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89 화. 초나라를 굴복시키는가.

서 휴 2023. 6. 26. 22:52

 189 . 초나라를 굴복시키는가.


굴완은 제()의 영채(令寨)에 들어서자제환공에게 두 번의 절을

올렸으며제환공 역시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답례하였다.


        그대가 다시 이곳에 온 까닭이 무엇이오?

        삼가 제후께 아룁니다.


        (왕실에 조공으로 포모(苞茅)를 바치지

        않은 것은 우리 초(나라의 잘못입니다

        우리 왕께서도 그 점에 대하여 인정하고 계십니다.

 

        앞으로는 해마다 주 왕실에 조공을 바치겠나이다.

        그러니 군후(君侯)께서는 중원(中原)의 대군을

        1(一舍밖으로 물러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물러가시면 신이 돌아가 우리 왕에게

        화친조약 和親條約을 맺을 수 있도록 설득하겠나이다.

 

1(一舍)군사 전체가 하루에 진군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하며

옛날에는 군사가 하루에 대략  30리 길을 옮길 수 있었다고 한다.

 

굴완의 신중한 제안은 서로 간에 전쟁을 피하자는 마음이면서,

서로의 체면을 합리적으로 세워주는 방안이었기에제환공도

선선하게 승낙하여 굴완의 제안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그대가 초성왕(楚成王)을 잘 보좌하여

        (나라가 주(왕실의 신하로서

        직분을 다한다면 더는 바랄 것이 무엇이겠소?

 

        나는 그대의 말을 믿고 우리 연합군을

        1(一舍밖으로 몰릴 것을 약속하는 바이오.

 

제환공과 굴완의 대화는 예비회담의 성격이었으나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자, 굴완은 제환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초(나라로 

돌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보고하였다.

 

        제환공과는 이야기가 잘 된 것이오?

        왕이시여그러하옵니다.

 

        연합군을 1(밖으로 물러나?

        우리의 답변을 기다리게 하였나이다.

 

        신 또한 매년 조공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사오니

        왕께서도 그들에게 신용을 잃지 않으셔야 하옵니다.

 

        왕이시여세작(細作)의 보고이옵니다.

        중원(中原) 7개국 연합군이 경지(陘地)에서

        1(밖인 소릉(召陵땅으로 물러갔사옵니다.

 

초성왕은 주(왕실에 매년 조공을 바치기로 하면서왕실의 

신하로서 직분을 다하겠다고 약조하며너무 빠르게 협상하고 

돌아오자, 이에 초() 나라의 자존심을 구겼다며 크게 분노하다.


        연합군은 우리 초(나라의 강성함을 두려워하였기에

        뒤로 물러서며 그리 쉽게 약조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연히 조공 만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구나

        굴완(屈完)은 어찌 그리 쉽게 약속하고 돌아왔는가?

 

        굴완(屈完)은 어서 말해보라      

        왕이시여신 투곡어토(鬪穀於菟이옵니다.


         제환공(齊桓公)은 초()의 신하에 불과한 굴완(屈完)에게

        1(一舍)를 물러가며 약속한 바를 지키고 있사온데

 

        어찌하여 왕께서는 중원(中原)의 여러 제후에게

        굴완(屈完)을 거짓말쟁이로 만드시려 하나이까?

 

초성왕은 투곡오토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다가 잠시

후 마침내 큰 결심을 하였다는 듯이 명령을 내린다.


        황금과 비단을 일곱 수레 실어 갖다 주도록 하라

        7개국 연합군 나라마다

        넉넉한 음식을 보내 대접하도록 하라

 

        아울러 주(왕실에 보낼 청모(靑茅한 수레를

        제환공齊桓公에게 바쳐왕실에 상표上表 하도록 하라.

 

제환공은 굴완이 예물을 싣고 다시 찾아온다는 기별을 받자

모든 제후에게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여 놓고 기다리게 했다.

 

         굴완이 도착하자먼저 제군(齊軍)의 진중(陣中에서

         제일 먼저 커다란 북소리가 울렸다.

 

         그에 맞추어 연합군도 순서에 따라 북소리를 내다가

         끝내 다 함께 치면서 하늘과 땅을 뒤흔들게 하였다.

 

이러한 연합군의 북소리는 자신들의 군세(軍勢)를 마음껏 과시하며

위압을 주면서유리한 조건으로 화친조약을 맺으려는 속셈이다.


        제후(齊侯께선 예물과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굴완(屈完대부그동안 수고가 많았소

        많은 예물과 음식은 고맙게 받겠소.

 

        아니왕실에 갈 예물마저 가져온 것인가?

        왕실에 바쳐야 할 조공품인 이 청모(靑茅)

        (나라가 왕실에 직접 바치도록 하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초(나라의 예물과 음식을 받는 모든 절차가

끝나자굴완(屈完)을 보며 넌지시 제안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대는 우리 중원(中原)의 군사를 본 일이 있는가?       

         소신굴완(屈完)은 궁벽한 시골에 살아서인지

         아직껏 중원(中原)의 군사를 보지 못하였나이다.

         한번 보여주시오면 영광이겠나이다

 

이에 제환공은 호화스럽게 장식한 수레에손수 굴완을 태우고

연합군을 사열하기 시작한다.

 

7개국 연합군은 각기 한 방향씩 나누어 섰는데먼저 제군에서

북소리가 울리자각 나라 북들이 쉴 새 없이 울리며 장엄하고

엄청난 사열(査閱)을 끝마치자제환공은 굴완을 돌아보며 묻는다.


        잘 보았소과인에게 이러한 군대가 있는데

        어찌 싸워서 이기지 못할 것이오

 

        소신굴완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나이까?

        괜찮소어서 말해보시오.


        제후(齊侯)께서 중원(中原)의 맹주(盟主)가 되신 것은

        오직 덕()으로써 만백성을 사랑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화친조약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군후께서 힘으로 이 땅을 노리셨다면

        우리 초(나라는 험한 산을 성()으로 삼고

        깊은 한수(漢水)를 못으로 삼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을 것입니다.

 

        그리되면 백만 대군이라 한들 한 사람이라도

        어찌 살아서 중원(中原) 땅으로 돌아갈 수 있겠나이까?

 

굴완(屈完)이 조용한 음성으로 대답하자순간 제환공(齊桓公)

모골이 송연해지면서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대는 진실로 초(나라의 훌륭한 신하로다.

        ()와 동맹을 맺는 데 그대가 힘을 써야 하겠소?


        군후께서 동맹 맺기를 원하신다니,

        그것은 우리 초(나라의 복(이기도 합니다.

 

        신은 동맹이 맺어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여 노력하겠나이다


제환공은 굴완을 자신의 영중(營中)에 머물게 하고서는, 그 날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잔치를 열었으며이튿날 날이 밝자,

소릉(召陵땅에 제단(祭壇)을 빨리 세우게 하였다.

 

        이제 각 제후께서 다 모이셨으니

        관중(管仲)이 의식(儀式)의 주례자가 되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께선 제후들을 대표하여

        (위로 먼저 올라가십시오.

 

        굴완(屈完)은 초성왕(楚成王)의 대리인으로

        비록 혼자이지만홀로 제단 위로 올라가시오.


        두 분은 삽혈(歃血)의 피를 입에 바르시고

        제후분들도 따라서 맹세하십시오.

 

       自今以後 世通盟好 (자금이후 세통명호)

       오늘 이후로는 대대로 우호 할 것을 굳게 맹세하노라!

 

소의 귀를 잘라 제환공(齊桓公)을 비롯한 연합군의 제후들과 굴완이

입술에 피를 바르며맹세하는 모든 의식으로 화친조약이 끝나자,

관중(管仲) 굴완(屈完)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하였다.


        귀국에 잡혀가 있는 정(나라 장수 담백(聃伯)

         나라로 돌려보내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귀공께서도 채목공(蔡穆公)이 제환공(齊桓公)에게 지은

        죄를 용서하시어 채(나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의 요구를 들어주었고제환공(齊桓公)은 초()

동맹을 맺으며 모든 일이 끝나자각 제후에게 회군명령을 내리려

하는데이때 갑자기 허(나라의 허군(許軍) 도착하였다.

 

        패공(霸公). (나라 대부 백타(百陀이옵니다.

        패공(霸公)의 도움으로 상례를 잘 치렀으며

        허목공(許穆公)에 이어 세자 업()이 군위에 올라

        허희공(許僖公)이 되었나이다.

 

        새로운 주공, 허희공(許僖公께옵서는

        패공(霸公)의 은덕에 조금이나 보답하고자

        비록 적은 수이오나허군(許軍)을 보냈사옵니다.

 

        적다 마시고 받아 주시옵기를 바라나이다.

        허 어대단히 고맙소.

 

        이제 보다시피모든 게 끝이 났소.

        돌아가 허희공(許僖公)께 고마움을 전해주시오.

 

맹약이 끝나고 모두가 귀환준비를 하는 도중에 포숙아(鮑叔牙)

수레를 몰고 관중(管仲)에게 다가와궁금하였던 바를 물어본다.


        (나라의 가장 큰 죄()

        왕호를 참칭(僭稱한 것이었네!

 

        자네는 어찌하여 그 문제는 추궁치 아니하고

        그깟 포모(苞茅바치지 않은 것만을 따졌는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네
        

        허 어(나라가 스스로 왕이라 자칭한 지가

        벌써 3대째나 된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만일 초()의 왕호 참칭(僭稱)을 문제 삼아

        꾸짖었다면초성왕(楚成王)은 결코 머리 숙여

        우리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네.

 

        그리되면 남은 것은 싸우는 것뿐이 아니겠는가.

        (나라는 영토가 넓을 뿐만 아니라,

        내가 보기에 군사도 강할 것이네.

 

        만약 싸움을 벌여 전쟁이라도 하게 된다면

        어찌 1, 2년 싸움으로 결판이 나겠는가?

 

        아무래도 10년은 족히 싸워야 하는데

        그 피해가 어떠하겠는가를 생각해 보았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조공 바치지 않은 것만을

         트집을 잡아할 말이 없게 만든 것이네.

 

        이것만으로도 우리 주공께서는

        큰 공업(功業)을 이루신 것이 아니겠는가?


        허 어내가 생각이 짧았소

        과연중보(仲父)의 말이 맞는 것이네.

        과연중보(仲父)의 높은 식견과 지혜에 감탄하오.

 

관중(管仲)의 설명에 포숙아(鮑叔牙)는 감탄하며 화친을 맺게 된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으며이에 제환공(齊桓公)이 초(나라를

굴복시키며화친조약(和親條約)을 맺게 된 사실은 제환공의

여러 업적 중에서 가장 빛나는 실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0 . 약은 놈과 약속이 지켜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