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65 화. 욕심은 어디까지 가는가.

서 휴 2023. 6. 15. 17:35

 165 욕심은 어디까지 가는가.

 

그 노래를 들은 양녀(梁女)는 깔깔대고 웃었는데그때 어인(圉人

()은 공교롭게도 양녀(梁女)가 공자 반()과 장래를 언약한

사이란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자 반()이 안채에서 양(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다가

양녀(梁女)를 희롱하는 낙()의 모습을 보자 얼굴색이 돌변했다.

 

       저 마부저놈을 당장 잡아 오너라!

       저놈에게 곤장 300대를 쳐라

 

       잘못하였습니다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어이쿠어이쿠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공자 반()은 붙들려온 낙()을 엎드리게 하고 얼마나 심하게

때렸던지 엉덩이에서 흘러내린 피가 땅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너무 심한 매질에 혀를 차며,

       이야기한 것이 소문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이에 낙()은 깊은 원한을 품고 원수를 갚겠다면서은밀히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경보(慶父)의 당()에 들어가 기회를 엿보게 된다.

   

       이때 노장공(魯莊公)은 제환공(齊桓公)을 전송하고

       돌아온 후에 뜻하지 않은 병에 걸리게 된다.

 

병이 깊어지며 이제는 시의(侍醫마저 가망이 없다고 안타깝게

고개를 흔들면서 나가게 되는 결과가 오고 말았다.


      내 나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무 안타깝구나

      아무래도 나의 병이 회복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누구에게 군위(君位)를 물려줘야 한단 말인가?

      여러 아들이 있긴 하나 적자(嫡子소생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다 후궁(後宮)과 측실(側室)의 소생들이 아닌가?

 

      후사(後嗣)가 정말 걱정되는구나

      그래맏아들인 공자 반()이 제일 똑똑하지 않은가?

      ()에게 당연히 군위를 물려주어야 하겠다.

 

      그런데 경보(慶父)와 숙아(叔牙)가 만만치가 않구나!

      그 둘은 동복형제(同腹兄弟)가 아닌가?

 

      그 둘은 벌써 합세하여 당()을 이루고 있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들은 공실(公室제일의 당()이 될 것이며

      앞으로 틀림없이 혼란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노장공(魯莊公)은 경보(慶父)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아들 ()

군위에 올려도 위태롭게 된다고 판단하며 대비할 생각을 하게 된다.

      공자 숙아(叔牙)를 부르도록 하라
      주공부르셨나이까?


      동생 아나의 병세가 심상치 않도다.

      장차 이 나라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는가?


      숙아(叔牙), 동생은 무얼 망설이느냐?

      동생은 깊은 생각 없이 그저 말해도 된다.

 

      형님형제를 말해도 돼 옵니까?

      아니면아들을 말해야 하옵니까?

      무엇 때문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나이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나라를 위해 후계를 정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들이던 형제 던 누구 간에

      나라를 잘 끌고 나갈 생각을 해보아라

 

      의견을 묻는 것뿐이니 마음 놓고 말해보라.

      다만 형제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하는 것이니라.

 

      형님꼭 부자 상속만을 하시려는지요?

      사직(社稷)의 장래를 보아서는 경륜이 있고

      덕을 갖춘 사람이 군위를 이어받아야 합니다.

 

      경륜과 덕을 갖춘 사람이 누구인가?      

      경보(慶父형님이라면 능히 우리 노(나라를

      든든하고 편안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국법에도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보위를

      잇기도 하고 또한현명한 형제가 있다면

      그 형제가 잇기도 합니다.

 

      숙아(叔牙고맙다

      네 말뜻을 깊이 새겨들으마

 

      좋은 말이로다동생의 의견을 잘 들었노라.

      깊이 생각하여 볼 터이니 그만 물러가거라.

 

숙아(叔牙)는 기분이 좋아져 돌아갔으며노장공(魯莊公)은 죽기

전에 순리대로 아들 반()에게 군위를 물려주려고 어두운 천정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뜬눈으로 밤을 새우게 되었다.

 

      아침이 되거든 계우(季友)를 불러들여라!

      주공형님, 부르셨나이까?

 

      주공 형님, 병의 차도는 어떠신지요?      

      계우(季友아마도 나의 병세가 심상치 않도다.

 

      내가 죽은 후 이 나라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냐 ?     

      형님은 어째서 맹임(孟任)을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형님께서는 맹임(孟任)을 정실부인으로 삼겠다.

      하시고는 결국 낮은 품계에 머물게 하셨습니다.

 

      인제 와서 또 그 아들까지 내치려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맏아들인 반()을 버리려 하십니까?

 

      저는 죽음으로써 반(공자를 받들겠습니다.      

      숙아(叔牙)는 경보(慶父형님을 추천하던데

      숙아(叔牙)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아니 됩니다

      경보(慶父형님은 경박할 뿐만 아니라

      인덕이 없는바 군주의 재목이 아니옵니다.

 

      숙아(叔牙)는 경보(慶父형님과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서는 절대로 아니 됩니다

 

      계우(季友아버님께서는 너의 이름을

      우()라 지으셨는데 그 뜻을 알고 있느냐?

 

계우(季友)는 태어날 때부터 손바닥에 우(라는 글자 모양의

손금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의 이름을 우()라 지었다.

 

      어찌 제 이야기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계우(季友아버님께서는 단순히 손금 때문에

      이름을 우()라 지어준 것은 아니고

      우()는 우()와 통한다고 하셨다.

 

      군주의 오른편에 서서 보필(輔弼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우(라는 이름을 내리셨단다.

 

      형님저도 성장成長 한 후에야 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형님이 동생이 반(공자의 오른편에 서겠습니다.      

      알겠노라동생을 믿으리라

 

      내시는 숙아(叔牙공자에게 나의 말을 전하도록 하라.      

      숙아(叔牙)는 대부 침계(鍼季)의 집에서 기다리라 전하라.

      내 곧 특별한 분부를 내릴 것이다.

 

내관으로부터 말을 전해 들은 숙아(叔牙)는 어제 건의한 자기의

뜻을 받아주는 것으로 짐작하였으며더구나 대부 침계(鍼季)

노장공이 아끼는 심복 중의 한 사람이기에 침계(鍼季)를 자기와

깊은 인연을 맺어줄 것으로 짐작(斟酌하여 더욱 기분이 좋았다.

 

      어서 오십시오숙아(叔牙공자님.

      오랜만입니다그동안 안녕하시었는지요.

 

      조촐히 반주를 장만하였습니다어서 드시지요.

      침계(鍼季고맙습니다.


숙아(叔牙)가 술상 앞에 앉아 주공이 어떤 분부를 내릴지 궁금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중에 궁에서 나온 내관이 들어왔다.

 

      숙아(叔牙공자님주공의 편지입니다.

      어서 읽어 보시옵소서.

 

숙아(叔牙)는 침계(鍼季)가 차려준 술도 한잔했으며, 기분이

좋아져 기쁘게 노장공(魯莊公)의 편지를 받아 읽기 시작한다.

 

      숙아(叔牙)에게 죽음을 명(하노니

      숙아(叔牙)는 이 술을 마시도록 하라?

 

      숙아(叔牙)의 자손은 대대로 위()를 지킬 것이나

      만일 복종하지 않으면그대는 물론이며

      일가까지 모두 도륙(屠戮)을 면치 못하리라!

 

청천벽력과 같은 편지를 읽고 난 숙아(叔牙)는 안색이 돌변하며

재빨리 도망치려 하였으나그러나 이미 대부 침계(鍼季)는 힘센

장정들을 문밖에 배치해놓았기에계단을 뛰어내리는 숙아(叔牙)

붙잡아 머리를 움켜쥐고짐주(鴆酒)를 귓구멍 속으로 들이부었다.

 

      중국 광동성(廣東省지방에서 사는

      산 까마귀 중에 음(이라는 새는

      천년을 묵으면 짐새(鴆鳥)가 된다고 한다.

 

      그 새는 자록(紫綠색이며 크기는 올빼미만 하고

      목은 길이가 78(정도 되며

      주로 살모사 나 독사를 잡아먹고 살기에

      독성(毒性)이 강하다고 한다.

 

      짐조(鴆鳥라는 새의 수컷 이름은 운일(運日이고

      암컷의 이름은 음해(陰諧라 한다.

 

      짐조(鴆鳥라는 새의 배설물이나

      새 깃으로 담근 술을 짐주(鴆酒라 하며

      이는 주로 살인용(殺人用술로 쓰인다.

 

마침내 숙아(叔牙)는 온몸을 뒤틀며 몸부림치다아홉 구멍으로

피를 쏟으며그의 몸뚱이는 삽시간에 검푸르게 변하고 말았다.

 

       숙아(叔牙)가 죽은 지 며칠 후에 노장공(魯莊公)

       세상을 떠나니, 그는 열세 살에 군위에 올라

       32년간 재위하다가 45세에 죽었다.

 

 166 . 그렇게 앞장서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