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96 화. 효산이 그리 도 험악한가.

서 휴 2023. 1. 6. 23:09

296 . 효산이 그리 도 험악한가.

 

진군秦軍의 대장 백리시百里視가 정나라 대신에, 활나라를

기습하여 멸망시킨 것은, 옹성雍城을 떠난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때가 기원전 6272월로, 진양공晉襄公 1년이고, 진목공秦穆公

33년이며, 왕실 연호로는 주양왕周襄王 25년이었다.

 

       활국滑國을 멸한 진군秦軍은 붙잡은 포로들과

       노획한 전리품을 가득 실은 병거와 수레들을

       이끌면서 귀국 길에 오르게 되었다.

 

       결국, 이는 진군秦軍이 정나라에 대한 기습 점령을

       포기한 것이며, 이에 세우지 못한 공을 대신하여

       포로와 전리품으로 속죄할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진군秦軍은 여름철인 4월에 접어들면서 민지澠池의 땅에 당도했다.

이때 건병蹇丙은 너무 걱정되어 다짐을 주듯 말하게 된다.

 

       백리시百里視 , 이제부터 험한 산길이오!

       민지澠池의 서쪽으로 쭉 나아가면

       효산崤山험준한 산길이 나타날 것이오.

 

       이 효산崤山의 산길은 나의 부친께서 이곳을 지날 때

       특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하신 곳이기도 하오!

       대장께서는 신중하게 대처해 주기 바라오!

 

       건병蹇丙 장수! 지금까지 우리가 천릿길을

       행군했지만 아직 아무 탈 없이 잘 왔소이다.

 

       이제 저 앞의 효산崤山  지나면, 바로 우리나라의

       경계에 이르게 되니, 곧바로 집에 갈 수 있소이다!

 

       빨리 가거나 늦게 가거나, 이제부터는 우리 마음에

       달린 일이요! 어찌 그리 걱정을 많이 하고 있소이까?

 

       대장 백리시百里視 , 서걸술西乞術 이오.

       비록 호랑이 같은 위엄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조심한다고 해서 잃을 것은 하나도 없지 않소이까?

 

       그렇소,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은 없지요.

       또한, 매복埋伏 이라도 시켜 놓은 진군晉軍

       갑자기 들고일어나, 우리 진군秦軍을 들이친다면

       우리는 속수무책 束手無策으로 당하고 말 것이오.

 

       두 장수는 뭔 겁이 그리 많소!

       장군들이 진군晉軍을 무서워하기를 이렇듯 하니

       내가 마땅히 앞장서서 만약에 복병伏兵 이라도

       만나게 되면, 내가 스스로 물리칠 것이오!

 

대장 백리시百里視는 말을 마치자마자, 즉시 3천 명의 진군秦軍

4대로 나눈 후에, 맹장 포만자褒蠻子를 불러 대장 깃발을 맡기며,

진군秦軍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길을 열라고 명령했다.

 

       지금부터 우리 진군秦軍4대로 나눈다.

       선봉장 포만자褒蠻子는 제1대를 전대前隊

       하여, 맨 앞에 앞장서서 이끌고 나아가라!

 

       나는 제2대를 이끌고 중군이 될 것이다.

       제3대는 장수 서걸술西乞術이 맡고,

 

       제4대는 건병蹇丙이 맡아 맨 후미에서 따라오시오.

       각대의 거리는 2리 안으로 좁혀 나아가도록 하라!

 

선봉장인 포만자褒蠻子는 평소에 들고 다니는 방천화극方天畫戟

무게가 무려 80근이나 되는 대도, 손에 들고 공중으로 휘두르면서

자기의 무예를 뽐내는 그 동작은 마치 나는 새와 같이 날렵했다.

 

       방천화극方天畫戟의 극자는 창이라는 뜻이며

       창끝의 양날에 초승달 모양의 칼을 붙인 창이다.

 

       포만자褒蠻子는 자기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없을 것이라고 자만하는 대단한 맹장이었다.

 

이렇게 진군秦軍4대는 병거兵車를 앞세우고 민지澠池를 통과해

서쪽을 바라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호오, 과연 효산崤山은 절경이로구나!

       이 아름다운 곳에서 싸우다니 정말 멋있겠구나

 

진군秦軍의 선발대인 포만자褒蠻子는 주변을 둘러보며 호기로운

탄성을 내지르며 가는데, 동효산東崤山 초입에 당도하자,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더니, 숲속에서 한 떼의 군마가 불현듯 나타났다.

 

       네가 진군秦軍의 대장 백리시百里視 ?

       내가 이곳에서 기다린 지 오래되었도다!

 

       그런가그러는 너는 누구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진의 장수 래구萊駒 이다.

 

       허허, 너 같은 졸장卒將 과 어찌 겨루겠느냐

       너 같은 졸장卒將1백 명이 와도 소용없다.

       어서 빨리 가서 선진先軫 원수를 나오라 해라

 

       감히 우리 원수님을 부르다니 아주 건방지구나

       이 놈아! 너는 나와 겨뤄 이기고 지나가라

 

       너 같은 무명 소졸小卒이 내 앞을 막을 수 있겠느냐?

       속히 길을 열어 우리를 지나가게 해라

 

       만약 지체시킨다면 할 수 없이 이 방천화극으로

       너의 목을 꿸까 봐 걱정되는구나!

 

포만자褒蠻子의 말을 건방지다고 생각한 래구萊駒는 잔뜩 화가나

자루가 긴 창을 휘둘러 포만자褒蠻子의 가슴을 찔렀다.

 

래구萊駒의 공격을 가볍게 몸을 돌려 피한 포만자褒蠻子는 그 세를

이용하여 방천화극方天畫戟을 꼬나 들고 래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어이쿠, 어휴, 죽을 뻔했구나

       야 야, 너는 얼마나 힘이 세길레

       이 병거兵車의 횡목橫木이 다 부러지느냐

 

       이제 알았느냐내가 마음먹고 내리쳤으면

       네 몸과 병거兵車가 박살이 났을 것이다.

       이 놈아! 살려줄 터이니 어서 길을 열어라!

 

       과연 백리시百里視의 용력은 소문대로구나!

       허허, 이놈아나는 우리 대장의 휘하 장수인

       아장亞將 포만자褒蠻子 이니라!

 

       우리 대장께서 어찌 너 같은 소졸小卒

       직접 칼을 맞 댈 것으로 생각하느냐?

 

       너는 빨리 몸을 피해 목숨이나 건지도록 하라

       우리 원수께서 이곳에 당도하시게 되면

       너 같은 놈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하, 대단하구나아장亞將 정도 되는 자의 용맹이

       이렇듯 흉맹凶猛 하니 백리시百里視를 말해 무엇하랴!

 

       좋다, 내가 너희들을 지나갈 수 있도록 허락하겠으니

       너는 우리 군사들은 하나도 해치지 말라!

 

래구萊駒는 진군晉軍의 병거와 군사들을 길 한쪽으로 비켜서도록

명하여, 포만자褒蠻子가 이끌던 진군秦軍의 전대는 지나가게 했다.

 

이에 포만자褒蠻子는 즉시 전령을 한 사람 뽑아 뒤따라오는 제2대의

중군인 대장 백리시百里視에게 달려가 보고하도록 했다.

 

       대장大將 , 진군晉軍의 이삼십 명이 매복하고

       있었으나, 소장이 이미 쫓아버려 길을 터놨습니다.

 

       빨리 오셔서 전대前隊와 본대本隊를 합한다면

       효산崤山을 통과하는데 별일이 없을 것입니다.

 

보고를 받은 백리시百里視는 크게 기뻐하였으며, 뒤따라오는 3대의

서걸술西乞術과 제4대의 건병蹇丙에게 연락하여, 군사들의 행군을

재촉하며 전 부대가 한꺼번에 효산崤山을 통과하라고 전했다.

 

       양홍楊洪 형님래구萊駒 입니다.

       진군秦軍의 아장 포만자褒蠻子는 엄청난 맹장입니다.

       얼마나 힘이 세던지 병거兵車가 박살 났습니다.

 

       그래, 아장 포만자褒蠻子가 그렇게 무섭단 말이냐

       형님 말도 마십시오, 그자를 만나면 절대 안 됩니다.

 

       포만자褒蠻子 라는 장수가 비록 바다에 사는, 고래나

       교룡이라 한들, 그는 이미 우리가 친 쇠 그물 안에

       떨어졌는데, 설사 하늘을 변화시키는 신통력을 갖고

       있다 한들, 무슨 수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

 

       우리는 군사들을 통제하며 숲속에 숨어 있다가

       그들이 전부 효산崤山 속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그 뒤를 쫓는다면, 그들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어

       우리의 포로가 되거나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래구萊駒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포만자褒蠻子의 무용담을 떠벌리자,

양홍楊洪은 진군晉軍을 이끌고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 매복하였다.

 

       ​한편 진군秦軍은 긴 줄을 서서, 모두 몇 리를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이들은 동효산東崤山 계곡 초입에서부터

       별안간 주변 풍경이 완전히 바뀌자 깜짝 놀라고 만다.

 

그곳에서부터 효산殽山에서 가장 험난한 곳을 만난 것으로 군사들이

매우 당황하자, 이때 백리시百里始가 군사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포만자褒蠻子가 먼저 간 걸 보니

       이곳에도 복병伏兵은 없는 게 분명하도다.

       모든 군사는 병거兵車와 말을 분리分離 시켜라.

 

       대장님, 지나가는 이곳의 이름이 대단합니다.

       이름이 어떻길래 그리 호들갑이냐

       대장님 들어보십시오.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이라는         상천제(上天梯),

말이 떨어지는 절벽이라는             타마애(墮馬崖),

너무 높아 떨어져 죽는다는            절명암(絶命巖),

혼백이 떨어져 흩어진다는             낙혼간(落魂澗),

근심만 하는 귀신이 산다는 동굴    귀수굴(鬼愁窟),

구름도 못 들어가는 비좁은 골짜기 단운욕(斷雲峪)

등으로 그 지형이 모두 험준하여 무시무시한 이름뿐입니다.

 

       길이 갈수록 험해져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게 되자, 진군晉軍은 할 수 없이

       병거兵車를 떠메고 가야 하는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포만자褒蠻子가 이끄는 전대前隊는 이미 멀리 가버렸으므로

본대本隊와 멀리 떨어져, 그의 종적蹤迹은 찾을 수가 없었다.

 

       포만자가 이미 앞길을 무사히 빠져나갔으니

       진군晉軍의 매복은 없는 것 같구나.

 

       모든 군사는 전투 장비를 모두 해체解體 하도록 하라.

       그리고 벗은 갑옷과 투구는 말에다 묶어라.

       병거兵車와 수레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라.

 

그러나 협소한 산길 때문에 군사들은 앞으로 나아가다가 계속

미끄러지면서 넘어졌으며, 길은 갈수록 험난하게 되어,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였으므로, 나아가는 행군은 너무 지체되었고 또한,

행군 중에서 진군秦軍의 대오隊伍는 전혀 갖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출정할 때도 이 효산殽山을 지나갔는데

       이렇게 험한 길을 만나지 않은 것 같도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이 효산殽山

       어찌하여 이렇듯 행군하기가 어려운가?

 

그것은 진군秦軍이 출동하여, 이 효산殽山을 지날 때는 모두가

원기가 왕성하였고, 진군晉軍이 앞을 가로막지도 않았으며,

또한, 병거兵車도 가벼워 말들이 신속히 움직일 수 있었다

 

       또한, 군사들은 여유 있는 자세로 서두르지 않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효산殽山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는 천릿길을 행군하였으므로

       사람이나 말들이나 모두  지쳐서 피곤한 상태이고,

 

       또한, 활국에서 노획한 전리품을 병거兵車에 가득 싣고,

       또한, 거기에다가 포로로 잡아가는 부녀자들까지 끌고

       가는 바람에, 올 때와는 달리 고난의 행군이 된 것이다.

 

       더욱이 효산殽山 초입에서 진군晉軍까지 만났으므로

       앞길에 혹시 진군晉軍이 매복해 있지나 않을까를

       걱정하면서 가게 되므로, 이에 조급한 생각이 일어나

       그 어려움은 두 배로 늘어나며 커진 것이다.

 

2대의 백리시百里始는 맨 처음 마주친 상천제上天梯를 간신히

통과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북소리와 뿔소라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더니 후대에서 전령이 달려와 보고하였다.

 

       대장님, 진군晉軍이 우리의 뒤를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러나 우리도 행군하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그들이라고 해서 우리를 쫓아오는 게 쉽겠느냐?

 

       오르지, 앞에 복병이 있어 앞길을 가로막지나 않을까?

       만을 걱정하는데 어찌 뒤까지 조심해야 하겠느냐?

       오르지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만 나아가라고 전하라!

 

​       건병蹇丙은 제4대를 앞세우고 먼저 빨리 가시오!

       내 친히 후미를 맡아 뒤따라오는 추격병을 막겠소!

 

진군의 군사들은 힘을 내어 타마애墮馬崖를 재빨리 통과하였으며

이윽고 절명암絶命巖에 이르자, 앞장서 가던 군사들이 시끄럽게

몰려오면서 대장 백리시百里始에게 보고 하는 것이다.

 

       장군, 누가 나무들을 베어 길을 막아놨으며

       아무것도 지나가지 못하게 해놨습니다.

 

       저 나무들을 누가 가져다 놓았겠는가?

       이건 전면에 복병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저 암벽 옆에 왠 비석이 한 개 서 있구나.

       전령은 어서 가서 읽어보라!

 

       문왕피우처文王避雨處 라니 무슨 말인가?

       장군 임, 그것은 옛날 주문왕이周文王

       지나가다 비를 피했던 곳이라는 뜻입니다.

 

       저 앞의 붉은 깃발은 또 무엇이냐?

       대장님, 깃발에 진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깃대 밑에는 나무토막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거짓으로 군사들이 있다고 알려주며

       우리를 더 오지 못하도록 속이려고 하는 짓이다!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가 없구나!

       설사 전면에 매복이 있다 한들 어쩔 수 없이

       행군을 계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자, 모두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라!

 

297 . 진군은 효산에서 전멸당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