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76 화. 사건은 시간이 흘러야 수습되는가.

서 휴 2023. 10. 1. 13:09

 276 사건은 시간이 흘러야 수습되는가.

 

국의중(國懿仲)과 고호(高虎)의 말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

말문이 막혀버렸으며두 대신은 제환공(齊桓公)의 시신이 있는 궁

쪽을 바라보면서, 두 번 절하고는 크게 통곡하고 돌아가 버렸다.

 

        두 노 대신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다니

        이제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이번 일은 호랑이와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에는 힘센 자가 이기기 마련입니다.

 

        주공께서는 가만히 전좌(殿座)에 앉아 계시면

        신들이 모든 걸 해결하겠습니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자신들의 계책이 어긋나버렸으나,

무휴(無虧)를 상주(喪主)로 세우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려 하는데,

공자들이 하나같이 궁으로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공자 반()은 어디 있소

        개방(開方무슨 일이십니까

 

        세자 소(는 지금 행방불명이라 하오

        무휴(無虧)가 제 맘대로 군위에 올랐다는 소문이오.

 

        (공자도 군위에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소.

        좋습니다개방(開方임만을 믿겠습니다

 

개방(開方)은 갈영(葛英)의 소생인 반(공자를 앞세워 집안 장정과

가까운 사람들을 동원하여 궁중의 우전(右殿뜰에 늘어섰다.

 

        듣자니 반(공자가 궁중(宮中)의 우전(右殿)

        차지하고 있다고 합디다.

 

이 소식에 밀희(密姬)의 소생 공자 상인(商人)은 소위희(小衛姬)

소생인 공자 원() 찾아가 서로 제휴를 제의하자각기 집안의

무사들과 평소 양성해두었던 사병들을 불러 모아 궁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선군의 피를 받은 자식들이오.

        우리도 제(나라를 차지할 자격이 있소.

 

        우리는 좌전(左殿)을 차지하고 난 후

        무휴(無虧)와 반()의 세력에 대항합시다

 

        세자 소()가 돌아오면 양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며

        (나라를 나누어 통치합시다.

 

        좋소좋은 생각입니다.

        합세하여 서로 연락을 주고받읍시다

 

공자 원()은 좌전(左殿)에 자리하고상인(商人)은 조문(朝門)

자기 무사들을 배치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기로 하였다.

 

        동생들이 궁중 안까지 쳐들어와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동생들을 어찌 보고만 있는 것이오

        저들을 당장 쫓아내시오

 

        주공저들은 전부 문중(門中)의 사병들이라

        우리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주공우선 정전(正殿만큼은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으므로그들은 감히 조문(朝門) 밖으로 나가 공격하지 못하며,

그저 무휴(無虧)가 머물러 있는 정전(正殿만을 굳게 지키게 하는

한편세 공자의 움직임만을 살펴보며 기회만을 엿보려 하였다.

 

        (공자께서는 어쪄시려 하십니까

        나는 형들의 다툼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오

 

        나는 어머님이신 송화자(宋花子)를 모시고

        아주 먼 진(나라로 가겠소이다.

 

한편 별다른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하던 공자 옹()은 형제들의 

다툼을 지켜보면서형들의 불똥이 언제 튈지 몰라 겁을 내며

재빨리 임치(臨淄)를 떠나 먼 진(나라로 떠나가고 말았다.

이에 진목공(秦穆公)은 공자 옹()을 받아들여 대부로 임명했다.

    

        허허도대체 누구를 지지해야 한단 말이오

        잘못하다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생겼소이다.

        서로서로 몸조심하며 연락합시다

 

조정 백관들과 백성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右往左往)

하고 있었으며어떤 이는 아예 집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궁이나 조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다.

 

       네 공자가 각기 궁중 안에 진을 치고 서로 대치한 지

       어느덧 두 달이나 흘러가자보다 못한 국의중(國懿仲)

       고호(高虎)는 원로대신답게 사태 수습을 위해 앞장선다.

 

두 원로대신은 동원할 군대가 없었으므로강제로 해결시킬 방법을

고심하며 상의하다가일단 죽음을 무릅쓰고 궁궐로 가기로 하였다.

 

        공자들이 서로 군위를 차지할 생각만을 할 뿐!

        선군에 대한 장례를 치르려 하지 않으니,

        나는 죽기를 각오하고 그 일을 서두를 작정이오

 

        하지만 상주(喪主)가 있어야

        ()을 치를 수 있을 게 아니오

 

        세자가 없으니우선 장자인 무휴(無虧)에게

        상주 자리를 맡기는 것도 괜찮지 않겠소

 

        무휴(無虧)에게 상주 자리를 맡긴다는 것이오

        지금으로는 제일 나은 방법인 듯싶소이다.

 

        더 망설이지 말고 서신을 띄워 중지를 모읍시다.

        좋소다음처럼 격문을 써 연락합시다.

 

        문무백관과 관리들은 모일(某日모시(某時)

        빠짐없이 조당(朝堂앞으로 모여주시오.

 

두 원로대신은 곧 격문을 띄워두 노 대신이 입궐하는 날같이

조정(朝廷)에 들어갈 걸 권하고는자신들이 먼저 솔선하여 궁으로

들어가자모두가 그 뒤를 따라 조당(朝堂앞에 모이게 되었다.

 

        두 노 대신께서 어찌 정전(正殿)에 들어오십니까

        뒤에 많은 백관은 또 뭐하러 모인 것입니까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말씀해 주시지요

 

        공자들이 다투기만 할 뿐 양보하지 않으니

        선군의 상례는 언제쯤 치르겠다는 것이오

 

        우리는 무휴(無虧공자에게 상주가 되어 달라고

        찾아왔을 뿐이오다른 뜻은 없소

 

조당(朝堂)을 점거하고 있던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가로막다가,

그들이 찾아온 내용을 알고는 무휴(無虧)와 의논하고 맞아들였다.

 

        공자는 정전(正殿)에 앉아 무얼 하는 것이오

        그냥 그대로 앉아만 있을 것이오

 

        선군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오

        어찌 아직 입관도 하지 못 하였단 말이오

 

        죄송합니다나의 불효가 하늘에까지 사무쳤소

        나의 마음은 하루속히 장례를 치르고 싶으나,

        동생들이 저렇듯 나를 노리고 있으니

        어찌 상()을 치를 수 있겠소

 

        무휴(無虧공자는 장자이십니다.

        만일 다른 공자들이 선군의 장례식을 방해하면

        우리 두 노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무휴(無虧공자는 속히 장례 절차를 서둘러주시오

        고맙습니다두 노 대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제환공(齊桓公)의 장례를 치르기로 서로 타협이 이뤄지자그때까지

시체가 방치되어 있던 유폐(幽閉실로 모두가 가게 되었다.

 

        두 달이나 지나도록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제환공(齊桓公)의 시체는 썩을 대로 썩어

        피와 살이 다 흐무러져 있었고,

 

        썩는 냄새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며.

        시체 안팎에서는 하얀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밖으로 기어 나와 하얀 바닥을 만들고 있었다.

 

두 원로대신과 문무백관과 관리(官吏들은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구더기들이 바글바글 들끓는 처참한 광경에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몹시 민망하여 모두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제환공(齊桓公)이 병이 났을 때다섯 공자는

        각기 당파를 이루어 후계를 다투다가제환공이

        숨을 거두자 급기야는 서로 공격하였다.

 

        이 때문에 궁중이 비어감히 나서서

        제환공(齊桓公)의 시신을 입관시킬 사람이 없었다.

 

        제환공의 시신이 침상에서 67일이나 있게 되자,

        시체의 구더기가 문밖까지 기어 나왔다.

 

        12월 무휴(無虧)가 즉위하고 나서야 입관하였고

        대렴(大殮한 후 빈소(殯所)에 안치하였다.

 

이는 처참한 참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그러나 안아아(晏蛾兒)

시체는 머리에 피가 엉겨 있을 뿐으로몸이 너무나 상한 데가

없는 걸 보고는 모두가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사랑하는 충성심과 매운 절개를 보여주는 광경이라 할까.

보는 이로 하여금 새삼 탄복하게 하였다.

 

        그 날로 널을 짜고 제환공의 시신을 염(하였으며.

        또한안아아(晏蛾兒)도 염(하여 관에 넣고,

        순장(殉葬)의 절차에 따라 함께 묻어주었다.

 

무휴(無虧)를 비롯한 두 원로대신과 문무백관과 관리들과 이어서

백성들까지 모여들어 제환공(齊桓公)의 어진 덕을 기리었으며,

다 같이 죄스러운 마음이 되어 모두 대성통곡(大聲痛哭하였다.

 

        두 원로대신이 주동이 되어 장례를 치르니

        우리 형제는 다툴 명분이 없게 되었소.

 

이렇게 장례 절차를 거행하자공자 반(), (), 상인(商人)

각기 전각(殿閣) 주변에서 머물고 있다가그들도 크게 탄식하게

되었으므로, 모두 군사를 거두어들이고는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형제들의 궁중 싸움은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무휴(無虧)가 제(나라 군위를

       이어받는 것으로 보였다.

 

 277 . 능력에 넘치는 큰 꿈을 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