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68 화. 없는 사람은 처참한 괄시도 받는가.

서 휴 2023. 9. 26. 14:41

 268 . 없는 사람은 처참한 괄시도 받는가.

 

중이(重耳일행은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급하게 마음이 변해버린

위문공(衛文公때문에더욱 허기진 배를 움켜줘야만 했다.

 

      위문공(衛文公결코오늘을 잊지 않으리라

      위문공(衛文公)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소

 

모두 성벽을 따라 걷다가, 위주(魏犨)가 분한 맘을 도저히 참지 못해

멈추면서 중이(重耳)도 들으라며 큰소리로 외쳐대었다.

 

      들어오라 나가라 배고픈 우리를 놀려대다니

      이 나쁜 놈들을 쳐들어가 부숴버립시다.

 

      나 위주(魏犨혼자라도 위(나라를 박살 내겠소

      아예 위(나라를 빼앗아버리겠소

 

위주(魏犨)와 선진(先軫)은 중이(重耳)의 가신단 중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27세의 젊은이로 서슴없이 화를 낼만도 하였다.

 

      공자()이 때를 만나지 못하면한갓

      지렁이로 보이오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그러나 배고 품을 어찌하오

      공자님조금만 참아보십시오.

      좋은 방법이 나올 겁니다

 

위주(魏犨)가 불만이 가득하여 불같이 화를 내며 쫓아갈 듯이 하자,

중이(重耳)는 허기져 있음에도 빙그레 웃으면서 점잖게 말한다.

 

      공자님(나라는 손님에 대한 예를

      지키지도 않고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촌가를 약탈해서라도 먹을 것을 구하겠습니다.

 

      남의 물건을 강제로 빼앗는 자는 도적이오

      우리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도적질하면

      후일 무슨 낯으로 천하 영웅들을 대할 것인가

      위주(魏犨)는 조금 참도록 하라.

 

위문공(衛文公)은 적족(狄族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했으므로

중이(重耳일행을 차갑게 대하였으나그러나 그는 예의를

경솔하게 함으로써다음에 큰 보복을 당하게 된다.

 

      초구성(楚丘城)에서 더욱 배가 고파진 중이(重耳일행은

       5일간이나 겨우 걸어갔으며,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청평현(淸風縣서북쪽인 오록(五鹿땅에 당도하였다.

 

아침에 물 한 모금 마신 중이(重耳일행은 해가 어느덧 중천에

떠서 정오가 되었는데때마침 농부들이 논둑에 둘러앉아 한참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는 광경을 만나게 된다.

 

      밥을 좀 얻어 보구려.

      공자님알겠습니다.

 

      무슨 일러 우리에게 왔소?

      우리는 진(나라 사람들이오.

      지금 제(나라로 가는 길이외다.

 

      외람되오나 길은 멀고 양식이 없어

      며칠째 굶으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안 먹어도 좋습니다만우리 공자께서

      몹시 시장하시니 적으나마 밥을 청합니다.

 

      아니대장부들이 일해 먹을 생각을 해야지

      보기에도 멀쩡한 사람들이 어찌 거지꼴로

      얻어먹을 생각부터 하는 것이오

 

      우리는 일하는 농부들이외다.

      배불리 먹어야 일을 하니 내줄 밥이 없구려.

 

      허 참몹시 안 됐소

      자이 흙으로 농사지어 밥을 해 잡숴 보구려

 

호언(狐偃)이 가까이 다가가 밥 한 그릇을 간절히 부탁하자이를

본 농부는 중이(重耳공자 일행이 남루한 거지 떼로 보였는지,

한참을 빈정거리면서 빈 밥그릇에 흙을 가득 담아 내밀었다.

중이(重耳공자와 위주(魏犨)가 참다못해 큰 소리로 외쳤다.   

 

      촌 농부 놈이 이다지도 모욕을 주느냐

      (나라는 위, 아래로 나를 모욕하는구나

 

      저놈들을 업어놓고 볼기를 치리라

      잠깐공자께서는 참으십시오.

 

      공자님저놈들의 밥을 모조리 빼앗아버리겠습니다.

      위주(魏犨)는 잠시 참도록 하라.

      어찌 강도가 될 수 있겠는가

 

      공자님그렇습니다.

      강도가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공자님밥을 얻기는 쉬우나

      흙을 얻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흙을 준 것은 고맙게도 장차

      나라를 얻으라는 큰 뜻이 들어있습니다.

 

      이 흙은 하늘이 내려주신 보물입니다.

      공자께서는 오히려 저 농부에게 절을 올려야 합니다.

 

중이(重耳)가 높이 추켜올렸던 채찍을 내던지자호언(狐偃)은 자기를

조롱하던 농부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를 본 가신들 모두가 호언(狐偃)의 뒤를 이어

       농부에게 무릎을 꿇자살벌했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엄숙하게 변해버리고 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농부는 얼이 빠졌으며중이(重耳일행이 멀리

간 다음에도 멍한 눈길로 바라보자다른 농부가 말한다.

 

      정말 미친놈들이로구나

      너무 굶어 돌았나 보구려

 

그러나 중이(重耳)는 농부에게서 받은 흙을 버리지 않고언젠가

이뤄낼 천하 패업(覇業)의 꿈처럼 소중히 간직하며 떠나간다. 이에

후세의 한 시인이 이 일을 두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은 바 있다.

 

       土地應爲 國本基 (토지응위 국본기)

       토지는 나라의 근본이라.

 

       皇天假手 慰艱危 (황천가수 위간위)

       하늘이 농부의 손을 빌려 위로하도다.

 

       高明子犯 窺先兆 (고명자법 규선조)

       지각 있는 사람은 그 징조를 알았으나

 

       田野愚民 反笑痴 (전야우민 반소치)

       어리석은 농부는 오히려 비웃었구나.

 

호언(狐偃)은 중이(重耳)가 몹시 화를 내자 마음을 느긋이 풀어주며

처참한 지경에서도 보통 사람의 생각을 뛰어 넘어,  앞날을 상상하게

하면서또다시 굳은 결심을 만들어 나가게 하는 지혜를 발휘하였다.

 

허기진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또다시 한 동안을 걷게 되자,

모두 정신이 몽롱하여져 더는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맨 먼저

중이(重耳) 비틀거리면서 일행을 돌아보며 힘없이 말하였다.

 

      잠시 나무 밑에서 쉬었다 갑시다.

      공자님그리하소서.

 

호모(狐毛)는 지칠 대로 지친 중이(重耳)에게 무릎을 내주어 눕게

하면서마치 위로하기라도 하는 듯이 말하여 주었다.

 

      조쇠(趙衰)가 호찬(壺饌)을 조금 남겼을 겁니다.

      며칠이 지났는데 호찬(壺饌)이 있기나 하겠나.

 

      허 어위주(魏犨)가 말하겠소

      호찬(壺饌 병에든 죽)이 조금 있다고는 하나

      자기 먹기도 바빠 벌써 먹어 치웠을 겁니다

 

      위주(魏犨) 너라면 혼자 먹어 치웠을 테지만,

      조쇠(趙衰)는 그럴 리가 없는 분이다.

 

      선진(先軫, 내 참좀 두고 봐라

      위주(魏犨) 헛수고하지 말고 고사리나 캐러 가자.

 

뒤늦게 온 조쇠(趙衰)가 호찬(壺饌)을 내놓았으나중이(重耳)

기어이 받지 않으면서 끝까지 양보하였다,

 

      공자께선 이 호찬(壺饌)을 받으시오.

      아니호찬(壺饌)을 지금까지 남겨두고 있었소

 

      그대도 배가 고프지 않소

      공자님어서 드십시오.

      아니요그대가 드시오

 

일행들은 큰 통에 물을 끓이고 따온 고사리를 삶았으며그나마

호찬(壺饌)을 섞어 모두가 고사리 국물로 허기를 겨우 달랬다.

 

      아무리 귀한 귀족이라 하더라도

      급히 도망가는 신세들은 처량하기만 하였다.

 

      더구나 그렇게 성실하던 두수(頭須)가 모든 걸

      가지고 도망을 가버리자,

 

      졸지에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떠나게 되었으며,

      며칠을 굶어가며 배고픔에 허덕이면서그래도

      계속하여 (나라 쪽인 동쪽으로만 가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치고 배곯을 데로 곯은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서로

이끌어주며식사 시간이 되면서로 말하지 않아도 먹을 만한

나물이나 고사리를 뜯어 삶았으나

 

이제는 소금마저 떨어져 소금을 치지 못하니밍밍한 맛에 목에

넘어가지 않으며허기진 배에 더욱 감질만을 더 일으킬 뿐이었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그런대로 풍족하게 살아가며

      배고픔을 몰랐으나이리 처참한 지경으로 굶어보기는

      처음이라사나흘부터는 자꾸 물만을 마시니

      물마저 보기가 싫어지며 기운마저 빠져버린다.

 

      고생을 전혀 모르고 떠받침만 받으며

      귀하게 자라온 중이(重耳공자는 오직 하였으랴

 

며칠 후에는 개자추(介子推)가 보이지 않더니바가지에 고깃국을

가지고 와 내놓으니중이(重耳)는 허겁지겁 맛있게 꿀꺽꿀꺽 삼켰다.

 

      이 맛있는 고깃국이 어디서 생겨났소

      개자추(介子推)는 이 맛있는 고깃국을

      어디서 얻어온 것이오

      아니? 허벅지에 왠 피가 묻어있소?

 

개자추(介子推)는 고단한 망명길에서도 지극한 정성으로 중이(重耳

공자를 모시며자기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 대접을 한 것이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개자추(介子推)가 자기 허벅지살을 베어내

국 끓인 것을 알게 되자모두 큰소리로 통곡하며 한없이 흐느꼈다.

 

 269 . 고굉지신은 어떤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