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99 화. 상서로운 징조는 나타날까.

서 휴 2023. 7. 4. 17:20

199 . 상서로운 징조는 나타날까.

 

제환공을 제어(制御)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관중(管仲)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태재 공(), 밤이 깊었지만 관중을 찾아간다.

 

      중보(仲父). 밤이 많이 늦었습니다.

      태재 공() . 어서 들어오십시오.

 

      허허, 밤이 늦었는데, 침상(寢牀)에 들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소이까


      하하, 태재(太宰)께서 여기까지 왼 일이십니까.

      찾아온 뜻을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말하겠소.


      아까 제환공께서 봉선(封禪)에 관해 물으셨소이다.

      ()도 아시다시피 봉선(封禪)은 천자가 하는 것이지

      제후가 입에 담을 말은 아니지 않소.

 

      ()가 지나치면 덕()을 잃기 마련입니다

      제환공께서 혹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께서 간언해 주십사하고 부탁하러 온 것이오.

      아니, 그런 일이 다 있었습니까

      잠깐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군요.

 

      주공께서는 이따금 엉뚱한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또 그 병이 도진 모양입니다.

 

      태재(太宰)께서는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우리 주공께 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시어 고맙소. 잘 부탁하오.

      이만 안녕히 주무십시오.

 
관중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 부리나케 일어나, 제환공의 별궁으로

찾아갔으며,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된다.


      어제 주공께서 봉선의 대전(大典)을 올리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지요


      사실이오. 그런데 중보(仲父)께서는

      어째서 아침 일찍이 그 일을 묻는 것이오.

 

      주공께서는 진심으로 봉선(封禪)을 올리려 하십니까

      그렇소. 어찌 진심이 아니겠소.

 

      지금까지 봉선(封禪)을 올린 임금은 무회씨(無懷氏)에서

      주성왕(周成王)까지 자세히 살펴보아도

      상고(詳考) 할 사람이 모두 72명이라고 하나?

 

      신이 알아본 바는 12명뿐이옵니다.

      이들은 천명을 받은 뒤에 봉선(封禪)을 올렸습니다.

 

      주성왕(周成王)은 태산(泰山)에서 제사를 지내고

      두수산(杜首山)에서 땅에 제사를 지냈나이다.

 

      그 후로 봉선(封禪)의 대전(大典)

      올린 왕은 한 명도 없었나이다.

 

      주공께서는 이 점을 아시고 계시는지요.
      중보(仲父)는 나의 뜻을 막지 마시오.

 

제환공은 비로소 관중이 찾아온 뜻을 알고 안색이 변했다.
지금까지 관중(管仲)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으나

이번 봉선(封禪)의 일로 너무 기분이 상했던 모양으로 고함을 쳤다.

 

      과인은 일찍이 북()으로 산융(山戎)을 정벌하여

      영지국(令支國)과 고죽국(孤竹國)을 평정하였고

 

      (西)로는 유사(流砂)를 건너 태항산(太行山)에 이르렀고

      ()으로는 초()를 치고자 소릉(召陵)까지

      정벌하여 한수(漢水)와 장강(長江)을 바라보았소.


      병거(兵車)를 거느리고 회맹을 한 것이 세 차례요.

      정식 의관을 갖추고, 회맹(會盟)을 여섯 차례 하였소

 

      모두 아홉 차례로 열면서

      이로써 천하를 하나로 바로잡았소

 

      비록 삼대의 제왕들이 천명을 받았다 해도

      어찌 이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소.

 

      이러한 중에 나를 거역한 제후는 하나도 없었소

      어찌 하(), (). ()의 공에 미치지 못한단 말이오

 

      과인이 태산(泰山)에 봉() 제사를 올리고

      양보산(梁父山)에서 선() 제사를 올리면서

 

      자손들에게 이 성대한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불가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관중(管仲)은 제환공(齊桓公)의 고함에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조리 있게 천천히 말을 시작한다.

 

       ()이 하늘에 미친다, 함은

       하늘을 감복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공, 어찌 영토를 넓히는 것만으로

       하늘을 감복시켰다 할 수 있겠나이까.

 

       주공, 옛날 천명을 받은 제왕(帝王)

       먼저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옛날 제왕(帝王)은 징조가 있고 난 뒤에야,

       이를 확인하고, 온갖 제물을 갖춰

       태산에서 매우 융숭한 제사를 올렸나이다.

 

       주공, () 땅에서의 기장쌀은 한 줄기에

       여러 개 이삭이 달려 나타났으므로,

       이에 기장쌀을 거두어 제기(祭器)에 담아 올렸으며

 

       또 장강(長江)과 회수(淮水) 사이에서는

       포모(苞茅) 한 뿌리에서 세 개의 줄기가

       돋아나고 있어, 그것을 영모(靈茅)라 불렀나이다.

    

       이 영모(靈茅)는 임금이 천명을 받으면 자란다고 하며

       그것으로 자리를 만들어 제사 지낼 때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동해에서는 비목어(比目漁)가 몰려왔고

       서해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날아다녔습니다.

 

       상서로운 짐승을 부르지 않아도

       몰려온 것이 열다섯 차례나 되었사옵니다.


무회씨(無懷氏)는 고대 신화에서 나오는 제왕이며, 비목어(比目漁)

암수가 각각 눈이 하나뿐인 물고기로, 암수가 서로 합하여야!

앞을 정확히 볼 수가 있고, 비익조(比翼鳥)는 암수가 각각

날개가 하나뿐인 새로, 서로 합해져야만 나를 수가 있다.


      주공. 이러한 징조는 결코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하늘이 감복하여야만 되는 일입니다.

 

      주공,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하옵니까

      봉황(鳳凰)이나 기린(麒麟)은 나타나지 않고

      대신에 솔개와 올빼미만 날아들 뿐이고

 

      들판에는 곡식(穀食)의 풍성(豊盛)한 이삭 대신에

      힘써 가꾸지도 않아도 되는 잡초(雜草)가 자라나며

      제 멋대로 쑥대만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런 암흑 세상에 주공께서 태산(泰山)에 올라

      봉선(封禪)을 행하신다면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주공을 비웃고 말 것입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는 기원전 770년부터 403년까지 267년간

이며, 그동안은 중국 역사상 가장 큰 혼란기였다.

 

      제환공(齊桓公)은 그 춘추시대 동안에 첫 번째로

      패업(覇業)을 이룩하여, 패공(覇公)의 자리에

      오를 만큼 아주 특출(特出) 한 인물이었다.

 

관중(管仲) 또한 제환공(齊桓公)에게 이처럼 사례를 들어가면서도

직설적이면서 독한 표현을 써가며 간언을 올리면서, 제환공이

천자 자리를 넘보려는 마음을 철저히 막는 것이었다.

 

이는 두 사람이 정치적 공조 체제를 이룬 이래, 아마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봉선(封禪)에 대해서는 없었던 일로 하겠소!

       앞으론 편안히 쉬며 쉽게 살까 하니 그리 아시오.


역시 그릇이 큰 제환공은 관중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고, 이후

봉선(封禪)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환공(齊桓公)은 규구회맹(葵丘會盟)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자기가 천하제일이라는 듯이 아주 교만해졌으며, 그 정도가 지나칠

만큼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궁실(宮室)을 천자의 왕실처럼 대규모로 꾸며라

       모든 예법도 천자의 예에 따라 하도록 하라

 

       수레라든지, 복장이라든지,

       시중드는 내관들의 제도까지도

       () 왕실과 비슷하게 바꾸어버리도록 하라

 

제환공(齊桓公)의 행동에 대부들 사이에 말이 없을 수가 없었으며

여론이 이러한 중에 더욱 이상한 것은 관중(管仲)의 태도였다.

 

      여러분, 주공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소이다.
      주공은 예()에 어긋나는 일을 너무 하고 있소이다.


여론이 이러한 중에, 더욱 이상한 것은 관중(管仲)의 태도였으며

시종 침묵을 지키면서, 제환공의 행동을 일절 모르는 척하며,

오히려 관중(管仲)이 더 사치와 교만을 더 부리는 것이었다.

      아니, 아무리 중부仲父 라도 그렇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큰 저택에

      화려한 3층의 누대(樓臺)를 높이 쌓아 올리고

      삼귀지대(三歸之臺)라며 현판을 붙였다 하오.

 

      백성이 귀의(歸依)하고 제후들이 귀의(歸依)하며

      사방의 오랑캐가 귀의(歸依) 한다는 뜻이 아니겠소

 

      제후가 아니면 세울 수 없는 색문을 세워

      안과 밖을 가렸을 뿐만 아니라

 

      제후만이 설치할 수 있는 반점(反坫)을 설치하여

      술잔을 올려놓고, 열국(列國)의 사신들을 집안에서

      맞이하다니, 교만과 월권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모든 비난이 제환공보다 모두 관중(管仲)에게로 쏟아지자, 참다못한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찾아가 싫은 소리를 하게 된다.

 

      포숙아(鮑叔牙), 어서 오게나.
      중보(仲父), 자네에게 크게 실망하고 있네.
      포숙아(鮑叔牙),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주공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먼저 막아야 할 자네가,

 

      그에 편승하여 주공과 함께 사치와 무례를 자행하고

      있으니, 이 어찌 옳은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허 어. 포숙아(鮑叔牙), 내 말을 좀 들어보게.

      주공께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갖은 고난을 겪고

      애써서 오늘 날의 공업(功業)을 이루셨네.

 

      ()을 이루면 그것을 누리려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내가 예법으로써 주공을 구속하면

      주공은 모든 것이 귀찮아지며, 지금까지

      이뤄낸 공업(功業)에 회의마저 느끼게 되네.

 

      그리되면 주공은 게을러질 것이요. 또한

      공실은 타락하고 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주공의 사치와 예()

      어긋나는 행동을 막지 않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자네가 사치와  교만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생각에서인가

 

      그렇다네, 주공이 사치하고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당연히 세상 사람들은 주공을 비판하게 되네.

 

      비판받으면 덕()을 잃게 되고, ()을 잃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주공보다 더 사치하고

      더 교만한 행동을 하게 되면

 

      세상 사람들의 모든 비판은 모두

      이 관중管仲인 나 하나의 몸으로 쏠리게 되네.

 

      내가 더 사치하고 더 교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바로 그 비난을 모두 내가 받음으로써

      주공을 온전히 지켜드리기 위한 충심에서이네.

이 말을 들은 포숙아(鮑叔牙)는 비로소 관중(管仲)의 깊은 속마음의

뜻을 알게 되었으므로, 관중(管仲)을 뚫어지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하늘을 우러르며 경탄해 마지않는 것이다.


      아 아. 우리 주공은 정말로 복()이 많으시다.

      어찌 하늘 아래 관중(管仲) 같은 사람을 둘 수가 있으리오.

 

200 . 씨는 뿌린 대로 자라나는가.

         <6권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