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06 화. 방심이 운명을 좌우하는가.

서 휴 2023. 5. 19. 13:55

       31. 죽어가는 사람들

 

106 . 방심이 운명을 좌우하는가.

 

대부 영궤(寧跪)는 몹시 한탄하며 진() 나라로 떠나가고 말았다.

이때 검모(黔牟)와 공자 설()과 공자 직()을 포로로 사로잡은

노장공(魯莊公)은 이들을 위혜공(衛惠公) ()에게 넘기니

그는 스스로 처리하지 않고 제양공에게 바친다.

 

       과인이 명하겠노라.

       공자 설()과 공자 직()은 참수시키고

       검모(黔牟)는 왕실의 사위이니 왕실로 돌려보내라.

 

위혜공(衛惠公)은 전쟁이 모두 끝나자, 위구성(衛邱城) 안의 큰 종을

울리고 북을 치게 하면서, 8년 만에 위() 나라의 군주 자리에 다시

오르게 되었다. 이에 위() 나라의 부고를 열어 소장되어 있던 금은

보물을 꺼내 제양공에게 바쳤다.

 

       위혜공(衛惠公)은 과인의 말을 들으시오.

       검모(黔牟)와 두 공자를 사로잡은

       노후(魯侯)의 공도 작지 않소.

       내가 받은 재물의 반을 노장공에게 주겠소.

 

       위후(魏侯)는 재물을 더 꺼내어

       송(), (), ()의 군주에게도 나눠주시오.

 

제양공은 패공(霸公)이 되겠다는 절차를 위구성(衛邱城)에서도

귀국하여 임치(臨淄)로 돌아와서도, 갖추지 않고 그저 민심을

수습한 것으로만 만족하였다.

 

       과인은 이제 왕실 군을 파()하고

       검모(黔牟)를 왕실에 돌려보냈으므로,

       이제 천하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도다.

 

그러나 그 이후에 자돌(子突)이 왕실군을 이끌면서 충의(忠義)

마음으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내용이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제양공(齊襄公)은 자돌(子突)의 의로움에

       의분을 느낀 제후들이 서로 연합하여 난데없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다가왔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하여, 큰일도 혼자서 잘 결정하고, 큰일도

혼자서 잘 해내는 강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판단에 대해

갑자기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조례에 다들 참석하였는가

       주공, 빠짐없이 모였나이다.

 

       자돌(子突)의 용맹함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자돌(子突)로 인해 천하가 동요하고 있다.

 

       혹시나 크게 감복한 제후들이 서로 연합하여,

       우리 제() 나라에 쳐들어오면 어찌하겠는가

 

       이상하도다. 이상하게 자꾸 의구심이 일어나며

       더한층 불안감에 싸이게 하는구나

       군사를 파견하여 미리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국경 경비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도다.

       중원(中原) 나라들의 침공을 막기 위하여

       규구(葵丘) 땅에 우리 제군(齊軍)을 파견하겠노라!

 

제양공은 불안감에 휩싸이자, 천하의 패공이 되겠다는 생각은 접게

되며, 제후들이 연합하여 침공하는 걸 막기 위해, 중원에서 ()

들어오는 규구(葵丘) 땅에 수비군을 파견하기로 결심했다.

 

       규구(葵丘)는 지금의 하남성 조현(曺顯) 서쪽 일대로서

       송(), (), () 나라 사이의 교통 요지이지만

       작은 소읍에 불과한 곳이다.

 

규구(葵丘)는 제()의 임치(臨淄)에서 1천 리나 넘게 떨어져

있으므로 엄밀히 말하여 제()나라 영토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곳에 군사를 파견하여 중원의 침공을 막으려 했다.

 

       누가 규구(葵丘)에 나가 수비를 하겠는가

       왜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가

 

당시 제후국의 군주는 지역별로 영주를 두어, 영주가 다스리는

봉건주의 형태였다, 그러므로 영주는 그 영지를 다스리게 되므로,

군사의 일과 경제적인 부담도 갖게 된다.

 

영주에 속한 장수는 제후가 명령을 내리더라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부담이 생길 경우에는 형편에 따라

서로 조율할 수 있었다.

 

       더욱이 군사를 동원하여 먼 변방을 지키는 일은

       바로 그곳이 영주가 다스리는 영지라면 당연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해타산에 맞춰 결정할 수밖에

       없으며, 통상 공실에서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실에서 책임진다 하더라도 연고가 없는 먼 곳에,

       영주에 속한 장수가 오랜 기간 머무른다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 여간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제양공이 여러 번 강하게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자, 제양공은 연빈(連嬪)의 오라비가 되면서

믿을 수 있는 대부 연칭(連称)을 쳐다보며 지명했다.

 

       대부 연칭(連称)을 대장으로 관지(管至父)

       부장으로 임명하노니, 곧바로 군사를 이끌고

       중원의 길목인 규구(葵邱) 땅에 나아가

       갑자기 쳐들어오는 적을 막도록 하라.

 

       주공, 규구(葵邱)1천 리나 떨어진

       아주 먼 곳으로 우리의 영토가 아닙니다.

 

       정()과 송()과 노(魯) 사이에 있는 곳이라

       군량미 충당 또한 매우 어려운 곳입니다.

 

       염려치 마라. 군량미는 충분히 보내주겠노라.

       더 물을 것이 있는가

 

       주공, 주공을 믿고 이제 출동하겠으나,

       주공, 언제까지 나가 있는 것이옵니까

 

       허 어. 참외가 참 맛이 있구나.

       요즘은 참외가 잘 익는 때로구나.

       내년 이맘때 참외가 익으면 교대해 주겠노라

 

제양공(齊襄公)은 마침 참외를 맛보고 있다가, 다음 해 다시 참외가

익을 때가 되면, 교대해 주기로 약속하고 떠나보냈다.

 

연칭(連称)은 방비군을 이끌고 이렇게 물설고 낮 설은 규구(葵邱)

땅에서 힘들게 지내면서 어느덧 일 년이 지나갔다.

 

       연칭(連称) 장수님. 부장 고영(考盈) 이옵니다.

       참외가 맛있게 익었사옵니다.

       벌써 일 년이 지나간 것입니다.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장수도 참외를 맛보며, 참외가

익을 때면 교대해 주겠다는 제양공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군사들도 모두가 집에 가고 싶어, 교대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이미 교대할 때가 지났는데

       어찌하여 교대할 군사를 보내주지 않는 것인가

 

       부장 고영(考盈)은 도성(都城)에 들어가

       주공께 알려드리고 답을 받아오도록 하라

 

고영(考盈) 부장은 임치(臨淄)에 들어가 한 달간이나 기다려보아도,

제양공(齊襄公)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 자세히 보고 하게 된다.

 

       주공께옵서는 곡성(谷城)에서 문강(文姜)과 즐기면서

       도성에 돌아오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사옵니다.

 

       뭐라고? 곡성(谷城)에서 문강과 놀고 있단 말이냐?

       공주 왕희(王姫)가 죽었으니 이제는 마땅히 나의 누이인

       연빈(連嬪)을 정실 자리에 앉혀야 할 것 아닌가?

 

       도리를 모르는 무도한 혼군(昏君) 이라

       음탕하고 난잡한 음락(淫樂)만을 즐기면서

       우리를 이 외딴 변방에다 버려두고 있구나.

 

       여보, 관지보(管至父) 장수

       규구(葵邱)에 나와 있는 우리만 불쌍한 것 아니오?

 

       저 무도한 혼군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소이다.

       관지보(管至父) 장수. 나를 믿어 주시 오

 

       내 마땅히 제양공을 죽이고 말 것이오

       나의 한쪽 팔이 되어주시오.

 

       연칭(連称) 장수. 좀 기다려봅시다.

       참외가 익으면 교대해 준다고 친히 약속한 바이니

       혹시, 황망(慌忙) 중에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겠소

 

       다시 부장 고영(考盈)을 보내 청해 봅시다.

       그러함에도 만약 교대하여 주지 않는다면,

       군심(軍心)이 크게 동요하게 될 것인즉

       그때 동요한 군심(軍心)을 적절히 활용하십시오.

 

고영(考盈)은 규구(葵邱)에서 많은 참외를 임치(臨淄)까지 싣고

가서 바치는데, 때마침 제양공을 만나게 되었다.

 

       주공. 참외가 익었사옵니다.

       주공, 일 년이 벌써 지난 것입니다.

       군사들이 모두 교대하여 줄 것을 바라나이다.

 

       허 어, 그깟 일 년을 못 참는단 말이냐

       어찌하여 그리도 보챈단 말이더냐

 

       주공, 군사들이 몹시 가족들을 보고 싶어 합니다.

       주공께서 직접 약속한 바를 지켜주셔야 하옵니다.

 

       교대해 주고 안 해 주고는 내가 정하는 일이다.

       허 어, 일 년만 더 있으라고 하여라

 

       참외가 다시 익으면 그때 교대시켜 주도록 하마.

       고영(考盈)은 빨리 돌아가 그리 전하도록 하라

 

제양공은 문강과 실컷 놀고 돌아와 쉬려던 차에, 찾아온 부장

고영(考盈)이 강력하게 주장하자, 마침내 짜증을 내고 말았다.

 

       연칭(連称) 장수님, 제양공은 문강과 실컷 놀다가

       도성에 돌아와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 주지

       않으면서 우리보고 일 년을 더 있으라 하옵니다.

 

       뭣이라고? 군령을 어기더란 말이냐?

       한번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어찌 믿겠는가

 

       이런 군주는 나라와 백성에 도움이 안 되오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소이다.

 

       여보, 관지보(管至父) 장수

       이 패악무도(悖惡舞蹈)한 자를 처단해 버립시다

       그렇소. 제양공(齊襄公)을 몰아냅시다

 

107 . 다가오는 죽음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