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96 화. 모함하여 모함으로 죽는가.

서 휴 2023. 7. 3. 14:29

 196 모함하여 모함으로 죽는가.

 

      허 어(이리 오너라

      공자 난()은 아주 총명하구나.

 

정문공의 모두 다섯 아들 중에세자 화()와 동생인 장()

서로 연길(燕姞)의 소생인 난()을 시기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세자 화()는 아버지 정문공이 공자 난()을 지나치게 총애하는

걸 보고는 후일에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게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형님아바마마께서 난(만을 총애하시니

      아무래도 형님과 저는 위험할 것입니다.

 

      숙첨(叔詹어른공자 난()으로 인하여

      세자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얻느냐 잃느냐 하는 것은 하늘의 뜻입니다.

      세자는 그저 효도만 극진히 하십시오.

 

      공숙(孔叔어른공자 난()이 걱정거리입니다.

      세자께선 딴생각 마시고 효성을 지극히 올리세요.


세자 화()는 공숙(孔叔)과 숙첨(叔詹)이 신통한 답을 주지 않자,

두 사람은 다 같이 난()의 당()이라고 성급하게 혼자 단정하고는

일절 가까이하지 않으면서마음속으로 몹시 미워하게 되었다.


세자 화()의 동생 공자 장()은 기이하고 허황한 것을 즐기는

이상한 성격으로평소에도 도요새의 깃을 꽂은 관()을 쓰고

다니다가하루는 사숙(師叔)이 그런 장()에게 주의시키었다.


      그 관은 예()에 없는 복장입니다.

      공자께서는 그런 관()을 쓰지 마십시오.

      공자의 체통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에 공자 장()은 사숙(師叔)의 충고가 여간 고깝지 않게 들렸으며

형인 세자 화()를 만날 때마다 사숙(師叔)의 험담만 늘어놓았다.

 

결국세자 화()와 공자 장()은 정(나라 공실의 세도가이며

중신 대부인 숙첨(叔詹)과 공숙(孔叔), 그리고 사숙(師叔)에게

모두 나쁜 감정을 품게 되고 말았다.

 

      저더러 영모(寧母)의 회맹에 다녀오라니요

      제환공이 대부 공숙(孔叔) 용서하였다고 하나,

      내가 가면 지난번 일로 호되게 추궁받을 것이 뻔하오.

 

      숙첨(叔詹어른나는 가기 싫습니다.

      아버님께서 직접 가시도록 하여 주세요.


      세자주공의 명을 어겨서는 아니 됩니다.

      세자어려운 일이 아니오니 가셔야 합니다.


세자 화()는 숙첨(叔詹)의 단호한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오히려 섭섭한 것 이상으로 원망까지 하게 되었다.

 

      자기들은 모두 빠지고나만 욕보이려 하는구나.     

      에이나쁜 놈들이놈들 어디 두고 보자


세자 화()는 세 대부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정문공까지 저주하게

되면서영모(寧母)를 향해 떠나갔으며수일 후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제환공(齊桓公)에게 밀담(密談)을 신청하였다.

      패공(霸公)께 비밀리에 고할 말이 있사옵니다.
      알겠노라, 조금 있다가 내 군막에 오도록 하라.

      비밀리에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패공(霸公), (나라 공실(公室)에 관한 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나라의 모든 정사는

      세 대부인 삼족(三族)에 의해 결정되나이다.

 

      지난 수지(首止땅에서 저의 아버지가 도망치듯

      되돌아오신 것도 다 그 세 대부의 농간입니다.

 

      패공(霸公)께선 이 세 대부를 처치해주십시오.

      세 대부는 누군가다시 말해 보라.

      공숙(孔叔)과 숙첨(叔詹), 사숙(師叔이옵니다.

 

      이 세 대부를 제거해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제(나라의 부용(附庸)으로서

      패공(霸公만을 섬기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모처럼 만에

(나라와 화해를 한 뒤인지라좋은 뜻으로 세자 화()

군막 안으로 불러들였다.

 

      세자 화()는 몹시 불안한 듯이 눈동자는

      여기저기를 살피는 듯 가만히 있지를 않았으며

      몸 또한 산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환공(齊桓公마저 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정도였으며세자

()의 말을 듣고 보니 정(나라에 내분이 일어날 조짐이었다.

 

      그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로다.

      알겠노라세자는 돌아가 기다리도록 하라

 

제환공은 세자 화()의 뜻을 승낙하였으며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라를 굴복시킬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여봐라중보(仲父)를 부르라

      주공세자 화()와 무슨 말씀을 나누셨습니까


      (나라의 세 대부를 제거해 달라는 것이오.

      주공께서는 뭐라 대답하셨습니까


      (나라 공실이 어지럽게 되면 그만큼 우리에게

      득이 될 것 같아 그러겠다고 대답하여 주었소.

   

      주공께서는 경솔하였나이다.     

      중보(仲父), 내가 뭘 잘못을 했단 말이오


      주공께서는 제후들이 우리 제(나라에

      복종하는 까닭을 아시는지요?


      주공그 까닭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 제(나라에는 예의와 신의가 있사옵니다.

 

      그런데 정(나라 세자 화()는 어떠하나이까.

      그 아들 되는 자가 아비를 나쁘게 말하는 것은

      너무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두 번째로 우호를 맺으려고 온 자가,

      자기 나라를 어지럽히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신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세 대부가 정 나라를 어지럽힌다고 하오나,     

      그것은 주공께서 잘못 아시고 계십니다.

 

      신이 듣기로는 정(나라의 세 대부는

      삼량(三良이라 불릴 정도로

      백성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주공, 중요한 것은 민심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세자 화()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관중管仲의 말에 제환공齊桓公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으며

제환공은 다음날이 되자세자 화()를 다시 불러들였다.


      간밤에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대가 하고자 하는 일은 국가 대사(大事)이도다.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닌 듯 하구나.

      차후에 그대 아버지와 의논하겠노라.

 

세자 화()는 제환공(齊桓公)의 말에 깜짝 놀라, 가슴이 뛰다

못해 등골에 진땀이 흘러내리며떨리는 다리로 겨우 며칠을

보내다가 회맹에 참석한 후에 돌아가게 되었다.

 

      세자 화()의 수행원 중에 똑똑한 사람을 골라

      세자 화()의 생각을 비밀리에 전하도록 하라.

 

관중(管仲)이 미리 연락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세자 화()

신정(新鄭) 성에 당도하자마자정문공(鄭文公)에게 영모(寧母)에서

있었던 일을 그럴듯하게 힘주어 보고하였다.

 

      제환공은 아버지께서 친히 오시지 않은 것을

      몹시 수상쩍게 여기고 계시나이다.

 

      아버님제환공과는 등을 지게 생겼습니다.

      이제 제(나라와 수호하기보다는

      차라리 초()와 교분을 두텁게 하시옵소서

 

수행원에게서 자세한 보고를 받아 이미 알고 있던 정문공(鄭文公)

뻔뻔하고 간교하게 말하는 세자 화()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크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네 이놈(나라를 배반하란 말이더냐

      네 이놈아비에게 반역한 놈아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느냐

      당장 이놈을 끌어내 깊은 방에 가두어라.

 

정문공(鄭文公)의 고함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이 뛰어오더니

세자 화()를 꽁꽁 묶어서별궁의 유실(幽室)에 가두어 버렸다.

 

세자 화()는 그때야 비로소제환공(齊桓公)에게 말한 내용이

새 나간 걸 알게 되었으며이에 한밤이 되자 남몰래 유실(幽室)

얇은 벽을 뚫어 탈출하려다가 발각되고 말았다.

 

      ()는 세자의 재목이 아니노라.

      빨리 끌고 나가 참수(斬首시켜버려라.

 

정문공(鄭文公)의 명령에 세자 화()가 참수를 당하고 말자

나머지 아들들은 세자 화()의 동생인 장()에게 모여들었다.

 

      아니세자 화(형님을 저리 쉽게 죽이다니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소

      원래 변덕스러운 아버지가 아니던가.

      아무래도 우리 형제들도 모두 위험하겠도다.

 

다른 네 아들은 모두 깜짝 놀랐으며지금까지 변덕스럽게 살아온

정문공(鄭文公)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었으며공자 장()의 선동에

따라네 형제는 서로 다른 나라로 달아나기로 뜻을 모았다.

 

공자 장()은 송(나라로 달아났으며()은 진(나라로

탈출했으며그 밖의 다른 두 공자도 신정(新鄭)성을 빠져나갔다.

 

      뭐라고 하였느냐

      둘째 장(()이 송(나라로 도망갔다 하였느냐

 

      이놈들은 모두 내 아들이 아니로다.

      내시 너는 쫓아가 가차 없이 죽이도록 하라.

 

정문공(鄭文公)은 즉시 자객을 보내공자 장()은 송(나라에

당도하기 전에 죽였으며다른 두 아들도 자객에게 살해당했으나,

오직공자 난(만이 진(나라로 달아날 수 있었다.

 

      이때가 기원전 652년으로 주혜왕(周惠王) 25년이며,

      제환공(齊桓公) 34년으로 정문공(鄭文公) 21년의 일이다.

 

정문공은 세자 화()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제환공에게 대부

공숙(孔叔)을 보내 사례하면서 회맹을 요청하였다.

 

 197 . 합심하여 천자를 세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