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100 화. 애욕에 사리분별을 못 하나.

서 휴 2023. 5. 15. 16:52

 100 애욕에 사리분별을 못 하나.

  

노장공(魯莊公)은 아버지 노환공(魯桓公)의 장례를 치르고 나자,

(나라의 국정을 안정시켜나가며연이어 조례를 열면서

제양공(齊襄公)의 혼사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국내 사정이 어느 정도 안정된 바이니

      제양공(齊襄公)의 혼사 문제를 이야기해봅시다.

 

      우리 선군의 주선으로 제후(齊侯)

      왕실의 왕희(王姬공주와 혼례를 열게 되었는바

 

      이제는 혼사를 돌봐줄 수도 없고

      모르는 체할 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신 대부 시백(施伯)이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알고 계시는지요?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주공, 우리에게 세 가지 수치(羞恥)가 있사옵니다.

 

      첫째는 선군께서 형님인 은공(隱公)을 죽이고

      군위에 올랐으므로 모두가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둘째는 선군의 부인이 제(나라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 또한 수치(羞恥)가 됩니다.

 

      셋째는 주공께서 상주의 몸으로 원수인 제후(齊侯)

      혼사를 돌봐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사옵니다.

 

      대부 시백(施伯), 그대의 말이 모두 맞소

      어떻게 하면 이 세 가지 수치(羞恥)를 면할 수 있겠소.

      그대는 좋은 방안을 말해보시오?

 

      선군께서는 형님인 은공(隱公)을 죽였기에 아직

      (왕실의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사오며

 

      선군의 부인이며, 주공의 어머니이신 문강(文姜)

      (나라에서 효도의 예()로써 모셔 와야 합니다.

 

      주공께선 그리하시고 난 후에교외에 관사를 지으시어

      왕희(王姬공주를 잠시 머물게 하면서

 

      주공은 상주가 되어 직접 주관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신할 상대부(上大夫)가 왕희 공주를 모시고

      제(나라로 가면 되리라 생각되옵니다.

 

      그리하시면 왕실의 명을 어기지 않게 되며

      (나라의 청을 거절하지 않게 되므로,

 

      혼사를 치르게 되는 이번 기회에

      세 가지 수치를 모두 정리하셔야 하옵니다.

 

      신수(申繻)가 말하기를 시백(施伯그대는

      지혜가 앞선다고 하였는데 과연 옳은 말이오.

      대부 시백(施伯). 정말 고맙소.

 

노장공(魯莊公)은 시백(施伯)의 말에 따라대부 전손생(顓孫生)

(왕실에 보내어 주장왕(周莊王)을 알현하게 하였다.

 

      왕이시여. 적사오나 예물을 받으시옵소서.

      왕희 공주님을 모셔가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바라옵건대우리의 선군이신 노후(魯侯)에게

      불면(黻冕)과 규벽(圭璧)을 하사하여 주시오면,

      구천(九泉)에 계신 선군에게 영광이 되겠나이다.

 

      좋도다(나라가 원하는 비를 내리겠노라

      또한환공(桓公)으로 시호(諡號)를 내리노니

      이제부터는 노환공(魯桓公)으로 부르라

 

불면(黻冕)은 제후가 제사나 행사를 치를 때 입는 예복이다.

()은 가죽에 검은 실로 꽃 모양의 수를 놓아 무릎을 감싸는

보호대이고()은 제후 이상이 머리에 쓰는 모자로써

예모(禮帽)인 면류관(冕旒冠)을 말한다.

 

       규벽(圭璧)은 중요한 의식이 행해질 때 예의를 표하는

       뜻으로 손에 드는 상아(象牙)나 대나무로

       길쭉하게 만든 아주 작은 널빤지 모양이면서

       회의 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기도 하는 물건이다.

 

(왕실의 왕은 불면(黻冕)과 규벽(圭璧)을 내려줌으로써

그 나라의 제후를 정식으로 승인하여 주는 하나의 형식이 있었다.

 

      노후(魯侯)의 청을 허락하노라

      왕희 공주가 노(나라에 갈 때

      대신을 함께 보내어 칙명을 전하겠노라

 

      주상신 주공(周公흑견(黑肩이옵니다.

      신이 노(나라에 칙명을 전하겠나이다.

 

      아니요주공(周公)은 다음 차례에 가도록 하고

      이번에는 대부 영숙(榮叔)이 가도록 하시오

 

주장왕(周莊王)은 아버지 주환왕(周桓王)이 동생인 극()을 더

사랑하여, 주공(周公흑견(黑肩)에게 동생 극(克)을 다음 보위에

올리라는 유언을 하였기에항상 주공 흑견을 감시하고 있었다.

 

주공 흑견(黑肩)은 주장왕(周莊王)이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벼루고 벼르던 차에 왕희(王姬공주가 시집가는

이 어수선한 틈에 반란을 일으켜 극()을 옹립하려 하였다.

 

      주상대부 신백(辛伯이옵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야밤에 급히 오는가?

 

      주상반역이옵니다!

      어젯밤에 흑견(黑肩)이 왕자 극()을 찾아가

      왕희 공주가 제(나라로 시집가는 날에

 

      반란을 일으켜 주상을 죽이고

      왕자 극()을 세우기로 음모를 꾸몄사옵니다.

 

      빨리 왕실 군을 이끌고 그 두 놈을 잡아 오너라

      주상곧바로 거행하겠나이다.

 

      주상흑견(黑肩)은 잡아 왔사옵니다.

      ()은 어찌 되었느냐?

      왕자 극()은 연(나라로 도망쳤다 하옵니다.

 

      그놈이 도망치다니 여하튼 고생하였다.

      흑견(黑肩)을 끌고 나가 참수시키도록 하라.

 

대부 전손생(顓孫生)은 왕희(王姬공주를 모시고 노(나라를

거쳐 제(나라에서 혼례를 치러드렸다이로써 노환공의 사건은

정리되고제양공(齊襄公)은 예정대로 왕희(王姬공주를 맞이하였다.

 

      대부 전손생(顓孫生)은 이제 문강(文姜)을 모시고

      제(나라의 임치(臨淄성을 떠나 귀국 준비를

      서두르면서제양공을 찾아가 작별인사를 올렸다.

 

제양공은 문강(文姜)이 떠나가는 걸 너무 아쉬워하며 보내지?

않으려 하였으나조정의 공론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 문강(文姜)은 슬프도다.

      나는 어찌 지아비인 노환공을 죽게 하였느냐?

      나는 왜 오빠인 제양공과 떨어지길 싫어하느냐?

 

      아아나는 무슨 체면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아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아아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도다.

      아아나는 내가 한없이 원망스럽구나

 

문강(文姜)은 몹시 후회스러우면서 돌아가기 싫었으나부끄럽다고

안 갈 수도 없어 여러 잡념 속에 수레를 타고 여러 날을 가다가

조용한 길가의 행관(行館)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다.

 

      잠시 수레를 멈추어라

      대부 전손생(顓孫生)을 부르라

 

      군부인 마마대부 전손생(顓孫生이옵니다.

      이곳이 어디이기에 이리도 조용하고 아름다운가?

 

      이곳은 작(땅의 축구(祝邱)라는 곳입니다.

      (땅은 어떤 곳인가?

      (나라도 제(나라도 아닌 곳이옵니다.

 

      이곳이 그러한 곳인가아름답구나

      조용한 저 행관(行館)이 마음에 드는구나.

 

      대부 전손생(顓孫生)은 노후(魯侯)에게 전하라.

      한적한 이곳이 너무 좋구나.

      이곳에서 죽은 후에나 노궁(魯宮)에 돌아가리라.

 

      군부인 마마아니 되옵니다.

      이곳에서 하룻밤 유숙하시고

      내일 아침 일찍이 떠나셔야 하옵니다.

 

      안가겠다는 나를 끌고 갈 터인가?

      빨리 가노장공(魯莊公)에게 그리 전하라!

 

노장공(魯莊公)은 대부 전손생(顓孫生)에게서 축구(祝邱) 땅에서

어머니 문강(文姜)이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는 보고를 받는다.

 

      노장공에게 있어 문강(文姜)은 생모이기도 하며,

      의리로는 자기의 부친을 죽게 만든 원수이었기에,

 

      만약 문강(文姜)이 노(나라로 돌아오게 된다면,

      노장공(魯莊公)의 입장이 매우 난처할 수도 있었다.

 

이에 노장공은 서둘러 문강이 머물겠다는 축구(祝邱)에 별궁처럼

좋은 집을 지었으며계절이 바뀔 때마다 음식을 준비하여 문안

올리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불편이 없도록 극진히 모시었다.

 

      주공문강(文姜마마님의 소식이 들어왔사옵니다.

      허 어문강(文姜)이 축구(祝邱)에 집을 짓고 산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로구나

 

이 소식을 들은 제양공(齊襄公)은 너무나 반가워하며문강(文姜)

수시로 찾아가 천륜을 배반하면서까지 음탕한 짓을 계속하게 된다.

 

      제양공과 문강의 불륜으로 노환공이 죽게 되었으나

      그에 의연하게 대처한 노장공의 처신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크게 칭찬하였다.

 

      그러나 여동생과 서슴지 않고 불륜을 저지르며,

      매부 노환공까지 죽인 제양공에 대해서는

      무례한 군주라며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제(나라 사대부들이 하나같이 웅성거리며

흉을 보게 되자제양공도 알게 되며 어쩔줄 몰라했다.

 

      제양공(齊襄公)은 부끄러운 모습을 모면하여 보려고

      매일 왕희(王姬공주의 방에 자주 드나들면서

      사이좋은 모습을 소문으로 퍼트리려 하였다.

 

101 . 어찌 민심을 가라앉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