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5 화. 인간은 대세 따라 움직이나.

제 185 화. 인간은 대세 따라 움직이나.

 

제환공(齊桓公)은 정(鄭) 나라 사자를 맞이하여, 그 사정을 다 듣고

나자 또 출정하게 된 일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어보게 된다.

 

        중보(仲父), 정鄭 나라가 몹시 다급한 모양이오.

        지난 10년 동안 조용하던 형만(荊蠻)이 근래에 들어

        다시 소란을 피우는 그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오.

 

        주공, 초(楚) 나라는 초성왕(楚成王)이 즉위한 이래로

        투곡어토(鬪穀於菟) 라는 명재상(名宰相)을 등용하여

        초(楚) 나라 내정을 안정시키고 국력을 부쩍 키웠나이다.

 

        그들이 정(鄭) 나라를 넘보는 것은 곧 중원(中原)을

        지배하여 보겠다는 야욕이 넘치는 것이옵니다.

 

        그렇긴 해도 천하에 영웅이 둘일 수 없도다.

        주공. 그러하나이다.

 

        주공께선 산융(山戎)을 정벌하여 연(燕)을 안정시키고,

        노(魯) 나라의 끊어진 대(代)를 이어주었으며

 

        북적(北狄)에 멸망한 위(衛)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눈부신 위업을 이루셨나이다.

 

        이제 초(楚) 나라가 야욕을 드러내고 있사오나?

        그들의 야욕을 막을 사람은 오직 주공밖에 없나이다.

 

        바라옵건대 초(楚) 나라를 확실하게 혼내시어

        그들의 헛된 꿈을 꺾어 놔야 하나이다.

 

        과인의 뜻도 그와 같소.

        어떻게 하면 초(楚) 나라를 꺾을 수 있겠소.

 

        주공, 우리 제(齊)가 초(楚)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초(楚)는 우리가 감히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허(虛)를 찔러 초(楚)를 쳐들어간다면

        저들은 질겁하여 딴생각을 품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초(楚)의 도성인 영성(郢城)까지는

        수천 리에 달하는 먼 길이 오.

        그리고 초군(楚軍)은 무척 강하다는 소문이오.

 

        그뿐만 아니라, 그 가는 길이 여간 험하지 않소이다.

        저들이 방비하고 나서면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오.

 

        주공, 주공의 말씀에 일리가 있나이다.

        초(楚) 나라 정벌은 저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기만(欺瞞) 전술을 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중보(仲父), 기만欺瞞 전술이라니요.

        지난날 채(蔡) 나라는 주공께 죄를 지은 일이 있습니다.

 

        채(蔡)는 초(楚)와 이웃하고 있사오니 채(蔡)를

        토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채(蔡)를 치는 척하다가 

 

        속이면서 재빨리 초楚 나라를 공격하면

        그들은 방비할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소의 꼬리를 공격하는 척하다가

        소의 머리를 치는 계책計策 이옵니다.

 

채(蔡) 나라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날 주(周) 왕실의 왕희(王姬) 

공주가 제환공(齊桓公)과 혼인을 맺을 때, 혼사를 축하한다며

서(徐). 채(蔡). 위(衛) 나라에서 공녀(公女)를 보내왔었다.

 

        서(徐). 채(蔡). 위(衛), 세 나라의 제후(諸侯)가 

        자기 딸을 제(齊) 나라에 보내온 것은

 

        왕실의 혼사에서는 공주의 형제들에게는

        잉녀(媵女) 제도를 시행(施行) 하지 않기에

        제후의 딸이나 형제를 잉첩(媵妾)으로 보낸 것이다.

 

그 후 어느 날에 제환공(齊桓公)이 채목공(蔡穆公)의 여동생인

채씨(蔡氏)와 함께 연못에서 배를 타고 놀며 즐기고 있었다.

 

        언제 철이 들꼬. 또 물장난을 치는구나.

        재미있잖아요. 배를 흔들어 볼까요.

 

        허 허. 위험하다. 고만하여라.

        뭔 겁이 그리 많사옵니까. 즐겨보세요.

 

        이 배는 웬만큼 흔들어선 뒤집히지 않아요.

        더 흔들어 볼게요. 겁내지 마세요.

 

채씨(蔡氏) 부인이 배를 심하게 흔들며 지나친 장난을 치게 되자, 

불안해진 제환공(齊桓公)은 몹시 당황하면서 몇 번 타일렀으나

끝내 말을 듣지 않자, 마침내 몹시 화를 내며 고함지르고 말았다.

 

        허허, 버릇없는 계집이로구나.

        너는 군주를 섬길 자격이 없도다.

 

제환공(齊桓公(은 그날로 채씨(蔡氏) 부인을 친정인 채(蔡) 나라로

돌려보냈으며, 이에 쫓겨 온 여동생을 본 채목공(蔡穆公)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복수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자를 친정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끊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채목공(蔡穆公)은 동생 채씨(蔡氏)가 어여쁜바 초성왕(楚成王)에게

시집보냈다.

 

       이 소문을 들은 제환공齊桓公은 몹시 기분이

       나빠져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되었으며, 

       그 뒤로는 채(蔡) 나라와 거래를 하지 않았다.

 

관중(管仲)이 채(蔡)의 지은 죄를 말한 것은, 채씨(蔡氏) 부인의

사건을 말 한 것으로, 이에 제환공(齊桓公)은 과거의 일을 다

듣고 나서야, 채(蔡) 나라를 공격할 명분이 된다고 판단했다.

 

        중보(仲父), 기만(欺瞞) 작전을 쓴다.

        거, 좋은 계책이오. 당장 시행하도록 합시다.

 

        정(鄭) 나라 사자는 제(齊) 나라 구원 군이 온다고

        소문을 퍼뜨려 초楚 나라 공격을 늦추게 하라.

 

        그러면 과인이 연합군을 만들 것이며

        채(蔡) 나라를 공격하다가 모른 척하면서

        초(楚) 나라를 공격할 것이다.

 

        정(鄭) 나라 사자는 과인의 말을 잘 듣도록 하라.

        이 계획은 소문이 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여라.

 

중원의 제후국들은 초(楚) 나라의 중원 침략에 몹시 분개하였으며,

다만 채(蔡) 나라는 초(楚)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므로, 할 수 없이

굴복하여, 초(楚) 나라의 위성국이 되었으며, 조공을 바치고 있었다.

 

        중보(仲父), 강(江)과 황(黃), 두 나라가

        초(楚) 나라의 횡포에 견디지 못하겠다며

        사신을 보내와 우리에게 귀순하겠다. 하오.

 

        두 나라는 초(楚) 나라 바로 옆에 있는바,

        과인은 저들과 동맹을 맺고서는

 

        초(楚)를 정벌할 때 안에서 호응하게 하고자 하오.

        주공, 강(江)과 황(黃), 두 나라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어 거래가 힘듭니다.

 

        반면에 저들은 초(楚) 나라와 가까우므로,

        초(楚)에 복종해야만 명맥을 유지할 수 있나이다.

 

        주공, 우리 제(齊) 나라를 따르겠다, 하여

        우리가 두 나라와 동맹을 맺게 된다면

 

        두 나라가 초(楚)에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므로

        분명 초(楚)는 크게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초군(楚軍)이 저들을 토벌하러 쳐들어가면

        우리는 저들을 빨리 구원하고 싶어도

        길이 너무 멀어 여의치 못하나이다.

 

        그러한 이유로 구원하지 못하게 된다면

        동맹의 대의를 저버리게 되나이다.

 

        주공, 이번 초(楚) 의 정벌은 큰 제후국의 군력(軍力)이

        필요하므로 중원(中原)의 제후들을 동원하여야지

 

        남방의 작은 나라에 무슨 힘이 있겠나이까.

        주공, 좋은 말로 사양하시옵소서.

 

        먼 곳에서 과인을 사모하여 이곳까지 왔는데,

        사양하면 천하의 민심을 잃게 되지 않겠소.

 

        주공, 뒷날에 강(江)과 황(黃)에 위급한 일이

        생길 때를 염두에 두어야 하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만류에도 강(江), 황(黃)과 동맹을

맺었으며, 초(楚) 나라를 정벌할 때 같이 돕기로 약속하였다.

 

        제후齊侯께서는 동맹을 맺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우선 우리 두 나라에 해결해 줄 일이 있습니다,

 

        초(楚)를 도우면서 못된 짓을 일삼으며,

        이웃을 괴롭히는 서(舒) 나라를 토벌하여 주십시오.

        서(舒) 나라의 행패가 너무나 심합니다.

 

        알겠소. 과인이 먼저 서(舒) 나라를 취하여

        초(楚) 나라의 날개를 꺾어 놓고 말겠소.

 

서(舒) 나라와 이웃하고 있는 서(徐) 나라는 제환공이 왕희 공주와

혼인할 때, 서후(徐侯)는 딸을 보내, 제환공의 부인이 되게

하였으므로, 이에 서로 돈독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제환공은 서(徐) 나라에 서신을 보내어 서(舒)를 멸망시켰으며,

서군(徐軍)을 서(舒) 나라에 주둔하게 함으로써, 강(江), 황(黃) 

두 나라의 어려움을 정리하여 주었다.

 

        중보(仲父), 우리 선군께서 9세 동안 원수로 있던

        기(紀) 나라를 멸망시켰으며 그 땅을 점유하고 있소.

 

        그러나, 그 부용국(附庸國)으로 있는 장(鄣) 나라는

        지금까지 복종하고 있지 않소이다.

 

        이참에 장(鄣) 나라를 아예 병합시키고자 하는데

        중보(仲父)의 생각은 어떠시오.

 

        주공, 장鄣 나라는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우리 제(齊)의 시조이신 강태공姜太公의 후손이 되며

        주공과 같은 동성이 되옵니다.

 

        동성의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은 대의가 아니오니

        왕자 성보(成父)로 하여금 제군(齊軍)을 이끌고 가서

 

        기성(紀城)을 순시하고 난 후, 장(鄣) 나라를

        치고자 하는 과감한 모습만을 보이게 하소서.

 

        그리되면 장(鄣) 나라는 어차피 항복할 것이며

        이로써 동성의 친척을 멸망시켰다는 오명을

        받지 않으면서, 장(鄣) 나라를 취하게 되옵니다.

 

제 186 화. 자랑삼아 기밀을 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