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육탄과 난초
제 195 화. 은혜는 반드시 보답한다.
글쎄 말이외다. 어쩌다가 우리 정(鄭) 나라만
외톨이가 되었는지 모르겠소?
주공. 이 편지를 보시옵소서.
진(陳) 나라 대부 원도도(轅濤塗)의 편지이옵니다.
주공, 원도도(轅濤塗)의 말대로 연합군을
물러가게 하는 방법은, 신후(申侯)를 죽여
제환공(齊桓公)에게 바치며 용서를 받아야 하옵니다.
단지 신후(申侯)의 목을 보낸다고 용서가 되겠소?
주공, 신이 찾아가 목숨을 걸고 용서를 빌겠나이다.
좋소이다. 대부 공숙(孔叔) 만을 믿겠소이다.
어서 신후(申侯)를 불러들여라!
주공. 이제서야, 신에게 봉토를 주시려 하나이까?
너는 전날 제환공(齊桓公)을 당적 할 만한 나라는
초(楚) 나라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제(齊)와 연합군이 쳐들어왔는데
초(楚) 나라 구원 군은 어디에 있느냐?
주공, 지금이라도 초楚 나라를 부르겠나이다
시끄럽도다!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 목을 베도록 하라.
처세의 귀재라 불리며 교만을 떨던 신후(申侯)는, 그렇게 변명할
사이도 없이 끌려나가 목을 베는 참수형(斬首刑)을 당하고 말았다.
패공(霸公) 이신 제후(齊侯) 여!
정(鄭) 나라 대부 공숙(孔叔) 이옵니다.
무릎 꿇고 뵙기를 앙망(仰望) 하나이다.
다음 날 정(鄭) 나라 대부 공숙(孔叔)은 성문을 열고 나갔으며,
제환공(齊桓公)은 공숙(孔叔)을 싸늘히 쳐다보면서 말을 한다.
정(鄭) 나라 대부 공숙(孔叔)은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이 목함木函을 보시옵소서!
그것이 무엇인가. 뚜껑을 열어보아라.
이것은 정(鄭) 나라 대부 신후(申侯)의 목입니다.
지난날 우리 주공께서 수지(首止)를 몰래 떠나온 것은
모두 다 이 신후(申侯)의 꾐에 빠졌기 때문이옵니다.
신후(申侯)는 초(楚) 나라를 섬기는 이중 첩자입니다.
이제 우리 주공은 지난날의 경솔함을 뉘우치고
신후(申侯)를 참하여 패공(霸公)께 죄를 청하나이다.
패공(霸公)께서는 정(鄭) 나라의 죄를 용서하여주십시오.
다시는 초楚 나라와 수교를 맺지 않겠나이다.
정문공(鄭文公)은 박쥐와 같이 이리저리 잘도 붙는구나.
너희의 소행으로 현(弦) 나라가 망하였고
허(許) 나라가 단숨에 초(楚)에 복속하게 되었도다.
정문공(鄭文公)의 행동은 몹시 괘씸하도다.
정문공(鄭文公)이 직접 찾아와 사죄토록 하라!
대부 공숙(孔叔)은 더 머물지 말고 당장 돌아가라.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중보(仲父)는 무슨 말을 하려 하오?
중보(仲父), 어서 말해 보시 오?
옛말에 가까이 있는 자는 예(禮)로써 오게 하고
멀리 있는 자는 덕(德)으로 오게 하라 하였나이다.
주공, 대부 공숙(孔叔)은 예(禮)를 아는 사람입니다.
정문공(鄭文公)의 소행이 비록 괘씸하나?
그 밑의 신하들이 이렇듯 예(禮)를 알고 있다면
아직 정(鄭) 나라의 근본은 서 있다 하겠나이다.
주공께서는 이 점을 어여삐 살펴주소서.
허 어. 참, 꼭 그리 하여야 하겠소?
주공, 예(禮)를 아는 공숙(孔叔)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사옵니다.
정(鄭) 나라 대부 공숙(孔叔)은 듣도록 하라.
중보(仲父)의 체면을 보아 용서하겠노라!
앞으로 왕실의 안정과 천하의 안녕을 위하여
정(鄭) 나라도 온 힘을 쏟도록 하라.
패공(霸功)께 감읍(感泣) 할 따름이옵니다.
앞으로 회맹에는 절대 빠지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관중(管仲)이 돕지 않았던들 제환공(齊桓公)은 크게 호통을 쳐서,
공숙(孔叔)을 쫓아버렸을 것이나, 다행히 관중(管仲)의 도움으로
신정(新鄭) 성의 포위를 풀고 연합군과 함께 모두 철수하였다.
이때가 제(齊) 나라와 초(楚) 나라가 소릉(召陵)에서 불가침 조약을
맺은 지 3년 후인 기원전 653년이며, 제환공 33년인 봄의 일이었다.
그해 7월이 되자, 제환공은 또다시 중원(中原) 제후들을 소집하였다.
태자 정(鄭)이 주(周) 왕실의 후계자임을
확실하게 못을 박기 위하여 회합하고자 하노니
노(魯) 나라 땅인 영모(寧母)에 모이도록 하시오.
그런데 정문공(鄭文公)은 회맹 일이 가까워지자, 주혜왕(周惠王)의
밀서에 대한 욕심이 다시 일어났으며, 장차 패공(霸功)이 되고 싶은
욕망(欲望)을 일으키며 또다시 집착하려 하였다.
주혜왕(周惠王)은 후계자로
왕자 대(帶)를 세우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제환공(齊桓公)을 후견인으로 두고 있는
태자 정(鄭)이 유리하나,
태자 정(鄭)은 왕실의 기반이 너무 약하다.
주혜왕(周惠王)이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왕자 대(帶)가 왕위를 계승할지도 모른다
이 좋은 기회에 제환공(齊桓公) 만을 따라가다가
만약 왕자 대(帶)가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면
패공霸功 이 될 아까운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주혜왕(周惠王)의 뜻과 제환공(齊桓公)의 뜻에도
양쪽 다 거슬리지 않는 좋은 방안이 없겠는가?
주공, 진(陳) 나라는 세자를 회맹에 보낸다 하옵니다.
진선공(陳宣公)이 세자를 대신 보낸다고 하였느냐.
잘되었다. 그러면 나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자.
세자 화(華)를 부르라.
아버님, 세자 화(華)이옵니다.
세자는 영모(寧母)의 회맹에 다녀오도록 하라.
정문공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세자 화(華)를 대신 보내게
되는데, 앞으로 새자(華)가 뜻하지 않은 말썽을 일으키게 된다.
정문공은 정실에서 세자 화(華)와 공자 장(臧)이 있었으며
또한 후궁(後宮)에 아들 둘이 있었고 그리고 잉녀(媵女)로
따라온 연길(燕姞)의 소생으로 공자 난(蘭)이 있었다.
공자 난(蘭)의 출생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정문공이 남연(南燕)에서 후궁(後宮)을 얻을 때, 잉녀(媵女)로 따라온
길씨(姞氏)가 있었는데, 그 처녀(處女)를 연길(燕姞) 이라 불렀다.
네가 연길(燕姞)이 더냐?
그러하옵니다. 어인 일이신지요?
나는 너의 조상인 백주(伯鯈) 이노라.
내가 이 향기 짙은 난초(蘭草)를 줄 터이니
이 난초(蘭草)를 네 아들에게 전하라.
온 나라 사람들이 네 아들을
난꽃 향기처럼 사랑하리라!
네 아들로 하여 정(鄭) 나라를
번성(蕃盛) 하게 하리니 잘 키우도록 하라.
엉겁결에 난초(蘭草)를 받은 연길(燕姞)은 놀라면서 깨어보니 한낱
꿈이었으나 온 방 안에 난초(蘭草) 향기가 가득하였다.
연길(燕姞)이 꿈속에서 본 백주(伯鯈)는
남연(南燕)의 시조(始祖) 로써,
오제(五帝) 중의 한 사람인 황제(皇帝)의 후예이다.
길씨(姞氏)는 주(周) 나라 조상인 후직(後稷)의 정부인의 성(姓)을
말하는 것이며, 난(蘭)은 좋은 핏줄이란 뜻이 되겠다.
친구야! 내가 잘생긴 남자에게서
난초(蘭草)를 받는 꿈을 꾸었어!
친구야. 난초(蘭草)가 아들이 되어
정(鄭) 나라를 번성시킨다 하였어!
호호호. 아들을 낳는 꿈이로구나.
내가 처년데 어떻게 아들을 낳냐?
아무렴. 꿈에서 본 데로 난초(蘭草) 같은
잘 생긴 아들을 낳으려므나!
아유. 그만 놀려라!
호호, 네가 귀한 아들을 낳지 않으면 누가 낳겠느냐.
아유. 너무 놀리지 마. 그저 꿈 이야길 한 거야.
연길(燕姞)의 얘기를 들은 궁녀들이 깔깔거리며 조롱하는 중에,
그때 마침 정문공이 내궁에 들다가 궁녀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허허, 왼 소란들이냐?
왜 말들을 안 하느냐?
정문공은 궁녀들을 불러 무슨 일이냐고 다그쳐 묻자 궁녀들이
연길(燕姞)의 꿈 얘기를 해주며, 또다시 까르르 웃어대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단히 길한 징조(徵兆)다.
내가 너의 꿈을 성사시켜 주리라.
오늘 밤 난초(蘭草)를 치마에 달고 오너라.
그걸 내관에게 보이면 내 방으로 들게 하리라.
그날 밤 정문공(鄭文公)은 연길(燕姞)과 잠자리를 함께하였으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연길(燕姞)에게 난초를 내주며 말하였다.
연길(燕姞) 아, 너와는 궁합宮合이 참으로 잘 맞는구나.
이 난초(蘭草)를 잘 키우도록 하여라.
너는 오늘부터 후궁이 되었음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길(燕姞)에게 태기가 있었고, 만삭이 되자
아들을 낳았다. 정문공은 난(蘭) 이라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공자
난(蘭)은 자라면서 매우 영특하여, 몹시 아끼고 사랑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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