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97 화. 합심하여 천자를 세우는가.

서 휴 2023. 7. 4. 17:03

      57. 봉선 행사

 

 197 합심하여 천자를 세우는가.

 

      왕자 호(), 동생은 이리 가까이 오라

      태자(太子) 형님, 무슨 일이옵니까

 

      너는 제() 나라에 쉬지 않고 빨리 달려가라.

      가서, 아버님. 주혜왕(周惠王)이 위독하다고 알려라

 

      그리고, 내시 너는 태재 공()과 소백 요(),

      두 분을 비밀리에 빨리 입궁하게 하여라

 

그해 겨울인 12월에 주혜왕이 죽었다. 이때 왕실에서 태자 정()

지지자는 주공(周公) ()과 소백(召伯) () 두 명뿐이었다

 

계모인 혜후(惠后)와 왕자 대()가 모반을 일으킬까 몹시 염려되어,

시신이 있는 방은 일절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국상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친동생인 왕자 호()를 제환공에게 몰래 급히 보낸다.

 

      주공, 왕실의 호() 왕자께서 급히 오셨나이다.

      , 어서 들게 하여라.

 

      제후(齊侯), 왕자 호() 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 왕자님

 

      제후(齊侯)의 도움이 급히 필요하오.

      아버님, 주혜왕(周惠王)께서 붕어(崩御)하시었소

 

      혜후(惠后)와 왕자 대()의 당()은 아직 국상을 모르니

      제공(齊公)께서 서둘러 왕실의 안정을 도모하여 주시 오

 

      허허, 급하게 되었구려.

      () 왕자께서는 먼저 제군(齊軍)과 함께

      왕실로 급히 가셔야겠습니다.

 

      공손(恭遜) 습봉(襲封)은 제군(齊軍)을 이끌고

      왕자 호()와 함께 빨리 낙양으로 가라.

 

      조정은 빨리 연락하여 중원(中原)의 제후들에게

      () 나라 조() 땅으로 빠짐없이 모이게 하라

 

이때 노() 나라 조() 땅의 회맹에는 제(), (), (),

(), (), (), (), ()이 모였으며, 이 여덟 나라는

하얀 소를 잡아, 그 피로써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게 된다.

 

      태자 정()에 대한 충성을 다시 맹세하고

      각 나라 대표를 낙양(洛陽)으로 올려보내 

      태자 정()의 왕위 계승을 돕도록 하겠노라

 

제후마다 상소문(上疏文)을 지었으며, 제나라 공손습붕을 비롯한

8개국 대부들은 수레를 몰아 왕성 밖에 다다랐으며, 각기 여덟

대부들은 낙양(洛陽)의 왕실로 들어가 급히 상소문을 올렸다.

 

      주상, 주공(周公) () 입니다.

      주혜왕(周惠王)의 쾌차를 기원하고자 왔소이다.

      허 허, 삼촌, 어서 들어 오십시오.

 

태자 정()은 상소문(上疏文)을 가지고 온 8개국 대부들을 모두

맞이하고 나서야, 왕실과 조정에 국상을 공표하게 하였다.

 

      혜후(惠后)와 왕자 대()는 그제야

      태자 정()에게 속은 것을 알고 통탄하였으나  

      왕궁은 8개국의 연합군이 장악하고 있었으며

      8개국의 대부들은 새로운 천자의 알현을 청하였다.

 

태자 정()은 이듬해에 개원(改元)하고 자신의 등극 사실을 모든

제후에게 알리니, 그가 주()나라 18대 왕인 주양왕(周襄王) 이다.

 

      주공(周公) ()과 소백(召伯) (), 

      두 분은 짐의 말을 잘 들어주시오.

 

      이번 왕실을 안정시키는 데는

      제환공(齊桓公)의 공이 너무나 컸소이다.

 

      내가 특별히 제환공(齊桓公)을 위해 조()

      내리고자 하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겠소

 

      ()를 하사하심은 지극히 합당한 일입니다.

      우선 제환공(齊桓公)에 명하여 회맹을 갖게 하시며

      회맹 자리에서 조()를 내리심이 좋을 것입니다.

 

주양왕 원년 봄에 제사가 끝나자마자, 주공(周公) ()에게

음복(飮福)술과 제육(祭肉)을 보내 제환공에게 하사하기로 하였다.

 

       ()란 제사 지낸 고기와 술을 말한다.

       제사가 끝난 후 가까운 이웃과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에 천자인 주양왕(周襄王)이 지목하는

       한 제후에게 조()를 하사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로 제환공에게는 엄청난 영광이었다.

 

주양왕(周襄王)이 제환공(齊桓公)에게 회맹을 갖도록 명하여, 그해

여름에 송()의 규구(葵丘) 땅에서 규구지회(葵丘之會)가 열리게

되며, 이 회맹會盟이 유명해진 것은 맹자(孟子)가 말했기 때문이다.

 

      제환공(齊桓公)은 패공(霸公)으로 군림하면서

      규구지회(葵丘之會)까지, 12회의 회맹을 가졌다.

 

      그 규구지회(葵丘之會)의 회맹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책이 바로 맹자(孟子)였다.

 

규구(葵丘)는 지금의 하남성 조현(曹縣) 서쪽 일대이다.

회맹 일이 가까워지자,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은 둘이

함께 규구(葵丘)로 가면서 서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공. 주혜왕(周惠王)께서는 적서(嫡庶)의 분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서자인 왕자 대()에게 왕위를

      계승시키려다, 큰 화란(禍亂)을 일으킬 뻔하였나이다.

 

      그렇지요, 정도를 지키지 않은 결과지요

      주공, 그런데 이는 남의 일이 아닌듯합니다.

 

      주공께서는 아직 계승할 공자를 정하지 못했나이다.

      속히 세자를 세워 후환을 막아야 하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재위한 지 34년이 지났으나, 그동안 이뤄놓은

많은 패업(覇業)을 계승 받을 세자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공께서 주공을 계승할 세자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은 남의 일이 아닌듯하옵니다.

      속히 세자를 세우시고 후환이 없도록 하셔야 합니다.

 

      중보(仲父)도 알다시피 과인은

      정실부인(正室夫人)의 소생은 하나도 없고

      후궁에서만 모두 여섯 아들을 두었소

 

제환공(齊桓公)은 세 명의 정실부인을 두었었다. 첫째는 왕실에서

시집온 왕희(王姬) 공주이며, 둘째는 서() 나라의 서희(徐姬)이며

셋째는 채() 나라의 채희(蔡姬)였다.

 

      왕희(王姬)와 서희(徐姬)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채희(蔡姬)는 뱃놀이에서 심한 장난을 치다가 

      제환공의 노여움으로 채() 나라로 쫓겨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세 부인에게는 모두

      적자(嫡子)의 자식을 보지 못하였다.

 

반면에 여섯 후궁(後宮)에서는 각기 아들을 하나씩 보았는데

첫째 장위희(長衛姬)는 장남으로 무휴(無虧)를 낳았고,

둘째 소위희(小衛姬)는 원()을 낳았으며,

셋째 정희(鄭姬)는 소()를 낳았다,

 

넷째 갈영(葛榮)은 반(), 다섯째 밀희(密姬)는 상인(商人),

그리고 여섯째 후궁(後宮)인 송화자(宋華子)는 옹()을 낳았다.

 

      적자(嫡子)가 없으니 후궁의 아들 중에

      하나를 고르긴 골라야 할 터인데

      중보(仲父), 그게 쉬운 일이 아니오

 

      주공의 뜻은 어떠십니까

      순서로 보면 장자인 무휴(無虧)가 되겠으나

      어질고 현명하기로는 소()가 났소이다.

 

      역아(易牙)수초(竪貂)는 모두 무휴(無虧)

      세자가 되어야 한다지만, 나는 도무지

      뜻을 정할 수가 없소이다.

 

      , 중보(仲父)께서 말씀해보시오

      , 중보(仲父)의 뜻을 따라가리다

 

역아(易牙)수초(竪貂)는 평소 장위희(長衛姬)의 뇌물을 받으면서

가깝게 지내고 있었으므로, 만약 공자 무휴(無虧)가 군주가 된다면,

간특(奸慝)한 두 사람이 무리를 지어 나라를 어지럽힐 것이다.

반면에 공자 소()는 성품이 어질고 머리가 영특(英特)하였다.

 

      주공, 패업(覇業)을 이어나가려면 어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주공, 세자가 군위에 오른 후에 일부의 무리가

      끼리끼리 파당(派黨)을 이룬다면

      우리 제() 나라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나이다.

 

      주공, 공자 소()가 비록 공실 세력은 부족하지만

      성품이 어질고 머리가 영특하다고 보신다면

 

      공자 소()가 군위에 올라 처음에는 애를 먹겠지만

      기반만 잘 잡으면 나라를 잘 다스릴 재목이 되옵니다.

 

      주공께서 공자 소()가 현명하다는 것을 아셨다면

      지체하지 마시고 소()를 세자로 삼으십시오.

 

      그렇게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소.

      그러나 무휴(無虧)가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이 되오

 

      이번 왕실에 태자 정()을 왕위에 올린 바는

      패공(霸公) 이신 주공의 힘으로 정하신 일이옵니다.

 

      이를 본받아 이번 규구회맹(葵丘會盟)에 모이는

      여러 제후 중에서 가장 어진 사람을 골라

 

      공자 소()의 계승을 부탁하신다면

      무휴(無虧)가 불만을 품어도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소.

      공자 소()를 부탁할 만한 제후를 찾으면 좋겠소.

 

관중은 역아와 수초, 두 사람은 평소 장위희와 가깝게 지내고

있었으므로, 모두 간특한 자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번 규구(葵丘) 회맹은 주양왕(周襄王)이 주재(主宰)하므로

주양왕(周襄王)을 대신하여 태재(太宰) ()이 미리 와 있었다.

 

      제공(齊公). 어서 오십시오.

      중보(仲父) 까지 오시니 더욱 반갑소이다.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는 모두 다 제후(齊侯)의 도움이 컸지요

 

      저기 낯선 젊은 얼굴은 누구며

      어찌하여 상복을 입고 있습니까

 

      ()나라의 새 군주인 송양공(宋襄公) 입니다

      송환공(宋桓公)이 불과 한 달 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 아들인 세자 자보(玆父)가 군위를 이어받았지요.

 

송양공(宋襄公)이 송()나라의 군위에 오르는 데는 당시로써는

아주 보기 드문 미담이 있었다.

 

송환공(宋桓公)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세자였던 자보(玆父)

서형인 목이(目夷)가 자기보다 어질고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는

아버지 송환공(宋桓公)에게 청했다.

 

      아바마마. 목이(目夷) 형님은 저보다 연상이며

      또한, 어질기로 이미 소문이 났사오니,

 

      하루속히 소자를 세자에서 폐하시고

      목이(目夷) 형님을 세자로 세우셔야 합니다.

 

      너의 뜻이 그렇다면 목이(目夷)를 부르도록 하라.

      아바마마, 소자 목이(目夷) 이옵니다.

 

      목이(目夷). 자보(玆父)의 뜻이 이러하니,

      네가 세자가 되어 군위를 계승하도록 하여라.

 

      아바마마. 사람들은 저보고 어질다고 하오나?

      소자는 자보(玆父)가 나라를 양보할 만큼

      마음이 넓고 더 큰 어짊을 갖지 못하였나이다.

 

      아바마마, 세자 자보(玆父) 야 말로

      진정한 어짊이 무엇인지를 아는

      진정한 우리 송()나라의 세자이옵니다.

 

      아바마마, 유념하여 주십시오.

      세자가 보름달이라면 소자는 반딧불이옵니다.

 

그리고 목이(目夷)는 아무도 몰래 잠적해버렸으므로, 이에 어쩔 수

없이 세자인 자보(玆父)가 군위에 올라 송양공(宋襄公)이 되었다.

  

송양공(宋襄公)은 아직 송환공(宋桓公)에 대한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였으나, 신의를 잃을 수 없다며, 즉위하자마자 규구(葵丘)

회맹에 상복 차림으로 달려와 제환공을 만나게 된 것이다.

 

 198 조는 어떻게 나눠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