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86 화. 짐 독으로 죽이고 살린다.

서 휴 2022. 12. 23. 14:49

286 . 짐 독으로 죽이고 살린다.

       태복 곽언郭偃 , 실로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허허, 후누侯獳가 웬일로 찾아왔는가?

 

       어떻게 하던 조공공曹共公을 풀어주십시오.

       쉬운 일이 아니다! 좀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뇌물을 받아 챙긴 곽언郭偃은 다시 진문공을 찾아가자, 그때야

비로서 진문공晉文公은 잠에서 깨어나 꿈속에서 본 것을 말했다.

 

       찾아온 귀신이 누구길래 그토록 배고파하는가?

       주공, 잠시 기다려 보시옵소서.

       시초점蓍草占을 쳐보겠나이다.

 

태복 곽언郭偃은 진문공晉文公이 본 꿈속의 귀신을 알아내기 위해

산가지로 점을 쳐서 천택天澤의 괘卦를 얻었다. 이는 곧 음

변해서 이 되는 괘였다.

 

       천택天澤은 주역周易64괘 중 10번째의 괘

       위로는 건이며 아래로는 태이다.

 

태복 곽언郭偃은 점괘를 설명하는 점사占辭를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쳤다. 그 점사占辭는 아래와 같았다.

 

      ​ 陰極生陽 (음극생양)

       음이 극에 달하여 양을 만드나니

 

       蟄蟲開張 (칩충개장)

       땅속에 잠자던 벌레들이 꿈틀거리는구나.

 

      大赦天下 (대사천하)

      천하에 두루 대사령을 내린다면

 

       鐘鼓堂堂 (종고당당)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말리라!

 

       곽언郭偃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소?

       주공, 이 점사占辭는 꾸신 꿈과 같사옵니다.

 

       이는 제사가 끊어진 귀신이 있을 것으로

       주군에게 그 용서를 구하고 있는 괘입니다.

 

       과인은 지금까지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일에

       아직 다른 사람의 제사를 끊은 적이 하나도 없었소.

 

       그 귀신은 과인에게 무슨 죄를 지었다는 것인가?

       허 어, 그 죄가 무엇이기에 용서를 빈단 말이오?

       주공, 신의 어리석은 의견으로 헤아려 보건대,

       점괘가 말하는 나라는 아마도 조나라인 듯합니다.

 

       조나라에 처음 봉해진 사람은 주문왕周文王의 아들

       숙진탁叔辰鐸으로 태묘太廟의 소자리에 올라있으나

 

       우리 진에 처음 봉해진 분은 주문왕의 손자이시며

       주성왕周成王의 동생이신 당숙우唐叔虞 임이 봉해져

       태묘太廟의 목자리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태묘太廟, 종묘宗廟, 사당祠堂 등에서 신주神主를 모시는 차례가

있는데, 중앙에는 문중門中을 창건한 태조太祖를 모시고 있다.

 

그 왼쪽에는 후대後代를 모시는데 이를 소라 부르고,

그 오른쪽에는 소의 아랫대를 모시는데 이를 목이라 한다.

 

       주공, 옛날의 제환공齊桓公 제후들과 회맹을 연후에

       북적北狄의 수장인 수만瞍瞞의 침입을 받아 멸망한

       형과 위, 두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는 제나라로 봐서는 이성異姓의 나라입니다.

       지금, 주군께서 회맹을 행하시고 조와 위

       멸하려 하셨는데, 이 두 나라는 주군과 동성同姓 인바

       주군께선 동성同姓의 제후국을 멸하려 하셨나이다.

 

       더구나 두 나라를 복국復國까지 허락하셨나이다.

       그러나 천토踐土의 회맹에서 주군께서는 위후衛侯

       복국復國 시켰지만 조백曹伯은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같은 죄를 지었음에도 그 벌을 다르게 내리신 관계로

       제사가 끊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한 숙진탁叔辰鐸께서

       주군의 꿈속에 나타나신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주군께서 조백曹伯을 복위시켜 주신다면

       숙진탁叔辰鐸 임은 안심하고 물러가실 것이며

 

       또한, 주군께서 인자하고 넓은 마음으로 종과 북소리를

       울리게 하면서, 천하의 평화로움을 즐기신다면

       어찌 조그만 질병을 걱정하게 되시겠나이까?

제환공齊桓公이성異姓의 나라도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는데,

주군께서는 어찌 동성同姓의 나라를 어찌 멸할 수 있느냐는,

태복太卜 곽언郭偃의 한마디에 진문공은 마음이 활짝 열렸으며

의심과 미혹이 깨끗이 풀려 병세가 말끔히 나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록성五鹿城에 연락하여 조백曹伯

       영양潁陽 땅으로 불러오라.

 

      이제 조백曹伯이 당도하였는가?

      방백方伯께 이 조백曹伯이 인사 올리나이다.

 

       자, 조백曹伯의 복국을 허락하노라.

       송나라는 조나라 땅을 돌려주도록 하라!

 

연금상태에서 풀려난 조백曹伯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자마자

그 즉시 군사들을 있는 대로 다 모았으며, 친히 조군曹軍

인솔하여 진문공이 머무는 영양潁陽 땅으로 찾아왔다.

 

       방백方伯 , 복국 시켜준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비록 미약한 조군曹軍 이오나 연합군에

       힘을 합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조공공曹共公의 조군曹軍이 허나라 허성許城을 포위하고 있던

연합군聯合軍에 합류하겠다며 자청自請 하자, 이에 진문공은 크게

기뻐하면서 승낙하였으며, 이어서 그의 병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한편 허희공許僖公은 초나라에서 구원군을 끝내 보내지 않자

급한 마음으로 다시 사자를 보내 허나라의 위급함을 고했다.

그러나 로부터 여전히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주공, 의 구원군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허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주공, 어쩔 수 없나이다.

       진후晉侯에게 승복承服 하시옵소서.

 

나라의 구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허희공許僖公은 그 즉시

스스로 자승자박自繩自縛 하며 헌물獻物을 수레에 가득 싣고

진군晉軍의 군영으로 찾아 들어가 항복을 청하였다.

 

진문공晉文公은 허나라의 항복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황금과

비단 등 허희공許僖公이 싣고 온 헌물獻物을 진군과 연합군에

참여한 제후 국에게 나눠주고 각기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나, 진목공秦穆公은 진후晉侯에게 청할 말이 있소.

       말씀하십시오. 신중히 듣겠습니다.

 

       앞으로 군사를 일으킬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돕기 위해 같이 군사를 출병하게 합시다.

 

      어떻소? 이 출병하게 되면 우리 진

      같이 출병하여 진을 돕기로 하면 어떻겠소이까?

 

       서로 돕는다니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서로 돕기로 하는 맹약을 맺기로 하시지요?

진문공晉文公은 진후의 제안을 허락하여, 두 나라 군주가 서로

약조하고 하늘에 맹세했다. 이어서 진과 진두 군주는 서로

헤어져 각기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회군을 시작하였다.

 

       주공, 신 조언狐偃 입니다.

       정나라가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조언狐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정문공鄭文公이 초에 통호通好를 하였나이다.

 

       뭣이라고! 정문공鄭文公이 또 배신하였단 말인가!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도다!

 

       조언狐偃은 즉시 선진先軫에게 명하시오!

       진군晉軍을 돌리고 또한 진군秦軍도 합류시키시오!

       내 기어이 정나라를 토벌하고 말 것이오!

 

       주공, 신 조쇠趙衰 이옵니다.

       주군의 옥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나이다.

 

       주군께서는 아직 정상이 아니옵니다.

       여기에서 과로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주공, 우리 군사들도 고향을 떠난 지 오래이며

       이미 제후들도 서로 흩어져 떠났나이다.

 

       주공, 이번에는 그냥 귀국하심이 옳사옵니다.

       피로한 진군晉軍을 일 년 정도 쉬게 한 후에

       그때 정나라를 도모하여도 늦지 않나이다.

조쇠趙衰의 말을 따라 진문공晉文公은 정나라를 정벌하려는

생각을 바꾸어 본국인 진나라로 돌아갔다.

한편 왕도인 낙양성洛陽城에 돌아온 주양왕周襄王을 향해  왕실의

군신들 모두가 알현하며 칭하의 말을 올렸으며, 이때 동생 되는

태재太宰 주공周公 과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주상, 의 대부 선멸先篾 이옵니다.

       죄인 위후衛侯를 호송했나이다.

       왕실의 사구司寇에게 맡겨 죄를 물어주시옵소서.

 

주양왕周襄王 일행의 뒤를 따라 왕성에 당도한 선멸先篾이 머리를

조아리며 진후晉侯의 뜻을 주양왕周襄王에게 전하고, 위후衛侯

왕실에서 죄를 다루는 사구司寇에게 맡겨 죄를 물어주기를 청했다.

 

       주상, 태재太宰 주공周公 이옵니다.

       주상, 위후衛侯를 큰 감옥에 가둬 놓게 된다면

 

       위후衛侯의 죄를 지나칠 정도로 무겁게 하는 것이며

       공관에 머물게 한다면 이 또한 너무 가볍게 보는 것입이다.

 

       주상, 차라리 민가民家의 집을 구해

       그곳에 연금軟禁 시키는 게 어떠시겠는지요?

       호오, 그렇도다. 위후를 민가에 유폐시키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은 즉시 주공周公 에게 명하여 별도로 민가를

구해 위후衛侯를 그곳에 유폐幽閉 시키도록 하였다.

 

       원래 위후衛侯에게서 이미 많은 뇌물을 받은바 있는

       주양왕은 단지 진후晉侯의 분노가 너무 크고

       또한, 진晉의 대부 선멸이 감시하고 있었기에

 

       위후衛侯를 너무 관대하게 풀어준다면

       진후晉侯의 뜻을 거스르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민가民家를 구해 유폐시킨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민가에 유폐시켜 가뒀다고

       하지만, 실은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때 위의 대부 영유寧兪는 위성공衛成公을 위하여 언제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으면서 잠을 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모두 같이

행하고 한 발자국도 위성공衛成公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의원이 따라온 것은 무언가 음모가 있을 거야.

       의원이 독살시킬지도 모르겠어!

 

의원을 의심하기 시작한 영유寧兪는 모든 음식물 또한 반드시

먼저 맛을 본 후에 위후에게 바치는 등으로 조심하고 있었다.

 

       요새 의원 연은 무얼 하고 있소?

       위후衛侯를 빨리 죽이고 귀국해야 하지 않소!

 

       왜 위후에게 짐독鴆毒을 먹이지 않는 거요?

       선멸先篾 , 영유寧兪 때문에 참 어렵습니다

 

       영유寧兪가 위후衛侯의 곁을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으며

       밤낮으로 곁을 지키고 있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선멸先篾의 지나치게 서두르는 독촉에 의원 연은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의원 연은 할 수 없이 비밀리에

자기의 난처한 사정을 위의 대부 영유寧兪에게 고백하고 말았다.

       우리 군주이신 진후晉侯 께서는 고집이 세시고

       은원恩怨 관계에 대해 분명하게 한다는 사실을

       영유寧兪 께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우리 주군은 죄를 범하면 반드시 죽이고

       원한을 품으면 반듯이 보복하는 분이시오.

 

       이 영유寧兪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소.

       어떻게 하던 의원 연께서 좀 도와주시오!

 

       영유寧兪 임께 비밀을 말해도 되겠소?

       의원 연은 이 영유寧兪를 믿어주기 바라오.

 

       이 연이 이번에 그대들과 동행을 한 것은

       짐독鴆毒을 써서 위후를 죽이기 위해 온 것이오.

 

       이 연이 이번에 이 일을 행하지 못하면

       죄를 얻어 죽임을 면치 못할 것이오.

 

       영유寧兪 , 위후도 살리고 이 연도 살아야겠소!

       짐독鴆毒으로 위후를 잠시 죽였다 살리겠소이다.

 

       영유寧兪 임은 불안하더라도 모른 척해주시오.

       고맙소. 그대 연을 믿을 것이오!

 

       그대가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나에게

       말해 주시니 내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소?

 

       그대의 군주 진후晉侯는 이제 몸이 늙어

       귀신을 더 가까이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

 

       근자에 단지 태복 곽언의 말 한마디에

       조백이 용서를 받아 풀려났다는 말도 들었소.

 

       그대는 짐독을 약하게 타서 우리 주군에게

       먹이고 우리 위후가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면

 

       그대 의원 연은 단지 귀신 탓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오.

 

       우리 위후의 목숨을 구하게 되면서 또한

       이에서 풀려나게 된다면, 우리는 결코

       그대를 박절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오!

의원 연은 영유寧兪와 서로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영유寧兪는 아무도 몰래 보옥寶玉이 들어있는 상자 하나를

뇌물로 의원 연에게 전하면서 언약言約을 지키겠다고 하였다.

 

287 . 서로 살리고 서로 죽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