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64 화. 본마음이 어디로 가겠는가.

서 휴 2023. 9. 23. 21:03

 264 본마음이 어디로 가겠는가.

 

진혜공(晉惠公)이 탄 법가(法駕)가 강성(絳城)의 성문 앞에 이르러

늘어선 대부들의 영접을 받으며 지나가게 되었다.

 

이때 진혜공(晉惠公)은 대부들이 늘어선 속에서 경정(慶鄭)

발견(發見) 하자마자눈빛에 살기가 돋아나오며 고함을 지른다.

 

      아니경정(慶鄭) 저놈이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어서 법가(法駕)를 멈추게 하라

      가복도(家僕徒)는 저놈을 이리 데리고 오라.

 

      네놈이 무슨 면목으로 영접하러 나왔느냐

      주공신 경정(慶鄭)이 말하겠나이다

 

      나쁜 놈뭔 말을 하겠다는 거냐

      주공신은 주공께 세 번이나 간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흉년이 들었을 때

      신이 진(나라에서 양곡을 꿔왔던바

 

      (나라의 흉년에 양곡을 보내어

      보답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화평을 청하여

      전쟁을 막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주공은 우리의 잘 훈련된 말을 두고도

      훈련도 못 받은 소사(小駟)의 애마를 썼습니다

 

      주공은 옳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패한 것입니다

 

      네놈은 과인이 흙구덩이에 빠졌을 때

      구해주지 않고 달아남으로 포로가 되었다.

 

      주공신 양유미(梁繇糜이옵니다.

      바로 그때 경정(慶鄭)이 아니었다면

      진목공(秦穆公)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주공께서는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저자는 겁을 내어 잘 싸우지도 않고 달아났으며

      대사를 그르치게 하였으므로 마땅히 죽여야 합니다.

 

      대사를 그르치게 하였다니!

      양유미(梁繇糜)는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나는 죽더라도 군신의 예를 다하는 사람이다.

 

      오늘 같은 날이 올 수 있음에도 타국에

      도망가지 않고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것이오.

 

      이제 다들 알아듣겠소이까

      저놈의 주둥아리는 여전히 잘 지껄이는구나

 

      주공죽을지언정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올바른 충신의 도리입니다

 

      주공신은 주공께 죽음을 청하옵니다.

      신에게는 죽어야 할 세 가지 이유가 있나이다.

 

      신의 충성스러운 말을 주공께서 들어주지 않았으니

      듣도록 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죄이며,

 

      점괘에 신이 차우(車右)를 맡아야 한다고 나왔으나

      신이 차우(車右)를 맡지 못한 것이 두 번째 죄이며,

 

      주공을 구출하려 다른 장수를 부르러 간 사이

      주공께서 진군(秦軍)에게 사로잡혔으니

      주공을 구출하지 못한 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신은 주공을 돕지 못한 죄가 크옵니다.

      주공께서는 신에게 죽음에 명하십시오

 

양유미(梁繇糜)는 진목공(秦穆公)을 포위하여 틀림없이 사로잡을

수 있었을 그때, 경정(慶鄭)이 달려와 진혜공(晉惠公)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는 바람에 놓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목공(秦穆公만 잡았더라면 진혜공(晉惠公)

       바꿀 수도 있었으며, 또한  이렇게 패하는 수모도

       겪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속 좁은 진혜공(晉惠公)은 살려달라 애원도 하지 않으면서오히려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는 경정(慶鄭)의 모습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네놈은 죽어야 할 이유를 잘 알고 있었구나.

      오냐내 네놈의 소원을 들어주마.

 

경정(慶鄭)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아석(衙晳)이 앞으로 나오며

변명해주자, 가복도(家僕徒)도 나서며 용서하여 줄 것을 간청한다.

 

      주공신 아석衙晳 이옵니다.

      주공경정(慶鄭)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이오니 용서하시어

      훗날 한원대전(韓原大戰)의 원한을 갚도록

      살려두시기를 간곡하게 청하나이다.

 

      주공신 가복도(家僕徒)가 급히 간청하겠나이다.  

      주공경정(慶鄭)의 답변에 옳은 점이 많습니다.

 

      경정(慶鄭)은 배포 있는 아까운 장수이옵니다.

      주공살려주시는 큰 덕을 벳푸시옵소서

 

      허허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가

      사마설(駟馬說)은 뭘 하고 있느냐

      어서 저놈을 당장 쳐 죽여라

 

경정(慶鄭)이 무릎을 꿇고 목을 내밀자마침내 사마설(駟馬說)

시퍼런 칼날이 번쩍였으며경정(慶鄭)의 목은 붉은 피를 뿜으며

떨어져 나갔다.

 

      똑똑히 보았느냐

      군주를 능멸(凌蔑하는 자는 이리되노라.

 

진혜공(晉惠公)의 소리를 들으며 아석(衙晳)이 흐느끼자많은 사람이

따라 울었으며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면서 비를 내렸다.

아석(衙晳)은 경정(慶鄭)의 시신을 거둘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경정(慶鄭). 자네는 전쟁터에서

      큰 상처로 죽어가는 나를 구해주었는데

      아석(衙晳)은 그대를 구하지 못하였구려.

 

아석(衙晳)은 경정(慶鄭)의 가족과 함께 목과 몸을 수습하였으며,

양지바른 산기슭에 잘 묻어 주면서 목놓아 슬피 울고 울었다.

 

      주공신 극예(郤芮이옵니다.

      주공무슨 일부터 하시겠사옵니까

 

      도안이(屠岸夷이가 끌려가 참수당하였다니

      빨리 시신을 찾아내 상대부의 예()로써 장례를 치르고,

      그의 아들에게 중대부의 벼슬을 이어가게 하라.

 

진혜공(晉惠公)의 첫번째 일은 도안이(屠岸夷)의 뒤를 봐줬으며,

성질 또한 포악하며사람의 체면 따위는 언제나 쉽게 버리기도

하지만, 이때부터 공포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엉뚱하게도 진()의 목희(穆姬)에 대한 고마움은 전혀 생각지

않으면서며칠 후 한간(韓簡)에게 원망의 말을 늘어놓는다.

 

      한간(韓簡) 들어보시오나는 말이요

      옛날에 목희(穆姬)를 진 나라에 시집보낼 때

      태사(太卸()가 선군에게 한 말을 생각해봤소.

 

      효사(爻辭)에 책망한다는 뜻이 나온다며

      장차 진()은 우리와 사이가 좋지 못할 것이라 한

      태사(太卸()의 점괘가 옳다고 보오.

 

      지금도 생각해보면  선군에게 혼사를 승낙하지 말라한

      그 점괘가 딱 들어맞는 것 같소.

 

      그때 목희(穆姬)를 진목공(秦穆公)에게 시집보내지

      않았더라면우리가 이렇게 죽을 고비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소

 

      주공신 한간(韓簡)이 외람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주공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주공께서 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

      어찌 진(나라와 통혼한 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주공께서 여러 번 덕을 잃어서이지

      어찌 진(과의 혼인 때문이겠습니까

 

      더욱이 진()과 혼인을 맺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의 군주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의 군주가 주군을 우리나라에 들여보내

      ()의 군위에 앉히고 다시 쳐들어온 이유는,

 

      주군께서 여러 번 은혜를 저버리고

      보답도 없이 원수로 대한 것이옵니다.

 

      이는 진(나라의 입장으로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주군께서는 스스로 돌이켜 보십시오.

      이번에 포로가 되었을 때도 목희(穆姬)

      군부인이 아니면 어찌 살아날 수 있었겠습니까.

 

한간(韓簡)은 진혜공(晉惠公)이 군위에 오르도록 도와준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고충신들의 말을 잘 들었다면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을 하려다가이런 좋은 말귀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며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말았다.

 

       진혜공(晉惠公)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자,

       한간(韓簡)은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진혜공(晉惠公)은 그때부터 이상하게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면서,

밤에는 진(나라의 진목공(秦穆公)이 중이(重耳공자를 앞세워

공격해 오면서자신을 군위에서 쫓아내는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중이(重耳)는 어떻게 지내고 있다던가

      구여(咎如족장의 딸에게서 자식까지 낳았다고

      들었습니다만 주공어찌하여 물으시는지요

 

      그게 얼마나 되었는가

      주공아마 10여 년은 되었을 겁니다.

 

      중이(重耳)가 망명한 지 벌써 그리되었는가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곳에 정착할 모양인 것 같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이 나 대신에 중이(重耳)

      새 군주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은 없는가

 

진혜공(晉惠公)의 말에 극예(郤芮)그제야 진혜공(晉惠公)

말뜻을 짐작하며무슨 대답을 할까를 생각하며 잠시 망설였다.

 

 265 . 나를 왜 죽이려고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