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87 화. 서로 살리고 서로 죽이고

서 휴 2022. 12. 24. 16:09

287 . 서로 살리고 서로 죽이고

 

짐독鴆毒은 후한서後漢書 확서전霍諝傳에서 처음 보인다.

이라는 새는 중국 남방 광둥廣東 성에 산다는 전설상의

독조毒鳥 이다.

 

       짐새는 몸 전체가 붉으면서 검은색을 띠며

       그 부리는 검은 빛을 띤 붉은 색이면서,

       눈은 검은 눈동자가 있다고 한다.

 

       몸의 길이가 21~25정도가 된다고 하나,

       다른 책에는 그보다 훨씬 큰 새로 나타난다.

 

이 있는 뱀만을 잡아먹다 보니 온몸에 독기가 있어 배설물이나

새의 깃털이 잠긴 물을 마시기만 해도 즉사한다고 전한다.

 

       의원 연은 어디 계시오

       아, 선멸先篾 대부께서도 같이 계셨군요

 

       영유寧兪 대부께선 무슨 일러 오셨소

       요사이 위후衛侯께서 잠을 통 못 주무십니다.

       혹시 술이 있으시면 좀 주십시오.

의원 연은 선멸先篾을 데리고 저장고로 가더니, 선멸先篾이 보는

앞에서 술을 술병에 담았다. 그리고 짐독鴆毒을 타면서 말했다.

 

       위후衛侯가 죽을 때가 된 것 같소이다.

       이 술은 두 잔만 마시면 되오

       이 술을 마시고 잠들면 깨어나지 못할 것이오

 

의원 연은 술병을 들고나오고, 장수 선멸先篾은 바가지에 술을

퍼담아 기분 좋게 벌컥벌컥 마시면서 보라는 듯이 나왔다.

 

       영유寧兪 , 위후의 병세가 어떠한지 같이 가봅시다.

       위후衛侯 , 이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올 겁니다.

       위후衛侯 , 두잔 이상을 마시옵소서.

 

       잠깐만, 그 술을 나 영유寧兪에게 줘보시오.

       자, 여기 있소. 조금만 마셔보시오.

 

이윽고 의원 연이 짐독鴆毒을 탄 술병을 영유寧兪에게 건네자,

영유寧兪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고 난 후, 조금 따라 맛을

보고는 아무 이상이 없자, 위후衛侯에게 권하게 되었다.

 

       주공, 한 잔 받으시옵소서.

       무슨 술인지, 향도 좋고 목이 탁 트이는구나

       허 어, 영유寧兪는 이보다 큰 잔에 따루어 보라!

 

영유寧兪가 큰 잔을 찾으려 일어나려고 하자, 그때 같이 있던

의원 연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집의

마당을 노려보다가,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에 쓰러졌다.

 

의원 연은 입에서 선혈을 토하면서 인사불성이 되었고, 그리고

짐독鴆毒을 탄 술병은 쓰러져 낭자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니, 의원 연은 무슨 일이오

       허 어,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구먼

 

영유寧兪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짐짓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는 괴이하다고 말하면서, 의원 연을 부축하여 자리에

눕히고 피를 닦아주며 안정을 취하게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선멸先篾이 쫓아와 의원 연을 떠메고 갔다.

 

       하 아, 여기가 어디요

       의원 연은 정신을 좀 차리시오

 

       선멸先篾 , 귀신은 갔습니까

       귀신이라니정신 차리고 말해보시오

 

       ​위후衛侯는 어찌 되었소

       위후衛侯도 절명했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있소.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뭐가 그리 이상 하오? 어서 말해보시오.

 

       위후衛侯가 술을 마실 때 갑자기 귀신이 나타났소

       몸 크기는 보통 사람의 두 배 만큼이나 크고

       머리는 마치 여물통만큼이나 커다랗고

       그 차림새는 매우 위엄이 서려 있었소.

 

       저리 비켜라나는 하늘에서 당숙唐叔의 명을

       받들어 위후衛侯를 구하러 왔노라, 고 고함치면서

 

       그 귀신은 쇠몽둥이로 짐주鴆酒가 들어있는

       술병을 깨뜨려 버리고는 저와 위후衛侯의 혼백을

       빼앗는 바람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입니다.

선멸先篾은 의원 연의 말이 의심스러워 위후衛侯를 찾아갔으며

이에 관해 물어보자, 위후衛侯 도 자기가 본 것을 스스로 말하는데

그 내용이 의원 연이 말한 이야기와 같았다.

 

       선멸先篾 , 의원 연은 어찌 되었소

       지금 막 깨어나 엉뚱한 소리나 하고 있소.

 

       아무래도 의원 연이 나쁜 놈이오

       그놈이 독을 써서 우리 주군을 해치려 한 것이오.

 

       만약 하늘의 신이 내려와 구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우리 주군이 죽음을 면할 수 있었겠소?

 

영유寧兪는 화를 벌컥 내다가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나가더니

의원 연이 누워있는 방을 찾아 들어가 욕설을 하면서,

그의 멱살을 잡고 마당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였다.

 

       네 이놈, 똑바로 말해보라

       너는 우리 위후衛侯를 죽이려 하였느냐

 

       나는 너처럼 간악한 놈하고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지 못하겠노라!

 

영유寧兪가 화를 내며 의원 연을 두들겨 패자, 이를 보고 있던

선멸先篾은 싸움을 뜯어말리면서 고함질렀다.

 

       그대의 위후衛侯는 이미 하늘의 도움을 받았으니

       위후衛侯의 작위가 아직 끊어지지는 않았소이다!

       내가 마땅히 돌아가 우리 군주께 아뢰도록 하겠소!

위성공衛成公은 마신 짐독鴆毒의 술이 비록 적은 양이라 할지라도

그 후유증이 가볍다고는 할 수 없어 곧바로 몸져눕게 되었다.

 

       자리에 누워 얼마 동안의 간병을 받은 위후衛侯

       이내 기력을 회복하여 병석에서 일어났다.

 

       병석에서 일어난 위후衛侯의 모습을 확인한

       선멸先篾은 의원 연을 데리고 진으로 귀국했다.

 

두 사람은 위후衛侯에게 일어났던 일을 진문공晉文公에게 복명했다.

그 말을 믿은 진문공晉文公은 의원 연을 용서하여 죽음을 면하게

하였다. 이를 두고 한 사관이 시를 지어 노래하였다.

 

       ​鴆酒何名毒衛侯 (짐주하명독위후)

       무슨 죄명으로 위후를 짐주로 죽이려 했는가?

 

       漫敎醫衍碎磁甌 (만교의연쇄자구)

       의연에게 부질없이 술 단지만 깨뜨리게 했구나!

 

       文公怒氣雖如火 (문공노기수여화)

       문공의 노기가 비록 불과 같았다고 하지만

 

       怎脫今朝寧武謀 (즘탈금조영무모)

       어찌 영유의 꾀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한편 노희공魯僖公은 원래 위성공衛成公과 친하게 지내 왔었다.

그는 진후晉侯가 보낸 의원 연이 짐주鴆酒를 먹였으나

위후衛侯가 죽지 않았음에도 진후晉侯는 그에게 더는 벌을 주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자 너무나 기뻐하였다.

 

​       주공, 신 대부 장손신臧孫辰 이옵니다.

       위후衛侯가 아직 복국復國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주공, 복국復國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복국復國을 장담하는가?

       주공, 신의 말씀을 들어보시옵소서.

       주공, 형벌刑罰 에는 다섯 가지가 있사온데

 

       먼저 대형大刑 이라 하여 집단일 경우에는

       군사나 갑사甲士를 동원하여 토벌하고

 

       개인일 경우에는 죄인을 붙잡아와서

       옥에서 문초하고 부월斧鉞로 목을 칩니다.

 

       중형中刑 이란, 중한 벌은 팔이나 다리를

       톱이나 칼로 절단하고, 이마에 문신을 뜹니다.

 

       하형下刑 으로는 채찍으로 등을 때리거나

       곤장으로 엉덩이를 내리치는 것입니다.

 

       이때 비교적 가벼운 형벌로써 죄지은 사람을

       십자 판에 묶어 놓고 사람들에게 구경하게 하거나

 

       또는 죄인을 시정에 데리고 다니면서

       지은 죄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게 합니다.

 

       지금 진후晉侯께선 위후衛侯에게는 이 다섯 가지

       형벌刑罰로 다스리지 않고, 사사로이 짐주鴆酒

       마시게 하여 죽이려고 하였으나, 죽일 수 없었고

 

       또한, 이에 의원 연을 벌주지 않았으니, 이것은

       위후를 죽이는 일이 명분에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후衛侯가 짐주鴆酒를 마시고도 죽지 않았으니

       이제 그는 주나라의 왕도에서 늙어 죽게 되었습니다.

 

       만약 주군께서 위후衛侯를 위해 청하신다면

       진후晉侯는 틀림없이 위후의 죄를 용서해 줄 것입니다.

 

       주공, 위후衛侯가 복국하면 우리 노 나라와는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오라

 

       제후 중에 어느 누가 감히 우리 노 나라의

       높은 의기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노희공魯僖公은 크게 기뻐하며, 장손신臧孫辰에게 명하여 왕실에

찾아가 벽옥 10쌍을 바치게 하며 위후衛侯의 석방을 청했다.

 

        나라 대부 장손신臧孫辰 이옵니다.

        천자께서는 위후衛侯를 풀어주시옵소서.

 

       위후衛侯의 일은 진후晉侯의 뜻에 따라야 한다!

       진후晉侯가 뒷말하지 않는다면야

       짐이 어찌 위후衛侯를 석방하지 않겠는가?

 

​       천자의 말씀에 위후衛侯의 석방을 허락하셨사오니

       신은 진후晉侯에게 위후衛侯의 사면을 청하겠나이다.

장손신은 주양왕이 진후의 허락만 받아 내면, 자기도 위후衛侯

석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자, 그길로 진 나라를 찾아가서

진후를 배알 하고 역시 가지고 온 벽옥 10쌍을 바치며 말했다.

       저희 노후侯께서는 위후衛侯 와는 오래전부터

       형제의 정을 맺고 있었습니다.

 

       위후衛侯는 군주님께 죄를 얻어 황송한 마음으로

       크게 뉘우치며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군후께서 이미 조백曹伯을 석방하셨다는 소식을

       들으신 저희 노후侯께서는, 변변치 못한 물건이나마

       이 벽옥으로 위후衛侯를 위하여 속죄를 청하옵니다.

 

       위후衛侯는 이미 왕도로 보내져, 이제는 천자의

       죄인이 되었는데 과인이 어찌 스스로

       위후衛侯의 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아니옵니다. 군후께서는 천자를 대신하여

       제후들을 호령하시는 방백 이시옵니다.

 

       군후께서 위후衛侯의 죄를 용서한다고 하면

       어찌 왕명과 다르다고 하겠습니까?

       주공, 신 선멸先篾 이옵니다.

       노魯와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하오니

 

       주군께서 노나라의 청을 받아들여

       위후衛侯를 석방한다면, 두 나라가 서로 더욱

       친교를 맺어 우리 진의 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이러한 이로운 점을

       어찌하여 취하지 않고 계시옵니까?

진문공晉文公은 선멸先篾의 말을 듣고 위후衛侯의 석방을 허락했다.

이어서 선멸先篾에게 장손신臧孫辰과 동행하여 주양왕周襄王

찾아가 두 사람이 함께 위후衛侯의 석방을 청하게 했다.

위성공衛成公은 드디어 석방되어 위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때 원훤은 이미 공자公子 을 받들어

       위후衛侯의 자리에 앉혀 백성을 안정시키고

       성을 정비하고 경계를 철저하게 하면서

       성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이는 혹시 위성공衛成公이 석방되어

       귀국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함이었다.

 

위성공衛成公은 겨우 석방되어 귀국하려고 하였으나, 그러나

이미 원훤元暄이 공자 괄을 위후衛侯의 자리에 앉혀놓은바,

군사를 동원하여 자기에게 반드시 대항할 것으로 보았다.

 

       이 문제를 영유寧兪는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 이제는 비밀리에 일을 벌여야 하옵니다.

       주공, 신이 듣기로는 대부 주천周歂대부 야근冶厪,

       두 사람은 원훤元暄에게 공자 괄适의 옹립을 돕겠다며 

       경의 벼슬을 원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오니

       그들과 내통하게 된다면 반드시 응할 것입니다.

 

       주공, 신에게는 공달孔達 이라고 부르는

       아주 친한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사옵니다.

 

       공달孔達은 송나라의 충신 공보가孔父嘉

       후손인데 가슴속에는 천하를 경영할 수 있는

       넓은 경륜과 많은 학식을 갖고 있사옵니다.

 

       신이 말하면 공달孔達주군의 명을 받들 것이며

       주천周歂, 야근冶厪과 평소에 알고 지내오니

 

       두 사람을 포섭하게 만들고 일이 성사되면

       경의 벼슬을 준다고 회유하여

 

       그들이 원훤元暄을 죽이게 된다면

       나머지 잔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옵니다.

 

288 . 또다시 동생을 죽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