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78 화. 세상 일은 순리에 따르는가.

서 휴 2023. 10. 3. 13:44

 278 세상 일은 순리에 따르는가.

 

모든 계획을 알게 된 고호(高虎)는 그 날 밤늦게 아무도 모르게

국의중(國懿仲)을 찾아가 장차 이뤄질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우리가 무휴(無虧)를 군주로 세운 것은

      제환공(齊桓公)의 장례식을 치르고자 함이었소

      정식으로 군위에 올리고자 한 건 아니었잖소

 

      세자 소()가 송(나라 연합군과 함께 쳐들어왔으니,

      이제 우리는 세자 소()를 맞이해야 할 것이오

 

      또한도리로 따진다 해도 세자 소(쪽이 옳고,

      군사의 세를 말한다 해도 송(宋)의 연합군이 강합니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많은 관료를 살해하였고

      권세를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휘둘렀습니다.

 

      이 둘은 우리 제(나라에 환란을 가져온

      악질적인 자라 아니 할 수 없소이다

 

      이번 기회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를 제거하고

      세자 소()를 새 군주로 내세워야 합니다.

 

      세자 소()를 새 군주로 내세우게 되면, 여러 공자도

      절대로 군위를 넘보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앞으로 우리 제()태산(泰山)처럼 안정될 것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역아(易牙)가 성을 나간 기회를 틈타 먼저 시초(寺貂)

      제거하면, 역아(易牙)가 성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역아(易牙)는 그냥 저절로 처치될 것입니다.

      정말 훌륭한 계책입니다

   

고호(高虎)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심복 장사들을 동문에 매복(埋伏)

시켜놓고 시초(寺貂)의 집으로 연락병을 보내 빨리 오게 하였다.

 

      군사에 관한 중대사를 의논하고 싶소,

      지금 곧 동문(東門)으로 나와 주시 오.

 

시초(寺貂)는 원로대신 고호(高虎)가 큰일도 없을 텐데도, 중대사를

의논하자는 것은 이제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여주는 것이라면서,

기분이 몹시 좋아져 거만스레 동문(東門)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시초(寺貂)는 어서 오시 오.

      (나라가 세자 소()를 앞세워 쳐들어왔소이다.

      좋은 계책(計策)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역아(易牙)가 이미 송(나라 연합군과 맞서 싸우려

      이른 새벽에 군사를 거느리고 나갔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입니다.

 

      송양공(宋煬公)은 연합군이라 수효가 많고

      우리 군사는 수가 적은 게 걱정이 되오.

 

      이 노부는 그대의 도움을 받아 우리 제(나라의

      위기를 넘길까 하는데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그저 노 대신께서 시키는 대로 따르겠소이다.

      그렇다면 고맙소나는 그대의 목을 빌려

      송후(宋侯)에게 사죄해야겠소

 

      내 목을 빌린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이놈을 잡지 않고 뭣들 하고 있느냐

 

이때 매복하고 있던 장사들이 일제히 우르르 몰려나와 시초(寺貂)

끓어 앉힌 후 한 칼에 그의 목을 쳐서 떨어뜨렸다.

 

      임치(臨淄성문을 활짝 열어젖혀라

      일부 군사들은 시정거리를 돌아다니며 외쳐대라.

 

      백성들은 들으시오.

      원로대신 고호(高虎)의 말씀이오.

 

      세자 소()가 이미 성 밖에 와 있습니다.

      세자를 영접하려는 사람은 모두 동문에 모여주시오.

 

백성들은 원로대신 고호(高虎)가 세자 소()를 영접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뭐라고시초(寺貂)가 목이 잘렸다고 하였느냐

      주공그러하옵니다.

 

      과인이 직접 나가 적을 물리치고 난 후

      고호(高虎)와 국의중(國懿仲)을 처단하리라

 

      내시들은 속히 거리로 나가 장정들을 불러모아라

      어서들 나가 불러 모아라

 

      주공백성들은 한 사람도 응하는 자가 없습니다.

      오히려 원수처럼 증오하는 사람들뿐입니다.

 

      허 어이거 안 되겠다.

      궁궐의 호위 군사와 내시들을 모두 모이게 하라.

 

      내시들은 이제 다 모였느냐

      어서 동문으로 가자

 

무휴(無虧)가 동문을 향하다가 이미 창칼과 농기구를 든 백성들이

새카맣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백성들이 나를 마중 나왔구나

      아닙니다. 모두 세자 소()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늘어섰던 백성들은 무휴(無虧)가 탄 수레를 보자마자별안간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며무휴(無虧)의 수레를 향해 덤벼들었다.

 

      이놈들아이 수레에는 주공이 타고 계시다.

      너희들은 무례하게 굴지 말라

 

      웃기는구나누가 우리의 주공이란 말이냐

      저놈들닥치는 대로 쳐 죽여라

 

그제야 무휴(無虧)는 백성들의 마음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느끼고 재빨리

수레에서 뛰어내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휴(無虧)는 날아가는 새가 아닌지라

      그 많은 백성의 숲을 어찌 지나갈 수 있으랴

 

      결국무휴(無虧)는 백성들의 무수한 발길질과

      주먹질에 일그러지며 죽고 말았다.

 

역아(易牙)는 이른 새벽에 군사를 거느리고 임치(臨淄) 나갔으며,

동관(東關)에서 다음날()의 연합군과 일전을 벌이려 하였다.

 

      역아(易牙장수님파발입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급하게 오느냐

 

      큰일 났습니다주공 무휴(無虧)와 시초(寺貂)

      백성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더욱이 노 대신 고호(高虎)가 백성들과 더불어

      세자 소()를 영접하러 이쪽으로 오는 중이랍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도 싸움을 그만두고

      세자 소()를 맞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역아(易牙)는 군사들의 마음이 이미 변한 것을 알게 되자그는 곧

심복 부하 몇 사람을 거느리고 어둠을 틈타 노(나라로 달아났다.

 

      이곳 동관(東關)의 너희들은 어찌 된 것이냐

      역아(易牙)는 노(나라로 달아났사옵니다.

 

      상경님, 여기 남아 있는 군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좋다 (나라 군사들은 나를 따르라

 

상경 고호(高虎)는 제군(齊軍)을 이끌고 교외로 나가송후(宋侯)에게

감사드리면서 세자 소()를 영접하였으며또한 송(), (), 

(), ()의 제후들과 만나 화평(和平)을 맺었다.

 

       큰 싸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해 단단히 준비하던

       연합군은 예상 밖으로 사태가 쉽사리 수습되자

       모두 본국으로 귀환하고자 하였다.

 

송양공(宋煬公)과 연합군이 떠나려 하자, 상경 고호(高虎)  정중히

환송하고 난 후  세자 소()를 모시고 임치(臨淄성으로 가게 된다.

 

        세자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입성하는 대로 즉위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상경 고호(高虎어른정말 고맙습니다.

 

이때 임치(臨淄성안에서는 장위희(長衛姬)가 소위희(小衛姬)

비롯해 갈영(葛英)과 밀희(密姬)를 불러놓고 눈물로 호소하며

설득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선군을 받들었으며

       이번엔 장례를 치르느라 얼마나 고생하였소

 

       오히려 한 번도 곡이나 절도 하지 않은 소()

       (나라의 힘을 과시하며 이리로 온다고 하오.

 

       (나라는 분명히 ()를 군위에 올려놓고

       많은 걸 요구할 것이며 또한, 우리는

       송()나라에 속박을 당하게 될 것이오.

 

       ()는 셋째가 아니오

       이는 나이 적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을 능멸하며,

       우리 제(나라를 강탈하려는 것이오.

 

       이는 순리에 맞는 말이 아니지 않소!

       우리는 우리 세 공자 중에 한 사람을

       대신들의 추대를 받아 군위에 올려야 합니다.

 

       그리되면 우리 선공께서 이룩하신 맹주의 지위도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세자 소()에게 대항할 자들도 많소.

       우리도 각기 가병을 동원하면 적은 수가 아니오.

 

       여러분 생각해보시오.

       지금까지 우리는 세자 소()에게 대항한 것이오.

       세자 소()가 돌아오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오.

 

       이제 막 송양공(宋煬公)과 연합군이 물러갔다고 하니

       우리는 ()를 죽여 무휴(無虧)의 원수를 갚고

 

       우리 공자 중에 한 사람을 올리면 얼마나 좋겠소.

       이번 일은 여러분이 정하여 주시오.

 

       나는 무휴의 원수만 갚는다면 죽어도 한이 없소!

       여러분, 함께들 뭉쳐주시오

 

장위희(長衛姬)의 말이 떨어지자그때까지 성안에 남아 있던 공자

(), (), 상인(商人)과 이에 동조하는 무리 들이 서로 힘을

합쳐, 자기들 스스로 임치(臨淄성을 지키기로 하였다.

 

 279 누가 속이고 누가 속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