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72 화. 젊고 성실함에 명의가 되었다.

서 휴 2023. 9. 28. 18:20

 272 젊고 성실함에 명의가 되었다.

 

(나라의 노촌(盧村이라는 마을에 한 객사(客舍)가 있었다.

(나라 사람인 젊은이가 객사(客舍)의 종업원으로 있었으며,

그는 성은 진()이고, 이름은 완() 이며자는 월인(越人이라

하여, 사람들은 진월인(秦越人이라 불렀다.

 

        그때 허름한 옷을 걸친 손님이 간혹 객사(客舍)

        찾아와 잔소리를 하면서 괴팍하게 굴었다.

 

객사(客舍)의 주인은 괴팍한 그를 푸대접했으나진월인(秦越人)

그에게서 어딘지 비범한 기운을 느끼고예사 인물이 아니란 걸 

짐작하면서, 더욱 정성껏 대접하였다.

 

        손님께선 어서 오십시오.

        이쪽 깨끗한 방으로 드시지요?

        젊은이올 때마다 잘해줘 고맙네.

 

        사람들은 나를 장상군(長桑君이라 부르네.

        내가 좀 괴팍한데 부담스럽지 않은가

 

        아닙니다솔직한 성품이 좋습니다.

        그래만두를 곁들여 잘 익은 개고기와 술병을

        어서 들고 오게나.

 

        젊은이는 어찌하여 이리 성실한가

        어머님께서 성실해야 뜻을 이룬다고 하셨습니다.

 

        호오훌륭한 어머님이 계시는구나

        그래장차 무엇이 되고 싶으냐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오나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있도다.

        그대 심성이 퍽 갸륵하구나

 

        의술(醫術)에 비전(秘傳)의 있다는 걸 아느냐

        저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너의 뜻이 그렇다니 나의 비전(秘傳)을 전해주마.

        이것은 누구에게 말해선 절대로 안 되네

 

        시키시는 데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알겠네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게나.

 

        이것은 신약(神藥세 봉지네!

        사흘마다 새벽인 묘시(卯時)가 되자마자

 

        땅에 떨어지지 않은 이슬이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바로 받아

        약에 타서 세 봉지를 차례대로 마셔야 하네.

 

        마신 후, 한 달이 지나면 그대의 눈이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네

 

장상군(長桑君)은 가슴속에 있던 약을 꺼내 주면서 떠나고몇 달이

지나자 돌아와서는진월인(秦越人)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가지고

있던 비전(秘傳)의 의서(醫書)를 꺼내, 건네주고는 또 홀연히 떠났다.


        진월인(秦越人)은 장상군(長桑君)의 신약(神藥)을 먹고 나자

        눈이 무척 밝아졌으며이에 의서(醫書)의 내용을 읽자마자

        모두 통달하게 되었다,

 

        또한눈은 거울처럼 환해져 담장 밖에서도

        남의 집 장롱(欌籠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알아맞힐

        수 있는 정도의 신통력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진월인(秦越人)은 길을 가면서도, 가까운 사람의 몸 상태를

느낄 수 있었고진맥하게 되면 오장육부(五臟六腑)모두 샅샅이

볼 수 있어 오진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진월인(秦越人)은 노촌(盧村)에 산다며 노의(盧醫)불리었으나,

병을 고치는 수단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편작(扁鵲)에게 견주다가 아예 편작(扁鵲)이라 부르게 되었다.

 

        옛날 삼황오제(三皇五帝때의 황제(黃帝시절에

        편작(扁鵲이란 이름의 명의(名醫)가 있었다.

 

        편작(扁鵲) 죽은 사람도 살릴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춘추시대(春秋時代)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로

        의술이 뛰어난 명의를 보면 사람들은,

        편작(扁鵲)이 다시 살아왔다고 말하곤 한다.

        진월인(秦越人)도 편작(扁鵲이라 불리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105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

보면편작(扁鵲)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여기에서 편작(扁鵲)이라

불리는 사람은 물론 진월인(秦越人)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날 편작(扁鵲)인 진월인(秦越人)이 괵(나라를 지나게 되며

괵성(虢城) 밑에 당도하여 도교(道敎)의 방술(方術)을 연구하면서,

괵(虢) 나라 세자의 스승인 중서자(中庶子)를 만나게 되었다.

 

      중서자(中庶子)께선 안녕하십니까

      편작(扁鵲)께서 오랜만에 괵(나라에 오셨군요!

 

      세자께서는 열심히 공부하십니까

      세자께서는 오늘 새벽에 죽었소

 

      대관절 무슨 병으로 죽었다는 것이오

      글쎄요?  급살 병 같은데 큰일이 났소이다.

 

      세자의 병을 고치려면 잡귀를 물리쳐야 한다며 

      제사를 올리겠다고 크게 소란스럽소이다.

 

      중서자(中庶子)는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소이까

 

      세자의 병은 피가 잘 안 돌다 보니 호흡이

      일정치 않아 몸의 기()가 서로 엉키어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생긴 병이오.

 

      맑은 공기로 제어하지 못한 사기(邪氣)

      몸에 계속 쌓여, 밖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있소

 

      그래서 양()은 느려지고, ()은 급하게 된바

      갑자기 쓰러져 죽게 된 것이오!

 

      세자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소이까 

      오늘 새벽 첫닭이 울던 때라 하오.

 

      세자의 시신에 염은 하였소이까

      허어아직 안 했겠지요!

      죽은 지 아직 반나절도 안 되었소이다

 

      세자께서 불행히 돌아가셨다하나

      내가 능히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소이다

      지금 곧 만나 뵙게 해줄 수 있겠소

 

      선생은 허망 된 말을 하지 마시오

      이미 죽은 사람을 어찌 살린단 말이오

 

편작(扁鵲)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중서자(中庶子)가 오히려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면서 면박을 주려고 하였다.

 

       옛날 황제(黃帝때 유부(踰跗)라는 의원이 있었소.

       그는 한약을 달여서 짠 탕액(湯液)이나,

       묽은 술인 예쇄(醴灑이거나,

 

       돌로 만든 침인 참석(鑱石이나,

       도술(道術)로 안마하는 교인(撟引이거나

 

       몸을 주물러 피로를 다스리는 안올(案扤이나

       병독이 있는 곳에 약물을 붙이는 고약인 독위(毒熨

 

       이러한 아무것도 없이 옷을 풀어헤쳐 병세를 살폈으며,

       오장의 수혈에 따라 피부를 자르며 살을 열어,

       막힌 맥을 소통시키고 끊어진 힘줄을 이을 수 있었고,

 

       뇌수를 안마하여 가슴인 흉격(胸膈)을 씻어 통하게 하는

       황막(荒幕)을 시행하여 정신을 다스려 몸을 조정했다 하오.

 

       선생의 의술이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해 있다면

       혹시 죽은 세자를 살릴 수도 있겠으나?

 

       이런 방법을 할 수 없다면 세자를 살려낸다는 말은

       아무에게나 하지도 마시오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것이오

 

편작(扁鵲)이 중서자(中庶子)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하늘을 우러르면서 탄식하는 말을 했다.  

 

       그대는 좁은 구멍을 통해 하늘을 쳐다보는 격이며

       깨진 틈으로 아름다운 글을 읽으려는 것이오

 

       나의 의술은 맥을 짚어보거나, 얼굴빛을 살펴본다거나,

       소리 같은 것을 듣지 않고도 그 병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할 수 있소이다.

 

       병이 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음()을 미루어 알 수 있고,

 

       병이 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소이다.

 

       병의 징후는 그 표면에 드러남으로

       보기만 하면 무슨 병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편협된 이론(理論)으로 말릴 필요가 없소이다.

 

       나의 말을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하시거든.

       시험 삼아 진맥이나 보도록 말해 보시 오

 

       마땅히 세자의 귀에는 소리가 울리고,

       코는 벌렁 해져 있을 것이오.

 

       그의 두 다리를 어루만지면서 음부에 이르게 되면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을 것이오!  

       이 사실을 궁에 한번 확인해 보시 오

 

중서자(中庶子)는 편작(扁鵲)의 말을 듣더니 그의 혜안에 깜짝 놀라

궁궐 안으로 들어가 편작(扁鵲)의 말을 괵공(虢公)에게 고했다.

괵공(虢公)은 매우 놀라 궁궐 앞으로 달려 나와 편작을 반기었다.  

 

       평소에 선생의 명성을 들은 지 오래이나,

       지금까지 존안을 뵐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 괵() 같은 작은 나라를 방문해주시어

       세자의 병에 대해 말씀해 주시니!

 

       우리 괵(나라의 군주와 신하들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괵공(虢公)은 말을 미처 마치지도 못하고 한탄을 하는데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비통한 얼굴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273 병들어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