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92 화. 배신자는 어느 곳에 있는가.

서 휴 2023. 7. 2. 05:55

 192 배신자는 어느 곳에 있는가.   

 

정문공은 난데없는 밀서를 받게 되자, 밀서의 내용을 곱씹어보는

중에주혜왕(周惠王)이 바라는 의도를 혼자서 깨달으며, 결국 

싱긋이 웃고는 자기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제환공은 많은 수고와 공적을 이루어낸

      주(왕실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도다

 

      ()는 왕호를 참칭(僭稱하며마지막 남은

      왕실의 자존심마저 짓밟은 오랑캐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하여 나에게 제환공을 버리고

      ()와 함께 왕실을 안정시키라는 것인가?

 

      주혜왕이 아무리 태자 정()을 미워하고

      왕자 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다 해도

      쉽게 내릴 수 있는 명()이 아니지 않은가?

 

      혹 잘못된 밀서가 아니겠는가?

      주혜왕의 서명으로 보아 잘못된 건 아니로구나.

 

      주상께서 제환공의 막강한 세력에 혹여

      불안과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으흠그렇구나

      후계자 선정 문제가 아니라

      제환공(齊桓公)을 경계하는 마음이로구나.

 

      제환공을 버리고 초()와 함께 왕실을 안정시키라는

      밀명(密命)은 제환공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지금 주혜왕은 불안과 위협을 느끼는 것이리라.

 

      흐흐잘 되었구나

      우리 정(鄭) 나라가 초(楚)와 연합 세력을 구축하면서,

      내가 왕실의 국정을 맡게 된다면 ?

 

      그렇다이 기회를 잘만 이용한다면

      나도 패공(覇公)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문공은 주혜왕의 밀서에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벙긋이 벌어졌으며

자신의 야망에 대한 헛된 생각이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마음이 벅차오르며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벌써 한밤 이로구나.

      조용히 대부들을 불러 모이게 하라

 

      주공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허 어좋은 일이 있소어서들 앉아 보시오.


      우리 선군이신 정무공(鄭武公)과 정장공(鄭莊公)께서는

      왕실의 경사(卿士)로서 모든 제후를 호령하였었소!

 

      그러던 것이 중간에 세도가 끊어져 버리니

      다른 제후의 명에 따르는 신세가 되고 말았소

 

      더구나 나의 선군이신 정여공(鄭厲公)께서는

      지금의 천자를 왕위에 올리는 큰 공을 세우셨으나

      아직 아무런 우대(優待)를 받지 못하고 있소.

 

      나는 이 점이 늘 아쉬워하였던 바이오

      다 들 이 밀서(密書)를 보시 오.

      이제 이 밀서(密書)로써 왕명이 나에게 내려졌소.

 

      이는 우리 정(나라가 왕실의 국정을 운영하면서

      천하의 패권(覇權)을 잡아보라는 내용이므로

      이제 과인에게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 아니겠소?

 

      그대들은 모두 과인을 축복해주어야 하지 않겠소.     

      자이제 본국으로 돌아가 큰일을 도모해 봅시다.

 

      주공, 신 대부 공숙(孔叔)이옵니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군주는 경솔해서는 아니 됩니다.

 

      주공경솔히 행동하면 친한 이를 잃게 되며

      친한 이를 잃게 되면 근심이 따라오게 되옵니다.

 

      제환공(齊桓公)은 우리 정(나라를 위하여

      힘들게 연합군을 결성하였으며,

 

      손수 많은 물자를 드려먼 초(나라까지

      원정을 갔던 은인이 되십니다.

 

      주공인제 와서 제()를 버리고 초()와 친해진다면

      그것은 곧 배은망덕(背恩忘德) 한 일이 되나이다.

 

      더욱이 제환공이 태자 정()을 돕는 것은

      적장자(嫡長子)를 바로 세우려 하는 것이며

      이는 천하의 대의를 올바로 세우려는 것입니다.

 

      바라건대주공께서는 딴생각을 갖지 마십시오.

      대부 공숙(孔叔)은 어찌 자기 말만 하는가?


      우리가 천자의 명을 따르고 돕는 것을

      그대는 어찌 경솔한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주공왕실의 대를 이을 수 있는 것은

      오르지 적장자(嫡長子뿐이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러움만 초래할 뿐이옵니다.

      지난날의 일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사옵니다.      

 

      주유왕(周幽王)이 왕자 백복(伯服)을 사랑하고

      주환왕(周桓王)이 왕자 극()을 사랑하고

      주장왕(周莊王)이 왕자 퇴()를 사랑하였다가

      어떻게 되었는가는 주공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결국왕실을 어지럽히고목숨만 잃었을 뿐

      아무런 공적도 남기지 못하였나이다.

 

      주공께서는 옛사람들이 저지른 허물을

      어찌 다시 되풀이하여 따르려 합니까.


      만일 이번에 잘 못 생각하여 경솔히

      주혜왕을 돕고 제환공을 배신한다면

      주공께서는 반드시 크게 후회하게 되옵니다.

 

      아닙니다. 주공,

      대부 신후(申侯)가 말씀 올리겠나이다.


      대부 공숙(孔叔)은 너무 강조하지 마시오!

      천자의 명을 따르며 돕는 것을

      어찌 경솔한 행동이라 할 수 있겠소?


정문공은 공실 세력이 만만치 않은 공숙(孔叔)이 끝내 만류하자

기가 꺾이고 있을 무렵에 불쑥 대부 신후(申侯)가 뛰어들면서

정문공(鄭文公) 야욕을 거들며은밀히 부추기기도 하였다.

 

      주공신 대부 신후(申侯) 이옵니다.      

      주공대부 공숙(孔叔)의 말은 틀리나이다.

 

      우리는 천자의 신하이지,

      패공(霸公)의 신하가 아닙니다.

 

      주공께선 오직 천자의 명에 따라갈 뿐으로

      제환공에 대한 아무런 배신이 아니옵니다.

 

      태자 정()과 왕자 대(중에누가

      다음 왕위에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주공께서는 일단 본국으로 돌아가시어

      잠시 사태를 관망해 볼 필요가 있나이다

 

신후(申侯)는 구변이 좋고 아첨에 능한 사람으로원래 신(나라

군주 신공(申公)의 생질이었으나(나라가 초()에 망하자,

 

() 나라의 신하가 되었다가말을 잘 들어주던 초문왕(楚文王)

죽게 되자, (나라에 귀화하여 대부 벼슬을 하고 있었기에

사람들로부터 망국의 후예라며 손가락질을 받는 미움 덩어리였다.


      대부 신후(申侯)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주공천자의 말씀을 따르셔야 하옵니다.


      허 어그렇도다그대의 말이 옳도다.

      나의 마음은 신후申侯의 뜻으로 정하겠소.      

      자이제 모두 준비하시오!


정문공(鄭文公)은 신후(申侯)의 말에 따라밤사이에 소리소문없이

진채(陣寨)를 거두었으며정군(鄭軍)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방금(方今)! 무어라고 하였느냐?     

      정(나라가 아무 기척도 없이 떠났단 말이냐

 

      국내에 급한 일이 생겨 떠났다고 합니다.

      인사도 없이 떠나다니 아주 못 된 놈이로다.

      태자를 받들고 정(나라를 당장 토벌하리라

 

제환공은 안색이 돌변했으며무엇보다도 모욕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이에 수지(首止회맹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나에게 모욕을 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태자를 받들고 당장 토벌하고 말리라


      주공관중(管仲이옵니다.     

      주공께서는 대범하시어야 하옵니다.

 

      이는 우리가 태자 정()을 세우려는 뜻을 미리 짐작하고,

      틀림없이 주혜왕(周惠王)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제후들의 분열을 노리고 먼저 정문공(鄭文公)

      유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공그러나 정(나라가 빠졌다고 하여

      주공의 큰 계획에 지장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아직 태자를 위한 맹약도 하지 않았나이다.

      주공우선 맹약부터 하고 난 후에

      제후들의 뜻을 모아 토벌하여도 늦지 않나이다!


정문공(鄭文公)으로 인해수지首止의 분위기가 살벌하여 졌으나,

제환공(齊桓公)도 스스로 흥분한 걸 깨닫고는 조용하게 행동하였다.


      제후들의 마음이 흔들릴까 그래 본 것뿐이오.

      내 어찌 대사를 앞에 놓고 경솔할 수 있겠소

 

수지首止에 모인 여러 나라 제후들은 회맹 준비가 모두 끝나자,

제환공(齊桓公)이 마련한 제단으로 올라가태자 정()을 가운데

모셔놓고입술에 피를 바르며 맹약(盟約)의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凡我同盟 (범아동맹우리가 다 같이 맹세하노니

       共翼王儲 (공익왕저힘을 합쳐 왕자를 도와

       匡靖王室 (광정왕실왕실을 바로 잡는다

       有背盟子 (유배맹자맹세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神明殛之 (신명극지천지신명께서 용서하지 않으리라.

 

 193 조약을 헌신처럼 버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