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98 화. 조는 어떻게 나눠줄까.

서 휴 2023. 7. 4. 17:12

 198 조는 어떻게 나눠줄까.

 

      송양공(宋襄公)은 넓은 마음을 가진 군주로다

      더욱이 상복(喪服)까지 입고 회맹에 참석하였다는 것은

      과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깊다는 뜻이리라.

 

      중보(仲父)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가히 공자 소()의 일을 부탁할 만합니다.

 

제환공도 송양공에 대한 호감이 커졌으므로, 관중의 말을 받아들여

그날 밤 조용히 송양공(宋襄公)을 불렀다.

 

      송양공(宋襄公). 어서 오시 오.

      어려움이 많은 데도 회맹에 참석해주어 고맙소.

      제후(齊侯)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송양공(宋襄公)께 부탁이 좀 있소이다.

      예에, 어서 말씀해주십시오.

 

      나의 아들인 소()의 장래를 부탁하오

      부족한 저에게 어찌 그리 큰일을 말씀하나이까

 

      송양공(宋襄公)은 신의를 지킬 것으로 아오.

      그처럼 중대한 일을 부족한 저에게 말씀하시다니

      미력하나 마 온 힘을 다해 보살피겠습니다.

 

송양공(宋襄公)은 패공인 제환공이 이제 막 군위에 오른 자신에게

() 나라의 앞일에 관한 일을 부탁하자 크게 감격하였다.

 

       회맹 일이 되자, 제후들은 의관을 정제(整齊)하고는

       제단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에 매달린

       환패(環佩)가 아름다운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제단으로 몰려들어 계단을 올라간다,

 

제단의 상()에는 왕실에서 제사 지내고 가지고 온 제육(祭肉)

술인 조()가 놓여있었다.

 

      . 태재 공()은 주양왕(周襄王)의 말씀을 전하겠소.

      천자께서 문무의 일이 바쁘신지라,

      나 태재 공()을 대신 보내, 태묘(太廟)에 제사를 올리고,

      이에 가져온 이 조()를 백구(伯舅)에게 하사하노라.

 

백구(伯舅), 천자가 성()이 다른 큰 제후국의 군주를 부를 때

쓰는 말로, 여기서는 물론 강성(姜姓)을 가진 제환공을 가리킨다.

 

       ()이 다른, 작은 제후국의 군주를 부를 때는

       숙구(叔舅)라 하며, 큰 군주국은 백구(伯舅)라 부르며

       같은 성()의 제후국 군주에게는 백부(伯父)라고 불렀다.

 

태재 공()의 낭랑한 음성이 울려 퍼지자, 제환공은 조()

받기 위해 앉았던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천자가 어떤 걸 하사할 때는 일단 아래 뜰로 내려갔다가, 다시

제단 위로 올라와서 받아야 하므로, 제환공(齊桓公) 역시 그러한

()를 따르기 위해 제단 아래로 내려가려 몸을 일으켰다.

 

      잠깐 기다리시오, 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제환공은

      공이 크고 연로함으로 특별히 작위(爵位)를 한 등급

      높이노니, 계하(階下)로 내려가 절하지 말라고 명하셨소.

 

제환공(齊桓公)의 작위는 후작(侯爵) 이었기에 작위를 한 등급

높인다면 공작(公爵)이 되므로, 제단 아래로 내려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조()를 받으라는 파격적인 특전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제후 중에 이만저만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천사(天使)인 태재 공()의 말이 떨어지자,

      그 순간 제환공(齊桓公)은 우쭐하여지며,

      얼굴에 거만스러운 빛마저 감돌기 시작했다.

 

제환공(齊桓公)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자, 일어나 제단을 아래로

내려가려다 말고, 그 자리에서 조()를 받으려 멈춰 서려 하였다.

 

      아무렴 이렇게 우대(優待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나의 공로는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낼 만도 하도다

 

이때 관중(管仲)이 다른 제후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제환공에게

재빨리 다가가 부추기는 척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공께선 겸손하시어야 합니다.

      신하로서 존경하는 예()를 갖추셔야 합니다.

 

제환공은 관중의 말에 퍼뜩 제정신이 들어와 태재 공()을 보며

즉시 허리를 공손히 굽히면서 예의 바르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천자의 위엄이 내려다보고 있음인데

      어찌 이 소백(小白)이 왕명을 탐하여

      신하의 직분을 잃을 수 있겠소이까.

 

제환공은 그 즉시 계하(階下)로 내려가 재배를 올리고, 다시

제단 위로 올라와 태재 공()이 내미는 하사품 조()를 받았다.

 

제후들은 제환공(齊桓公)은 끝까지 겸손하면서 역시 하나부터

예를 잃지 않는다며, 감복하는 얼굴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많은 조()가 어찌 나 혼자만의 것이겠소.

      연회를 열고자 하니 모든 제후는 모여 주시오.

 

제환공이 베푼 잔치가 10일 만에 끝나자, 태재 공()과 여덟

군주가 회의를 열고 우호 관계를 맺는 맹세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고생한 끝에 태평 시대가 오고 있소.

       () 왕실을 받들기 위해 아래 다섯 가지

       금기 사항을 정해, 오금법(五禁法)을 낭독하겠소.

 

       毋雍泉 (무옹천) 우물을 메우지 말라.

       毋遏冞 (무알미) 곡식을 사고파는 일을 막지 말라.

 

       毋易樹子(무이수자) 자식을 바꾸어 후사를 세우지 말라

       毋以妾爲妻(무이첩위처) 첩을 본부인으로 삼지 말라.

 

       毋以婦人與國事 (무이부인여국사)

       여자는 국정에 간여시켜선 안 된다.

 

       우리가 이렇게 맹세함은

       서로 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함이오.

 

       여기에 아울러 태재(太宰) ()과 제후들께

       이 소백(小白)이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하오.

 

       이번부터 삽혈(歃血)의 관습을 폐지하면 어떻겠소

       단지 맹세를 위하여 가축을 죽이는 것과

       피를 입술에 바르는 것은 좋은 행위라 볼 수 없소이다.

 

삽혈(歃血)은 가축의 피를 입술에 바르는 것으로, 이는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관습이었는데, 이를 제환공이 없애자고 단호하게

갑자기 제안하면서 여러 제후를 둘러보았다.

 

        제후들은 나의 제안을 어찌 생각하시오

        옳으시고 지당한 말씀이기에 모두 신복(信服) 합니다.

    

       삽혈(歃血)은 하나의 형식일 뿐인데,

       좋은 일을 앞두고 가축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이며,

 

       피를 입술에 바르는 것은 보기가 너무 흉하고

       역겨운 맛으로 정신을 흐리게 합니다.

 

제후들이 모두 찬성하자, 태재(太宰) ()도 이를 인정하였으며,

규구(葵丘) 때부터 삽혈(歃血)이 없어지는 마지막 회맹이 되었다.

 

       이로써 무조건 따르며 신봉(信奉)하던 시대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시대로 변해가며

       상징적인 제례 형식은 그 막을 내리게 된다.

 

희생(犧牲)을 다시 잡아 올리게 한 후에이러한 맹세문이 적힌

죽간(竹簡)에 제후들은 저마다 이름을 올리고, 이를 서장(書妝)

적힌 제후들의 이름을 크게 외쳐 부르며 알리었다.

 

       그러나 회생(犧牲) 물의 피를 입술에 바르는

       삽혈(歃血)의 의식은 반복하지 않았다.

 

제후들은 삽혈(歃血)의 의식을 행하지 않으면서 제환공(齊桓公)

제안에 크게 공감하며 감복했다

이때가 제환공(齊桓公)의 생애 중에 가장 절정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광이 지나치면 자만과 교만해지기 마련으로, 뭇 제후의

추앙을 받으며 왕실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하게 되자, 제환공의

겸손한 마음은 사라지고 엉뚱한 욕심을 내게 되었다.

 

        그렇다. 제환공(齊桓公)은 그의 마음에

        또 다른 욕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회맹의 맹세가 끝나자, 제후들이 모여 연회가 열린 자리에서,

제환공(齊桓公)은 엉뚱한 이야기를 태재 공()에게 물어보았다.


      봉선(封禪)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계시오

      봉선(封禪)에 대해 말하라니 갑자기 무슨 일이오


      봉선(封禪)은 천자만이 지낼 수 있는 제사지요.
      왕실에 전해오는 전적(典籍)을 통해 다소는 알고 있소.


      아시는 대로 말씀해보시오

      허허, 그래요, 아는 대로 답하겠소이다.


      예로부터 천자는 하늘과 땅을 위하여 제사를 지냈는데

      높은 태산(泰山)에서 제사지내는 것을 봉()이라 하고

 

      낮은 양보산(梁父山)에서 지내는 제사를 선()이라 하오.

      이 봉()과 선()을 합하는 것이 바로 봉선(封禪) 이오.

 

      태산(泰山)에는 흙으로 하늘 높이 제단을 쌓고

      ()으로 만든 간책(簡策)에 봉선문(封禪文)을 써서

      금칠을 한 상자에 넣고, 제단에 올린 뒤에

      하늘의 공로에 보답을 드리는 것이지요.

 

      양보산(梁父山)에서는 땅을 깨끗이 쓸고 제사를

      지내는데 이는 낮은 곳을 상징하는 것이며

 

      부들 풀로 수레를 만들고, 풀과 볏짚으로 자리를

      만들어 제사를 지낸 뒤에 덮어버리는데,

     이것은 땅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오.

 

      (), (), (), 삼대에 천명(天命)을 받고

      일어난 제왕(帝王)은 하늘과 땅에서 도움을 받았기에,

      이 아름다운 보은의 의식을 융숭하게 시행하였소.

 

      이제 과인이 말을 할까 하오

      제환공(齊桓公), 어서 말해 보시 오

 

      옛날 하() 왕조는 안읍(安邑)에 도읍하였고

      () 왕조는 박()에 도읍하여 좋았으나

 

      우리 주() 왕조는 풍호(酆鎬)에 도읍을 정하였기에

      태산(泰山)과는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소.

 

      그래서 서로 멀다보니 주() 왕실의 천자들은

      봉선(封禪)을 올리기가 매우 힘들었소.

 

      태산(泰山)과 양보산(梁父山)

      모두 우리 제나라 안에 있소이다

 

      이제 과인이 천자의 은총을 받고 있는바

      천자 대신 몸소 봉선(封禪)의 대례(大禮)를 올리고 싶소.

 

      여기 모인 제후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서슴없이 말씀들 해보시오

 

자신이 세운 공이 높다고 자부한 나머지 기고만장해진 제환공을

보고 있던 태재 공이 이외로 침착하게 말했다.

 

        허 어, 이 태재 공()이 말하겠소.

        제후(齊侯)께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누가 감히 불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연회장에서 술도 취하고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 일을 의논(議論)하여 봅시다.

 

태재 공()은 제환공(齊桓公)이 갑자기 하는 이외의 질문에 깜짝

놀라면서도, 물어오는 저의가 무엇인지 속셈을 파악하려 얼굴을

들어 제환공을 쳐다보면서, 당장에 반대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태산(泰山)은 지금의 산동성 제남시 남쪽으로

      250리가량 떨어져 있는 중국의

      오악(五嶽) 중의 하나로, 높이는 1,524m이며,

      중원(中原)의 동쪽 일대에서는 제일 높은 명산이다.


      중국의 조상 때부터 최고 권위 있는 정통 의식인

      봉선(封禪)이 행하여졌기 때문에 유명해진 산이며,

      태산(泰山)을 성산(聖山)으로 외경(敬畏) 시 하였다.

 

태재 공()은 제환공(齊桓公)이 봉선(封禪) 의식을 행할 의향이

있음을 짐작하게 되며, 또한 제후들도 묵시적(默示的)으로 동조하는

것 같아,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천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음이다
      제환공은 능히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대로 주() 나라를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태재 공은 여기서 제환공齊桓公으로 인하여 왕실이 무너지게

할 수는 없다며, 한 가지 묘책이 생각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199 . 상서로운 징조는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