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85 화. 귀신의 힘을 빌리는가.

서 휴 2022. 12. 21. 14:21

285 . 귀신의 힘을 빌리는가.

 

       한편 위성공衛成公은 회맹 장소인 하양河陽으로

       출발하기 전에, 이미 원훤元暄이 진문공晉文公에게

       소송을 내었다는 것을 알고는, 낙양성洛陽城으로

       많은 뇌물을 잔뜩 싣고 가 바쳤었다. 이로 인해

       주양왕周襄王은 아주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진문공晉文公은 왕자 호와 함께 위후衛侯를 함거檻車에 싣고

갔으며, 임시 왕궁에 있는 주양왕周襄王을 배알 하면서,

나라 군신 간에 벌어진 소송 결과에 대해 복명復命 했다.

 

       주상, 위후衛侯에 대한 원한이 이렇듯 높사오니,

       만약 위후衛侯를 죽이지 않는다면 하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백성들도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형벌을 담당하는 사구司寇를 불러

       위후衛侯에 대한 형을 집행하시면서,

 

       천자의 법이 얼마나 지엄하다는 걸

       세상에 널리 알리시기 바라나이다.

       짐은 숙부의 판결을 잘 알겠소.

       위후衛侯의 죄가 명백하다 하겠으나

 

       그러나 위후衛侯를 처형한다고 할지라도

       천하의 백성들에게 훈계가 되지 못할 것이오.

 

       짐은 왕실의 법에 평민이 제기하는 소송에는

       원고와 피고 쌍방을 두어, 각기 곡절을 들은

       연후에 판결을 한다는 조문은 들어봤어도

 

       군신 간이나 부자지간의 소송을 판결한다는

       조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아직 없소!

 

       주상께서는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나이까?

       짐이 천천히 말해보겠소.

 

       만약 신하 된 자가 그 군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그 자식 된 자가 그 아비에게 소송을 제기한다면

       상하가 구분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신하 된 자가 소송에서 이겨

       그 군주를 죽인다면 이것은 반역 행위와 같소.

 

       짐은 신하가 제기한 소송의 결과 군주의 죄를

       물어 천하에 알리는 행위는, 오히려 반역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오.

 

       짐은 결코 사사로이 위후衛侯 만을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기 바라오.

       신 중이重耳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나이다.

       이미 천자께서 위후衛侯를 여기에서

       죽이지 않으시겠다면 마땅히 위후衛侯

       왕도로 호송하시어 처분대로 하시옵소서!

 

진문공晉文公은 주양왕周襄王이 하는 말과 태도로 보아 뇌물을

위성공衛成公이 뇌물을 썼다는 걸 알아채고는 조사해본 결과

사실이었다. 진문공晉文公은 이에 위성공衛成公이 더욱 미워졌다.

 

       진문공晉文公은 위후衛侯를 다시 함거檻車

       싣고서 공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진문공은 원훤元暄을 위나라로 돌아가게

하면서, 어진 공자를 택해 새로운 위후衛侯를 세우라고 했다.

 

       나, 원훤元暄은 진후晉侯의 명을 받아 돌아왔소.

       왕명에 의해 위성공衛成公은 폐위가 되었소이다.

 

       왕명을 받들어 어진 공자 중에서 한 분을 뽑아

       새로운 군주를 세우라고 했소이다.

 

       새로운 군주를 세워야 하겠는데 누가 좋겠소

       공자 괄은 숙무叔武의 동생이면서

       숙무叔武를 닮아 어질고 인심이 후합니다.

 

       ​이분을 새로운 위후衛侯로 세우게 된다면

       이것은 형이 죽어 동생을 잇는 것이므로

       좋은 예에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군신이 다 같이 숙무叔武의 동생 공자 괄을 천거하니,

원훤元暄은 즉시 위후에 즉위시키고, 그는 스스로 재상이 되었다.

 

       사마司馬 , 손염孫炎, 주천周歂, 야근冶廑

       일반 문무 대신들이 서로 힘을 합쳐 원훤元暄을 돕자,

       위나라는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제후들로부터 조현朝見의 예를 받은 주양왕周襄王은 의식이

끝나자, 낙양성洛陽城으로 돌아가기 수레에 올라 길을 떠났다.

이에 제후들은 하양河陽 땅의 경계에까지 나가 전송했다.

 

       주공, 선멸先篾 이옵니다.

       위성공衛成公은 아주 괘씸한 자다

 

       위성공衛成公이 마음을 다하여 뉘우치지!

       않는다면 내 반드시 용서하지 않으리라!

 

       함거檻車에 실린 위성공衛成公을 잘 감시하면서

       낙양성洛陽城 까지 잘 가도록 하라.

 

       주공, 위성공衛成公이 큰 감기에 걸렸습니다.

       위성공衛成公이 한질寒疾에 걸렸다고 하였느냐

       주공, 차가운 곳에 갇혀있다. 보니 그러하옵니다.

 

       선멸先篾은 위성공衛成公을 왕도까지 호송하면서

       연이라는 의원과 함께 가며 보살피도록 하라.

 

       ​또한, 선멸先篾은 의원 연과 함께 가능하면

       이일을 아무도 몰래 거행하도록 서둘러라.

 

       끝나는 대로 곧 강성絳城으로 돌아와

       일의 결과를 분명하게 복명復命 토록 하라!

 

진문공晉文公은 분노하던 차에, 위성공이 한질寒疾에 걸렸다고

하자, 의원 연을 시켜 그에게 짐독鴆毒을 먹이라고 하였다.

주양왕周襄王이 왕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양河陽을 떠난 뒤에도

제후들은 진후晉侯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헤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제후들은 나, 진문공의 말을 들어보시오

       과인은 이번의 회맹에서 천자의 명을 따르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별도의 허가도 필요 없이

       정벌하라는 명을 받았소이다.

 

       허나라가 오로지 초나라만을 받들고 있으면서

       우리 중원의 나라와는 소통하지 않고 있소이다.

 

       군주들께서는 나라 안의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와중에도 불원천리하고, 천자를 뵙기 위해

       이렇게 멀리까지 참석하셨소이다.

 

       그러나 허나라가 있는 영양潁陽 땅은 이곳

       하양河陽 땅에서 아주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천자가 왕림하시고 천하 열국의 제후들이

       이렇게 모인다는 소식을 틀림없이 들었을 터인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참석도 하지 않았소이다.

 

       이것은 천자天子 대하기를 심히 게을리하여

       불경죄를 저질렀다고 할 수 있소이다.

 

       허나라의 죄를 묻고 싶소이다,

       군주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여기에 모인 제후들은 모두 망설임 없이

       진후晉侯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모여 있던 제후들은 진문공晉文公이 애당초 허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와 몹시 가까운 하양河陽 땅으로 맹회를 소집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모두 찬성하게 되었다.

 

이에 진문공晉文公은 맹주가 되어 10개국 연합군聯合軍결성하고,

일제히 영양潁陽 땅의 허성許城으로 진군했다.

 

       그때 정문공鄭文公은 진후晉侯를 두려워하여

       이번 조현朝見의 의식에 참석했으나, 이미

       초와 혼인을 맺어 수호를 맺은 사이였다.

 

그때 정문공鄭文公은 더욱이 진후晉侯가 위와 조에게 행하는

조치를 보게 되면서,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였으며

이에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아무도 몰래 혼자서 중얼거렸다.

 

       ​진후晉侯가 유랑할 때 우리도 역시 예를 갖추어

       대하지 못했는데, 그가 입으로는 조백曹伯

       위후衛侯에게 복위를 허락해 놓고는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기꺼이 놓아주지를 않고 있구나.

 

       그가 당했던 일에 대해 이렇듯 원한이 깊다면

       어찌 정나라에 대한 원한인들 잊고 있겠는가?

 

       차라리 초와 결속하여 후에라도 다시 제후국들이

       토벌하러 오게 된다면 초에 구원병을 청하여

       우리 정나라를 보존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제후 군이 허나라로 진군할 때까지 꾹 참고

       있다가 우리는 신정新鄭 성으로 돌아가고 말리라

 

그때 같이 있던 상경 숙첨叔詹은 정문공鄭文公이 진문공晉文公

명에 흔쾌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는 이에 즉시,

정문공鄭文公 곁으로 다가가서 조용한 말로 간청했다.

​   

       진후晉侯가 우리 정나라를 용납하여 옛날의

       무례를 용서한 일은 우리 정나라에게 진실로

       과분한 처분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나이다.

 

       주군께서는 절대로 두 마음을 가지면 안 됩니다.

       만약에 두 마음을 품으시어 진후晉侯에게 다시

       죄를 얻게 된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정문공鄭文公은 아주 약삭빠른 성품으로, 혼자 독단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번에도 상경 숙첨叔詹의 진실한 말을 듣지

않고는 사람을 시켜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

 

       정鄭 나라에 역병疫病이 퍼졌다고 한다!

      ​어서 제를 올려 역병疫病을 퇴치해야 한다!

 

정문공鄭文公은 급히 본국으로 돌아가 빨리 역병疫病을

물리쳐야 한다면서 하늘에 제사를 올려야 겠다며, 진후晉侯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정나라로 돌아오자마자, 몰래 초나라에

사자를 보냈으며, 제후 군이 움직이는 상황을 상세히 전하게 했다.

 

       상국과 친하게 지내는 허나라를 진후晉侯

       괘씸하게 생각하여, 그 죄를 묻겠다며

       열국의 제후 군을 이끌고 쳐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후鄭侯께서는 상국이 이를 책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여 감히 군사를 거두어 진후晉侯의 뒤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고하는 바입니다.

 

나라도 역시 여러 제후 군이 죄를 물으러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재빨리 초나라에 구원을 청하는 사자를 보냈다.

 

그때 허와 정, 두 나라 군주로부터 동시에 구원요청을 받은

초성왕楚成王은 두 사자를 불러놓고 말했다.

 

       우리 초가 성복城濮 전투에서

       진에게 크게 패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도다.

 

       지금의 처지로서는 진과 다시 싸울 수 없으니

       그들이 싸움에 싫증을 낼 때를 기다렸다가

       화의를 청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결국 허나라의 구원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윽고 진후晉侯의 연합군이 허나라의 경내로 쳐들어갔으며

영양潁陽 땅에 있는 허성許城을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었다.

 

       ​진후晉侯께선 어찌 공격을 안 하십니까?

       허허, 허許 나라와는 어려운 싸움이 아니오.

 

       초나라는 성복城濮 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허나라에 구원군을 보내지 못할 것이오.

 

       굳이 군사를 회생시켜가며 공격할 필요가 없소.

       포위하고 있으면 허희공許僖公은 항복할 것이오.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허성許城을 바라보던 진문공晉文公

마음이 풀려서인지 뜻하지 않게 침상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였다.

 

       과로로 인한 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그의 나이 66세의 노년이 되어있었다.


       기원전 632년 한해는 유달리 분주하였다.
       연초에 강성絳城을 떠나 위와 조를 공략하였고,

       성복城濮 전투에서는 초군楚軍 을 크게 격파하였다.

 

       또한, 돌아오는 길에 천토踐土 맹회를 열었으며

       귀국하여 석 달도 안 돼, 하양河陽 맹회를 개최했다.

       하양河陽 맹회가 성대하게 끝나자, 쉬지 않고

       허나라 정벌하기 위해 쳐들어온 것이다.

 

       아무리 천성적으로 건강을 타고 났다고는 하지만

       연속된 과로에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진문공晉文公은 과로에 지쳐 침상에 누워 혼미한 상태에 빠졌는데
하얀 관을 쓴 귀신 하나가 방문을 열고 진문공을 찾아 들어왔다.


       배가 몹시 고프니 먹을 걸 좀 주시 오!

       허 어, 함부로 들어오다니 그대는 누구요?


귀신은 애걸하다 돌아갔으나, 그 꿈 이후로 진문공晉文公의 병세는

더욱 악화惡化 되었으며, 백방으로 약을 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태복 곽언郭偃은 곧바로 달려가 진문공晉文公이 꾼 꿈을 해몽하기

위해 점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 아직 오록성五鹿城 안에 연금되어 있던

       조공공曹共公은 진후晉侯의 사면령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사면을 청하기 위해 언변에 능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조나라의 말단 관리로 있던 후누侯獳

       자원하여 나섰으며, 많은 뇌물을 청하면서

       이를 진나라에 바치면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때 황금과 비단을 한 수레에 가득 싣고 가던

       후누侯獳, 영양潁陽 땅에 당도하자마자

       진문공의 이상한 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후누侯獳는 그 즉시 알고 지내던 태복 곽언郭偃을 찾아갔으며,

만나자마자 곧바로 싣고 온 뇌물을 모두 바치면서 간곡하게

설명하면서 조공공曹共公을 풀어달라고 간청하였다.

 

286 . 짐독으로 죽이고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