(中原)의
맹주가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이제는 패공(霸公)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착각하며 권위까지 세우려 하였다.
주공, 아니 되옵니다. 작은 나라가 맹주가
되는 것은 위험하오니 자중하셔야 합니다.
이에 진심으로 위해주는 이복형인 공자 목이(目夷)가 무리한 일이며,
또한, 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들었다.
꼭, 그럴 리야 있겠소?
그렇다면 큰 나라는 다음에 부르기로 하고
우선 작은 나라들을 불러 시험해 봐야겠소.
조(曹) 나라 조규(曹葵) 땅에서
다음 달 보름날에 회맹을 갖자고
등(滕), 조(曹), 주(邾), 증(鄫), 4개국에 전하라!
송(宋)은 영토가 좁고, 군사력도 약해 대국이라 할 수 없었으므로,
무시를 당하게 되는 것을 송양공은 미처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약속한 회맹 일이 되었으나, 다만 이웃의 주(邾) 와 조(曹) 나라만이
참석했으며, 그나마 조(曹) 나라는 조공공(曹共公) 대신에 벼슬이
낮은 대부를 보내왔다.
뭐라고. 아니 이번 회맹에
조(曹)와 주(邾), 두 나라만 왔단 말이냐?
우리 송(宋) 나라를 아주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주공, 등(滕) 나라 선공등(滕宣公)이 이틀이나 지나
이제야 도착하였습니다.
가까이 있으면서 약속날짜도 지키지 못하다니
등(滕) 나라 등선공(滕宣公)을 감금시켜 놓아라.
증(鄫) 나라 증공(鄫公)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석하지 않다니 너무나 괘씸하구나.
과인은 증(鄫) 나라를 혼내주고 말리라!
송양공(宋襄公)은 증(鄫) 나라에 쳐들어가 증성(鄫城)을 포위하고는,
증(鄫) 나라 증공(鄫公)을 사로잡아 감금시켜 놓고 말았다.
나의 회맹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는다니
이건 과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
증공(鄫公)을 사로잡아 놓았으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구나!
군주가 직접 오지 않고 대부만을 보낸
조(曹) 나라를 침공하여 혼을 내주리라.
자, 이제 조성(曹城)을 포위하였으니
저 조성(曹城)을 총공격하도록 하라.
송후(宋侯) 임,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조공공(曹共公)이 사죄드리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조공공(曹共公)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자, 화가 좀
풀렸으나, 다시 패공이 될 방법을 찾고자 밤낮없이 골몰하였다.
황하(黃河)는 서쪽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내려오다가,
동쪽의 태행산맥(太行山脈) 북쪽 끝에 이르러
하수(河水) 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또, 발해만(渤海灣) 서북쪽에 접한 연(燕) 나라는
이 하수(河水)를 요수(遼水) 라고 불렀다.
결국, 모두 발해만(渤海灣)으로 흘러 들어간다.
때마침 하수(河水)의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가 되었다. 이때 이복
동생이며 간신인 공자 탕(蕩)이 송양공(宋襄公)에게 속삭인다.
주공. 대부 탕(碭) 이옵니다.
맹주가 될 좋은 묘안을 찾았는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동이(東夷)는 큰 나라이며 세력이 엄청납니다.
동이(東夷)의 힘을 빌리면 무서울 게 없습니다.
동이(東夷)는 비와 바람을 부리는 수신(睢神)을
공경하오니, 수신(睢神)에게 제사를 올린다 하면
동이(東夷)들은 좋아서 빨리 올 것입니다.
이참에 증(鄫) 나라 증공(鄫公)을 제물로 바치면
모든 사람이 우리 주공을 두려워할 것이며
모두 무서워 복종하게 되리라 봅니다 !
주공. 상경 목이(目夷) 이옵니다.
대부 탕(碭)의 말은 당치도 않습니다!
사람의 복을 빌기 위해 올리는 제사인데
사람을 죽여 올린다면 천지신명이 노합니다.
주공. 대부 탕(碭) 입니다.
천천히 패공이 되려면 덕(德)을 쌓아야 하지만
급히 되려면 위력(威力)을 써야 합니다.
대부 탕(碭)의 말이 옳도다.
증(鄫) 나라 증공(鄫公)을 가마솥에 푹 삶고
빨리 동이(東夷)를 부르도록 하라!
그러나, 목이 빠지게 그렇게 기다려도 동이(東夷)는 오지 않았다.
이에 조공공(曹共公)은 이 일을 빈정거리며 돌아가고 말았다.
저런. 괘씸한 놈 !
조공공(曹共公)이 인사도 없이 갔단 말이냐?
우리 송(宋) 나라를 하찮게 본다는 말이로구먼.
대부 탕(碭)은 조(曹) 나라를 없애버리고 돌아오라!
송양공(宋煬公)이 고함지르며 불같이 화를 내자. 공자 목이(目夷)가
극구 만류하면서. 제환공(齊桓公) 때의 일을 말해주게 된다.
주공, 제환공(齊桓公)이 회맹을 열 때는
많은 재물을 베풀며 관대한 도량으로 사람을 아꼈습니다.
주공, 넓은 아량을 베푸시면 그럴수록 우리 편이 되옵니다.
허허, 아량(雅量)이 뭐에 필요하겠소?
그저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오!
대부 탕(碭)은 조(曹) 나라에 쳐들어가 포위하였으나, 조(曹) 나라
상경 회부기(僖負羈)가 단단히 지켜내자, 3개월 동안 수차례
공략하고도, 조성(曹城)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정(鄭) 나라 정문공(鄭文公)이 초(楚) 나라에 조공을 올렸다는
소식과 또한, 장차 초성왕(楚成王)을 모시고, 노(魯), 제(齊), 진(陳),
채(蔡)의 4국 군주들과 제(齊) 나라의 경계에 모여, 회맹을
가지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鄭) 나라 정문공(鄭文公)이 초(楚)에 연락하여
제(齊) 나라의 녹상(鹿常) 땅에서 회맹을
가지려고 한다는 소식이 정말이란 말이냐?
주공, 사실이 그렇습니다.
허허, 다섯 나라가 뭉치면 당할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어느 군주가 방백으로 추대라도 된다면
과인이 맹주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
만약 공자 탕(碭)이 조(曹) 나라에 패하기라도 한다면
천하 제후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도다.
대부 탕(碭)에게 조(曹) 나라에서 빨리 철수하여
어서 빨리 돌아오라고 전하라.
그때 조공공(曹共公)도 역시 송(宋)나라가 다시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자를 보내 송양공(宋煬公)에게 용서를 빌었다.
이후로 두 나라는 예전처럼 화목하게 지내게 되었다.
대부 탕(碭)은 조(曹) 나라를 제대로 점령하지도 못하고 돌아오자,
체면을 세우려는 듯 송양공(宋煬公)에게 또 아첨한다.
동이(東夷)는 아무 기별도 없이 오지도 않는구나!
대부 탕(碭) 아,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제(齊) 나라는 크긴 하나 왕자의 난으로
많이 약해져 있으므로, 지금으로 봐서는
제일 강한 나라는 초(楚) 나라밖에 없습니다.
초(楚) 나라는 일찍부터 왕호(王號)를 칭하면서
중원(中原)으로 힘을 뻗고 있으므로
모든 제후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주공, 초(楚) 나라를 앞세우시면, 초(楚) 나라를 따르는
제후들까지 포섭할 수 있어 더욱 유리합니다.
주공께서는 먼저 초(楚) 나라에 뇌물을 보내어
우리가 제후들을 소집해 회맹을 갖고자 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부탁하면 도와줄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중원의 제후들을 규합하면
주공은 천하 패공(霸公)이 되실 수 있사옵니다.
주공, 신 목이(目夷) 이옵니다.
초(楚) 나라가 무슨 이유로 우리를 돕겠습니까?
주공, 공연한 일로 초(楚) 나라를 불러들여
공연히 전쟁이나 일어날까, 매우 우려되나이다!
대부 탕(碭)의 제안이 좋도다.
대부 탕(碭)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초성왕(楚成王)에게 승낙을 받아내라!
송양공(宋襄公)은 공자 탕(蕩)의 말에 몹시 기뻐하며, 목이(目夷)의
말을 무시하고 난 후 대부 탕(蕩)을 사자로 뽑으며, 많은 뇌물을
싣고 초(楚) 나라로 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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