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88 화. 정도로써 굴복시키는가.

서 휴 2023. 6. 26. 21:26

 188 정도로써 굴복시키는가

 

          약 3백 년 전의 일이었소

          (나라 4대 주소왕(周昭王) 남방에 있는

          () 나라로 순수(巡狩)를 떠난 적이 있었소.

 

          그때 초() 나라에서 배에 구멍을 뚫고

          그 자리를 아교(阿膠)로 메꾼 후 배를 타게 하여,

 

          주소왕(周昭王)이 그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강의 한가운데를 지날 무렵에

 

          그 아교(阿膠)가 녹아 배가 침몰하면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파다한 소문이 있었소.

 

          이것 또한 초(나라 사람의 소행이 아니겠소?

          우리 주공께서는 이 책임도 물으실 작정이오

          굴완(屈完), 그대는 이래 도할 말이 있는 것이오?      

 

관중은 분명하게 대의명분을 세우려 굴완에게 한 말이나, 주소왕의

일은 이미 3백 년 전의 모호한 옛날 일이기에, 보통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억지를 부리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대 관중(管仲)은 들으시오

        공물을 바치지 않은 것은 우리 초()의 잘못이오.

        앞으로는 주(왕실에 공물을 바치도록 하겠소.

 

        그러나, 3백 년 전의 일을 왜 들먹이는 것이오?

        주소왕(周昭王)이 강물에 빠져 죽은 것이

        ()가 저지른 일이라는 걸 어떻게 아오?

 

        만일 그 진상을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한수(漢水강변에 찾아가 물어봐야 할 것이오.

 

        그런 얘기를 할양이면 나는 이만 돌아가겠소

        필요할 때 또 만납시다

 

굴완 또한, 보통 배짱이 아니었기에 불쾌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으면서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주장할 것은 확실하게 주장했다.

 

        굴완(屈完)은 말을 마치자마자, 수레를 돌려 휭하니

        사라져 가버리니, 관중은 할 말을 잊었으며

        이로써 두 사람 간의 말씨름은 끝이 난다.

 

관중은 진공(進貢)의 의무를 소홀히 한 초나라를 추궁함으로써

굴완을 눌렀으나이에 굴완은 주소왕의 일은 한수(漢水)에나

가서 물어보라고 조롱함으로써관중의 말문을 닫아버리고

주저 없이 가져온 수레에 올라타고는 떠나간 것이다.

 

      관중은 멀어져가는 굴완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면서

      비록 굴완이 여의치 않으면 전쟁하겠다는 일전불사의

      뜻을 보였으나 관중은 굴완의 태도를 이해하며

      이미 협상은 반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관중(管仲)은 담백한 굴완(屈完)의 성품에 호감이 가면서은연중에

(나라가 만만치 않다는 걸 판단하게 되었다.

 

         나라에도 사람이 있구나       

        굴완(屈完)은 똑똑한 사람이로다.

 

        굴완(屈完 이 저 정도라면

        영윤(令尹인 투곡어토(鬪穀於菟)

        어떠한 사람인지 가히 짐작이 가는구나


굴완의 이러한 행동은 초()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굴완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관중은 제환공에게

돌아가 굴완과의 담판 내용을 보고한다.


        굴완이 속으로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자기의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으면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나이다.

 

        주공더는 머뭇거릴 까닭이 없나이다.

        당장 진군(進軍)을 계속하여야 하겠나이다.

 

        중보仲父무슨 뜻인지 알겠소       

        자우리 연합군은 계속 진군하도록 합시다.

 

연합군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여형산(荊山)을 지났으며

여수(汝水)를 건너 한참을 내려왔다이제 얼마 안 가면

(나라의 깊숙한 곳인 한수(漢水)에 이르게 된다.

 

        연합군은 한수(漢水) 강변에 있는 경산(陘山)까지 왔으며

        경산(陘山)의 경지(陘地땅에 당도하여 멈추게 된다.

        이제 한수(漢水)를 건너가면 곧 영성(郢城)이 나온다

 

연합군 모두가 한수(漢水)를 건너가고자도강 준비를 하는 중에

한수(漢水)의 건너편을 자세히 바라보며 살피던 관중은그 순간에

머릿속에서 섬광(閃光)이 번쩍 스쳐 지나가는 걸 느끼게 된다.


        주공강 건너편에 복병이 있사옵니다

        주공이쪽과 저쪽을 보시옵소서.

        으음숲속이 이상한 것 같소.

 

        모든 군()에 영()을 내리노라.

        모든 군사는 이곳에 영채(營寨)를 세우고

        더 나아가지 말며, 결코 강을 건너서는 아니 된다.

 

        제후(齊侯)께서는 무슨 명령을 내리는 것이 오?      

        우리는 이미 초(나라 영토에 깊이 들어왔소이다.

 

        왜 한수(漢水)를 빨리 건너지 않고

        이곳에 진채(陣寨)를 세워 머물게 하는 것이오?

 

        빨리 강을 건너가야조금이라도 더

        (나라 영성에 가까이 가게 되지 않겠소

 

        이곳에 오래 머물게 되면 군사들만 피로하게 될 것이오.    

        명령을 거두시고 서둘러 도강을 합시다.


        관중이 설명하겠나이다.

        저 한수 건너편을 한번 바라보시옵소서.

 

        저곳에 이미 복병을 숨겨두었습니다.

        아니그걸 어떻게 아오?

 

        강가의 새 떼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나이다.

        과연 물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구려


        초성왕(楚成王)이 굴완(屈完)을 미리 보낸 것으로

        미루어보아길목마다 우리와 맞서 싸울 준비를

        해 놓았음이 분명하며저들은 이미

        매복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군사라는 것은 한 번 싸움을 시작하면

        어느 군사나 원상태로 돌아갈 수가 없나이다.

 

        그러므로 굳이 어렵게 강을 건너가서

        무리하게 초군(楚軍)과 싸울 필요가 없으며,

 

        우리는 우리의 큰 군세(軍勢)를 과시함으로써

        (나라가 두려운 마음을 품게 만들며

        스스로 항복하여 굽혀 들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한수(漢水) 건너가지 않고 있으면

        (나라는 반드시 또 사람을 보내올 것입니다.

 

        그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대처하면,

        싸우지 않고 저들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후들은 관중의 말을 선뜻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현지의 상황은 관중이 예측한 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굴완이 형산에서 연합군을 붙들고 있는 사이에,

        초성왕은 자문(子文)을 총대장으로 삼았으며

 

        (나라에 출정 나간 투렴(鬪廉)과 투장(鬪章),

        두 장수와 그의 군사들을 불러들여 합하였으며

 

        한수 서남쪽을 시작으로 이남에 이르기까지,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어놓고 있었다.

 

        연합군이 한수를 건너오기만 하면

        단숨에 짓밟을 작전을 펼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초성왕(楚成王)의 계획은 관중(管仲)의하여 미리

간파 당해 버림으로써 여지없이 빗나가게 되었다.

 

        저들은 한수(漢水를 왜 건너오지 않는 것이냐?      

        왕이시여정탐(偵探병이옵니다.


        연합군은 한수(漢水강가인 경지(陘地)

        진채를 세운 채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나이다.


        왕이시여신 자문(子文) 이옵니다.      

        관중(管仲)은 병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경지(陘地)에 머무를 뿐 건너지 않는 것은

        반드시 무슨 계책이 있을 것입니다.

 

        마땅히 사람을 한 번 더 보내어 저들의 허실을

        탐지한 후에, 일전을 겨루든지 화평을 하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투곡어토(鬪穀於菟) 관중(管仲)이 이미 초()의 계책을 간파하고

있다고 보았으며또한 제환공(齊桓公)의 명성이 천하를 울리고

있기에, 초성왕(楚成王)도 섣불리 전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소?      

        굴완(屈完)이 관중(管仲)과 만났으니

        한 번 더 다녀오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이시여신 굴완屈完 이옵니다.       

        신은 저들에게 왕실에 조공을 바치지 않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분명히 시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왕께서 청화(請和할 생각이시라면 신이

        가보겠으나, 그러나 끝까지 싸울 생각이시라면

        다른 유능한 사람을 뽑아 보내시옵소서.

 

        굴완(屈完)은 화평(和平)을 하든지싸우든지 간에,

        모든 것을 그대에게 맡길 터이니

        그대가 알아서 잘 협상하도록 하라


이에 굴완은 다시 단신으로 한수(漢水)를 건너가 경지(陘地)

찾아갔으며, 7개국 연합군이 주둔하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관중은 굴완이 다시 온다는 소식을 듣자얼굴을 활짝 펴게

되며제환공(齊桓公)에게 이 상황을 알리었다.


        주공초성왕이 굴완을 다시 보내는 것은

        마음속에 화평(和平할 뜻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굴완(屈完)을 예의로써 정중히 대접하여 주십시오.

 

 189 .  초나라를 굴복시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