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98 화.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서 휴 2023. 1. 8. 22:11

298 .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진군晉軍이 효산殽山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승전가勝戰歌를 부르며 곡옥성曲沃城으로 돌아오자,

 

       각국의 조문사절 弔問使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으며, 그 가운데, 선군이 된 진문공晉文公

       상례喪禮 식을 거창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진양공晉襄公은 미처 못 치른 진문공晉文公의 상례喪禮를 끝내고

나면, 포로로 잡아 온 진의 세 장수를 참수斬首 시켜, 그들의

목을 태묘太廟에 바치고 강성絳城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빈소에서 진양공晉襄公은 먼저 진군秦軍과 싸워서

       이긴 공적을 표로 만들어 큰소리로 고하고 나서는

       진문공晉文公의 관에 넣었다.

 

그때 진양공晉襄公의 모후인 회영懷嬴도 진문공晉文公의 상례喪禮

치르기 위해 곡옥성曲沃城으로 와서 머물고 있었다.

 

       회영懷嬴은 진목공秦穆公의 딸로서 처음에는

       진회공晉懷公이 세자이던 시절에 그에게 시집갔으나,

 

       진회공晉懷公이 옹성雍城을 탈출하여 달아나는 바람에

       홀몸이 되었다가,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 등의

       도움을 받아, 진문공晉文公에게 시집오게 된 여인이다.

 

       회영懷嬴은 진나라의 세 장수가 포로로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포로로 잡혀 온 세 장수의 아버지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바가 있어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다.

 

이에 회영懷嬴은 많은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아침이 되자, 문안問安

인사차 찾아온 아들 진양공晉襄公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진과의 싸움에서 크게 이기고, 나라의

       세 장수를 포로로 잡아 온 것이 사실이오?

 

       어마마마, 사실이 그러하옵니다.

       이는 실로 우리 사직의 복이라 할 수 있소.

 

       주공, 사로잡은 진의 세 장수는 이미 처형하였소?

       어마마마, 아직 처형하지 않았습니다.

 

       어마마마, 세 장수를 참수시켜 저자들의 목을

       태묘太廟바치고 강성絳城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공, 과 진, 두 나라는 대대로 혼인하여

       오랫동안 두텁게 맺어온 우호국友好國 이예요.

 

       이번 일은 이들 세 장수가 공을 탐하여,

       두 나라 사이를 이간離間 시키려 한 것 같소.

 

       망령되게 진군秦軍을 출동시켜, 두 나라가 그동안

       싸 놓은 은혜를 원한으로 변하게 했소이다.

 

       나는 친정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소

       친정아버님은 틀림없이 이 세 장수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며

       또한, 반드시 용서치 않을 것이오.

 

       우리가 진나라의 세 장수를 죽여 봐야!

       이로운 점은 하나도 없을 것이며, 오히려

       진秦 나라의 백성들에게 원한만 쌓게 될 것이오.

 

       주공, 저자들을 차라리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

       내 친정아버지께서 직접 죽이도록 한다면

 

       이것으로 두 나라 사이의 원한은 풀어질 것이며

       주공, 이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소?

 

       어마마마, 세 명의 진나라 장수들은 자기들의

       진나라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포로로 잡았다가 다시 놓아준다면 차후에

       우리 진나라의 우환거리가 될까 걱정되옵니다.

 

​       주공, 싸움에서 패한 장수는 반드시 참한다는 법은

       어느 나라든 간에 모든 나라에 다 있소이다.

 

       초나라 군사가 성복城濮에서 우리에게 패하자

       초성왕楚成王은 대장 성득신成得臣을 죽게 했소.

       어찌 진나라만 유독 이런 군법이 없다, 하겠소?

 

       하물며 옛날 우리의 진혜공晉惠公이 진과의

       싸움에서 패하여 사로잡혔으나, 나의 친정아버지인

       진목공秦穆公께서는 예의를 갖추어, 다시 우리

       진나라에 돌려보내 준 사실을 알고 있소이까?

 

       어마마마, 그 이야긴 들어 알고 있나이다.

       이처럼 진이 우리에게 예를 갖추어 주었는데

       어찌 변변치도 못한 패장 몇 명을 구태여

       우리 손으로 죽이려고 해서야 되겠소이까?

 

       주공, 이 자들을 우리 손으로 죽인다면

       진나라는 우리에게 무정하다 하지 않겠소?

       주공은 이에 깊은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오

 

진양공晉襄公은 어머니 회영懷嬴의 말에 관하여, 처음에는 수긍首肯

하지 않다가, 옛날 진혜공晉惠公이 진나라에서 풀려난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옳다고 생각하게 되며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다.

 

진양공晉襄公은 어릴 때부터 돌봐준 모부인母夫人의 청을 거절할

만큼 마음이 모질지 못하여, 어느덧 회영懷嬴의 말에 따르게 되었다.

 

       옥리獄吏를 불러 오도록 하라

       옥리獄吏는 진나라의 세 장수를 석방하라

 

나라의 백리시百里視, 서걸술西乞術, 건병蹇丙, 이 세 장수는

죄수의 몸에서 해방되자마자, 진양공晉襄公에게 감사의 말도

올리지 않고 재빨리 진나라 쪽으로 급히 도망치듯 달아났다.

 

       그때 집에서 식사하고 있던 선진先軫

       진양공晉襄公이 이미 진의 세 장수를 용서하여

       방면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라고 만다,

 

선진先軫은 그때 마침 식사 중이었으나, 씹던 걸 뱉어내고는 급히

일어나더니, 진양공晉襄公이 있는 궁실宮室로 달려가서 말했다.

 

       주공, 의 세 장수는 어디에 있습니까?

       모친께서 청하여 자기 나라로 돌려보냈소.

 

       진나라에서 형을 받아 죽게 될 것이오!

       주공,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만 어찌하여

       이렇듯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일을 벌이셨소?

 

잔뜩 화가 난 선진先軫은 얼굴에 몹시 노기를 띠었으며,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진양공晉襄公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우리 무장들이 천신만고 끝에 붙잡은 적장들을

       일개 아녀자의 말에 놓아주어 일을 망치게 했도다!

 

       퉤아무리 어리기로 서니 이럴 수가 있소

       이것은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낸 격이니

       훗날 아무리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으리오!

 

이때의 이야기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불고이타不顧而唾 라는

말로 표현된다. 즉 돌아보지도 않고 임금님에게 침을 뱉었다. 이다.

 

이때 어린 진양공晉襄公은 선진先軫의 꾸짖음과 내뱉은 침까지

얼굴에 묻었으나, 금방 깨우치고는 침착하게 얼굴에 묻은 침을

닦으면서 사죄의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인의 커다란 잘못이로다!

       누가 진의 세 장수를 추격하여 잡아 오겠는가?

 

       주공, 양처보陽處父 이옵니다.

       장군에게 이 참장도斬將刀를 내리노니

       있는 힘을 다해 빨리 잡아 오도록 하시오!

 

양처보陽處父는 재빨리 병거에 올라타고 질풍과 같이 말을 몰아

진양공이 하사한 참장도斬將刀를 크게 휘두르며 곡옥성曲沃城

서문을 빠져나갔으며, 의 세 장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훗날 한 사관은 진양공晉襄公이 자기 얼굴에 감히 침을 뱉은

선진先軫을 용납할 수 있는 아량을 갖고 있었기에, 능히 진문공의

뒤를 이어 백업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고 시를 지어 찬양했다.

 

       婦人輕喪武夫功 (부인경상무부공)

       무장들이 이룩한 공을 아녀자가 허사로 만들었다며

 

       先軫當時怒氣沖 (선진당시노기충)

       노기충천한 선진은 양공의 얼굴에 침을 뱉었으나

 

       拭面容言无慍意 (식면용언무온의)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용납한 양공의 모습을 보고

 

       方知嗣伯屬襄公 (방지사백속양공)

       비로소 백업이 양공에게 이어졌음을 알게 되는구나.

 

한편 뜻밖으로 죄수罪囚의 몸에서 풀려난 진의 세 장수는 오르지

하수河水 만을 바라보고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뜻밖으로 풀어주다니 아무래도 이상하오.

       진후晉侯가 풀어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아주 많이 멀리 달아나야 합니다.

 

       우리가 하수河水 만 건널 수 있다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겠지만, 만약 건너지 못한다면

 

       진후晉侯가 추격병을 보내 잡아갈 수 있을 것이오?

       자, 쉬지 말고 달려서 빨리 달아납시다

 

의 세 장수는 서둘러 몇 밤을 새우며 하수河水에 당도하였으나

배라고는 한 척도 보이지 않고 누런 물결만 출렁거리고 있었다.

 

       아, 하늘이 우리를 버리려 하는가!

       정말 배가 한 척도 없는 것일까?

       아, 저기 저기 조그만 배가 오고 있다!

 

세 사람이 몹시 조바심을 느끼며 한탄하고 있을 때, 하수河水

하류 쪽에서 한 어부가 조그만 배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다가왔다.

 

       囚猿離檻兮 (수원리함혜)

       우리 안에 갇힌 원숭이가 밖으로 나오는구나.

 

       囚鳥出籠 (수조출롱)

       갇혀 있던 날짐승도 새장 밖으로 나오는구나.

 

       有人遇我兮 (유인우아혜)

       사람이 있어 나를 만난다면

 

       反敗爲功 (반패위공)

       패전을 거울삼아 공을 세우게 되리라!

 

조그만 배에는 한 노옹老翁이 타고 다가오면서 부르는 노래가

심상치 않았으나 급한 마음에 도강渡江 만을 간곡히 부탁하게 된다.

 

       어부 노인, 우리를 건너가게 해주시오!

       허허, 나는 진나라 사람은 건네줄 수 있으나

       진나라 사람은 건네주지 않소이다.

 

       고맙소! 우리는 모두 진사람이요.

       빨리 우리를 태워 건너가게 해주시오!

 

       혹시 효산殽山에서 패한 장수들이 아닙니까?

       아니, 어떻게 알았소? 우리가 그렇습니다.

 

       ​, 공손지公孫枝 장수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서

       배를 타고 세 장수를 기다린 지 오래되었소.

 

       이 배는 작아 모두 태울 수 없소이다.

       앞으로 반 리 정도 가면 큰 배가 감추어져 있소.

       빨리 가서 그 배를 타고 건너가시오.

 

배를 타고 있는 어부는 세 장수가 가는 방향으로 사라져 버리고,

세 장수는 걸음을 재촉하며, 강가를 따라 반 리쯤 올라가자,

과연 강 위에 큰 배가 정박해 있다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장수님들! 저 난진欒軫 이옵니다!

       장수님들! 빨리들 오르십시오!

 

그곳에는 이미 어부가 당도하여 세 사람의 장수를 난진欒軫과 함께

부르고 있었으며, 세 장수는 급한 마음에 신발도 벗지 않고 강으로

뛰어들어가 큰 배에 올라타자 곧바로 떠나기 시작했다.

 

       진의 장수들은 잠깐만 멈추시오!

       우리 주군께서는 경황 중에 장군들에게

       탈 것도 마련해 주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셨소!

 

       여기 있는 양마良馬를 하사下賜 하시고, 장군들의

       뒤를 쫓아가서 이 양마良馬를 전하라 하셨소!

 

       장군들께서는 잠깐 이곳으로 돌아오시어

       이 좋은 양마良馬를 받아 가시기 바라오!

 

미처 배를 저어 하수河水의 중간에 가기도 전에 강안江岸에 도착한

한 장수가 병거兵車 위에서 목이 터져라, 세 장수를 불러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진晉의 장수 양처보陽處父였다.

양처보陽處父의 외치는 소리에 백리시 등은 모두 깜짝 놀랐다.

 

       ​양처보陽處父 장수, 한발이 늦었소이다!

       더는 고생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시오!

 

       진후晉侯께서 우리를 죽이지 않고 방면한

       일만 해도 이미 큰 은혜를 입은 것이오.

       어찌 감히 양마良馬까지 받을 수 있겠소이까?

 

       이번에 우리가 돌아가 우리 군주께서 다행히

       우리를 죽이지 않고 살려 주신다면, 3년 후에

       우리가 친히 상국을 방문하여, 진후晉侯께 인사를

       드린 후, 그 좋은 양마良馬를 직접 받아 가겠소.

 

양처보陽處父가 다시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진군秦軍의 배는

물살을 따라 지나가 버리니 저 멀리 배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주공, 양처보陽處父 이옵니다.

       진의 세 장수는 이미 배를 타고 난 뒤였나이다,

 

       거짓으로 양마良馬를 주겠다고 불렀으나, 3년 후에

       직접 받으러 오겠다고 하며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그가 3년 후에 주군에게서 직접 말을 받아 가겠다고

       한 말은, 장차 우리 진晉을 정벌하겠다는 뜻입니다.

 

       주공, 지금은 진군秦軍의 사기가 떨어져 있나이다.

       이때 우리가 먼저 정벌하여 그들을 사전에 분쇄해야!

       다가올 전란을 미리 막을 수 있나이다.

       좋소! 선진先軫 원수는 그리 하도록 하시오!

 

299 . 선진,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