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97 화. 포용치 못해 살해되는가.

서 휴 2023. 5. 12. 16:39

97 . 포용치 못해 살해되는가.

 

워낙 지혜롭고 꾀 많은 제족(祭足)을 두려워하여 섣불리 실천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기회만을 노리던 고거미(高渠彌)는 제족(祭足)

아무런 방비도 해놓지 않고 제(나라로 떠나가자마자,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기면서 재빠르게 움직여 나갔으며, 제일

먼저 채(나라에 머무는 공자 미()를 불러들였다.

 

      (공자님(나라 망명 생활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제족(祭足)이 이제 제(나라로 떠났습니다.

      내 그동안 제족(祭足)이 무서워 꼼짝하지 못했으나

      이제 신정(新鄭)은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소이다.

 

      이제 안심하시고당분간 저의 집에 숨어 계십시오.

      거사할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어느 나라나 매년 네 번의 계절에 따라군주가 직접 성대하게

제사를 올리게 되는데봄 제사를 약(), 여름 제사를 사(),

가을 제사를 상()이라 하고겨울 제사를 증()이라 하였다.

 

증제(烝祭)는 대한(大寒)이 지나 섣달 마지막인 진일(辰日)이 되면,

이날을 랍일(臘日)이라 하며랍제(臘祭)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공자님증제(烝祭) 올리는 날같이 나갑시다.

      이만한 좋은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고거미(高渠彌)는 이 증제(烝祭날을 거사 일로 잡고날쌘 암살자를

모두 불러들이며심복 군사들을 준비시키고 기다리게 하였다.

 

       증제(烝祭), 제삿날이 되자, 정소공(鄭昭公)

       신정(新鄭)의 외딴곳에 있는 태묘(太廟) 

       행차하면서 번거롭지 않게 불과 이삼십여 명의

       군사들로 어가(御駕)를 호위하게 했다.

 

정소공(鄭昭公)이 한적한 곳에 이르자, 별안간 숲속에서 매복해

있던 한 떼의 무리가 뛰쳐나와 어가(御駕)를 둘러싸며앞뒤로

호위하던 군사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면서 달려들었다.

 

      아니웬 놈들이냐? 누구 없느냐

      아무도 없느냐과인을 구하라

 

어가(御駕)를 호위하던 군사들이 죽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하자,

정소공은 피할 수 없어깊은 상처를 입고 숨을 거두고 만다.

 

      백성들에게 급하게 공포하노라.

      애석하게도 정소공이 도적들에게 피살되었도다.

      보위를 비워놓을 수 없어 미(공자를 세우노라.

 

고거미(高渠彌)는 정소공(鄭昭公)이 도적 떼들의 칼에 죽었다고

선포하고, 즉시 공자 미()를 군위에 모시었다.

 

       정소공은 세자 때부터, 이미 고거미의 악독함을

       알고 있으면서, 또 두 번씩이나 정백(鄭伯)

       자리에 있으면서도, 너무 안이하게 살피지 못했다.

 

이렇게 흉악한 신하를 미리 자르지 못함으로써복위한 지 3년도

채 안 되어 스스로 화를 불러들여 죽임을 당했다.

 

한편 제양공(齊襄公)은 제족(祭足)에게서 정소공(鄭昭公)의 복위

소식을 듣고는 매우 반가워하였다.

 

      허허정소공(鄭昭公)이 복위하였다니 정말 다행이오.

      옛날 북융(北戎)이 쳐들어왔을 때세자 홀()의 뛰어난

      지략과 용맹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소이다.

 

      제족(祭足)은 마침 제(나라에 잘 오신 것이오.

      좋소좋은 날로 맹약 날짜를 잡읍시다.

 

      그리고 답례 사절을 정 나라에 보낼 터이니

      제족(祭足)은 답례 사절과 함께 돌아가도록 하시오.

 

제양공(齊襄公)이 정소공(鄭昭公)의 소식을 듣자매우 반가워하며

곧바로 답례사절을 정(나라에 보내려고 하는데제족(祭足)에게

긴급한 전갈이 오고 말았다.

 

      (나라에 있는 제족(祭足)은 지체하지 말고

      빨리 귀국하여 고거미(高渠彌)와 함께 정사를 돌보라.

 

제족은 달려온 사자로부터 보고를 받아보니이미 고거미가

정소공을 시해하였고공자 미()를 옹립하였다는 것이다.

 

      제후(齊侯)께 아뢰나이다.

      국내 사정으로 긴급히 돌아가야 하겠사옵니다.

 

      왜 무슨 일이 있소.

      정소공(鄭昭公)이 시해를 당하였다 하옵니다.

 

      상경 제족(祭足)은 방금 뭐라 하였소.

      정소공(鄭昭公)이 시해당한 게 사실이오.

      틀림없이 그러하옵니다.

 

      허 내 참어느 놈의 소행이오.

      내 곧바로 제군(齊軍)을 일으켜(나라를 토벌하고

      고거미(高渠彌)와 공자 미()를 주살하고 말리라.

 

      제군(齊軍)은 어서 출정 준비를 하여라.

      내 단칼에 정(나라를 토벌하고 말리라.

 

제양공(齊襄公)이 길길이 뛰며당장 정(나라에 쳐들어갈 기세를

올리자(나라 신료들이 다 함께 나서며 극구 만류하였다.

 

      주공혼사를 앞두고 있사오니

      잠시 참으셔야 하옵니다.

 

      이제 곧 락수(濼水)에 가시어야 하며

      노환공(魯桓公부부를 영접해야 하옵나이다.

 

      , 제족(祭足삼가 아뢰나이다.

      제후(齊侯)께 정말로 죄송하옵니다.

 

      모두 잘 살피지 못하고 떠나온

      이 못난 제족(祭足)의 불찰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신을 봐서라도 용서하시옵소서.

      상경 제족(祭足)은 돌아가시오.

      내 반드시 복수하여 주리다.

 

제족(祭足)은 정소공(鄭昭公)과 이제야 겨우 마음이 합해져둘이서

함께 나라를 잘 이끌어나가려 하였는데전혀 예기치 않은

고거미(高渠彌)의 반란으로또다시 큰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세심하며 사려 깊은 제족(祭足)도 설마 하며,

      고거미(高渠彌)를 놓치고 만 것이다.

 

그때 고거미(高渠彌)는 오로지 정소공(鄭昭公만을 제거했을

뿐으로 다른 신료들은 그대로 유임시키며 국정 혼란이 없었다.

 

      주공신 고거미(高渠彌이옵니다.

      제족(祭足)은 성품이 어질고상황판단이 빠르며

      오랫동안 여러 나라와 교분을 많이 쌓은 바이므로

      앞으로 주공께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고거미(高渠彌)는 제족(祭足)과는 지금까지 서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서로 간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고 믿었으므로

제족(祭足0을 하루빨리 귀국시켜 국정을 안정시키려 생각하였다.

 

      모든 걸 파악한 제족(祭足)이 안심하고 귀국하니,

      고거미(高渠彌)는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으며,

      공자 미()는 신료들과 함께 연회까지 베풀어 주었다.

 

 98 . 남매가 사련을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