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04 화. 백성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서 휴 2023. 5. 17. 14:37

 104 백성은 모두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이 자기의 뜻대로 되는 것을 본 제양공(齊襄公)은 이제

노장공(魯莊公)이 자기에 대해 복수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이

되자한결 마음을 놓게 되며, 이에 노장공에게 제안을 하게 된다.

 

      노장공 오늘은 뜻깊은 날이 되었소.

      이왕이면 좋은 곳으로 사냥이나 갑시다.

 

      외숙(外叔)께선 쏘는 데로 다 맞추시는군요.

      천하의 명궁(名弓이시옵니다.

 

      허 어노장공도 빗나감이 없소이다.

      언제 그리 잘 익히셨소?

 

제양공과 노장공은 서로 마음에 들어 하며 친해졌다. 군주가

수레를 나란히 하여 작(땅에서 사냥하는데, 사냥터를 지나가던

한 야인(野人)이 이를 보고 몰래 노장공을 손가락질하며

희롱(戱弄)하는 소리를 시종을 통하여 듣게 되었다.

 

      저 군주는 부친이 맞아 죽은 줄도 모르는가?

      어찌 그 아비의 원수도 갚지 못하고,

      그 원수 된 자와 노닥거리고 있다니

      진짜 아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 아슬프구나

      모친은 있지만부친이 없도다

 

노장공은 크게 화를 내며그 야인(野人)을 쫓아가 죽여 버렸으며,

그 일에 대해 훗날 한 사관(史官)이 아버지를 잊고 원수를 모신다고

풍자하여 시를 지어 노장공의 행동을 몹시 비난하였다고 전한다.

 

      호호오라버니

      노장공(魯莊公)이 이제 말을 잘 들으니 좋지요.

      그럼 좋고말고내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구나.

 

()와 제(두 군주가 사냥을 즐기면서 방()과 곡(땅을

오갔으며이에 문강(文姜)은 당연하다는 듯 더욱 가까이 제양공과

수시로 잠자리를 하곤 하였으며어떤 때는 제()의 임치(臨淄)

성까지 달려가 마치 군부인(君夫人)처럼 행세하였다.

 

      나를 백성들이 비난(非難한다고 하였느냐?

      여쭙기는 뭐하오나호화스러운 수레를 타고

      수시로 제궁(齊宮)에 드나드는 문강(文姜)

      공주님의 행차에 대한 비난이옵니다.

 

      더구나 남매가 잠자리를 같이한다며

      유언비어와 노래까지 나돈다고 하옵니다.

 

      그래 어떤 노래이더냐

      백성들은 재구(載驅)라는 노래를 지어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부릅니다.

 

      뭐라고이런 괘씸한 놈들

      주동자를 모두 어서 빨리 잡아들이도록 하라

 

      어찌 백성을 모두 다 잡아들일 수 있겠나이까.

      주공민심을 수습할 방안을 찾아야 하옵니다.

 

제양공과 문강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불륜을 저지르자이들의

잘 못 된 행각으로 (나라의 민심이 크게 흉흉해지면서

재구(載驅)라는 노래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재구(載驅)는 여기저기 수레를 몰고 다니는 제양공과 문강을

비난하는 노래이다이는 시경(詩經제풍(齊風)에서 나온다.

 

       말은 급하게 달려가며 붉은 가리개 아름답게 흔들리네.

       노나라는 조용하거늘 제나라 아이들 밤늦게 놀러 나오네.

 

       네 마리 검은 말 아름다운 말굴레 곱기 도하네.

       노나라는 조용하거늘제나라 아이들은 즐거워한다네.

 

       문수의 물결은 넘실거리고오가는 사람 많기도 하네.

       노나라는 조용하거늘제나라 아이들 넋 잃고 달려가네.

 

       문수는 도도히 흐르고 오가는 사람 많기도 하네.

       노나라는 조용한데제나라 아이들 마음껏 놀아나네.

 

재구(載驅)라는 노래가 지나가는 듯 하다가, 이제는 폐구(敝笱

노래가 퍼지며 유행하기 시작한다. 폐구(敝笱)란 구멍 뚫린 통발을

말하는 것으로 문강(文姜)에게 몹시 모욕을 주는 노래였다.

 

      구멍 뚫린 통발 다리에 걸려 큰 고기 잡을 수 없네.

      제나라 아이들 돌아가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 구름 같구나.

 

      구멍 뚫린 통발 다리에 걸려 큰 고기는 잡을 수가 없다네.

      제나라 아이들 돌아가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들 비와 같구나.

 

       구멍 뚫린 통발 다리에 걸리니 고기들은 들락날락하네.

       제나라 아이들 돌아가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들 문수(汶水)의 물처럼 많기도 하네.

 

제양공(齊襄公)은 문강(文姜)과의 불륜 행각으로 비난하는 노래가

유행처럼 퍼져나가며 민심이 계속 흉흉해지자, 그 해결책으로

엉뚱한 묘안을 찾으려고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정(나라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었고

      이제 원수인 기(나라까지 멸망시켰으니

      천하의 제후들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구나

 

      이 천하에 나를 대적할 제후가 과연 있겠느냐?

      정장공(鄭莊公)은 패공을 꿈꾸었으나 천하 패업을

      끝내 달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때 정장공(鄭莊公)이 이루지 못한 천하 대업을

      내가 한번 이루어 본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럼 못 이룰 것도 없잖은가?

 

제양공(齊襄公)은 어떤 전쟁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또한스스로 패공(覇公)의 능력과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선강(宣姜)의 막내아들 위혜공(衛惠公()

      어떻게 하던 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아버지 위선공(衛宣公)에게 못된 술수를 부려가며

      두 형인 세자 급자(急子)와 수()에게 자객을 붙여

      죽이고 위(나라 군위를 차지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좌공자 예()

      우공자 직()이 복수를 위하여 항상 대비하고 있다가

 

      위혜공이 정(나라 침공에 연합군으로 참여하자,

      두 공자는 이 빈틈을 기회로 삼아왕실에 있던

      공자 검모(黔牟)를 새로운 위후(衛侯)로 세웠다,

 

이에 돌아갈 수 없게 된 위혜공(衛惠公)은 제(나라에 망명하여

그때까지도 머물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던 위(나라로 돌아가

다시 군위를 차지할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때 위혜공 ()은 마침 제양공이 천하의 패공이 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좋은 기회를 포착하였다고 판단했다.

 

       제후(齊侯)께서는 방백(方伯)이나

       패공(霸公)을 어찌 생각하시나이까?

 

       두 말은 같은 말로 왕실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제후(齊侯그러하옵니다.

       이제 기()  나라도 멸하였으며

       이제 여러 제후(諸侯)를 이끌고 계시는바

 

       좀 더 덕()을 쌓으신다면

       천하의 패공(霸公)이 되실 수 있사옵니다.

 

위혜공이 패공(霸公)이 되기 위해서는 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자제양공은 위혜공의 지난 행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속으로 가소롭다고 비웃었으나제양공 또한 민심을 수습해야 

할 다급한 처지에 있었으므로 두 눈을 빛내며 묻게 되었다.

 

       위혜공(衛惠公(

       내가 패공(霸公)이 될 수 있다는 말이냐?

       어떻게 덕()을 쌓아야 패공(霸公)이 될 수 있겠는가?

 

       외숙이신 제후(齊侯임께서 패공(霸公)이 되시려면

       정의롭지 못한 질서를 바로잡아 주시며

       다른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면 되옵니다.

 

       제후(齊侯)께서 불의를 보고도 방관하고 계시온데,

       어찌 천하 제후가 순종하길 바라나이까?

 

       그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제후국부터 손을 보면 되겠는가?

 

       제 고국인 위(나라는 나를 쫓아내고

       검모(黔牟)가 군주 노릇을 하고 있사옵니다.

 

       검모(黔牟)는 왕실의 사위가 아닌가

       허 어왕실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제후(齊侯이미 왕희(王姫공주가 죽었으므로

       왕실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게 되었나이다.

 

       그러하옵고제후(齊侯)께서 그리 살피시며

       이렇게까지 왕실의 눈치를 보아서야!

       어찌천하의 패공(霸公)이 될 수 있겠나이까?

 

       ( 옳은 말이로다

       조카는 제(나라에서 벌써 7년이나

       망명 생활을 하였다고 하였는가?

 

       제후(齊侯실로 그러하옵니다.

       민심을 수습하는 데는 전쟁만 한 게 없습니다.

       (나라에 쳐들어감으로써 민심도 수습됩니다.

 

       내 그대를 위하여 위(나라를 치면서

       방백(方伯)이나 패공(霸公)이 되라는 말인가?

       제후(齊侯그러하옵니다.

 

       알겠도다 다만 전쟁이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거사의 명분을 찾아 다른 제후들과 연합해야 한다.

 

제양공은 단숨에 기(나라를 멸망시켜버리자주변 나라의

제후들이 겁을 내어 눈치만을 살피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기고만장하게 주변 나라의 군사를 동원하고자 격문을 보냈다.

 

       (나라의 역신 공자 설()

       공자 직()은 제멋대로 위혜공(衛惠公()

       폐하여망명 온 지가 벌써 7년이나 되었도다

 

       항상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과인이 아직 벌을 주지 못하고 있었도다

 

       여러 제후와 더불어 이제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줄 때가 되었도다

 

제양공은 송(), (), (), (군사를 강압적으로 동원하여

5개국 연합군을 결성시켰다.

 

이때가 제양공(齊襄公) 9년이며 기(나라를 멸망시킨다음 해

겨울이었다제양공(齊襄公)은 병거 5백승을 동원하여위혜공과

함께 위(나라의 위구성(衛邱城)에 당도하였다.

 

105 .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