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66 화. 그렇게 앞장서 되겠는가.

서 휴 2023. 6. 15. 17:59

 166 . 그렇게 앞장서 되겠는가.

 

        계우(季友)는 재상(宰相)으로써 공자 반()

        상주로 삼고, 주군으로 받들기로 하였소.

        또한, 여러 나라에 조문 사절을 파견할 것이오.

 

공자 반()이 제위에 오르니 애강(哀姜)과 경보(慶父)는 움츠릴

수밖에 없었으며이로써 노(나라 공실은 안정되는 듯싶었다.

 

두 달 후 그해 10월이다공자 반()은 외조부인 대부 당씨(黨氏)

죽었다는 부고를 받게 되자, 어릴 적부터 외조부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므로조상(弔喪)을 위하여 지체하지 않고 문상을 떠났다.

 

       애강(哀姜)은 무얼 하시오?

       애강(哀姜), 뭐 좋은 방법이 없겠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던 참이었어요.

 

       주공이 낭대(郎臺)의 외가에 문상을 갔다면서요?

       시숙(媤叔), 낭대(郎臺)가 얼마나 머나요?

       궁에서 낭대(郎臺까지는 하룻길의 거리가 되지요.

 

       왜 숙아(叔牙)가 갑자기 죽은 것이지요?

       내 동생 숙아(叔牙)가 죽은 것도재상으로 있는

       계우(季友놈이 사주(使嗾하여 죽인 것이오!

 

       내 반드시 반()과 계우(季友)를 죽여

       숙아(叔牙동생의 원수를 반드시 갚을 것이오

 

       아아, 내게 군권이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시숙(媤叔남의 손을 빌려보세요

 

경보(慶父)는 애강(哀姜)의 은밀한 말에 골똘히 생각하다가 지난해

공자 반()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고 자신의 당원(黨員)으로

자청하여 들어온 마구간 지기 어인(圉人()을 생각해내었다.

 

      오늘 반()이 문상을 갔다니 절호의 기회가 왔도다.

      비밀리에 마구간지기 어인(圉人()을 불러라!

 

      공자님어인(圉人(이옵니다.
      너는 곤장을 그렇게 맞았던 일을 잊었느냐?


      잊다니요! 제가 어찌 그 날을 잊을 수 있겠나이까?

      너는 어찌해 지난날의 원한(怨恨)을 갚지 않는 것이냐?

 

      필부(匹夫라도 물 밖에 나온 교룡(蛟龍즘은 능히

      제어(制御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너는 힘도 세고 무예(武藝)도 출중한 장사로써

      그 놀라운 용력(勇力)을 어디에 쓰려 하느냐? 

      너는 장수가 될 자질이 충분히 있지 않으냐?

 

      내 너를 가상히 여겨 자세히 알려주는 바이다.

      새 군주가 된 반()이 외가인 당씨(黨氏집에

      문상을 갔는데 그 경비가 어찌 궁중 하지 않느냐?


      공자께서 도와만 주신다면

      제가 어찌 그 일에 망설이겠습니까?

      알겠노라네 뒷일은 걱정하지 마라

 

그 날 밤으로 어인 ()은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당씨(黨氏)

집으로 찾아가서, 밤이 깊어 삼경(三更)이 넘도록 기다리다가
날랜 몸으로 담을 넘어 중문 옆의 나무 뒤에 몸을 숨기었다.


       그때 마침 어린 내시(內侍하나가

       반()의 잠자리를 차려주고 문을 열고 나오자

       그 틈을 이용해 낙()은 침실로 뛰어들어갔다.


마침 반()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신발을 벗으려던 참이었으나
별안간 문이 열리며 낙()이 뛰어들어오자 깜짝 놀라 물었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왔느냐?
      지난날 곤장 맞은 원한(怨恨)을 갚으러 왔소

 

그 순간 반()은 침상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보검을 뽑아 낙()

후려치자일격을 당한 낙()의 머리가 3분의 1쯤 베어져 나갔다.


      피가 흐르며 뇌수(腦髓)가 허옇게 비쳤다.
      그러나 낙()은 소문대로 대단한 역사(力士이다.

 

어인 ()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반()을 넘어뜨려 올라타고,

품속의 비수匕首를 뽑아 옆구리를 세차게 찔러대기 시작하였다.

 

      아 악사람 살려

      아이고나 죽는다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공자 반()은 그 즉시 절명하였고, 이때

내시가 재빨리 달려나가 당씨(黨氏) 집안사람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을 죽인 어인 ()은 도망치려 하였으나

       이미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터였으므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여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때 달려온 당씨(黨氏일가의 가병들에게 짓이겨 죽었으며,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재상(宰相)인 계우(季友)에게 뛰어가 알렸다.


       뭣이라고 주공께서 죽다니

       어인(圉人()이 죽였다고 하였느냐?

 

       이일을 어떻게 수습 할 수가 있겠느냐?

       아아정말큰일이로다

 

()의 참변 소식을 들은 계우(季友)는 경보(慶父)의 소행임을

직감하였으나수습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자깊이 한탄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재빨리 집에서 빠져나와 진(나라로 달려갔다.

 

       아니주공이 시해(弑害)를 당하였단 말이오?

       어인(圉人()이 일을 저질렀답니다

 

       재상 계우(季友)가 망명(亡命)을 떠났답니다.

       그 배후(背後)가 누구이겠소?

       그야그게다 짐작 가는 거 아니겠소

 

() 살해당하자모두 들 경보를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경보(慶父)는 시치미를 딱 뗀 채로 오히려 앞장서서, 어인 ()

가족을 몰살시키고, 노(魯) 나라  재상(宰相자리를 차지하였다.

 

경보(慶父)가 하루아침에 노(나라 공족 중에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을 이루자, 이에 제일 먼저 기뻐한 사람은 애강(哀姜이었다.

 

       애강(哀姜), 내가 왔소

       이제 내 맘대로 내궁(內宮)에 들어올 수 있으니,

       정말 마음이 편하게 되었구려.

 

       저도 소원을 이루어 기쁘옵니다.

       이리 와요힘껏 끌어 앉아봅시다

 

두 사람은 이제 드러내놓고 매일 한 침상에서 끌어 앉으면서땀을

흘리고 난 뒤에는 속삭이면서 장차의 일을 꾸며나가게 된다.

 

       시숙(媤叔이참에 아예 군위(君位)에 오르시지요.

       아직 공실(公室)에는 공자 신()과 계()가 있소.

       이 둘을 제거해야 군위에 오를 수 있소


       달리 생각해 놓은 계책(計策이라도 있으신지요?      

       공자 신(申)은 똑똑하고 나이가 많아 만만치 않소
    

       나이 어린 공자 계()를 우선 군위에 올리면서

       백성들의 이목을 속여 민심을 잡아야 하오.


       ()의 생모가 숙강(叔姜)이며당신의 동생이니

       (나라에서도 별말은 하지 않을 것 같소.

 

       그렇긴 하지요.       

       그동안 우리 세력을 더욱 키워나갈 필요가 있어요.

 

       호호, 우선 계()를 군위에 올려세운다면
       시숙(媤叔)께선 노()의 태공망(太公望)이 되십니다.


       시숙(媤叔그런 후에 기회를 보아

       먼저 공자 계()를 해치우고그다음에

       공자 신()을 처치할 생각이시군요.

 

       쉬이조용히 하시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소

 

       극비리에 서서히 해치워야 하오.

       시숙(媤叔아무쪼록 꼭 성사시켜야 하옵니다.

 

이렇게 정한 애강(哀姜)과 경보(慶父)는 군위에 올랐던 반()

죽음을 발상하고제일 어린 조카인 공자 계()를 군위에 올렸다.

 

이때 공자 계()는 겨우 여덟 살이었으며, 그때  군위(君位)에 올라

노민공(魯閔公)이 되었으나()은 시호(諡號)를 받지 못했다.

 

       어마마마무섭습니다!

       주공왜 그러십니까용기를 가지세요

 

       경보(慶父). 큰아버지가 무섭고요.

       애강(哀姜), 큰어머니가 더 무서워요.

 

여덟 살의 어린 노민공(魯閔公)은 군주의 자리에 오르긴 하였으나

애강(哀姜)의 쌀쌀한 미소에 소름 끼쳐 했으며정권을 한 손에

쥐고 흔드는 큰아버지 경보(慶父)의 강한 눈빛이 너무나 무서워,

그가 시키는 대로 그저 따라서 할 뿐이었다.

 

이때 스승인 태부(太傅신불해(愼不害)가 불안에 떠는 노민공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한 가지 계책을 알려주게 된다.

 

       주공태부(太傅신불해(愼不害입니다.

       주공두려움에 떠시면서 울면 아니 됩니다.

 

       스승임정말 무서운 걸 어떡하지요?

       어찌 외숙(外叔)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십니까?

 

       스승님외숙(外叔이라니요?

       어머니 숙강(叔姜)은 제환공(齊桓公)의 여동생입니다.

 

       패공(霸公) 이며, 방백(方伯)이신 제환공(齊桓公)의

       힘을 빌려오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큰아버지가 나를 제(나라로 보내줄 리 없질 않소.

       주공께는 새로이 군위에 올랐습니다.

 

       제환공(齊桓公)에게 즉위 인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면

       경보(慶父)도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노민공(魯閔公)이 다음날 경보(慶父)에게 이를 이야기해주자, 이에

경보(慶父)는 어쩔 수 없이 제(나라에 보내주게 된다.

 

       마침내 제(나라에 보낸 사신이 돌아와

       제()의 낙고(落姑) 땅에서 회담하기로 정해졌다고

       하자 노민공(魯閔公)은 곧바로 떠났다.

 

167 . 민심이 욕심에도 따라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