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74 화. 내 죽은 뒤의 혼란을 어찌하랴.

서 휴 2023. 9. 30. 06:04

 274 내 죽은 뒤의 혼란을 어찌하랴.

 

제환공(齊桓公)이 평소에 너무나 아꼈던 시초(寺貂)와 역아(易牙),

그 고마움을 모두 안면몰수(顔面沒收하였으며, 제환공(齊桓公) 

주변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단속(團束) 하였다.

 

이들은 장위희(長衛姬)의 아들 무휴(無虧)와 세자 소(昭) 만을 궁중에

남기고모든 공자를 궁에서 몰아내며중신(重臣들의 출입도 막았다.

 

      이들은 오르지 무휴(無虧)를 군주로 세우려고

      국정을 농단하기 시작했다.

 

제환공 곁에서 시중들던 사람들도 궁 밖으로 모두 쫓아내 버렸으며

다 죽어가는 제환공을 한곳 방에 옮겨 유폐(幽閉시키고 말았다.

 

더구나유폐(幽閉시킨 곳을 사방으로 3(높이로 높은 담을

쌓아버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게 유폐(幽閉실로 만들었으므로,

담장 안과 밖은 딴 세상이 되고 말았다.

 

       다만 담 밑에 작은 개구멍 하나를 뚫어놓아,

       어린 내시(內侍)가 조석(朝夕)으로 드나들며,

       제환공(齊桓公)의 생사만을 확인하게 하였다.

 

제환공(齊桓公)이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처음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첫 패공(霸公)이 되었지만자식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너무나도

우유부단(優柔不斷하게 대처하여 스스로 불행을 겪게 된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이 혼인(婚姻)하게 되면서

      세 명의 정실부인(正室夫人)이 있었다.

 

      서희(徐姬)와 왕희(王姬)는 일찍 죽고,

      채희(蔡姬)는 일찍  쫓아내 버렸으므로,

      제궁(齊宮)에는 여섯 부인의 후실(後室)이 있었다.

 

여섯 후실(後室이란장위희(長衛姬), 소위희(小衛姬), 정희(鄭姬), 

갈영(葛英), 밀희(密姬), 송화자(宋花子)를 말한다.

 

세 명의 정실부인(正室夫人)에서는 아들을 보지 못하였고여섯

후실에서 차례로 여섯 아들을 보게 되자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장위희(長衛姬)는 제환공(齊桓公)을 가장 오랫동안

      모셨으므로, 당연히 내궁 내의 위치가 제일 높았으며

      그 아들 무휴(無虧)도 공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제환공(齊桓公)은 첫 번째 후실(後室)인 장위희(長衛姬)가 처음으로

아들인 무휴(無虧)를 낳자 너무 기뻐하였으며첫아들 무휴(無虧)

세자로 삼으려 하였다가후실(後室들이 차례로 아들을 낳게 되자

점차 망설이게 되었다.

 

제환공(齊桓公)은 아들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셋째 부인 정희(鄭姬)

아들인 소()가 제일 똑똑하다는 걸 알고는 뒤늦게 세자로 정했다.

 

      그때 세 번째 공자인 세자 소() 너무 어렸으므로

      제환공과 관중은 소()의 안위(安危)를 걱정하여

 

      규구(葵邱회맹(會盟때에 예의 바르고 젊은

      송양공(宋襄公)에게 소()의 앞날을 부탁한 바 있었다.

 

시초와 역아는 포숙아(鮑叔牙)가 죽자제환공 만을 감싸고 돌면서,

모든 실권을 장악하였으며또한 오래전부터 장위희(長衛姬)

한편이 되어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므로, 세자 소()를 죽이고

공자 무휴(無虧)를 후계자로 세우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자인 소위희(小衛姬)의 아들 원()

      야심이 많은 사람으로 늘 제환공 주변을 맴돌며

      자신이 세자가 되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한편 위(공자 개방(開方)은 갈영(葛英)의 아들이며

      공자인 반()과 매우 가깝게 지내면서,

      그를 세자로 세우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제공자 상인(商人)은 천성이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여, 제법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심을 얻었다.

 

      더욱이 그의 어머니 밀희(密姬)가 제환공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고 있었으므로공자 상인(商人역시

      세자 자리를 엿보며 노리고 있었다.

 

      다만 송화자(宋花子)의 아들인 제공자 옹(만이

      자기 분수를 알아차리고 딴 뜻을 갖지 않았다.

 

이리하여 옹()을 제외한 다섯 공자는 각기 당()을 세우면서

자신의 세력을 넓혀 가기위해 치열한 암투를 계속 벌리고 있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물 좀 가져오너라

 

유폐(幽閉되어 캄캄한 밀실이나 다름없는 침상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제환공(齊桓公)이 혼미한 상태로 잠만 자다가 오랜만에 깨어나

두리번거리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여러 번 시종을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자, 일어나려 해도 몸을 일으킬 힘조차 없었다.

 

       배가 몹시 고프구나

       어서 죽이라도 가져오너라

       허 어 아무도 없느냐

       뜨거운 물이라도 한잔 가져오너라

 

힘없는 고함(高喊)을 여러 번 질러도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퀭한 눈동자는 캄캄하고 조용한 유폐실(幽閉室)의 허공(虛空만을

맴돌 때이때 쿵 하며 담벼락을 넘어 한 사람이 떨어졌다.

 

제환공(齊桓公)은 힘없고 퀭한 눈을 들어 뚝하고 떨어진 사람을 보자,

그래도 반가워서 가까이 오라 손짓하며 힘주어 말하여 불렀다.

 

       오오너는 누구냐

       주공을 하룻밤 모신바 있는

       소녀안아아(晏蛾兒라 하옵니다.

 

       물이라도 마실 수 있겠느냐

       물이라도 한 모금 다오목이 몹시 타는구나       

       배가 몹시 고프구나먹을 것을 좀 갖다 다오

 

       주공애석(愛惜하고 안타깝사옵니다.

       주공어디 가서 가져오라 하시나이까

 

       어째서 안 된다고만 하느냐

       주공진정 모르셨사옵니까

 

       시초(寺貂)와 역아(易牙)가 변란을 일으켰사옵니다.

       모든 궁문(宮門)의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 침상 주변에 3장이나 되는 높은 담마저 둘러쳐

       높은 담벼락을 뛰어넘을 수도 없사오며

       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하옵니다.

 

       주공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어

       아무것도 가져올 수가 없사옵니다

 

       너는 어떻게 여길 들어왔느냐

       첩은 주공의 은혜를 잊지 못하여

       목숨을 걸고 몰래 겨우 담을 넘어왔습니다.

 

       주공께서 세상을 떠나시는 모습이나마

       잘 지켜드리고자 넘어온 것입니다

 

       세자 소(는 어찌 되었느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일당이 침궁(寢宮)을 막아

       배알(拜謁)도 못 하고 있사옵니다.

 

       그 두 놈이 그렇게 나쁜 놈이더란 말이냐

       그런 놈들을 지금까지 믿고 있었다니

 

       중보(仲父)는 과연 성인이었구나

       내 어찌 그의 말을 듣지 않았을꼬

 

       내가 그의 말을 들어 천하의 패공(覇公)이 되었고,

       내가 그의 마지막 말을 듣지 않아

       이렇듯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하늘이시여하늘이시여

       이 소백(小白)이 이렇게 처참히 죽어야 합니까

 

제환공(齊桓公)은 퀭한 눈을 크게 뜨면서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연거푸 부르짖더니마침내 입에서 붉은 피를 토해 내고 말았다.

  

       주공고정(考正하시옵소서

       아아부끄럽구나.

       내가 죽어서 어이 중보(仲父)를 만날 고

 

      내가 사랑했던 계집이 여섯이며,

      사내 자식이 열댓 명이나 되건만,

      지금 내 눈앞에는 단 하나도 없구나

 

      안아아(晏蛾兒야 !  네가 혼자서

      나의 죽음을 전송(餞送할 줄 어찌 알았더냐

 

      이럴 줄 알았더라면 평소 너를 아끼고

      너를 더욱 사랑하였어야 하였거늘

       부끄럽구나부끄럽도다

 

      주공께서는 자중(自重하십시오

      주공께서 불행한 일을 당하시면 첩 또한

      목숨을 끊어 주공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내가 죽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만이로되,

      죽어서도 아는 것이 있다면

      내 무슨 면목으로 저승의 중보(仲父)를 대할꼬

 

      주공께서는 부디 몸을 보중하옵소서

      주공께서 돌아가신다면 제가 죽음으로써

      황천(黃泉) 가시는 길에 동행하여 드리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캄캄한 유폐실(幽閉室)에서지난날 관중(管仲)

유언(遺言)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걸 몹시도 후회(後悔)하고 후회했다.

 

      제환공(齊桓公)의 퀭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안아아(晏蛾兒) 함께 눈물 흘리며 말없이 옷소매로

      닦아드리자마침내  제환공(齊桓公)은 원통(寃痛

      하면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죽기를 각오한 안아아晏蛾兒)는 정성을 다하여 제환공(齊桓公)

임종(臨終)을 보살펴 주었고자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으며, 마침

곁에 있던 큰 부채 봉선(鳳扇)을 가져다 시신(屍身)을 가려주었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아무도 오지 않는구나

      염(殮) 이라도 해드려야 하는데 어쪄지요?

    

      주공, ()하는 것은 아녀자의 일이 아니옵니다. 

      주공의 영혼(靈魂)은 멀리 가지 마소서.

      이제 첩이 주공을 모시고 가겠나이다.

 

안아아 (晏蛾兒)는 모든 수습이 끝나자마지막으로 큰 소리를 내며

통곡하고는담벼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죽고 말았다.

 

 275 . 자식들은 군위 쟁탈만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