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93 화. 조약을 헌신처럼 버리는가.

서 휴 2023. 7. 2. 06:46

 193 조약을 헌신처럼 버리는가


수지(首止회맹에서 7개국 제후들이 다 함께 충성을 맹세하자,

태자 정() 어찌나 감읍(感吟) 받았던지,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제후들을 바라보았다.


      제후들이 이렇듯 왕실을 잊지 않고,

      또한나를 도우니나 또한

      제후들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회맹이 끝났으나제후들은 10여 일을 더 머물면서태자 정()

위하여 성대한 연회를 베풀면서우의를 다지고는 다들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인사를 올렸다.

 

낙양(洛陽)에 있는 초(나라의 많은 세작이 늘 주(왕실의

동태를 살피다가, 예사롭지 않은 보고를 계속 올리고 있었다.


      주혜왕이 정문공에게 밀서를 내렸습니다.

      아마도 제환공의 독주에 불안을 느낀 듯합니다.

 

초성왕(楚成王)과 투곡어토(鬪穀於菟)는 매우 유리한 첩보를

받자마자, 또한 정문공(鄭文公)에 대한 첩보도 들어오고 있었다.


      주혜왕이 회맹에서 정(나라를 이탈하게 하다니

      이것은 우리 초(나라에 매우 유리한 정보입니다.

 

      왕이시여, 이는 우리를 돕는 일이옵니다!

      우리 초() 나라를 돕는다니 무슨 말이오


      왕이시여아직 이른 판단이라 할 수 있으므로

      먼저 제환공(齊桓公)의 반응을 살피셔야 합니다.    

 

      어떻게 살핀단 말이오      

      먼저 회수(淮水가에 있는 현(나라를 공격하십시오

 

      만일 제환공이 지난해 소릉(召陵))에서 맺은 맹세를

      내세워 현(나라를 돕는다면

 

      정문공의 동맹 이탈이 제환공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제환공이 (나라의 이탈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가 되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입지는 한결 좋아지게

      될 것이며, 우리가 정 나라와 동맹을 맺으면서

      중원中原으로 향할 수 있게 되는 것이옵니다.

 

(나라는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왕실로부터 자작(子爵)

작위를 받은 나라로지금의 호북성 회수현 서쪽 일대에 있었다.


      (나라는 아주 작은 소국이오

      굳이 현(나라를 비호 할 까닭이 없질 않겠소


      왕이시여그렇지 않습니다.

      (나라는 작기는 하지만

      제환공과 인척 관계에 있는 나라입니다.

 

      (나라의 군부인(君夫人)

      바로 제환공이 아끼는 딸입니다.

 

      (나라가 우리를 섬기지 않고

      (나라를 추종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과연 그대의 계책은 참으로 신묘하오      

      좋소올겨울에 현(나라를 침공하겠소.

 

여기에서 돌이켜보면지난날 제()와 초()가 성대하게 우호를

맺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때 () 나라는 군사력에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

 

       또한, ()와 연합군이 물러간 뒤에 더욱 안정적으로

       국력을 키울 수 있었으므로, 이처럼 쉽게 제()

       겨루는 판단을 빨리 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을 믿고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있던 현(나라의

군주는 갑작스럽게 초(나라가 침공해오자 몹시 당황하였다.

 

       그 무렵 제환공은 정(나라에 대한 토벌만을

       준비하고 있었기에구원군을 파병하지 않아,

       (나라는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환공(齊桓公)이 현(나라를 돕지 않은 것은 큰 실수가 되었다.

()는 현(나라를 병탄하고 나자더욱 유리해졌다고 판단

투곡어토(鬪穀於菟)가 곧바로 초성왕(楚成王)에게 말했다.

 

      왕이시여제환공은 현(나라를 돕지 않았나이다.

      이는 정(나라 정벌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봅니다.


      왕이시여이제야말로 이때를 놓치지 말고

      (나라와 수교를 맺어야 하옵니다.


      제환공이 정(나라를 징벌하려 하는데

      정문공(鄭文公)이 우리의 제안에 선뜻 응하겠소


      왕이시여신에게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사옵니다.      

      정(나라 대부 신후(申侯)에게 지령을 내리겠나이다.


투곡어토(鬪穀於菟)는 치밀한 판단으로발 빠르게 정(나라에

사자를 보내면서별도로 대부 신후(申侯에게도 지령을 내렸다.

 

       신후(申侯)는 원래 초(나라 신하였으므로,

       (나라의 지지자로 수지(首止회맹에서

       탈퇴하도록 정문공(鄭文公)를 부추겼었다.

 

정(鄭)의 대부 신후申侯는 초 나라의 지령을 받자마자비밀리에

정문공(鄭文公)을 찾아가 은밀하게 또 부추기는 말을 한다.


      주공께서는 어찌 가만히 계시나이까?

      주혜왕(周惠王)의 밀지(密旨)를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초(나라에 사람을 보내지 않나이까

      주공수지(首止회맹에서 탈퇴한 일로

      제환공이 쳐들어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아니그렇게 빨리 쳐들어올 수가 있단 말인가.      

      주공제환공을 당해낼 힘이 있는 나라는

      오직 초 나라뿐이오니,

 

      빨리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초(楚) 와 제(齊), 

      두 나라 모두에게 원수가 될 수 있습니다.

 

      주공,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정(나라는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망국의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허 어상황이 이리 급하게 생겼는가

      대부 신후申侯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대가 초 나라에 좀 다녀오도록 하시오. 

      주공신이 초 나라와 맹약을 맺고 오겠나이다.

      빨리잘 다녀오도록 하시오!

 

제환공은 정문공(鄭文公)을 응징하려던 차에, 그가 초성왕

이미 비밀조약(祕密條約)를 맺었다는 세작의 보고를 받게 된다.


      더는 망설일 까닭이 하나도 없도다.

      수지(首止)에 모였던 제후들에게 긴급히 연락하라.

 

제환공(齊桓公)의 연락에 수지(首止) 회맹을 가졌던제후들도

정(鄭)을 정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속속 모여들며,

연합군을 결성하며이 정(鄭)의 신정(新鄭) 성으로 쳐들어간다.

 

      제후들이여신의를 저버린 저 정(鄭) 나라를

      일격에 쳐들어가 단단히 버릇을 고쳐놓아야 합니다.

 

      패공이시여그렇습니다.

      신의를 없는 정(鄭) 나라는 혼이 나야 합니다.


이때가 기원전 654년 여름으로주혜왕(周惠王) 23년이었으며,

또한제환공 32년이면서정문공(鄭文公) 19년의 일이었다.

 

        정문공(鄭文公)은 미리 나름대로

        튼튼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나,

 

        연합군은 신정성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연일 공격을 늦추지 않자, 이에

        정(鄭) 나라는 하루아침에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정문공은 감히 맞서지 못하며신정(新鄭)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는

겨우 지키기만 하면서초나라가 구원해주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성왕(楚城王) 이시어

       눈물을 뿌리며 호소하나이다.

       지금 신정(新鄭) 성이 위기에 빠져 있나이다.


       정(鄭) 나라가 왕께 귀순한 것은

       초(楚) 나라만이 능히 제환공(齊桓公)

       제어(制御)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온데왕께서는 어찌하여 위급 지경에 빠진

       정(鄭) 나라를 구원하려 하지 않나이까

 

그때 마침 정(鄭) 나라 대부 신후(申侯)는 초(楚)와 비밀조약을

맺고 난 후에 초(楚)의 도성인 영성(郢城)에 머물고 있다가,

 

연합군의 침공으로 신정(新鄭)이 위기에 빠졌다는 다급한 소식을

듣고는쫓아가 눈물을 뿌리며 초성왕(楚城王)에게 호소하였다.


      영윤(令尹) 투곡어토(鬪穀於菟)는 어찌 생각하시오     

      정(鄭) 나라를 도와주는 것이 유리하겠소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겠소
      왕이시여먼저 허(許) 나라를 치십시오!

      허(許)가 아니라 정(鄭) 나라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소


      지난날 제환공(齊桓公)이 연합군을 거느리고

      소릉(召陵) 땅에 왔을 때이옵니다.

 

      그때 허목공(許穆公)은 병(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종군하였다가 군중(軍中)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제환공은 허(許)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극진할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허(許) 나라를 쳐들어간다면

      제환공은 반드시 신정(新鄭) 성의 포위를 풀고

      허(許) 나라를 도우러 달려갈 것이 분명합니다.

 

      제환공이 정(鄭) 나라 포위를 풀고 쫓아온다면

      이 어찌 정(鄭) 나라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호 오영윤(令尹)의 생각이 정말 절묘하오.      

      호 오그대야말로 하늘이 내린 성인(聖人) 이시오.

 

투곡어토(鬪穀於菟)는 이미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지체없이 의견을 내놓자초성왕楚城王은 그 계책에 따라긴급히

허(許) 나라로 쳐들어가게 되었다.

 

194 허욕은 재앙을 부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