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03 화. 시가의 귀신이 되리라.

서 휴 2023. 5. 17. 13:31

103 . 시가의 귀신이 되리라.

 

기후(紀侯)는 기()나라의 뒷마무리를 동생 영계(嬴季)에게 맡기고

나자, 종묘에 들어가 큰절을 올리면서 애처롭게 하루 종일

대성통곡을 하고는 늦은 밤이 되자, 어디론가 떠나가고 말았다.

 

       우리 기() 나라의 모든 신료에게 묻겠소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이 끊어지더라도

       끝까지 버티며 싸우다가 죽는 게 나은가

 

       아니면, 항복하여 종사(宗社)라도 보존하는 것이

       더 중한가누구나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영계(嬴季) , 우리는 도저히 당할 수 없습니다.

       종묘(宗廟) 만은 꼭 보존하셔야 하며, 어떻게 하든

       살아계시어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더 중합니다.

 

       모든 신료의 뜻이 모두 그러한 것이오

       영계(嬴季) , 신료들의 생각이 모두 같사옵니다.

 

       좋소. () 나라의 종묘(宗廟)를 지키려 하는데

       어찌 원수에게 무릎 꿇는 일을 마다하겠소

 

영계(嬴季)는 항서를 사자에게 주어 제양공 앞으로 보내면서,

() 나라의 마지막 부탁을 전하려 하였다.

 

       기() 나라는 제() 나라의 외신(外臣)이 되겠사오니

       휴성(酅城)에 살면서 종묘(宗廟)에 제사나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만 주시옵소서.

 

       좋도다.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겠노라

       영계(嬴季)는 필요한 조치를 하고 떠나라.

 

영계(嬴季)는 기() 나라의 토지 서류와 호적문서를 갖추어 찾아가

제양공(齊襄公)에게 바치면서 모든 걸 허락받게 되었다.

 

       종묘를 지키는 데 얼마나 필요한가

       예에, 30가구 지역은 꼭 필요하옵니다.

 

       좋도다. 그 정도 가져가면 되겠는가

       그쪽의 30가구를 가지고 제사를 지내도록 하라

 

() 나라가 망하자, 기후(紀侯)의 동생 영계(嬴季)는 앞으로

() 나라의 묘주(廟主)라 불리며 살아가게 된다.

 

       기() 나라가 망하고 남편인 기후(紀侯)마저

       사라지자, 너무나 애통하였던 부인 백희(白姬)

       그만 갑자기 까무러치면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때 여인들의 슬픔을 가엾이 여긴 제양공(齊襄公)은 선심을 쓰듯

여인들을 잘 보살펴주라고 명하였다.

 

       기후(紀侯)의 부인인 백희(白姬)

       정성을 드려 후하게 장례를 잘 치러드려라

 

       백희(白姬)의 동생인 숙희(叔姬)

       노() 나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드려라.

 

       나, 숙희(叔姬)는 사양하겠노라

       원래 제후(諸侯)의 부인이란, 그 나라에 한 번

       출가(出嫁) 하면, 그 지아비를 따르게 되어있노라

 

       기후(紀侯)의 부인으로 살아왔으니

       죽어서도 기() 나라의 귀신이 되겠노라

       일부종사만이 부인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제양공은 노장공(魯莊公)의 이복형제 누나인 숙희(叔姬)를 노()

나라로 보내주며 환심을 사려 하였다가, 숙희(叔姬)의 완강한

말뜻에 마음속으로 고개 숙이며, 문강(文姜)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신이 부끄러워 그냥 휴성(酅城)에 살게 하여 주었다.

 

       기() 나라를 정벌한 것은 150여 년 전의

       조상의 원수를 갚은 것이며, 더구나 선군인

       제희공(齊僖公)이 침공하였다가 실패한 일도 있어,

       마침내 큰일을 해낸 것이다.

 

       아울러 주변의 병(), (), () 등의 고을도

       빼앗아 제() 나라에 합병시키면서 영토를 넓혔다.

 

이처럼 제양공(齊襄公)이 기() 나라를 멸한 시기는 재위 8년이며,

주장왕(周莊王) 7년으로 기원전 690년의 일이다.

 

       제() 나라의 백성들도 오랜 염원을 풀었다며

       오랜만에 모처럼 제양공(齊襄公)을 칭송하였다.

 

       이에 기분이 좋아진 제양공(齊襄公)

       자신의 위세도 세울 겸하여, 친위대를 이끌고,

       문강(文姜)이 있는 축구(祝邱)로 향했다.

 

한편 문강(文姜)은 제양공(齊襄公)이 기() 나라를 멸망시키고

돌아온다고 하자, 도중까지 마중 나가면서 매우 반기었다.

 

       오라버니. 고생하셨어요.

       조상 때부터 원수로 지내던 기() 나라를

       점령하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어요

 

       그렇지. 원수를 갚으려 그렇게 애먹었는데

       이제 기() 나라를 멸망시켰으니

       우리 조상님께 제를 올릴 만도 하도다

 

       오라버니, 많은 음식을 준비하였사오니

       제군(齊軍)에게 배불리 먹도록 베풀겠습니다.

       문강(文姜) . 고맙다. 그리하여라.

 

       오라버니. 조촐한 주연(酒宴)을 마련하였사오니

       축구(祝邱)의 낮 밤을 맘껏 즐겨보세요.

 

       여기에 오기만 하면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지

       호 호. 글쎄요

 

       오래. 자리를 비워놨으니 제() 나라에 함께 가보자.

       오라버니. 임치(臨淄)까지 따라가도 괜찮겠어요.

 

       아무렴. 뭐가 어때서

       가자. 네가 자라난 곳이 아니더냐

 

제양공(齊襄公)이 처음에는 사냥 간다는 핑계로 조정과 백성의

눈을 가리려 하였으나, 왕희(王姬) 공주가 죽고 나자, 이제는

부부가 된 양 임치(臨淄) 성에 들어와서도 둘은 붙어 다녔다.

 

       제양공(齊襄公)은 서출(庶出) 이면서도 똑똑한

       맏아들 공자 규()와 둘째 공자인 소백(小白) 중에

       한 공자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공자 규()의 스승은 관중(管仲)이며, 동생인 공자 소백(小白)

스승은 포숙아(鮑叔牙)였다.

 

       아바마마. 소백(小白) 이옵니다.

       으응, 어서 오너라.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아바마마. 노후(魯候)께서 남녀 관계의 일로

       죽었다 하오며, 고모이신 문강(文姜)에 대한

       해괴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사옵니다.

 

       아바마마.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아바마마. 제발 좀 삼가시옵소서

 

       네 이놈. 무슨 소리를 그리 심하게 하느냐

       이놈이, 아주 못 된 놈이로구나

 

제양공이 화가나 소백(小白)을 발로 걷어찼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스승 포숙아(鮑叔牙)가 소백(小白)에게 조용히 말했다.

 

       공자, 아무래도 끝이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기회가 올 때까지 피해 있으시옵소서

 

포숙아(鮑叔牙)는 제() 나라에서 가까우면서 소백(小白)

어머니 나라인 거() 나라로 소백(小白)과 같이 피신하였다.

 

한편 문강(文姜)은 자기의 그릇된 행동에 마음이 걸려있었으므로

아들인 노장공에 대해 마음을 놓지 못하여 또 다른 꾀를 생각했다.

 

       오라버니. 내 아들 노장공(魯莊公)

       꼼짝 못 하도록 붙들어 매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오라버니에게는 세 살 된 딸이 있지요?

       그래. 오랜만에 태어난 연빈(連嬪)의 딸이란다.

 

       그 딸과 노장공과 혼인을 맺으면 어떻겠어요?

       어린것하고 혼인을 맺다니 잘 되겠는가?

       오라버니. 내가 알아서 할게요

 

문강(文姜)이 편지를 보내어 작() 땅의 축구(祝邱)로 오라고 하자,

노장공(魯莊公)은 무슨 일인가 하여 급히 도착하여 문안을 드린다.

 

       비록 배다른 누나이긴 하나

       기후(紀侯)의 아내인 백희(白姬)

       후하게 장사 지내준 은혜를 베푸시었노라.

       노장공은 외숙부의 은혜에 감사를 드리도록 하라.

 

노장공은 제양공이 정() 나라 공자 미() 뿐만 아니라,

고거미(高渠彌) 마저 죽이고 정() 나라를 평정시켰으며,

() 나라도 멸망시킨 그 위세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노장공은 제양공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모친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아랫자리에서 제양공에 절을 올렸다.

 

이를 본 제양공(齊襄公)은 크게 흡족해하며, 한껏 기분이 좋아져

노장공(魯莊公)을 융숭(隆崇)하게 환대(歡待) 하여 주었다.

 

       아들, 노장공(魯莊公)은 듣도록 하라

       어마마마, 어서 말씀하시옵소서.

 

       정실부인(正室夫人) 자리가 비어 있지 않으냐?

       제양공(齊襄公)에 어여쁜 여식이 있느니라.

       어린이긴 하나 미리 약혼하여 두도록 하라

 

       어마마마. 세 살 된 어린 딸이란 말을 들었사온데

       어찌 나의 배필이 될 수 있겠나이까?

 

       너는 네 어미의 집안을 멀리하고자 함이냐?

       허 어, 어찌 억압적으로 장가를 보내려 하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너무 현격하오.

       노장공(魯莊公)의 말에 무리가 없는 것이오.

 

       10여 년만 기다렸다 혼사를 치르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없지요. 어마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제양공(齊襄公)이 문강의 뜻을 꺾지 못하였고, 노장공(魯莊公)

모친 문강(文姜)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 약혼을 허락하고 만다.

 

       제양공과 노장공은 외삼촌과 조카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또 사위와 장인까지 되었으니, 그 들은 친족의 정으로

       뭉쳐진 듯이 더욱 친밀하게 보였다.

 

104 . 백성은 모두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