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95 화. 큰 걸 버리고 작은 걸 얻다.

서 휴 2023. 1. 4. 18:15

295 큰 걸 버리고 작은 걸 얻다.

 

그때 신정新鄭의 북문 안에 주둔하고 있던 진군秦軍은 병거兵車

정비하는 등으로 전투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올 봄 2월 상순上旬

도착할 본국의 진군秦軍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곧 우리 본국의 진군秦軍이 도착할 것이다.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전초前哨의 소식을 기다려라.

 

       개인마다 여장旅裝을 단단히 꾸려놓고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를 해놓고 대기하라.

 

신정新鄭 성에 머물고 있던 2천여 진군秦軍은 병장기를 정돈하고

개인마다 여장旅裝을 꾸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원기가 왕성하며,

그들은 오로지 본국의 진군秦軍이 당도하기만 하면, 북문을 열고

맞이하면서 합세하여 정나라를 점령할 생각뿐이었다.

 

       주공, 보고드립니다.

       수고했다. 진군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주공, 진군은 전투준비를 하고 있나이다.

 

진군의 진영을 염탐하고 돌아온 사자가 보고하자, 정목공鄭穆公

매우 놀라면서 즉시 노대부大夫 촉무燭武를 불러들였다.

 

       저 북문에 있는 진군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우리가 모든 내용을 알게 되었는바

       이제는 크게 걱정하실 일이 아니옵니다.

 

촉무燭武는 북문의 진군에게 찾아가 진秦의 장수에게 전별餞別

표시로 비단을 나눠주면서, 진군을 위무하며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여러분. 무얼 하고 계십니까

       여러분, 오랫동안 머무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우리는 그동안 양식과 물자들을 공급해 왔소이다.

 

       그러나, 이제 고라니와 사슴의 말린 고기도 떨어졌소.

       근자에 여러분들이 경계를 엄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여러분들의 뜻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 하는 것 같소

 

       지금 귀국의 대장인 백리시百里視께서 활나라 땅에

       주둔하고 있는데, 그곳으로 이동하려는 것입니까?

 

       가실 걸 대비하여 여기 비단을 가져왔소

       가시는 노자路資에 보태시기 바라오

 

촉무燭武가 찾아와 진군秦軍의 사정을 모두 알고서 말하자, 이를

들은 진秦의 장수 기자杞子가 매우 놀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들의 계획이 누설되었으니 본국의 군사들이

       이곳에 당도한다 한들 공을 세울 수가 없게 되었고,

       오히려 죄만 얻게 되었구나.

 

       이제 정나라에 더는 머무를 수도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구나.

 

기자杞子가 부드러운 말로 촉무燭武에게 감사의 말로 답하고는

그 날 밤으로 심복 부하 수십 인을 데리고 제나라로 도망쳤다.

 

봉손逢孫과 양손楊孫도 역시 본국本國에 돌아가면 죄를 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우선 몸을 피하려고 송나라로 떠나갔다.

 

       정나라를 지키라고 남겨 둔 진군秦軍2천여

       군사들은 세 장수가 사라져 버리자, 북문에 모여

       진을 치고 있으면서 난동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이에 놀란 정목공鄭穆公은 재빨리 일지호佚之狐를 시켜 진군의

각자에게 많은 양식을 나눠주며 각기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이 모두는 현고弦高의 공이란 걸 알게된 정목공은

       현고弦高의 공을 기록하여 부고에 넣어두게 하고

       현고弦高를 불러 군위軍尉의 벼슬을 제수했다.

 

       역사에서는 이를 현고弦高의 지혜智慧 라고 불렀다.

       이후로 정나라는 조용히 안정을 찾게 되었다.

 

한편 진나라에서는 진양공晉襄公이 곡옥성曲沃城에 머물면서

한창 진문공晉文公의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주공, 세작細作의 긴급한 보고이옵니다.

       진군秦軍의 일대가 갑자기 옹성雍城에서

       빠져나와 동쪽으로 급하게 가고 있사옵니다.

 

       어디로 간다는 것이오?

       자세한 행군 방향은 알 수 없으나

       동쪽이라면 주周 왕실 쪽이 되겠사옵니다.

 

       낙양성洛陽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오?

       주공, 이 선진先軫이 알아본 바로는 정나라입니다.

 

       지난번 정나라를 침공했을 때에 신정新鄭 성에

       진백秦伯이 진군秦軍을 남겨 놓은 바가 있사옵니다.

 

       아무래도 신정新鄭의 진군秦軍과 서로 힘을 합하여

       정나라를 점령하려는 것 같사옵니다.

 

이에 진양공晉襄公이 매우 놀라 즉시 원수 선진先軫을 불러 의논하자,

선진先軫은 첩자를 통해 정鄭 나라를 점령하려는 계획을 알고 있었다.

 

       이는 진백秦伯이 틀림없이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

       간청을 듣지 않고, 무리하게 천리를 행군하여, 정鄭 나라를

       기습하려는 무모한 짓을 벌이려 하는 것이 틀림없사옵니다.

 

       지난번 태복太卜 곽언郭偃이 얻은 점괘에, 서쪽에서

       쥐가 달려와 우리 집 담장을 넘으려 한다.라는 말은

       바로 이 일을 예언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진백秦伯은 어리석게도 천 리가 넘는 원정길에 진군을

       내보낸 것이며 이는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급히 진군秦軍의 퇴로에 매복을 하고 있다가

       요격한다면 크게 무찔러 승리할 수 있나이다.

 

       주공, 신 란지欒枝 이옵니다.

       진秦 나라는 우리 선군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으나

       우리는 아직 그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의 군사를 공격한다면

       돌아가신 선군께서 어떻게 생각하실는지요

 

       란지欒枝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우리가 진군秦軍을 공격하여 방백으로써의 위엄을

       밝히는 것은, 바로 선군의 뜻을 계승하는 일이 될 것이오.

 

       선군이 돌아가시자 동맹국들은 모든 일을 제쳐놓고

       조문 사절을 보내와 우리에게 슬픔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진나라는 사절을 보내오기는 커녕

       전혀 내색도 하지 않고 오히려 진군秦軍을 동원하여

       우리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우리와 동맹을 맺고

       있는 정나라를 정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秦은 우리에게 너무 심한 무례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먼저가신 선군께서도 역시 그들의 무례 대해

       매우 분개하고 계실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의 옛날 은혜에 보답한다고

       덕을 베푸는 짓을 한다면, 이에 대해 선군의

       신령이 무슨 까닭으로 좋아하시겠습니까?

 

       더욱이 두 나라의 군주가 하양河陽에서 만나 맺은

       군사동맹軍事同盟의 약속에 따라, 두 나라 군사가

       동시에 신정新鄭을 포위하였으나,

 

       진군秦軍은 중도에 우리를 배신하고 철수해 버렸습니다.

       따라서 진나라는 두마음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진나라 그들이 우리에게 신의를 시키지 않는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 덕을 베풀어야 합니까?

 

란지欒枝가 다시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진양공晉襄公에게

또다시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공, 신 란지欒枝가 한말씀 더 올리겠나이다.

       진나라가 아직 우리의 경계를 범하지 않았는데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가 되옵니다.

 

       란지欒枝는 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오

       진백秦伯이 우리 선군을 진후晉侯의 자리에

       오르게 한 일은 우리나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나라의 이익도 도모하기 위해서였소.

 

       이후에 선군께서 성복城濮 전투에서

       초의 대군을 물리치고 백업伯業을 이루자,

 

       진백秦伯은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시기하고 있었소이다.

 

       더욱이 이제는 우리가 상례喪禮를 치르고 있으므로,

       정나라를 보호하지 못할 것으로 짐작하고

       진군秦軍을 움직여 정 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만약 이를 그냥 방관하고 있다면, 우리는 정말로

       힘이 없음을 진백秦伯에게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진군秦軍이 천리가 넘는 머나먼 길을 행군하여

       정나라를 점령하려는 계획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으켜 줘야 합니다.

 

       따라서 정나라에 대한 계획이 틀어지면, 그들은

       아마도 퇴군하는 길에 우리나라를 기습할 것이 뻔합니다.

 

       이번에 거병한 진군秦軍이 3천이며, 신정新鄭 성에 있는

       진군秦軍이 2천이나 되면서, 이 모두 5천의 진군秦軍은

       모두 갑사甲士 이며 모두 정예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속담에 적을 쫓다가 하루를 못 참고 풀어주면

       그 재앙은 몇 대에 이르게 된다고 했습니다.

 

       만약 진군秦軍을 요격하지 않고 방관만 한다면

       어떻게 선군이 일으킨 패업을 지킬 수 있겠소이까?

 

       ​주공, 신 조쇠趙衰가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진군秦軍을 요격하는 일은 가하다고 하겠으나

       단지, 상중인 주군께서 군사를 일으키는 것이

       예에 어긋나지나 않을까 참으로 우려됩니다.

 

       조쇠趙衰께서는 너무 심약한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이 선진先軫의 생각으로는 상을 당하면 거적자리를

       깔고 흙덩이를 베개로 삼아 거처함으로 해서

       효를 행하는 것이 예라고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대한 외적의 예봉을 잘라내어

       사직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도 예라 할 수 있나이다.

 

       주공, 쳐들어오는 외적을 방치한체 상례를 지키는 것과,

       상중임에도 쳐들어온 외적을 막는 일 중 어느 편이

       더 큰 효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나이까

 

       선군先君께서 오죽하면 관속에서 소리를 내어

       서쪽 쥐를 소탕하라 하셨겠습니까?

 

       주공, 주공과 여러 경들까지 모두 불가하다고 하신다면

       이 선진 혼자만이라도 진군을 요격하고 돌아오겠나이다.

 

치열하게 논쟁하였으나, 서신胥臣 뿐만 아니라 신료臣僚 들 모두가

선진先軫의 말에 따르기로 함으로써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주공, 상중이므로 주공께서 상복을 입은 채로

       우리 진군晉軍의 사열査閱을 열병閱兵 하시옵소서.

 

       원수 선진先軫에게 한가지 물어보겠소.

       진군秦軍이 언제쯤 회군回軍할 것으로 보시오?

       또한 어느 길을 택해 회군回軍 하겠소?

 

       주공, 신의 생각으로는 진군秦軍은 정鄭 나라를

       결코 함락시킬 수 없으므로 일찍 돌아올 것입니다.

 

       천리 길을 원정하고도 아무 공도 이룰 수 없으니

       그 기세氣勢가 어찌 오래 가겠습니까?

 

       주공, 진군秦軍은 효산崤山을 지나갔으므로

       틀림없이 효산崤山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진군秦軍의 원정기간을 전부 따져 본다면

       진군秦軍은 회군하여 민지澠池를 통과하는

       시점이 반드시 여름인 4월 경이 될 것입니다.

 

       민지澠池는 진과 진의 국경이 접하는 곳으로

       그 서쪽에 효산崤山 이라는 봉오리가 두 개인

       산이 있는데,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효산崤山의 두 봉우리 거리는 35리 정도 됩니다.

 

       진군秦軍이 본국으로 회군하기 위해서는

       우리 진晉의 땅을 밟지 않는 한, 반드시

       효산崤山의 그 산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효산崤山은 수목이 울창하고 봉우리가 높고

       매우 험하며, 그 길 중에 몇 군데는 병거兵車

       다니지 못할 정도로 험준하여, 그 곳을 지날 때는

       반드시 병거兵車에서 말을 풀어 따로가야 합니다.

 

       만약 이곳에다 복병伏兵을 숨겨 놓고 갑자기

       들이친다면, 진군秦軍과 그 장수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죽이거나 사로잡을 수 있사옵니다.

 

       모든 일을 선진先軫 원수가 알아서 하시오.

       오로지 만사에 조심하여야 할것이오.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조심하시오.

 

선진先軫은 즉시 정예병 5천을 뽑아 아들 선차거先且居를 대장으로

도격屠擊을 부장으로 삼아, 효산崤山의 좌측에 매복하도록 명하였다.

 

서신胥臣의 아들 서영胥嬰에게도 호국거狐鞫居와 함께 정예병

5천을 이끌고 효산崤山 우측에 매복하고 있다가 진군秦軍

당도하기를 기다려 좌우에서 협공하도록 명령하였다.

 

       호국거狐鞫居의 형인 호석고狐射古는 앞으로 나오라.

       호석고狐射古는 한자여韓子輿와 함께 군사 5천을 이끌고

       서효산西崤山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 길을 막고 숨어 있으라.

 

       양요미梁繇靡의 아들 양홍梁弘은 래구萊駒와 함께

        5천의 군사로 동효산崤山의 입구에 매복하고 있다가

       진군秦軍이 지나가면 일제히 일어나 그 뒤를 치도록 하라.

 

       효산崤山에서 2십 리 되는 곳에 영채令寨를 세울 것이오.

       서신胥臣은  조쇠趙衰, 란지欒枝, 선멸先篾, 양처보陽處父, 

       등의 원로대신과 노장들과 함께 주공을 모시고

 

       영채令寨에서 각각 대오를 정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진군秦軍과 전투가 벌어지면 호응하도록 해주시오.

 

선진先軫이 모든 배치를 마쳤다. 이것은 마치 향기로운 미끼를

던져놓고 덫을 놓아두는 모양으로, 큰 맹수猛獸가 달려들기를

기다리는 보기좋은 형국이라 하겠다.

 

296 . 효산이 그리도 험악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