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후계자의 모습
제 191 화. 첩을 위해 아들을 버린다.
아니, 정말 이상하구나!
아니. 이럴 수가 있더란 말인가?
분명히 태자는 정(鄭)이 맞는데!
차자인 왕자 대(帶)가 앞장서 당당하게 들어오며
그 뒤를 따라 태자 정(鄭)은 움츠리고 들어오다니?
태자 정(鄭)은 왕자 대(帶)보다 형이며
더구나 태자가 아닌가?
당연히 앞장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손습붕(恭遜襲封)은 태자 정(鄭)에 앞서 동생인 왕자 대(帶)가
앞장서 당당하게 들어오는 걸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에 곁눈질로 주혜왕(周惠王)의 기색을 살펴보았으나,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그 자리에 앉는 걸 보고만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
아니. 이미 마련하여 놓은 자리마저도
왕자 대帶가 태자보다 더 높지 않은가?
공손습붕(恭遜襲封)은 낙양(洛陽)을 떠나 제(齊) 나라로 돌아가자,
왕실의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복명(復命) 하게 된다.
주공. 장차 주(周) 왕실이 어지럽겠나이다!
허 어. 왕실이 어떻기에 그런 말을 하는가?
주공. 주혜왕(周惠王)의 장자는 정(鄭) 이옵니다.
더구나 태자가 아니겠습니까?
하온데. 서자(庶子)이며, 동생 되는 왕자 대(帶)를
더 앞세우는바, 예사롭게 볼일이 아니옵니다!
태자 정(鄭)은 주혜왕(周惠王)의 첫 번째 왕후인 강씨(姜氏) 소생이며,
반면에 동생 대(帶)는 후궁인 진규(陳嬀)의 소생이다.
왕후 강씨(姜氏)가 일찍 죽자, 후궁인 진규(陳嬀)는 주혜왕(周惠王)의
총애받아, 일약 왕후의 자리에 올라 혜후(惠后)가 된 것이며, 그러나
세자 정(鄭)은 이미 태자가 되어 동궁(東宮)을 차지하고 있었다.
왕자 대(帶) 야. 명심하여라!
이 어미가 왕실의 세력을 은밀히 모아줄 터이니
너는 꼭 태자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도록 하라.
네 에, 어마마마, 고맙사옵니다.
혜후(惠后)는 주혜왕(周惠王)의 비위도 잘 맞추었으므로, 어느새
왕자 대(帶)를 왕실 내에서 태자 정(鄭) 보다 앞서 있게 만들었다.
주상 마마. 왕자 대(帶)의 늠름함이 돋보입니다!
하긴. 태자 정(鄭)은 왜 저리 나약한지 모르겠소?
저러다가 대통(大統) 이나 이을까 걱정이오!
주상 마마도 그렇게 보시었나이까?
모든 사람도 왕자 대(帶)를 더 존중하나이다.
알겠소. 좀 더 두고 봅시다!
왕실 사람들도 혜후(惠后)의 뇌물을 받아먹게 되면서, 힘없는
태자 정(鄭)을 폐하고, 왕자 대(帶)를 세우는 데 동조하고 있었다.
주공. 주(周) 왕실의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 적서(嫡庶) 분쟁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주공께서는 대책을 마련하심이 좋겠나이다.
이는 모두 왕실의 문제로다!
과연, 과인이 끼어들어도 괜찮겠는가?
주공께선 맹주(盟主)이며 방백(方伯) 이십니다.
방백(方伯)은 천하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나이다.
본가인 왕실에 어지러움이 생기려 하옵는데
모르는 척 그냥 계시는 것은,
맹주(盟主)나 방백(方伯)으로써 그 직분을
소홀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옵니다.
주공, 신. 관중(管仲)도 깊이 생각하는 바
공손습붕(恭遜襲封)의 의견이 옳다고 봅니다.
이제 바야흐로 천하가 하나로 모이고 있나이다.
왕실이 어지러우면 천하가 하나가 될 수 없나이다.
주공, 제(齊) 나라의 영향력을 더욱 확고히 하여야만
주(周) 왕실을 정신적 지주로 지켜나갈 수 있나이다.
관중(管仲)도 정신적 지주 격인 왕실을 안정시킴으로써, 제(齊)
나라가 제후국 들에 대한 영향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힘주어 말하였다.
중보(仲父). 무슨 좋은 계책이라도 있소?
주공, 신이 짐작하건대 태자 정(鄭)은 몹시 외롭고
위태로운 처지에 있을 것이옵니다.
주공, 주공께서는 먼저 태자 정(鄭)의 마음부터
안정시키고 위로해드리십시오.
어떻게 하면 정鄭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겠소.
제후들을 소집하여 회맹을 여시되
왕실에 태자를 참석하게 해달라고 청하십시오!
주혜왕(周惠王)에게 왕실을 존중하는 뜻을 밝히신다면,
태자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제야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말뜻을 이해하였으며, 곧바로
격문을 보내면서, 내년 여름 5월에 수지(首止) 땅에서 왕실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자며, 왕실을 비롯한 중원의 제후들에게 통보하였다.
제환공은 대부 진경중(陳敬仲)을 수지(首止)로 보내
행궁(行宮)과 별궁(別宮)을 짓게 하였으며,
이듬해 여름이 되자, 왕실에 사자를 보내면서
태자 정(鄭)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주혜왕(周惠王)은 태자 정(鄭)을 보내기가
꺼림칙하였으나, 워낙 명분이 분명하였기에
거절할 명분이 없어 할 수 없이 보내게 된다.
회맹 날이 가까워지면서 중원 여러 나라의 제후들이 수지(首止)로
몰려들었고, 마지막으로 왕실의 대표인 태자 정(鄭)이 당도하였다.
신, 소백(小白) 제환공(齊桓公) 이옵니다.
열국(列國)의 제후들이 태자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 군후(君侯) 들은 모두 편히 앉으시오.
태자마마, 신들은 한갓 번실(藩室)에 있는 몸입니다.
태자를 뵈옵는 것이 바로 왕실을 대하는 것입니다.
어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군후(君侯) 들은 나에게 과한 대접을 하는 것이 아니오?
너무나 감격스럽고, 정말로 고맙소이다!
태자 정(鄭)은 성대한 영접에 너무 감격하였으며, 그날 밤이 되자,
주변이 조용한 가운데 제환공(齊桓公)을 은밀히 행궁으로 부른다.
방백方伯, 어서 들어오시오!
태자마마, 이 깊은 밤중에 웬일로 부르셨나이까?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하여도 괜찮겠소?
태자께서는 이제 안심하셔도 되옵니다!
휴 우. 이제 말하리다.
내가 몹시 위태롭소이다.
동생 대(帶)가 나의 동궁(東宮) 자리를 뺏으려 하오!
믿을 사람이라곤 오직 방백(方伯) 밖에 없소이다!
태자께서는 아무 근심도 하지마십시오.
사실, 이번 회합은 세자의 앞날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이뤄진 모임입니다.
태자, 이 소백(小白)이 책임지고
태자를 다음 왕위에 추대하겠나이다.
그때까지 태자께서는 자중자애(自重自愛) 하십시오.
이 고마움을 어찌하면 좋겠소.
태자께선 눈물을 흘리지 마시옵소서!
아무 근심 마시고 기다리시면 되옵니다.
수지(首止)에서 열리는 회합은 제환공(齊桓公)이 태자 정(鄭)을
위한 행사라는 걸 심복을 통하여 파악하게 된 왕후 혜후(惠后)는,
이런 내용을 주혜왕(周惠王)에게 상세히 알려주자, 주혜왕은
깜짝 놀라며, 설마 하였던 일이라며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였다.
주상, 이는 왕실에 대한 간섭이옵니다.
제환공이 태자를 불러낸 뜻이 불순합니다.
주상. 이대로 두었다가는 왕실마저
제환공의 수족이 될까 두렵사옵니다.
왕후 혜후(惠后)의 말이 거듭되자, 주혜왕(周惠王)은 마침내 결심을
하게 되어, 참지 못하고 고함(高喊)을 지르게 된다.
태재(太宰) 공(孔)을 빨리 부르라.
주상. 태재(太宰) 공(孔) 입니다.
제환공이 비록 초(楚) 나라를 쳤다고는 하나?
그가 초(楚) 나라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주상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주상, 제(齊)와 초(楚)는 같이 비교할 수는 없나이다.
오늘날 왕실과 중원이 두루 평안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환공(齊桓公)의 공이 크옵니다.
아니다. 제환공(齊桓公)은 불순한 자다.
제후들을 모아놓고 무슨 짓을 꾸밀지 누가 알겠는가?
왕실의 일은 왕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나의 뜻은 이미 정하여 졌도다!
태재(太宰)는 지체하지 말고 나의 밀서를
정문공(鄭文公)에게 비밀리에 전하라.
태재(太宰) 공(孔)은 굳게 봉(封) 해져 있는 밀서(密書)를 받고서
그 내용이 궁금했으나, 주혜왕(周惠王)의 일방적인 말에 마음이
불편해졌으므로, 설마 하며 뜯어보지도 않고, 결국 심복 부하를
수지(首止)에 보내게 되며, 한참 회합 중인 정문공(鄭文公)에게
비밀리에 전하게 하였다.
정백(鄭伯)은 짐의 뜻을 반드시 이행토록 하라!
태자 정(鄭)이 부왕의 명을 어기고
사사로이 무리를 모아 당(黨)을 짓고 있는바
도저히 왕위를 계승시킬 수 없도다.
나의 뜻은 차자인 왕자 대(帶)에게 있는지라
정백(鄭伯)은 제환공(齊桓公)을 버리고, 앞으로
초(楚)와 함께 왕자 대(帶)를 보좌토록 하라!
정백(鄭伯)이 과인의 뜻과 같이 잘 이행한다면
짐은 정백(鄭伯)에게 왕실의 국정을 맡기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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