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82 화. 꾀가 없으면 고지식한가.

서 휴 2023. 10. 6. 02:57

 282 꾀가 없으면 고지식한가.

 

초성왕(楚成王)은 녹상(鹿常회담을 마치고 영성(郢城)에 돌아오자,

곧바로 조례를 열어 신료(臣僚)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하였다.

 

      천하가 이제 겨우 안정되는가 하였더니

      (나라 송양공(宋襄公)이 설치는구려.

 

      신 영윤 투곡어토(鬪穀於莵이옵니다.

      송양공은 우리를 이용해 중원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속셈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송양공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제후입니다.

      어찌하여 왕께선 8월에 있을 우(땅의 회맹(會盟)

      어찌 도와준다고 선선히 서명하셨습니까

 

      하하송양공이 맹주가 되겠다며 약은 체하지만,

      어찌 과인이 그의 속셈을 알지 못하겠소

 

      과인은 이번 기회에 중원의 제후들을

      꼼짝 못 하게 해볼 작정이오

 

      왕이시여신 성득신(成得臣이옵니다

      송양공은 실속 없이 명예(名譽만을 좋아하며

      남을 잘 믿으며 어리석게도 꾀가 없는 사람입니다.

 

      왕이시여왕께서는 송(宋) 나라 우(땅에서

      송양공을 사로잡으려 하십니까

 

      그대가 그걸 어찌 알았는가

      허허허성득신(成得臣이야말로

      과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구나

 

초성왕(楚成王)은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는 말에 깜짝 놀라고 마니,

이에 성득신(成得臣)은 또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왕이시여맹주가 되고 싶어 날뛰는

      송양공을 회맹 자리에서 사로잡는다면,

 

      그걸 보는 제후들은 매우 놀랄 것이며

      우리 왕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왕이시여신 투곡오토(鬪穀於菟이옵니다.

      회맹에 모인 제후들 앞에서 사로잡는다면

      참석한 제후들이 우리를 신의가 없는 나라로 볼 것이며,

 

      신의를 잃으면 비록 맹주가 된다 해도

      덕(德)이 없어 천하를 복종시킬 수 없게 됩니다.

 

      왕이시여, 영윤의 말씀이 옳기도 합니다만송양공이

      거만을 떨면서 정하지도 않은 맹주 역할을 스스로

      한다면, 다른 제후들이 아니꼽게 보게 될 것이오.

 

      왕이시여송양공이 아주 거만을 떨 때

      사로잡아 위엄을 보이시면제후들은

      우리 왕께 감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초(나라의 이름이

      중원(中原)에 뚜렷이 세워지게 될 것입니다.

 

      왕이시여신 투곡어토(鬪穀於莵)도 성득신(成得臣)

      계책이 신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봅니다.

 

      왕이시여신 성득신(成得臣)은 영윤(令尹)의 칭찬을

      듣게 되니이제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하하두 중신이 이렇듯 서로 겸양하는 모습을 보이니

      우리 초(나라의 앞날이 매우 밝아질 것이오.

 

      좋소이번 기회에 송(나라를 점령하여

      확실하게 중원(中原)의 발판을 마련해 봅시다.

 

      왕이시여(나라를 점령하게 되면

      중원(中原)을 반 토막을 낼 수 있으므로,

      이번 회맹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옵소서

 

      모두의 생각이 그러하니이번 우(땅의 회맹을

      우리의 의도대로 잘 끌고 나가도록 해봅시다.

 

초성왕(楚成王)은 송양공(宋襄公)이 일방적으로 건방진 행동을 하자,

화가 크게 치밀어 올랐으며분풀이할 대책을 짜면서도 잘하면, 이번

기회에 중원(中原)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은근한 큰 꿈도 꾸게 된다.

 

      송양공은 상경 목이의 만류를 듣지 않으면서,

      (땅에 높은 맹단(盟壇)을 쌓으며참가할

      제후들의 공관도 여유 있게 새로 많이 지었으며,

      창고에는 곡식과 술과 고기를 가득 채워놓았다.

 

송양공(宋襄公)은 열국(列國)의 제후들에게 맹주로써 인정받겠다며,

아낌없이 물자를 내놓으며만반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8월에 우(땅에서 천하 안녕을 위해서 회맹을

      갖고자 하오니, 중원(中原)의 제후들은 빠짐없이

      우리 송()나라 우(땅에 모여주시오

  

초성왕(楚成王)은 우(땅에서 회맹을 갖자는 통지를 받게 되자

다 읽어보고는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땅은 지금의 하남성 수현(睢縣서쪽으로

        50킬로 정도 되는 곳에 있다.

 

성득신(成得臣)은 투발(鬪勃)에게 날쌘 군사 500여 명을 선발하여

단기간에 훈련 시키고회맹 장소에 숨겨놓기로 계획을 짰다.

 

      주공(나라는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오니

      병거(兵車) 200승을 대동하고 가시어야 합니다.

 

      과인은 평화 회담을 열겠다고 제의하였소.

      옛날의 제환공도 군사를 동원치 않았소이다.

 

      과인이 평화 회담을 무시하고,

      병거(兵車)를 몰고 가 대기시킨다면,

      과인 스스로 신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되오

 

      신의를 잃고서 어찌 천하 제후들을 부릴 수 있겠소.

      상경 목이(目夷)는 너무 과한 생각을 하지 마시오.

 

      주공그렇다면 회담 장소 주변에

      병거(兵車) 2백 승()을 몰래 숨겨두십시오.

      여차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병거(兵車)를 거느리고 가는 것이나,

      병거(兵車)를 숨겨두는 것이나 무에 다르오.

 

      상경 목이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초성왕(楚成王)은 과인을 신의로 대하였소.

 

      어찌 나를 속일 수 있다고만 생각하시오.   

      참가하는 나라들도 군사를 대동하지 못하도록

      하면 될 것이 아니겠소.

 

      여봐라이번 회맹에 참석하는 나라는 모두

      병거(兵車)를 몰고 와선 절대로 안 된다고 연락하라.

 

송양공(宋襄公)은 끝내 목이(目夷)의 충언을 듣지 않았으며그저

수십 명의 수행원만을 거느리고 우(땅으로 출발하자이를 본

상경 목이(目夷)는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게 되었다.

 

       아아, 우리 주공에게 큰 화가 미칠 것이로다

       주공의 욕심이 너무나 저리도 과하니,

       제후들이 어찌 참아주며 어찌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그해 8월의 회맹 일이 다가오자회담의 소집자인 송양공(宋襄公)

비롯하여(), (), (), (), (), (나라 등 일곱

나라 군후(君侯들이 차례로 송(나라 우 땅에 모여들었다.

   

      제효공(齊孝公)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도 올해 봄에 있었던 녹상(鹿常회담에서

      송양공(宋襄公)에게 멸시당해 서운한 마음이었다.

 

      주공(周公()의 후손인 노(나라는

      송(나라 따위에 고개 숙일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작용해, 노희공(魯僖公)도 참석지 않았다.

 

송양공(宋襄公)은 제효공(齊孝公)과 노희공(魯僖公)이 불참하여

마음이 상했으나조금도 내색하지 않으면서초성왕(楚成王)

비롯한 여러 제후를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환영하였다.

 

      제후 여러분이 모임은 평화의 회맹이오

      앞서 모두에게 통지하였던 바대로

      병거(兵車들을 몰고 오지 않아 너무나 고맙소.

 

송양공(宋襄公)은 제후들이 빈 몸으로 온 것을 매우 기뻐하였으며

회맹 일이 되자동녘이 밝아오기도 전에 일찍 일어나대회장에

제일 먼저 나가 제후들이 들기를 기다렸다.

 

      밝은 해가 떠오르자진목공(陳穆公), 채장공(蔡莊公),

      정문공(鄭文公), 허희공(許僖公), 조공공(曹共公)

      대회장으로 입장하였으며맨 나중에 느릿하게

      초성왕(楚成王)이 걸어오고 있었다.

 

송양공(宋襄公)은 주인의 예를 갖추면서, 여섯 제후를 맞이하여,

밝은 표정을 지으며 정중히 고개 숙이면서 읍()을 하였다.

 

       맹단(盟壇)으로 오를 차례였다.

       맹단(盟壇)으로 오르는 계단은 두 개다.

       오른쪽 계단은 손님용이고왼쪽 계단은 주인용이다.

 

송양공(宋襄公)이 제후들에게 맹단에 오르라며 손짓하자각 나라

제후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양옆으로 비켜서게 되면서

초성왕(楚成王)에게 길을 내주고 있었다.

 

      초성왕(楚成王)이 가장 먼저 맹단(盟壇)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그 뒤로 성득신(成得臣)

      투발(鬪勃장수가 바싹 붙어 따라 올랐다.

 

      이에 따라 다른 제후들도 각기 수행원

      두 사람씩을 거느리고 맹단으로 올라갔으며

 

      가장 늦게 송양공(宋襄公)이 목이(目夷)를 대동하고

      왼쪽 계단을 통해 맹단(盟壇위로 올라갔다.

 

이제부터 회맹이 시작되게 되었으므로회맹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주재자(主宰者)가 있어야 하였으므로주재자(主宰者)가 된다는

그것은 곧, 암묵적(暗默的)으로 맹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송양공은 계속 초성왕 만을 바라보면서그가

      송양공을 맹주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초성왕(楚成王)은 여전히 눈길을 딴 곳으로 돌린 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으므로 무거운 침묵만이 단상에 가득해졌다.

 

 283 과욕에 웃음거리가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