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3 화. 병들어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가.
괵후(虢侯)께선 제 말씀을 들어보시지요?
세자의 병은 소위 시궐(尸厥) 이라 합니다.
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지요!
양기(陽氣)가 음기(陰氣) 속에 들어가 위(胃)를 움직이고,
몸속에 혈압이 높아서 뛰는 경맥(硬脈)인 중경(中經)과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는 맥락(脈絡)인 유락(維絡)이
서로 얽혀 막히게 하고 있나이다.
삼초(三焦)가 오줌통 방광(膀胱) 가까이 내려앉았습니다.
위(胃)의 윗부분은 상초(上焦) 이며
중간 부분을 중초(中焦) 라 하고
방광(膀胱) 있는 아랫부분을 하초(下焦)라 하며
이를 모두 삼초(三焦)라 부릅니다.
이 삼초(三焦)가 방광(膀胱) 부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이 때문에 양맥(陽脈)은 아래로 떨어지고
음맥(陰脈)은 위에서 다투며, 회기(會氣)인
삼초(三焦)가 닫혀 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음맥(陰脈)은 위로 올라가고,
양맥(陽脈)은 몸속을 순행하여 아래로 내려와
심장은 뛰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음기(陰氣)는 바깥으로 올라가 끊어져서
음기(陰氣)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 윗부분에는 양기(陽氣)와 단절된 락맥(絡脈)이 있고
아래에는 음기(陰氣)가 끊어진 적맥(赤脈)이 있습니다.
음기(陰氣)가 부서지고, 양기(陽氣)와 끊어진 맥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에 몸은 움직이지 않고 죽은 것처럼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양(陽)이 음(陰)의 지란장(支蘭藏)에
들어가면 사람은 죽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은 다 오장(五臟)이 몸속에서
역상(逆上) 할 때 갑자기 일어납니다.
훌륭한 의원은 그 증세를 잡아내지만
평범한 의원은 의심하고 위태롭게 생각합니다.
지란장(支蘭藏)은 모든 혈맥(血脈)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며. 지(支)는
순절(順節)이고, 란(蘭)은 횡절(橫節)을 말하며, 이는 경맥(經脈)과
지맥(支脈)을 뜻한다.
자양(子陽) 아 ! 침(鍼)을 숫돌에 갈아서 가져오너라!
침을 몸의 외부에 있는 삼양(三陽)과 오회(五會)를 찔러라.
자양(子陽) 아, 이제는 세자의 입에 약을 떠 넣어라.
자표(子豹) 야 ! 오푼(五分)의 고약을 바르고
팔감(八減)의 방법으로 약제를 처방하여
번갈아 가며 두 겨드랑이 밑에 바르도록 하라.
편작(扁鵲)의 두 제자가 처치하고, 한 식경(食頃)이 지나자마자,
죽은 세자가 돌아누우며 앓는 소리를 내게 되었다.
오, 세자가 이제야 깨어나는구나!
자표(子豹) 야 ! 세자를 일으키고 등을 두들겨라.
편작(扁鵲)이 음양(陰陽)을 조절하여 20여 일 탕약(湯藥)을 먹이니
세자가 회생하여, 괵공(虢公)을 비롯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일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은 편작(扁鵲)이 죽은 사람도 능히
살려냈다고 인정하게 되면서 소문으로 멀리 퍼져 나갔다.
편작(扁鵲) 선생께선 죽은 사람도 살려내시는군요?
아니요 ! 죽은 사람은 살려내지 못합니다.
나, 진월인(秦越人) 이라고 해서
어찌 죽은 사람을 살릴 낼 수 있겠소?
그것은 당연히 살 수 있는 사람을
나, 진월인(秦越人)은 일어나게 했을 뿐이오!
선생이 오시 어, 죽은 세자가 살아났습니다!
만약 선생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계곡에 버려져 영원히 살아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편작(扁鵲)은 괵공(虢公)의 눈물 어린 칭송을 받으며, 그렇게 천하를
두루 유람하면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주고 다녔다.
그러던 때, 편작(扁鵲)은 제(齊) 나라의 임치(臨淄)에 머물게 되었다.
주공, 편작(扁鵲)이 임치(臨淄)에 왔다 합니다.
허 어, 우리 도성에 머문다니 반가운 소식이로다.
시초(寺貂) 야. 어서 모셔오도록 해라!
편작(扁鵲) 선생, 반갑소이다.
과인의 몸이 좀 어떻습니까?
군후(君侯)의 병이 살 속에 있습니다.
속히 치료하는 것이 좋겠나이다.
나는 아무 데도 아픈 곳이 없소이다!
자, 보시 오! 나는 이렇게 건강하지 않소?
편작(扁鵲)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갔다. 이에 제환공(齊桓公)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편작(扁鵲)이 이익을 탐하여, 아무 병(病)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공(功) 을 세우려 하는구나!
그 일이 있고 난 닷샛날이 되자, 편작(扁鵲)은 또다시 제궁(齊宮)으로
들어와 제환공(齊桓公)을 뵙자고 하였다.
군후(君侯)의 병이 이미 혈맥(血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제환공(齊桓公)이 역시 듣지 않자, 편작(扁鵲)은 불쾌한 표정으로
물러갔으며, 그로부터 다시 닷새가 지나자 다시 들어와 말하였다.
군후의 병이 어느새 위(胃)와 장(腸)에 이르렀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이젠 위험하나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소화도 잘되고 아무 일이 없소이다!
또 닷새가 되자 편작(扁鵲)은 제환공(齊桓公)을 배알(拜謁) 하더니,
이번에는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나가버린다.
시초(寺貂) 야. 뒤따라가 왜 그냥 가는지 물어보아라.
편작(扁鵲)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허허, 쫓아올 것 없소!
어찌 아무 말씀도 없이 그냥 가시옵니까?
굳이 물으니 알려드리겠소.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湯藥)과 고약(膏藥)으로 고칠 수 있소.
혈맥에 있는 동안에는 침(鍼)으로 고칠 수 있소.
더 나아가 위(胃)와 장(腸)에 있을 때는
약주(藥酒)로 고칠 수 있소이다.
그러나 병(病)이 골수(骨髓)에 박혀버리면
사명신(司命神)이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오!
지금은 골수(骨髓)에 들어가 있소이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물러 나온 것이오.
나는 살고자 하는 사람만 치료할 뿐이오!
동주 열국지의 원본은 당시 유행하던 도교(道敎) 사상으로 쓰였다.
도교(道敎)는 천체(天體)를 신앙하는 종교이며, 하늘의 하느님을
옥황상제(玉皇上帝)라 하였다.
민간신앙으로 믿는 도교(道敎)의 신(神)은
아래 세 가지 신(神)으로 구분된다.
1). 마을을 지켜주는 성황(城隍).
2). 북두(北斗) 칠원성군(七元星君)인 칠성(七星)
3). 무병장수와 자손의 번성을 도와 주는 조왕(竈王),
사자(死者)의 혼령은 세 가지 신(神) 들 앞에서 자신의
선행과 악행을 보고해 그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
칠성(七星)은 북두(北斗)의 칠원성군(七元星君)이며
사람의 운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사명신(司命神) 이다.
편작(扁鵲)이 제환공을 만나고 말없이 나가자, 시초(寺貂)가 뒤쫓아
부르며 멈추게 하자,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여 주었다.
제후(齊侯)와 같은 사람이 있는 까닭으로,
고치지 못하는 여섯 가지의
불치병(不治病)이 있다고 하는 것이오!
첫째, 교만방자(驕慢放恣) 한 것이 병이며
둘째, 몸을 가볍게 여기고 재물을 탐하는 병이오.
셋째, 의식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병이오.
넷째, 양(陽)과 음(陰)을 어지럽게 하여
오장(五臟)의 기운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병이오.
다섯째, 약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이미 허약한 상태를 말하는 병이오.
여섯째, 무당의 말은 믿고
의원의 말은 믿지 않는 커다란 병이 있소.
이 여섯 가지 중의 하나만 지니게 되어도
병이 중하게 되어 치료하기 힘든 불치병이 되오!
시초(寺貂)로부터 편작(扁鵲)의 말을 전해 들은 제환공(齊桓公)은
그제야 깨닫고는 시초(寺貂)를 불러 급하게 편작(扁鵲)을 찾게 했다.
시초(寺貂)는 편작(扁鵲)이 머물던 객관(客館)으로 급히 달려갔으나,
이미 떠난 지 닷새나 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좋은 의사를 만나 질병의 증상을 미리 알며
일찍 치료하게 한다면 몸이 살 수가 있다.
사람들이 근심하는 바는 병이 많은 것이며,
의원이 근심하는 것은 치료방법이 적다는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은 뒤늦게 크게 후회하였으며, 그로부터 병이도져
일어나지 못하게 되자, 편작(扁鵲)의 말을 새겨들은 시초(寺貂)는
제환공의 앞날이 머지않았음을 영악(靈惡)하게 간파(看破) 하였다.
엿새가 지나자 제환공(齊桓公)의 병세는 더욱 심해져
죽은 듯 움직이지 않으면서 누워만 있게 되었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제환공(齊桓公)이 아직 숨을 거둔 것은
아니나,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점점 더 사악(邪惡)
해지며 점점 더 대담해졌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제환공(齊桓公)이 병들어 가망이 없게
되자, 이들은 치밀한 계획을 짜고는 궁문(宮門) 앞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환공(齊桓公)의 전지(傳旨)가 적힌 패(牌)를 세워놓았다.
과인이 이제 심한 병으로 자리에 누웠으니
당분간 나랏일을 돌보지 못하게 되었노라.
모든 신하에게 궁중 출입을 일절 금하노라!
시초(寺貂)는 궁문(宮門)을 굳게 지키고,
역아(易牙)는 시위대(侍衛隊)를 거느리고
위반하는 자가 없도록 순시하라!
급한 정사는 글로 적어 올리고
과인의 병에 차도가 좋은 날 조정에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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