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패왕지도
제 168 화. 어찌 나라를 안정시킬까.
경보(慶父) 공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복의(卜齮) 대부,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씀해보십시오!
내 땅은 주공의 태부(太傅) 신불해(愼不害) 라는 자의
전장(田莊)과 인접해 있소이다.
그런데 갑자기 태부(太傅) 신불해(愼不害)가 그 땅을
자기 땅이라며 빼앗아버리는 것이 아니겠소!
그래, 하도 억울하여 주공께 이 일을 호소하였더니
주공께서는 오히려 신불해(愼不害)의 편만 들어주며
내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소?
주공이 아무리 어리다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지요.
내 참을 수가 없어 공자를 찾아왔으니
공자께서 제발 내 땅을 좀 찾아주시오!
복의(卜齮)의 말을 듣고 있던 경보(慶父)는 무언가 묘안이 섬광처럼
스쳐지나가자 입술을 굳게 깨물며, 한참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결
목소리를 낮추고는 속삭이듯이 힘주어 말하였다.
신불해(愼不害)는 주공의 스승인 태부(太傅) 입니다.
내가 말해도 듣지 않을 게 분명하외다.
그러지 말고, 이 기회에 큰일을 해보시지요?
아니, 큰일이라니요!
복의(卜齮) 께선 그만한 일을 하실 수 있겠소?
허 어, 나를 정말 그렇게 모르십니까?
나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오!
복의(卜齮) 대부! 주공이 저렇게 철이 없다 보니
태부(太傅) 신불해(愼不害) 같은 자가 설치는 것이오!
이래서야 어찌 우리 노(魯)가 잘될 수 있겠소?
지금처럼 명맥 만을 이어가기도 바쁠 것이오.
허 어. 그렇다면. 어찌 하는 게 좋겠소?
그렇소. 그대는 주공을 제거하시오?
나는 그대를 위해 신불해(愼不害)를 제거하겠소!
하지만 계우(季友)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소?
그 점은 이미 모두 준비하여 놓았소.
그렇다면 좋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방법을 자세히 말해주시오!
주공은 아직 어린애라 이따금 저녁이면
궁 밖에 나가 아이들과 뛰어놀기를 좋아합니다.
자객을 무위문(武闈門) 근처에 숨겨 놓았다가
주공이 나오면 일거에 해치워버리시오!
그리고, 그 일을 도둑의 소행이라고 소문낸다면
누가 저질렀는지 누가 어떻게 알겠소?
그다음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오!
일만 잘되면 그대는 재상(宰相)이 될 것이오.
주공이 언제 무위문(武闈門)을 나설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이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공이 미복(微服)으로 갈아입고 나서는 날
내궁(內宮)에서 미리 알려줄 것이오.
좋소이다. 경보(慶父) 공자를 믿고, 우리 노(魯) 나라
사직(社稷)을 위해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자 좋소. 손을 잡고 굳게 맹세합시다!
좋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복의(卜齮) 는 경보(慶父)와 함께 반역을 하기로 맹세하고, 곧바로
칼 잘쓰는 자객을 뽑아 다짐을 받은 후에 무위문(武闈門) 근처에
숨어있으면서, 어린 노민공(魯閔公)을 기다리고 있게 하였다.
며칠 후 저녁 무렵이 되자, 무위문(武闈門)에서 몰래 기다리던 건장한
자객이 마침내 미복으로 변장한 노민공(魯閔公)을 따라가게 되었다.
으음. 이제야. 나타났구나.
천천히 따라가며 한적한 곳에서 찔러버려야지.
앗. 어느 놈이 노민공(魯閔公)을 찔렀다.
저놈 잡아라! 야 아. 저놈 잡아라!
가냘픈 비명(悲鳴) 소리를 지르며 노민공이 쓰러지자. 그때 뒤따르던
시종(侍從)이 깜짝 놀라 고함지르고 악을 써대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때 마침 하루 장사를 끝내고 돌아가던 상인(商人) 들이 재빨리
옆으로 벌려서며 자객(刺客)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면서 붙들었다.
잡았다. 이 나쁜 놈을 묶어라!
야, 이놈들아. 죽지 않으려거든 저리 비켜라!
뭐라고,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냐!
그들이 막 자객을 밧줄로 결박 지으려 하는데, 무기를 든 한 떼의
괴한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자객을 구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저놈들은 복의(卜齮)의 가병(家兵)이 틀림없다!
복의(卜齮)의 가병(家兵) 들이 정말 맞느냐?
허 허, 내가 잘 안다!
이 모두 대부 복의(卜齮)의 소행이다!
같은 시각에 경보(慶父)의 가병 들도 역시, 신불해(愼不害)의 집을
습격하여, 신불해(愼不害)를 비롯한 가족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신(申) 공자. 무얼 하오? 어서 일어나시오!
큰일 났소. 경보(慶父)가 난을 일으켰소!
어서 일어나시오! 속히 달아나야 하오!
작은아버지.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지요?
자. 앞뒤 따지지 말고 얼른 따라 나오시오.
계우(季友)는 소식을 듣자마자, 공자 신(申)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깊은 잠을 자는 신(申) 공자를 발길로 차서 벌떡 일어나게
하였으며,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달아나게 되었다.
작은아버지. 이곳은 산속입니다!
작은아버지. 어디로 가야 하지요?
어 휴, 이제 한숨 돌리게 되었구나!
어디든 그냥 빨리 가봅시다!
아 참! 주(邾) 나라에 아는 사람이 있다.
급한 대로 주(邾) 나라로 가보자!
어린 노민공(魯閔公)이 자객에게 피살되고, 또 재상인 계우(季友)가
주(邾) 나라로 망명하였다는 소문은 시종들의 입으로부터 삽시간에
곡부성(曲阜城)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시장 상인들이 모두 크게 격분하여 점포의 문을 닫고
시장 장터에 모여들기 시작하자, 성민들도 동조하며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장터에 엄청나게 모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는가? 우리도 가보자!
자. 여러분 다들 이리 모이시오!
주공을 살해한 자는 복의(卜齮) 입니다.
복의(卜齮)를 죽이러 갑시다!
다 같이 복의(卜齮)를 죽이러 갑시다!
복의(卜齮)를 사주한 자는 경보(慶父) 요!
자. 다 같이 경보(慶父)도 죽여 버립시다!
곡부성(曲阜城)의 백성들이 모두 합세하여 떼로 모여들었으며,
저마다 창과 곡괭이 도끼 등을 들고는 모두 대부 복의(卜齮)의
집으로 몰려가 순식간에 복의(卜齮)와 가족을 몰살시켰으며,
또한 경보(慶父)의 집에 몰려가서 가족들을 죽이며 짓밟고 있었다.
그 시간에 경보는 애강과 함께 노민공(魯閔公)이 피살되고, 또한
계우(季友)가 달아난 일에 기뻐하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차후의
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가노(家奴)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하게 된다.
나리, 큰일 났습니다.
성난 백성들이 복의(卜齮)의 가족을 다 죽이고
나리의 집안도 짓밟고 있사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냐? 이거 큰일 났구나!
나리, 어서 달아나야 합니다!
집으로 갈까. 어떡하면 좋겠냐?
아닙니다. 딴 곳으로 가야 합니다!
경보(慶父)는 내궁에서 나오자마자, 궁궐 밖에서 백성들의 커다란
함성이 우렁차게 들려오자 도저히 집으로 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빨리 곡부성(曲阜城)을 빠져나가자 !
가노(家奴) 야. 거(莒) 나라로 빨리 가자!
나리, 왜 거(莒) 나라입니까?
거(莒) 나라는 제환공(齊桓公)의 고향이다!
애강(哀姜)은 제환공(齊桓公)과 형제간이다.
애강(哀姜)이 앞장서면 좋은 일도 생길 것이다.
거(莒) 나라에 찾아가 사정해보자.
어서, 거(莒) 나라로 떠나자.
잠깐. 부고(府庫)에서 보물 좀 꺼내 가지고 가자.
나리.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자, 무조건 보이는 데로 실어라.
애강(哀姜)은 경보(慶父)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다음날
거(莒) 나라로 달아난 것을 알고는 불안해 하며 말을 하였다.
나도 경보(慶父)를 따라 거(莒) 나라로 가리라!
어서 수레를 준비하여라.
어쩌시려 이렇게 떠나려 하시나이까?
군부인(郡夫人)께서는 백성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이제 경보(慶父)의 뒤를 쫓아 거(莒) 나라에 가게 되면
다시는 노(魯) 나라로 돌아올 수 없게 되나이다.
군부인(郡夫人)! 그보다는 계우(季友) 공자님께
용서를 빌고 후사(後嗣)를 정하는 일을 돕는 게 좋습니다.
으음, 듣고 보니 그 방법이 더 나을 것 같구나.
거(莒)에 가지 말고, 주(邾) 나라로 방향을 돌려라.
어서 빨리 주(邾) 나라로 가자!
제 169 화. 그대 패왕지도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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