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97 화. 진군은 효산에서 전멸당하는가.

서 휴 2023. 1. 7. 22:08

297 . 진군은 효산에서 전멸당하는가.

 

진군의 대장 백리시百里는 즉시 군사들에게 명하여, 이라고

쓴 깃발을 뽑아내 땅에 쓰러뜨리게 하고, 어지러이 길을 막고 있던

나무들을 치우게 하고는, 전방을 향해 행군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진이라고 써진 붉은 깃발은, 바로 주위에

       매복하고 있던 진군晉軍에게 하나의 신호였다.

 

       암벽 뒤에 숨어있던 진군晉軍은 자신들이 신호로

       삼기 위해서 꽂아 두었던 깃발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윽고 진이라고 써진 깃발이 쓰러지자,

       진군秦軍이 드디어 당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군晉軍은 일제히 매복에서 일어나 함성을

       지르면서 진군秦軍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진군秦軍은 길을 막고 있던 나뭇더미들을 치우고

       나가려던 순간에, 앞쪽에서 북소리가 벼락 치듯이 나며,

       숨어있던 군사들이 지르는 함성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많은 깃발이

       번쩍거리며, 휘날리는 모습만이 보였기 때문에

       정작 진군晉軍의 수효가 많고 적음은 알 수가 없었다.

 

백리시百里는 군사들에게 병장기를 정비하여 전투준비를 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때 산속의 높은 바위 위에서 한 장군이 나타나,

진군秦軍에게 자기의 성명을 밝히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진군晉軍의 대장 호국거狐鞫居 이다.

       너희들의 선봉장 포만자褒蠻子는 이미

       우리에게 사로잡혀 포승줄에 묶여서 이곳에 있다.

 

       진군秦軍, 너희들도 빨리 무기들을 버리고

       투항하여, 죽음을 면하도록 하라!

 

앞서가던 진군秦軍의 선봉장 포만자褒蠻子는 자기의 용맹만을

믿고 앞으로 가다가, 진군晉軍이 미리 파 놓은 함정에 빠지자,

진군晉軍은 갈고리로 건져내어 밧줄로 묶은 채로 가둬 놓았다.

 

이에 백리시百里는 호국거狐鞫居가 나타나자 매우 놀랐으며,

연락병을 시켜, 뒤따라오는 후진의 서걸술西乞術과 건병蹇丙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게 하였다.

 

       진군秦軍의 세 장수는 서로 만나 어떻게 하던?

       길을 열어 그곳을 벗어나려는 대책을 세우려고

       상의했으나 뚜렷한 방도方道를 찾지 못했다.

 

       백리시百里가 보니 계곡 옆으로 조그만 길이 하나

       있는데 단지 넓이가 한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었다.

 

       군사들을 이끌고 그 길을 따라 얼마쯤 행군을

       하였는데 길은 갈수록 더 험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진군秦軍의 본대는. 한쪽은 깎아 지른 듯

       아득한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은

       그 끝이 안 보이는 깊은 낭떠러지가 나 있는 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곳은 낙혼간落魂澗 이었다.

 

그 낙혼간落魂澗의 길은 너무 험해서 만약 천군만마千軍萬馬

수많은 군사이었다면 더욱 난감했을 것이다.

 

이에 백리시百里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내고는, 재빠르게

뒤따라오는 진군秦軍에게 영을 내려 전하게 했다.

 

       이곳은 적군을 맞이해 싸울 수 없는 곳이다.

       전군은 일제히 동효산東殽山 뒤쪽으로 후퇴하여

       넓은 곳에 진을 치고, 뒤따라오는 진군晉軍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다음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도다!

 

건병蹇丙은 대장 백리시百里의 명을 받들어, 군사들에게

방향을 돌려 뒤로 후퇴하도록 해 돌아가고 있으나, 진군晉軍

두드리는 북소리와 쟁이 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 들려왔다.

 

       드디어 진군秦軍이 후퇴하여 얼마 전에 지나왔던

       타마애墮馬崖 란 곳에 다시 이르렀다.

 

       이때 동쪽 편에서 수많은 깃발이 펄럭이며 뒤따라

       행군해 오고 있는 진군晉軍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진군晉軍의 행렬의 끝은 볼 수 없었으므로

       진군晉軍의 수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군사들은, 5천 명을 이끌고 뒤를 따라 한 걸음씩

       천천히 추격해 오고 있던, 바로 그 진군晉軍으로

       대장 양홍楊洪과 부장 래구萊駒의 군사들이었다.

 

진군秦軍은 뒤에서 추격해 오는 진군秦軍의 수효가 많은 걸 보고는

할 수 없이 싸움을 포기하게 되었고, 결국은 타마애墮馬崖의 계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하였다.

 

       이것은 마치 개미 떼들이 뜨거운 솥 안에서

       한곳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며 몰려다니는 형상과도 같았다.

 

       백리시百里는 할 수 없이 다시 명령을 내려

       군사들에게 좌우로 나뉘어서, 산으로 기어오르든가,

       또는, 깊은 계곡 쪽으로 내려가 탈출로를 찾던가,

       각자가 알아서 행동하라고 명했다.

 

       그때 또, 타마애墮馬崖 계곡의 좌측 산꼭대기에서도

       갑자기 쟁이와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한 떼의 진군晉軍의 군마가 나타났다.

 

이때 진군晉軍 속의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며 산을 기어오르고

있던 진군秦軍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진군晉軍의 대장 선차거先且居가 여기 있노라

       진군秦軍은 어서, 항복하지 않고 무얼 하느냐?

 

이어서 오른쪽 계곡 건너편에서도 대포 소리가 한번 크게 울리자,

계곡에 숨어있던 진군晉軍이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고 있다가,

대장大將 서영胥嬰 이라고 쓴 깃발을 세우고 쫓아 나왔다.

 

       진군晉軍 저놈들은 웬 대장이 저리 많아

       부딪치는 놈마다 모두 대장이라 하는구먼

 

이때 백리시百里는 수많은 화살에 맞아 가슴이 뻥 뚫려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으나, 이제는 군사들에게 어떻게

명령을 내려야 할지 알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이리저리 흩어져서 달아나기 시작한 진군秦軍

       어떤 자들은 보이는 대로 산으로 기어오르고

       또, 어떤 자들은 계곡 밑으로 내려갔으나, 모두가

       진군晉軍에게 포로가 되거나 칼이나 창에 찔려 죽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백리시百里가 머리끝까지 화가나

       서걸술西乞術과 건병蹇丙, 두 장군을 데리고, 조금 전에

       떠났던 타마애墮馬崖로 달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진의 장수 한자여韓子余는 길을 막고 있던

       나무들 위에 이미 유황과 염초 등을 뿌려놓고 있다가,

       몰려오는 진군秦軍을 보고는 재빨리 불을 붙이게 했다.

 

       이윽고 나무들을 태우는 화염이 기세가 등등하게

       일어나고, 연기가 솟아올라 하늘을 자욱하게 덮었다.

       곧이어 화염은 시뻘건 불덩어리로 변하여 퍼져나갔다.

 

       뒤에서는 양홍이 거느린 진군晉軍이 당도하였으며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 진군秦軍을 압박해 들어갔다.

 

타마애墮馬崖 계곡의 전후좌우에는 모두 진군秦軍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때 백리시百里가 건병蹇丙에게 말했다.

 

       그대의 부친은 진실로 귀신과 같은 사람이라!

       내가 오늘 진군晉軍의 함정에 빠져, 오고 가지도

       못하게 되면서 이곳에서 죽게 되었소.

 

       그대들 두 분은 각자 알아서 이곳을 빠져나가

       다행히 한 사람이라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사실을 주군에게 알려, 우리 진군秦軍

       이끌고 와서 나의 원수를 갚아 주기를 바라오.

 

       그래야만 내가 이 지하에 묻혀서라도

       이 원한을 잊을 수가 있을 것이오!

       서걸술과 건병은 눈물을 흘리지 마시오

 

       대장 백리시 임, 우리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오!

 

       설사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간들 무슨 면목으로

       대장을 혼자 두고 돌아갈 수 있단 말이오?

 

그들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남은 수하의 군사들마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세 장수만 외로이 남게 되었다.

 

       벌판에는 진군秦軍이 달아나면서 버린 병장기들로

       이리저리 흩어져 산을 이루고 있었다.

 

       진군秦軍의 세 장수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게 되자

       산길의 바위 밑에 모여 앉아서, 포승줄만 푸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진군晉軍이 사면에서 포위망을 좁혀 오자, 진군秦軍

       마치 가마솥의 만두와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려

       한 사람도 남김없이 두 손이 묶여 포로가 되고 말았다.

 

       군사들이 흘린 피는 계곡을 붉게 물들였으며

       죽은 군사들의 시체는 온 산을 뒤덮었다.

 

말 한 마리나 하나의 병거도 진군晉軍이 쳐 놓은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염옹髥翁이 이 효산殽山 의 싸움에 대해 시를 지었다.

 

       千里雄心一旦灰 (천리웅심일단회)

       천리를 달려온 영웅의 기개는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고

 

       西崤无復只輪回 (서효무복지륜회)

       서효산에는 두 번 다시 병거의 바퀴가 구르지 못했네!

 

       休誇晉帥多奇計 (휴과진수다기계)

       당진의 장수들이 세운 계책이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말라!

 

       蹇叔先曾墮淚來 (건숙선증타루래)

       건숙은 이미 알고 눈물을 머금으며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선차거先且居 등 진의 여러 장수는 동효산東殽山 아래에 모여

의 장수 세 명과 포만자褒蠻子를 함거에 가뒀다.

 

       진군晉軍은 한 번의 싸움으로 수많은 진군秦軍

       포로로 잡았고, 산더미 같은 병장기를 노획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진군秦軍이 잡아 진나라로 호송하던

       활나라의 아녀자들과 그리고 비단과 귀중한

       보물과 같은 노획품들은 모두 진군晉軍의 차지가 되었다.

 

       진군晉軍의 원수 선진은 효산의 싸움에서 사로잡은

       진군秦軍의 세 장수를 포함한 포로들과 모든 노획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진양공이 묶고 있던 대채로 가져가 바쳤다.

 

이때 진양공晉襄公은 하얀 상복을 검게 물들여 입고, 허리에는

흰 띠를 둘렀다. 본래 관습대로라면 흰 상복을 입어야 했으나,

전쟁에서 흰색은 불길하다 하여 편법으로 검은 상복을 입은 것이다.

 

       상복을 입은 진양공이 포로와 전리품을 접수하자

       진군晉軍이 축하하며 지르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였다.

 

진양공晉襄公이 포로로 잡아 온 진군秦軍의 세 장수 이름을 묻고

이어서 천천히 흩어보며 힘차게 말했다.

 

       어떤 자가 포만자褒蠻子 라는 장수인가?

       주공, 장수 양홍楊洪 이옵니다.

 

       이자는 비록 직급은 아장에 불과하지만

       무예와 용기를 겸비한 장수라 우리의 부장

       래구萊駒가 겨루지도 못하고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사로잡기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허 어, 저 포만자褒蠻子가 그리도 용맹하단 말인가

       이자가 그렇듯 용맹하다고 하니 결코 살려

       두었다가는 후일에 낭패를 가져올 만하구나

 

       장수 래구萊駒는 앞으로 나오너라

       이자와 겨뤄졌다고 하는데, 이제 과인 앞에서

       그의 목을 베어 싸움에서 진 치욕을 풀도록 하라

 

래구萊駒가 진양공의 명을 받들어 포만자褒蠻子를 대채의 기둥에

묶어 놓고 손으로 큰 칼을 잡고 포만자의 목을 내리치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포만자褒蠻子가 큰소리로 외치며 말했다.

 

       너는 나와 싸우다가 진 패장敗將이 아니더냐?

       어찌 패장敗將 주제에 감히 나를 범하려 하느냐?

 

포만자褒蠻子가 지르는 소리는 마치 공중에서 내리치는 천둥소리와

같이 우렁차서 대채待寨 안을 찌렁찌렁 울리게 되었다.

 

       포만자褒蠻子가 소리를 한번 크게 외치고

       양쪽 팔을 잡아당기면서 힘을 주니

       그를 묶고 있던 포승줄이 끊어져 버렸다.

 

       래구萊駒가 매우 놀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려

       손에 잡고 있던 대도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틈을 타서 포만자褒蠻子가 래구萊駒가 떨어뜨린 큰 칼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때 포만자褒蠻子의 뒤에는 이름이 랑심狼瞫

이라는 직급이 낮은 소교小校가 한 명 서 있었다.

 

랑심狼瞫은 그 광경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들어 래구萊駒가 떨어뜨린

큰 칼을 빼앗아 손에 쥐고는 포만자褒蠻子를 향해 내리쳤다.

 

한 번의 칼질에 포만자褒蠻子의 목이 떨어지지 않자, 다시 한번

내리쳐 포만자褒蠻子의 목을 잘라 진양공에게 바쳤다.

 

       장수 된 자의 무용이 어찌 일개 하급의

       소교小校 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냐!

 

       즉시 래구萊駒를 쫓아내 버려라!

       랑심狼瞫을 차우車右 장군에 임명하노니

       전투에 임할 때는 과인을 보호토록 하라!

 

랑심狼瞫이 감사의 말을 드리고 진양공의 안전에서 물러나면서

스스로 인정을 받았다고 자만하여 중군 원수였던 선진先軫에게

가서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선진先軫의 마음속 한구석에 랑심狼瞫에 대하여

       괘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진양공은 여러 장수와 군사들을 데리고

       개선가를 부르며 귀환 길에 올랐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선군인 진문공晉文公의 상례喪禮

       계속 치르기 위해, 다시 곡옥성曲沃城 으로 돌아갔다.

 

298 .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