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01 화. 어찌 민심을 가라앉힐까.

서 휴 2023. 5. 15. 18:38

101 . 어찌 민심을 가라앉힐까.

 

제양공(齊襄公)은 부끄러운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왕희(王姬

공주와 사이좋게 지낸다는 걸 소문으로 퍼트리려 하였으나,

그러나 민심은 가라앉지를 않으며오히려 이러한 소문은

중원까지도 자꾸 퍼져나가니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었다.

 

      신료들과 백성들을 복종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민심을 딴 곳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렇다올바르지 않은 놈을 혼을 내주는 것이다.

      자기의 주군을 마음대로 죽이고, 마음대로

      새 주군을 세운 나라를 혼내주어, 천하의 기강을

      바로잡아 준다면 나를 달리 인정할 것이다.

 

      (), (), (), 중에 한나라를 쳐들어가

      천하의 도리를 바로 세워주면 되지 않겠는가?

 

      (나라는 군주를 죽이고 또한 새로운 군주를

      쫓아내고 말았도다

 

      하지만새롭게 군주가 된 공자 검모(黔牟)

      왕실의 사위가 되는 부마(駙馬인지라

      이제 나와 동서지간이 되었는데 어찌하겠는가?

 

      철천지원수인 기(나라를 쳐부수면 어떨까?

      그러나쓸데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나라는 다음에 토벌하기로 하고,

      단순하게 큰 효과를 가져 오려면 정(鄭)이 어떨까?

 

      사자는 이 국서를 가지고 정(나라에 가도록 하라.

      수지(首止땅에서 회맹(會盟)을 맺자고 청하여라.

 

새로 즉위한 공자 미()와 일등공신이 된 고거미(高渠彌)

제양공(齊襄公)의 국서를 받게 되자제양공의 음모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면서 반가워 하며 기뻐하였다.

 

()와 동맹을 맺게 되면정장공(鄭莊公때처럼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다면서 큰기대에 부풀게 되며곧바로

조례를 열어 동맹을 맺고 돌아오겠다고 공표하였다.

 

      수지(首止땅에서 제()와 동맹을 맺고자 하니

      상경 제족(祭足)과 아경 고거미(高渠彌)

      나와 같이 가도록 준비하시오.

 

제족(祭足)은 제양공의 음흉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또한

지난번에 정소공(鄭昭公)의 원수를 갚아 주겠다고 말한 바가

있었으므로만류할 수도 없어 병에 걸렸다며 드러눕고 말았다.

 

      제족(祭足어른안에 계십니까?

      누구 요?

      원번(原繁이옵니다.

      어서 오시 오반갑소이다.

 

      제족(祭足어른몸은 괜찮으신지요?

      고맙소, 누워있으니 좀 났소이다.

 

      신군(新君)이 제후(齊侯)와 우호를 맺으면서

      나라의 안전을 도모하려 하는바

 

      제족(祭足어른께선 마땅히 도와주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동행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지난번에 제후(齊侯)를 만나본바

      그는 음침하고 잔인한 사람이었소

 

      또한큰 나라를 물려받은바패업(霸業)을 이루려는

      호기(豪氣)를 마음속에 품은 사람이기도 하오

 

      선군이신 정소공(鄭昭公)이 세자 시절에

      (나라를 도와 큰 공을 세운 적이 있었잖소?

 

      (나라는 항상 정소공(鄭昭公)을 그리워하고 있소.

      제양공(齊襄公또한 마찬가지이지요.

 

      더구나 제양공(齊襄公)의 속셈은 헤아리기 어렵소이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 청하여 회맹(會盟) 하려 함은

      그 속에 필시 음흉한 계책이 숨어 있을 것이오!

 

      이를 알지 못하고신군(新君)과 고거미(高渠彌)

      이번에 제(나라에 도착하게 되면

      모두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 같소이다.

 

      허 어그리 큰일이 벌어집니까?

      그리된다면앞으로 정(나라의 군주는

      누가 적당할 것 같소이까?

 

      반드시 공자 의()가 되어야 합니다.

      공자 의()의 얼굴에는 군주의 상()이 있다고

      돌아가신 선군께서 이미 말씀하신 바 있소이다.

 

      상경께서는 지혜가 많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제가 상경을 믿고서 잠시 기다려 보겠소이다.

      이 원번(原繁)은 이제 물러가겠습니다.

 

회맹 날짜가 되자제양공은 왕자 성보(成父)와 관지보(管至父)에게

날쌘 갑사(甲士) 백여 명씩을 좌우에 시립(侍立하게 하고,

석지분여(石之紛如)를 뒤에 바싹 붙어 호위하게 하였다.

 

고거미가 새 군주 미()를 인도하여, 회맹을 거행하는 제단에 같이

오른 다음에, 제양공(齊襄公)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

 

      대부 맹양(孟陽)은 희생의 피를 담은 그릇을

      받쳐 들고 정후(鄭侯)에게 권하도록 하라.

 

      (공자께선 앞으로 나오시어

      이 삽혈(歃血)의 그릇을 받으시오.

 

제양공의 총신(寵臣)인 맹양(孟陽)이 희생의 피를 담은 그릇을

받쳐 들고공자 미(앞에 무릎을 꿇으며 마시기를 청했다.

 

      잠깐공자 미()에게 물어보겠소이다.

      귀국의 정소공(鄭昭公)은 어떻게 죽었소이까?

 

      신 고거미(高渠彌)가 저희 주공을 대신하여

      소상히 대답하겠나이다.

 

      선군께서는 병이 들어 돌아가셨는데

      제후(齊侯)께선 어찌하여 물어보십니까?

 

      나는 소공(昭公)이 증제(蒸祭)를 올리려 성 밖의

      태묘로 나가던 중에 살해당했다고 들었지

      병으로 죽었다는 소리는 전혀 듣지 못하였다.

 

      제후(齊侯), 저희 선군께서는 원래 한질(寒疾)

      앓고 있었는데, 거기다가 도적들을 만나자

      매우 놀라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어느 행사에 군주가 성 밖으로 나가는데 도적이

      달려들 만큼 아무런 경비가 없었단 말인가

      그래 그 도적들은 어디서 왔는가?

 

      우리 정(나라는 적서(嫡庶)가 다투기를

      하루 이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서로 사당(私黨)을 만들어항상 서로의 틈만을

      노리고 있는데어느 누가 막을 수 있었겠나이까?

 

      그 도적들은 이미 잡았는가?

      계속 잡으려 사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사오나?

      아직 종적을 찾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그대는 무슨 소릴 하는가

      선군을 죽인 도적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하여 번거롭게 찾아서 잡겠다고 하는 것이냐!

 

      너는 정(나라 공실의 직위를 받은 사대부인데,

      어찌하여 네 맘대로 너의 군주을 죽이고

      이제 내 눈앞에서 발뺌하려 드는 것인가

 

      너희들의 선군인 정소공(鄭昭公)의 원수를

      오늘 내가 갚아 주고 말리라.

 

      뭣들을 하고 있느냐

      이놈들을 빨리 포박하여라

 

더 변명치 못하는 고거미(高渠彌)를 석지분여(石之紛如)가 먼저

잽싸게 포박하자그때 공자 미()는 갑자기 제양공(齊襄公)

향해 엎드리며 머리를 조아리면서 애걸하는 것이다.

 

      이 일은 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이는 모두 고거미(高渠彌)가 저지른 일입니다.

      부디 불쌍히 여기시어 살려만 주시옵소서!

 

      고거미(高渠彌)가 한 짓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너는 어찌하여 벌을 주지 않았는가?

 

      비굴한 놈! 공자 미()는 더 할 말이 있는가?

      그대는 오늘부터 지하에 가서 변명하거라

 

제양공이 손을 들어 올리자왕자 성보(成父)와 관지보(管至父)

미리 대기시켰던 갑사(甲士들이 일제히 공자 미()의 몸에

난도질하고는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공자 미()를 따라온 정() 나라의 수행원들은

      제군(齊軍)의 세력에 겁에 질려 대항치 못하고,

      삽시간에 도망치며 흩어져 버렸다.

 

      고거미(高渠彌)너의 군주는 이미 죽었도다

      너는 아직도 살기를 바라느냐?

 

      내가 저지른 죄가 중한 것을 알고 있소

      인제 와서 목숨을 구걸하겠소이까?

 

      다들 보아라

      신하 된 자가 마음대로 자기 주군을 죽이다니

      어찌 단칼에 목을 벨 수 있겠는가?

 

      한칼에 죽인다면 너에게는 과분한 벌이 되리라.

      저자공자 미()는 이제 죽었으니

 

      고거미(高渠彌)는 임치(臨淄()으로 압송하여

      남문의 저잣거리에서 거열형(車裂刑)에 처하도록 하라

 

거열형(車裂刑이란죄인의 머리와 사지(四肢)를 다섯 개 수레의

끌채에 묶어다섯 마리의 소에게 각기 한 방향으로 수레를 끌고

가도록 하면, 사람의 목과 팔과 다리가 다섯 조각이 되고 만다.

이를 오우분시(五牛分尸)라는 말로 다섯으로 쪼갠다는 말이다.

 

      고거미는 제(나라로 끌려가 임치(臨淄남문에

      목이 걸리는 참혹한 죽임을 당하였으며,

 

      제양공(齊襄公)은 정(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그간의 경위를 소상히 밝혀주었다.

 

제양공이 정()의 공자 미()와 고거미(高渠彌)를 죽인 것은

정의로운 일을 하였다는 것을 세상에 크게 알리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중원(中原)의 제후들에게 겁이 나도록 하여

       감히 자기에 덤비지 못하도록일부러 이러한 극형에

       처한 것이며, 또한 이복 남매인 문강(文姜)과의

       사련(邪戀)을 덮으려 한 짓이었다.

 

 102 일마다 대가가 따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