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75 화. 노래가 나라를 구해내고.

서 휴 2023. 6. 21. 15:32

 175 .노래가 나라를 구해내고. 

 

대부 석기자(石祁子)는 공자 신()의 손을 부여잡고 탄식하며.

아주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아니 저기저기를 보십시오

        아 아(나라 깃발들이오.
        

        와 아(나라 깃발도 보인다.

        정말 천만다행이로구나.

        이제 살아날 수 있겠구나.

 

대부 영속(寜速)이 소리치며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그때 끝없이

펼쳐진 황하(黃河)의 물결 저편에서 검은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그 배들은 빠른 속도로 위(나라 사람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그 배들은 제환공(齊桓公)과 송환공(宋桓公)

         위(나라 피난민을 구하기 위해 급히 달려온 배들이었다.

 

(나라 사람들은 모두 처량한 피난민이 되었으나(

()의 배들을 보자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감사드리며

어느덧 눈에는 이슬이 맺히며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밤을 새워서라도 모두 황하(黃河)를 건너가게 하라.

        먼저 공자 신()과 궁중 권속(眷屬)을 태워라.

 

        뒤이어 백성들을 수습(收拾)하여 배에 오르게 하라.       

        자어서모두 들 빨리 서둘러라.

 

(나라 사람들이 구사일생으로 황하를 건너오게 되었으며,

제환공(齊桓公)의 큰아들인 공자 무휴(無虧)가 마지막 피난민을

실은 배를 지휘하며, 겨우 황하의 강물 위에 떠 오르게 하였다.

 

그때 마침 동이 트면서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저 먼 뒤편에서 한때의 검은 먼지가 꺼멓게 일어나며한 떼의

군마(軍馬)가 숨 가쁘게 쫓아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다일부는 위구성(衛邱城)을 점령하고

        일부는 (나라 공실과 피난민 들을 추격해온

        수만(瞍瞞)의 북적(北狄군이었다.

 

(나라 사람들은 간발의 차이로 겨우 도륙(屠戮)을 면하게

되었으며이제 북적(北狄군은 황하(黃河)에 멈춰 서서

쫓아오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드디어 황하(黃河)를 모두 건너게 되었으며

        모두 배에서 천천히 내리며각자 자기 짐을

        챙기고는 다시 힘겹게 걸어가게 된다.

 

그들은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며계속 걷다가 조(라는 땅에

이르러서야비로써 행렬을 멈추며 겨우 숨을 돌리게 되었다.

 

        다들 멈추시고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살아남은 사람들을 세어봅시다.

 

        석기자石祁子 다 세어봤습니다.

        강을 건넌 백성의 수는 겨우 720명에 불과합니다.

 

        뭐라고 수만 명에 달하던 우리 백성들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이냐?

 

        모두가 북적(北狄)에 포로가 되었거나

        북적(北狄)에게 죽었단 말이더냐

 

(나라 사람들은 조 땅에 이르게 되고서야비로소 따라온

사람들의 수효를 세어보고는 모두가 눈물을 뿌리며 탄식하였다

 

        이 석기자(石祁子)가 말하겠소이다.

        나라에는 하루라도 군주가 없을 수 없소이다.

 

        그러나 1천 명도 안 되는 백성만으로는

        나라의 체면을 세울 수가 없는 것이오.

 

        영속(寜速)은 빨리 마을로 내려가 보시 오.

        여러 인근 마을에서 백성들을 모아보시오.

 

영속(寜速)이 인근 마을에서 4천여 명을 모아오게 되자그제야

석기자(石祁子)는 조(땅을 도성(都城)으로 삼겠다고 발표하며

(땅을 조읍(漕邑)이라 부르기로 정하였다.

 

         나라 백성은 그 어려움 속에서 공자 신()

        군위에 세워 위대공(衛戴公)이 되게 하였다.

 

(나라 허목공(許穆公)의 부인은 선강(宣姜)의 둘째 딸이면서

위대공(衛戴公)의 동생으로 어릴 때부터 오빠를 잘따랐다.

 

        허목공(許穆公)의 부인은, 오라비인 위대공(衛戴公) 

       성곽도 없는 좁은 (땅에 도성을 차리고,

 

        5천 명도 안 되는 백성으로 군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슬픈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며

        노래를 지어 부르게 되었다.

      

그녀가 지은 재치(載馳)라는 시()는 수레여 달려라하는 뜻으로,

시경(詩經)의 국풍(國風용풍편鄘風篇)에 실려 오늘까지 전해온다.

 

        載馳載驅 歸唁衛侯 (재치재구 귀언위후)

        달리고 달려라 수레여위후를 조문하리라.

 

        驅馬悠悠 言至于漕 (구마유유 언지우조)

        머나먼 길 쉬지 말고 달려라조 땅에 이르러 말하리라.

 

        大夫跋涉 我心則憂 (대부발섭 아심칙우)

        대부들 조문하려 하겠으나내 마음은 근심뿐이라네.

 

        旣不我嘉 不能旋反 (기불아가 불능선반)

        이미 나를 반가워 않으니 되돌아갈 수도 없구나.

 

        視爾不臧 我思不遠 (시이불장 아사불원)

        멀게만 보이지만 나는 멀지 않게 생각하네

 

        旣不我嘉 不能旋濟 (기불아가 불능선제)

        이미 나를 반가워 않아도 내 마음 돌이킬 수 없네.

 

        視爾不臧 我思不閟 (시이불장 아사불비)

        그대 반갑지 않아 해도 우리 사이를 안 끝내려 하네.

 

        陟彼阿丘 言采其蝱 (척피아구 언채기맹)

        저 높은 언덕에 올라 패모貝母를 캐보세.

 

        女子善懷 亦各有行 (여자선회 역각유행)

        여자는 근심을 잘하지만각자 행함이 따로 있다네

 

        許人尤之 衆穉且狂 (허인우지 중치차광)

         나라 사람들은 나를 나무라지만

        그건 어리석고 유치한 짓이라네.

 

        我行其野 芃芃其麥 (아행기야 봉봉기맥)

        들판에 나가면 푸릇푸릇 싱싱한 보리가 무성하구나.

 

        控于大邦 誰因誰極 (공우대방 수인수극)

        큰 나라에 도움을 청해도 누가 구해줄지 모르겠네.

 

        大夫君子 無我有尤 (대부군자 무아유우)      

        세상의 군자들이여나를 허물치 마세요.

 

        百爾所思 不如我所之 (백이소사 불여아소지)

        백 가지 그대 들의 생각도 내 생각만 못 하다오.

 

패모(貝母)는 한약재로 쓰이는 약초를 말한다제목을 보아 알 수

있듯이친정 나라인 위(나라로 어서 빨리 달려가 오빠를

위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나타나 있다.

 

      너무나 간절한 이 노래를 들어보았소.

      이 노래를 누가 지은 것이오.

 

      (나라 군부인이 지은 재치(載馳)라는 시라 하오.      

      그녀가 오라비인 위대공(衛戴公)을 어떻게

      도와줄까를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하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게 들리는 노래 외다.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널리 퍼지고 있다 오.

 

      그래요이 노래는 곧 허(나라뿐만 아니라,

      중원의 여러 나라에 퍼져나가고 있다 오.

      제후(諸侯들도 듣고 너무 슬퍼한다오.

 

지난날 산융(山戎)을 격파하고 돌아온 제환공(齊桓公)곧이어

(나라 궁실(宮室) 변을 정리해주고 난 다음모처럼 잠시

쉬면서 위() 나라 구원을 미루고 있었는데이때 처참한 소식이

들려오자, 깜짝 놀라면서 제후들에게 긴급한 명령을 내리었다.

 

        조정의 신료들은 다들 들으시오

        큰아들 무휴(無虧)는 더 잘 듣도록 하라.

 

        너는 병거(兵車) 2백 승과 갑사(甲士) 3천을 이끌고

        (나라를 구원토록 빨리 떠나라

 

        조당은 각 나라 제후에게 사자를 보내,

        위기에 처한 위(나라를 돕게 하시오.

 

재치(載馳라는 노래를 들은 제환공(齊桓公)은 급히 서두르며

(나라를 돕겠다면서 조례(朝禮)를 열게 하였다.

 

      아녀자로서 오라비를 생각하는 마음이

      듣는 사람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있소이다.

 

      과인의 마음 씀이 아녀자보다 못하였구려

      어찌하면 위(나라를 도울 수 있겠소?

 

      주공긴급한 소식이 왔나이다.

      위대공(衛戴公)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무어라고소상히 말하여 보아라.

      위대공은 본래 어질 적부터 병이 있었답니다.

 

      이번 난리를 겪으면서 그 병이 도졌으며급기야는

      군위에 한 달도 못 있어죽게 되었다하나이다.      

      (나라의 환란(患亂)이 끊일 새가 없는가?

       

제환공(齊桓公)이 탄식하고  있을 때 위(나라 대부 영속(寜速)

급하게 달려와 알현을 청했다.

 

      어서 오시 오어서 그쪽 사정을 말해보시오

      북적(北狄인들이 우리 위(나라를 격파하고

      위의공(衛懿公)을 처참하게 죽였사옵니다.

 

      더구나 이번에 오른 위대공(衛戴公)이 갑자기

      돌아가셨으나 그에겐 후사(後嗣)가 없나이다.

 

      공자 훼(라는 동생이 있사온데

      일찍이 위의공(衛懿公)의 폭정에 불만을 품고

      이곳 제(나라에 망명하여 살고 있나이다.

   

      공자 훼()를 새로이 군위에 올리려 하오니

      패공(霸公)께서는 귀국하게 하여주시어

      (나라의 존속(存續) 도와주시옵소서


      영속(寜速)은 너무 슬픈 눈물을 뿌리지 마라

      그대의 청이 아니더라도 도우려던 참이었노라.

 

      과인은 위 나라를 적극적으로 돕겠으니

      영속(寜速)은 잠시 공관에 들어가 쉬면서

      공자 훼()를 만나 보도록 하라

 

제 176 화. 검소함으로 나라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