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82 화. 천자를 하양에 불러 조현 하는가.

서 휴 2022. 12. 17. 20:50

282 . 천자를 하양에 불러 조현 하는가.

 

태숙太叔 숙무叔武는 형님인 위성공衛成公이 정해진 날짜보다

일찍 돌아온다고 하자, 한편 놀라고 한편 반가워하며 감다만

머리를 움켜쥐고 뛰어나가다가 뜻밖에도 천견歂犬이 쏜 화살이

명치에 정확히 꽂히게 되면서 안타깝게 즉사하고 말았다.

 

영유寧兪가 황망 중에 숙무叔武를 부축하여 구하려고 했으나,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원훤元暄은 뜻밖의

일에 매우 놀랐으며, 사건의 내막을 알고는 크게 분노하였다.

       무도하고 어리석은 군주야!

       어찌 무고한 태숙太叔 숙무叔武를 함부로 죽인단 말이냐!

       하늘이 너 같은 사람을 어찌 용납하겠느냐?

 

       내 마땅히 진후晉侯에게 달려가, 이 일을

       호소하여 숙무叔武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원훤元暄은 정신을 놓고 통곡을 오랫동안 하더니, 급히 행장을

꾸려 나라로 달려갔다. 이 일을 두고 염옹髥翁이 시를 지었다.

 

       ​堅心守國爲君兄 (견심수국위군형)

​       굳은 마음으로 나라를 지켰음은 형을 위함인데

 

       弓矢无情害有情 (궁시무정해유정)

       무정한 화살은 유정한 동생을 상하게 하였구나!

 

       不是衛侯多忌忮 (부시위후다기기)

       그러나 위후가 의심하고 시기하지 않았더라면

 

       前驅安敢擅加兵 (전구안감천가병)

       어찌 선발대가 제멋대로 병기를 휘둘렀겠는가?

한편 대부 장장長牂은 외관外關에서 기다리다가, 천견歂犬의 말을

듣자마자 달려나가 위성공衛成公을 정중히 영접하였다.

 

       주군께선 어서 오십시오!

       신 대부 장장長牂이 마중 나왔나이다.

 

       대부 장장長牂은 어떻게 알고 마중 나왔는가?

       태숙太叔 숙무叔武 임께선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으시다며 신을 이곳 외관外關에서 기다리게

       하시면서 주군을 정중히 모셔 오라 하였나이다.

 

       주군께서 3일이나 먼저 오시게 되니

       태숙太叔 숙무叔武 임께선 더욱 반가워하시겠나이다.

 

       숙무叔武가 과인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냐?

       주공, 정말 그러하옵니다.

 

       태숙太叔 숙무叔武 임께서는 감히 옥좌에도 앉지

       않으시고 주공께서 오시기만을 무척 기다리셨나이다.

 

       과인이 그동안 공연히 동생을 의심하였구나.

       이제야, 내 동생의 마음을 알게 되었구나.

위성공衛成公은 동생인 숙무叔武를 그동안 의심하였던 일을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대부 장장長牂의 인도에 따라 초구성에 당도했다.

 

       주공, 어서 오십시오.

       영유寧兪는 어찌하여 울고 있는가?

 

       주공, 태숙太叔 숙무叔武 임은 죽었습니다.

       죽다니멀쩡한 숙무叔武가 왜 죽었단 말이냐?

 

       주공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이 되어

       머리를 감다 말고 영접을 하러 나가시다가

 

       뜻밖에 주군께서 보내신 선발대가 도착하면서

       천견歂犬이 쏜 화살을 맞고 즉사하고 말았나이다.

 

       소신 영유寧兪는 이제 조정과 백성들에게

       신의를 잃었으니 만 번 죽어 마땅하나이다.

영유寧兪의 말을 다 듣고 난 위성공衛成公은 부끄러우면서도 너무

애통한 일에 몹시 분개하며 소리쳤다.

 

       내동생, 숙무叔武 가 원통하게 죽다니 애통하구나

       숙무叔武 , 숙무叔武 !

 

       내가 너 때문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너는 나를 위해 죽다니, 원통하게 죽었구나!

 

숙무叔武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 마치 산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 위후衛侯가 숙무叔武를 붙잡고 울면서 흘리는 눈물이

숙무叔武얼굴에 떨어지자, 숙무叔武의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내 숙무叔武의 원수를 반드시 갚을 것이다.

       영유寧兪, 그대는 너무 슬퍼하지 말라.

 

       주공, 대부 장장長牂은을 잡아 원한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옳도다. 어서 천견歂犬을 잡아 오도록 하라

위후衛侯가 말을 마치고 어가를 달리게 하여 조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때까지 위후衛侯가 입국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위나라

신료들은 갑자기 위후衛侯가 나타나자 몹시 당황하게 되었으므로

한꺼번에 엎드려 배알拜謁을 올렸으며 조당 안은 몹시 소란 해졌다.

 

       주공, 도망가는 천견歂犬을 잡아 왔나이다.

       천견歂犬 , 너는 어이하여 숙무叔武를 죽였느냐

 

       ​주공, 한나라에 어찌 군주가 둘일 수 있습니까?

       신이 숙무叔武를 죽인 것은 주군을 위해서입니다.

 

       너는 내 동생 숙무叔武를 그렇게 음해하더니

       결국은 네 멋대로 무고한 숙무叔武를 죽였구나

 

       너 천견歂犬 아, 네 죄를 나에게 돌리려 하다니   

       너는 정말 뻔뻔스럽기까지 하구나!

       그래본들 너는 네 죄를 피할 수 없도다.

 

       ​저놈의 목을 베어 숙무叔武의 원혼을 달래주어라!

       숙무叔武의 장례를 군주의 예우로 치르도록 하라.

 

위성공이 좌우에 명하여 천견歂犬을 끌고 나가 참수형에 처하고

숙무叔武의 장례는 군주의 예를 갖추어 후하게 치르도록 했다.

 

       백성들은 태숙太叔 숙무叔武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에

       이론이 분분했으나, 곧이어 숙무叔武를 죽인 천견歂犬

       주살하고, 숙무叔武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자,

       성안 백성의 민심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편 위나라에서 도망쳐 나온 원훤元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라의 강성絳城에 당도하여 진문공晉文公에게 알현을 청했다.

 

       대부 원훤元暄은 어찌하여 왔는가?

       동생을 죽인 위성공衛成公을 처벌하여 주십시오.

 

       위후衛侯가 어찌하여 동생 숙무叔武를 죽였는가?

       동생 숙무叔武가 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며

       의심하고 시기한 끝에 활을 쏘아 죽였나이다.

 

원훤元暄은 진문공晉文公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대성 통곡한

다음에 위나라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경위를 소상하게 말했다.

 

진문공晉文公 또한 태숙太叔 숙무叔武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바,

뜻밖의 일에 몹시 분개하게 되었으며, 원훤元暄의 말에 따라

태숙 숙무叔武의 원수를 갚아주고 말겠다며 단단히 결심하게 된다.

 

       내용을 잘 알아들었으니 너무 울지마라!

       원훤元暄은 너무 고생하였도다.

       관사에 머물며 하회를 기다리도록 하라.

 

그 무렵 진문공晉文公은 천토踐土 회맹에서 돌아와 잠시 쉬면서,

그간의 일을 검토하고 있을 때, 원훤元暄이 찾아온 것이다.

 

       주공, 조례條例 준비가 되었나이다.

       자, 신료들은 모두 들어보시오!

 

       경들의 수고로움으로 초를 물리칠 수 있었소.

       그에, 과인도 천토踐土 회맹을 주재할 수 있었소.

 

       더구나 천자께선 친히 왕림하시며 도와주시어

       제후들이 나의 명을 즐거이 따르게 하였소.

 

        과인이 이룬 백업白業은 제환공齊桓公

        비교하여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겠소.

 

       이제부터는 방백方伯 으로서의 할 일을

       천하에 펼쳐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소!

 

       그러나 지난번 천토踐土 회맹에

       진의 진목공秦穆公 도 참석하지 않았고

       허나라 같은 소국도 감히 불복하였으며

 

       정문공鄭文公은 비록 참석하였다지만, 그러나

       아직도 두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

 

       위성공衛成公은 복국을 시킨 지 바로 어제인데

       제멋대로 선량한 동생 숙무叔武를 죽였소.

 

       과인은 지난번 천토踐土 맹회에서 맺은 서약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밝히고 말 것이오.

 

       다시 회맹을 열어 천토踐土의 맹서盟誓

       얼마나 준엄하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겠으며

       위약한 자들을 엄하게 토벌하고 주살할 것이오.

 

지난 5월에 열렸던 천토踐土 회맹 때에 참석할 수 있었으면서도

참석하지 않은 나라는 진, , . 이렇게 세 나라였다.

 

       이 세 나라는 무엄하게도 과인을

       패공霸公으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요!

 

       이들을 제압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방백方伯 이나

       진정한 패공霸公 이라 할 수 없을 것이 아니겠소?

 

       다시 회맹을 열어 이 세 나라를 제압할 것이오!

       주공, 이런 일로는 명분이 부족하나이다.

       이것은 제후들에게 반발을 살 수도 있나이다.


그럴 때 위나라의 대부 원훤元暄이 진나라에 급히 찾아와

태숙太叔 숙무叔武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다시 회맹을 소집하는 데 좋은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회에 위성공을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나의 위상을 확고하게 굳힐 수 있을 것이오!


       주공, 하오나 회맹을 열자면, 시기와 장소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옵니다.

 

진문공晉文公은 조례朝禮 때뿐만 아니라, 여러 중신을 불러놓고

이 문제를 세밀히 검토하며 논의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는 중에

조정 중신들의 의견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주공, 지난번처럼 제후들을 다시 모이게 하여

       또 흩어지게 된다면 본뜻도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계책이 무엇이겠소?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회맹을 열어 두 마음을 가진 나라를 토벌함은

       방백으로서 마땅이 해야 할 일입니다.

 

       주공, 저에게 한 떼의 군마를 떼어 주신다면

       두 마음을 가진 나라를 토벌하겠나이다.

 

       신 등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여놨나이다.

       주공, 언제든지 출정할 수 있나이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군사들로 정벌하는 것은 제후들에 대한

       예가 아니므로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천토 회맹에서 제후들을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자의 위엄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름지기 맹주 된 자는 왕실과 제후들에게

       예를 앞세워야만 승복을 받아 낼 수 있나이다.

 

       주공께서 다시 회맹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천자께 문안을 올리는 예를 내세워야 하며

       이 명분으로 제후들을 소집해야 합니다.

 

       예전에 천자께서는 스스로 천토踐土에 친히

       왕림하시어 각국의 제후들을 회견하였으나

       이는 매우 우연히 이뤄진 일이라 하겠나이다.

 

       또한, 천토踐土 회맹 이후로 지금까지 주공께서도

       아직 천자를 조현朝見 하는 예를 행하지 않으셨나이다.

 

       이는 실로 우리가 저지른 결례라 할 수 있나이다.

      주공, 우리가 먼저 왕실을 공경할 줄 모르고

 

       어찌 다른 제후들을 복종시킬 수 있겠으며

       어찌 맹주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겠나이까?

 

       천자를 조현朝見 하는 일은 커다란 예가 되므로

       조현朝見을 하지 않아 천자 대하기를 태만이 한

       죄를 앞세워 토벌하는 일은 큰 명분이 됩니다.

 

       이는 큰 예를 행하게 되고 큰 명분을 받들게 되니

       이것 또한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주군께는 대업을 행하실 수 있나이다.

 

       주공, 이처럼 천자를 조현朝見 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제후들을 소집하시고,

 

       그래도 오지 않는 제후들이 있다면

       그때에는 천자의 명을 받들어 토벌에 임하십시오.

 

이때 조쇠趙衰는 선진先軫과 호언狐偃의 제안을 다 듣고 나서 이에

대해 부족하다며 현실에 부합한 절충 안을 내놓게 된다.

 

       주공, 제후들이 천자께 문안가는 법은 이미 없어져

       호언狐偃의 제안은 옳기는 하나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주공, 신이 우려하는 바는 천자가 주군을 의심하여

       조현을 올리겠다는 주공의 청을 물리치는 경우입니다.

 

       천자가 조현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천하의 제후들에게 주군의 위엄이 깎이게 됩니다.

       더구나 주 왕실의 힘이 약해진 지는 이미 오래되어
       재정도 충분치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나이다

 

       이런 마당에 중원의 제후들이 왕성으로 몰려들면

       왕실은 겁에 질릴 뿐만 아니라 그 경비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겠나이까?

 

       그렇다고 왕실을 배제하고 회맹을 열겠다고 하면

       제후들은 동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283 . 신하가 군주와 옥사를 벌린다.