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99 화. 선진,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가.

서 휴 2023. 1. 10. 11:21

299 . 선진,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가.

 

한편 진나라의 진목공秦穆公은 세 명의 장수들이 진군晉軍에게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마음속으로 괴롭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침식을 모두 폐하더니 끝내 자리에 드러눕게 되었다.

 

       주공, 신 난진欒軫 이옵니다.

       주공, 우리의 세 장수가 살아 돌아오고 있나이다.

 

자리에 드러누워 있던 진목공秦穆公은 세 장수가 진에서 석방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갑자기 얼굴에 기쁜 기색을 띄우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오자, 좌우에 있던 신료들이 간하기 시작했다.

 

       ​주공, 세 장수는 군사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나라를 욕보였으므로, 그 죄는 죽어 마땅하옵니다.

 

       옛날에 초나라는 성복城濮의 싸움에서 패한

       성득신成得臣을 죽임으로 삼군에게 경종을 울렸나이다.

       주군께서도 마땅히 군법을 엄히 시행해야 하옵니다.

 

       그도 옳은 말이나, 과인이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

       충간한 바를 듣지 않고 고집을 세워 출병시킨 것이오!

 

       군법에 따른다면 과인이 먼저 받아야 하오!

       모두 과인의 죄인데 어찌 그들에게 죄를 묻겠소?

 

진목공秦穆公은 즉시 소복素服을 차려입고 옹성雍城 밖의 교외에서

세 장수를 맞이하고는, 죽은 군사들을 조상하면서 슬피 울었다.

 

       과인이 그대들을 죽일 뻔하였도다!
       주공, 저희는 군법을 어긴 자들이옵니다.

       주공, 죽이셔야 마땅하옵니다.

 

       과인의 잘 못이로다. 세 장수는 울지 마라!

       이기고 지는 건 전쟁터에서 언제나 있는 일이다.

       다시 진군秦軍을 맡아 설욕雪辱 하도록 하라!

 

진목공秦穆公과 세 장수는 그 많던 군사들이 떠나던 날을 회상하며,

슬픔이 더욱 북받쳐 실컷 울고 나자, 진목공秦穆公은 세 장수에게

더욱 예를 갖추어 가며 함께 옹성雍城으로 돌아왔다.

 

       주공,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을 다시 만났으니

       주공,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나이다.

 

       주공, 이제 늙어 관직에서 은퇴하겠나이다.

       아니 오, 노 재상께선 아직도 할 일이 많소

 

노 재상 백리해百里奚는 겨우 살아 돌아온 아들 백리시百里視

모습을 보자 반가워 탄식하고는, 다음날이 되자 진목공秦穆公에게

나아가 공손히 재차 청하여 관직에서 은퇴하는 걸 허락받았다.

       이제 노 재상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

       나이가 많다며 극구 은퇴를 원하고 있소.

 

       요여繇余는 좌서장左庶長 직을 맡아주시고,

       공손지公孫枝는 우서장右庶長 직을 맡아

       두 분은 국정을 잘 운영하여 주기 바라오.

 

       백리시百里視, 건병蹇丙, 서걸술西乞術, 세 장수는

       전처럼 진군秦軍을 맡아 강군을 만들어야 하오.

 

한편 진양공晉襄公과 선진先軫은 양처보梁處父가 진나라의

세 장수를 놓치고 돌아오자, 진군秦軍이 약해진 걸 간파하고는

문무백관들과 함께 진나라를 정벌하기로 하고 계획을 바쁘게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국경에서 새로운 보고가 올라왔다.

 

       주공, 나라의 군주 백부호白部胡

       군사를 이끌고 우리의 국경을 침범하여

       이미 기성箕城을 통과했습니다.

       주공, 그들의 침략을 어서 빨리 막아야 하옵니다.

 

       책과 우리 진과는 원수진 일이 없도다.

       어찌하여 책주翟主가 우리를 침범했단 말인가?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선군께서 가신들과 책으로 망명한 바가 있사옵니다.

 

       책翟 나라 책주翟主는 이외二隗 라고 불리는,

       어여쁜 자기의 두 딸을 선군과 조쇠趙衰 대부에게

       각각 주어 처로 삼게 하였나이다.

 

       선군과 조쇠趙衰 대부께서는 가신들과 함께

       책나라에서 12년 동안이나 살면서, 그동안

       책주翟主로 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나이다.

 

       그 후에 선군께서는 책나라를 떠나게 되었으며,

       환국하시어 군위에 오르시자, 책주翟主는 사람을

       보내 축하의 인사를 올려주었으며

 

       또한, 자기의 두 딸 계외季隗와 숙외叔隗

       우리 진나라의 궁실宮室로 보내 주었나이다.

 

       선군께선 살아 계실 때, 단 한 필의 비단도 보내지

       않았으며, 또한 감사의 뜻도 전하지 않으셨나이다.

 

       이에 대해 책주翟主는 선군과 좋은 관계를 생각하고,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참고 지내 왔나이다.

 

       이에 책주翟主의 자리를 이어받은 아들 백부호白部胡

       우리 선군에 대한 불만을 풀기 위해, 우리가 국상 중에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안 것입니다.

 

       선군께서는 여러 일로 바쁘셨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입은 은혜를 돌볼 여지가 없었다고 하겠나이다.

 

       그렇다면 사신을 보내 따지면 될 일이 아니겠소

       주공, 이렇게 쳐들어온 이상 쉽게 물러가지 않고

       무엇인가 큰 걸 요구할 것입니다.

 

       아마 기성箕城을 달라고 요구 할 것 같습니다.

       책군翟軍이 우리의 국상 중에 쳐들어온 것이오.

       이는 예의 없는 짓으로 싸우자는 것이 아니겠소

 

       일단 물리치고 난 후에 협상해야 하지 않겠소

       원수께서는 군사를 이끌고 막아 주기 바라오!

 

       주공, 신 선진先軫은 원수의 직을 내려놓겠나이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신은 주공께서 진의 세 장수를 석방하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화를 참지 못하고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어 심히 무례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나이다.

 

       주공, 군대軍隊는 항상 질서가 정연함이 원칙이며

       오로지 상하 간에 예를 갖추어야, 백성들도

       정연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나이다.

 

       신과 같이 예의를 갖추지 못한 자가 어찌

       감히 원수의 직을 감당할 수 있겠나이까?

 

       주군께서는 신의 직책을 파하시고, 이제

       좋은 장수를 뽑아 책군翟軍을 물리치옵소서.

 

       경이 화를 낸 일은 충성심이 가득하여

       부지불식간에 그리된 일이 아니겠소

       과인이 어찌 그만한 일도 이해하지 못하겠소?

 

       책군翟軍을 급하게 물리치는 일은 경이 아니면

       어렵소, 경은 결코, 사양하지 마라 주시오.

 

진양공晉襄公이 간곡하게 부탁하는 식으로 명하자, 선진先軫

할 수 없이 명을 받들고 물러 나오면서 혼자서 길게 한탄을 했다.

 

       내가 진나라를 정벌하다가 죽으려 했건만

       아, 누가 알았으랴? 책군翟軍에게 죽게 될 줄이야!

 

옆에 있던 사람들이 선진先軫이 한탄하는 말을 들었으나, 그 뜻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였다.

 

진양공晉襄公은 상례喪禮를 모두 끝마치고 나자, 책군翟軍

물리치도록 진군晉軍을 남겨두고 강성絳城으로 돌아갔다.

 

       장수들은 다 모인 것이오

       누가 책군翟軍을 맞아 선봉에 서겠는가

 

       원수님, 차우車右 장군 낭심狼瞫 이옵니다.

       저에게 선봉장先鋒將을 맡겨 주시면

       목숨을 걸고 책군翟軍을 물리치겠나이다.

 

선진先軫이 보니 얼마 전에 진의 선봉장인 포만자褒彎子

죽이면서 진양공晉襄公에 의해 갑자기 발탁되어 차우車右

장군으로 임명된 낭심狼瞫 이었다.

 

그러나 낭심狼瞫은 갑자기 차우車右 장군이 된바, 흥분하여 선진을

찾아가 인사를 올리지 않음으로써, 선진에게 불쾌감을 주고 말았다.

 

       너는 무명 소졸 주제에 한 사람의 죄수 목을 쳐서

       우연히 주군의 눈에 띄어 중용重用 되었도다.

 

       지금 많은 책군翟軍이 우리나라를 침범하여

       큰 싸움을 앞두고 있는데 어찌 겸손하지 않으냐

 

       이 장막 안에 너만도 못한 장수가 있겠느냐

       원수님, 소장은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우려는

       뜻이 온대 어찌하여 저의 뜻을 막으십니까?

 

       지금 이 장막 안에도 너 정도의 용기와 용력을

       쓸 수 있는 장수들이 적지 않은데

 

       어찌 무명 소졸 출신이 여러 장군을 업신여기고

       건방지게 그 위에 서려고 하느냐?

 

낭심狼瞫이 말대꾸를 하자, 괘씸하게 생각한 선진先軫은 큰소리를

외쳐대며 랑심狼瞫을 밖으로 쫓아내 버리고는 쓰지 않았다.

 

       호국거狐鞫居가 효산殽山에서 협공하는 공을 세웠다.

       호국거狐鞫居는 차우車右 장군이 되도록 하라.

 

너무 실망한 랑심狼瞫은 억울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군영 밖으로 나왔으며 몹시 한탄하면서 끊임없이 걸었다.

 

       어이, 낭심狼瞫이 어디 가고 있나?

       오, 선백鮮伯 오랜만에 만나는구먼.

 

       낭심狼瞫은 왜 머리를 푹 숙이고 가고 있는가?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다는 것인가?

 

       모두 책군翟軍과 싸우겠다며 선진先軫 원수께 가는데

       차우車右 장군인 자네가 왜 배회하고 있는가?

 

        선백鮮伯! 내가 선봉장을 자청하여 싸우려 하였으나

       선진先軫 이라는 놈에게 분노를 사게 되었네!

 

       그가 나보고 네가 무슨 지모와 용기가 있다고

       다른 장수들을 제쳐놓고 그 위에 서려고 하느냐?

       라고 하면서 나를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의 차우車右 장군직마저 빼앗아 가버렸네!

 

       선진先軫이 그대의 능력을 얕잡아봐서일세!

       어찌 억울하게 당할 수만 있겠는가?

 

       우리 둘이 집안의 가병家兵 들을 이끌고 가서

       선진先軫 그놈을 찔러 죽여 그대의 분함을 푸세나!

 

       이것 또한 남아로써 호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니네, 그것은 절대 불가한 일이네.

 

       대장부가 죽을 때는 반드시 그 명분이 있어야 하네.

       그렇게 죽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 할 수 없으며

       또한,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도 할 수 없네.

 

       나를 질시하여 쫓아낸 선진先軫의 행동을

       오히려 선진先軫을 정당화시켜 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선백鮮伯! 그대는 나와 좋은 일을 도모해 주게나!

 

       허허, 그런 내용인가! 좋네, 그리 해보세!

       그대의 높은 식견에는 내가 미치지 못하겠네!

 

곧이어 낭심狼瞫은 선백鮮伯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에

대해 선진先軫이 낭심狼瞫을 쫓아낸 일은 옳지 못하다고 시를 지었다.

 

       提戈斬將勇如賁 (제과참장용여분)

       칼을 들어 참수한 용기가 호랑이처럼 날쌔 

 

       車右超升屬主恩 (차우초승속주은)

       군주의 은혜를 입어 차우 장수가 되었도다.

 

       效力何辜遭黜逐 (효력하고조출축)

       진충보국하려는데 무슨 허물로 쫓아냈는가?

 

       從來忠勇有寃呑 (종래충용유원탄)

       원래 용감한 충신은 원한을 사기 마련인가?

 

한편 선진先軫은 기성箕城에 주둔하고 있는 책군翟軍을 물리치기

위해 병거兵車 400승을 동원하였다.

 

       내 아들 선차거先且居는 선봉장을 맡아라!

       란돈欒盾과 극결郤缺은 좌대 左隊를 맡고

       호석고狐射古와 호국거狐鞫居는 후대後隊를 맡아라!

 

선진先軫은 진군晉軍을 이끌고 기성箕城에 당도하여 책군翟軍

만나게 되자, 그 자리에 행진을 멈추고 진채陣寨를 세우게 했다.

 

       우리는 병거兵車를 운영하는 군대軍隊 이다.

       이곳은 매우 넓어 병거전兵車戰을 하기가 좋다.

 

       저 뒤의 대곡大谷에는 숲이 빽빽하여

       숲속에 군사를 매복시킬 만한 곳이다.

 

       란돈欒盾과 극결郤缺은 군사를 좌우로

       나누어 대곡大谷 숲속에 매복해 있다가,

 

       선차거先且居가 책군翟軍과 싸우다가 거짓으로

       패하여 계곡 안으로 유인해 오면, 일제히 일어나

       좌우에서 협공하며 책군翟軍의 뒤를 끊어라.

 

       호석고狐射古와 호국거狐鞫居는 군사를 이끌고

       대곡大谷 끝쪽으로 깊숙이 숨어있다가

       유인된 책군翟軍을 맞이하여 싸우라.

 

       그리하면 책군翟軍을 포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속에는 책주翟主 인 백부호白部胡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백부호白部胡를 사로잡아야 한다.

 

선진先軫의 작전지시를 받은 장수들은 제각기 배치된 곳으로 갔다.

다음 날 아침, 책주翟主 인 백부호白部胡가 친히 책군翟軍

이끌고 진군晉軍의 진채 앞으로 오더니 싸움을 돋우기 시작한다.

 

       선차거先且居가 진채陣寨의 진문陣門을 열고 나와

       곧바로 백부호白部胡와 열심히 싸우다가, 못이기는

       척하며 병거兵車를 뒤로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300 . 시신을 서로 교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